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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431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1.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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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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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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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DUMMY

세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어젯밤만 해도 미국의 네바다 주에서 재해급 게이트가 출현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협회 회의에서 밝혔다.


‘뭐, 한국이야 당분간은 위협적인 게이트가 안 생기겠지.’


재해급도, 재난급도 그 좁디좁은 한국 땅에서 나왔다. 도박사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 한국에서 큰 규모의 게이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판은 생각했다.


‘아무튼,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나가봐야지.’


토벌을 마치고 자인과 함께 쇼핑하며 산 옷을 입었다. 박스티의 헐렁거리는 느낌이 괜찮았다. 슬슬, 5월 초에 접어들면서 날이 더워지고 있었다. 서판은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넷의 원석]

-순도가 높은 가넷의 원석이다. 탁한 마나와 순한 마나가 공존하는 신비한 보석이다.


어제 카이랄 상점에서 사둔 가넷의 원석이었다. 인챈트를 통해서 자인의 스틱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약속 장소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카이랄이 말을 걸었다.


-재난급 코어는 어떻게 할 거야? 네 능력상, 어디 회사에 팔아넘길 것 같진 않은데.


재난급 코어는 서판의 아공간 주머니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어제 서판은 재난급 코어에 손을 대봤지만, 도저히 마나를 흡수할 수가 없었다.


‘젤리 같은 느낌의 마나였어.’


액체보다는 고체에 가까운 느낌. 흐르지 않고 고여서 단단히 굳어버린 형태의 마나였다. 흐르지 않는 마나는 서판이 무슨 수를 써도, 서판에게로 스며들지 않았다.


=너는 이미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 그걸 흡수할 수 있는지.


카이랄은 불친절했다. 그녀는 서판의 도구가 아니라는 듯, 항상 대놓고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인간 시절의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서판의 불완전한 모습을 구경하려는 까닭일지도 몰랐다.


-흐흥, 글쎄~ 난 잘 몰라서.


스크린에 모습이 비치는 그녀가 서판의 눈에 보였다. 자신의 긴 흑발을 뒤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시치미를 떼는 그녀의 모습이 서판은 재수 없어 보였다.


‘시도해볼 만한 건 다 해봐야지.’


재난급 코어는 이미 확보했다. 남은 것은 온전히, 잘 흡수해 내는 것. 마나의 양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7서클은 도달하고도 남았다.


약속 장소인 잔디 공원에 서판이 도착했다. 따로 출발한 자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서판을 바라보고, 서판은 손을 흔들었다.


“어! 벨라도나 언니다아!”


멀리서, 손 높이를 맞춰주려 허리를 조금 숙인 준수와 방긋 웃는 연서가 달려오고 있었다. 연서는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저번보다 안색이 좀 더 좋아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3급 게이트 사건 이후로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그때의 불안한 준수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자인은 조심스레 자신의 몸을 숙여 달려오는 연서를 안았다. 평일 오후 3시의 공원은 인파 없이 한적했다. 덕분에 서판과 자인이 모습을 드러내도 큰 관심이 쏠리지는 않았다.


“서판 씨, 아니 이제 스페스 씨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무튼,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 아닙니다.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어차피 저는 스페스라는 이름보다 김서판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팔려서..”


이명보다 본명이 유명한 마법사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서판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아, 그러면 서판 씨라고 부를게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명은 낯간지러워서.”

“넵, 알겠습니다.”


장소를 바꿔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자인과 서판은 아메리카노, 준수는 에스프레소, 연서는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문된 것들이 나올 때 쯤, 서판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준수 아저씨를 부른 이유는..”


서판의 말에 준수는 살짝 정색하면서 말을 끊었다.


“형이라고 부르면 돼요. 말 끊어서 미안해요.”

“아, 네. 준수 형을 보자고 한 이유는 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챈트에 관해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예요.”


서판의 말에 준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서판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제가요? 저는 이제 막 인챈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서판 씨가 원하는 물건이라면 제가 손댈 수 있는 차원이 아닌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판은 준수가 충분히 인챈트를 성공적으로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가람에게도 부탁할 수야 있지만..’


가람은 필요 이상으로 호기심이 많다. 그리고 서판의 아공간 속에 있는 가넷은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순간 거짓에 거짓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도 가람에게 도움받을 때마다 의심은 증폭될 것이었다.


그랬다. 서판은 차라리 아직 인챈트에 무지하지만, 재능은 뛰어난 준수가 이번 일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준수는 서판과 자인에게 빚이 있다. 준수는 서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었다.


“가람에게도 부탁할 수 있는 일이에요. 다만 가람이는 좀 바쁜 몸이잖아요. 준수 형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준수는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서판에게는 빚이 있었다. 자신의 생명보다도 소중한 딸을 지켜준 은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이 준수에게 생겼다.


“하겠습니다.”


서판과 자인, 그리고 준수와 연서는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섰다. 목적지는 가람이 마련해준 작업실이었다. 원래는 가람과 공동으로 작업한다고 했지만, 오늘 가람은 수제 인챈트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고 했다.


작업실에 들어서고, 서판은 바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가넷의 원석을 여러 개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진한 보라색 빛이 반사되면서 오묘한 색감을 냈다.


“우아, 보석인가 봐요. 예쁘다.”


연서가 신기한 눈빛으로 가넷을 바라보았다. 준수 또한 잠시 가넷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어서 서판은 자인의 스태프를 살짝 집었다. 준수는 그 행동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가넷 스태프인 건 어떻게 알았어?”


자인이 서판에게 물어왔다. 서판은 작은 목소리로 카이랄의 정보 시스템을 통해 알았다고 전했다. 자인은 수긍했다.


-그래서, 관건은 저 초보 인챈터가 가넷을 잘 인챈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과연?


카이랄이 서판을 향해 미심쩍은 말을 남겼지만, 서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봐야 아는 것이었다.


“자, 여기.”


자인이 서판을 향해 스틱을 내밀었다. 연보랏빛의 스틱이 가넷의 원석에 살짝 반응했다.


“우선, 세공부터 해야겠군요. 보아하니, 이 보석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가공할 수 없는 것이니.”


정확한 말이었다. 서판이 산 가넷의 원석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넷과는 달랐다. 겉모습은 비슷할 지라도, 그 성질은 지구의 가넷과는 완전히 달랐다.


준수가 조각칼을 집었다. 그의 손에는 미약하게, 그러나 섬세하게 마나가 서려있었다.


“연습용 말고 진짜 세공을 하는 건 처음인데 말이죠. 이제와서 약한 소리해도 무를 수 없죠?”


준수가 멋쩍게 웃으며 서판을 향해 돌아봤다. 서판도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별 수 있는가. 이제는 그의 역량에 달렸다.


“아빠가 일할 때는 방해하는 거 아니랬어요.”


준수가 칼을 들기 무섭게 연서는 준수의 곁에서 물러나, 자인의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자인은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연서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드디어 작업이 시작됐다. 조각칼에 맺힌 예리한 마나가 가넷의 원석을 조금씩 깎아내고 있었다. 순도가 낮은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높은 부분을 살린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어때? 잘하는 거 같아?

=몰라. 알아서 잘 하시겠지. 저렇게 집중하는 모습 그때 이후로 처음 보네.


땀방울이 조금씩 떨어질 정도로 준수는 세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개, 두 개가 끝나자 요령이 생겼는지, 세공 속도가 점점 빨리지기 시작했다.


“다 됐습니다..!”


도합 여섯 개의 가넷이 준수의 손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원석도 충분히 반짝였지만, 세공을 갓 마친 가넷은 보라색 거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청명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이렇게 세공된 가넷들을 자인의 스태프에 인챈트 시켜야 했다. 준수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수가 마나의 실을 뽑았다. 여러 갈래의 실들이 가넷을 휘감았다. 그리고 가넷들이 초콜릿마냥 조금씩 녹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으로 자인의 스태프를 가져왔다. 서판은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스태프 속에 스며든 자인의 마나를 이미 흡수해 둔 뒤였다.


가넷을 녹인 마나의 실들은 처음에는 연보라색, 보라색을 거쳐, 지금은 자홍색이 되었다. 보랏빛이 나면서도 붉은 마나의 실이 자인의 스태프를 휘감았다.


-생각보다는, 뭐, 잘하네.


카이랄이 인정할 정도였다. 인챈트에 있어서는 미칠 듯한 재능과 역량. 서판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자인의 가넷 스태프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수치 조정부터, 심지어 아이템의 이름이 뒤틀리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보석 하나 가지고 이 정도로 성능을 뒤흔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요리사로 따지면 당근과 양파만을 가지고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 격, 이 정도의 격변이 필요한 요소가 부족했다. 그러나 준수가 뽑아낸 마나의 실은 훌륭한 카레 스프의 역할을 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챈트의 진행이 거듭될수록 준수에 대한 카이랄의 평가는 바뀌어갔다.


-왜 2008년에는 이 존재를 몰랐을까, 그때 당시에 딱 20살이었을 텐데. 이 재능을 10년간 썩혔다고..? 아, 혈압올라.


마침내 마나의 실이 모든 가넷의 기운을 자인의 스태프에 전달하며 원래의 청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카이랄 정보 시스템이 보여준 스태프의 정보는 단순하게 놀랄 정도가 아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어제 못한 3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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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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