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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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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7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1.07 23:00
조회
222
추천
5
글자
12쪽

첫키스?

DUMMY

월요일, 사태가 사태인 만큼,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할 여력이 학교에게는 없었다. 아무래도 토벌 중 사망한 학생도 있었고 또, 이번 토벌이 ‘5차 웨이브’의 징조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당분간 학교에서는 ‘자습’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을 취했다.


나를 비롯한 절반가량의 학생들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몬스터 웨이브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을 점검했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기숙사에서 틀어박힌 생활을 했다. 토벌 후 휴식이라는 그럴 듯한 명목으로 말이다.


‘마나 측정기가.. 아, 여기다.’


학교 도서관 옆 마법 점검실에서 마나측정기를 찾았다. 오늘 아침에 토벌 중 얻었던 2,3급 코어 마나를 완전히 흡수하고 이번에는 얼마나 강해졌을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우웅.


평소와 같던 기계음이 울린 후에, 산뜻한 마나가 몸을 뒤덮었다.


-5서클 마스터, 마법적성 B급, 종합수치 1899.


드디어 5서클 마스터. 거기다가 마법적성도 점점 등급이 높아지고 있었다. ‘기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마법적성이 이미 D급에서 B급으로 2단계 상승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교를 연마할 필요가 있었다. 도서관에 와서, 관련 자료를 수집한 후 하나라도 익히는 것이 오늘의 과제였다.


“뭐해?”

“으아.. 깜짝이야.”


어느새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자인이었다.


“오늘은 기교를 좀 만들까 싶어서.”

“기교? 그건 안 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되는 거 아냐?”


자인이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나 듣는 나는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아니.. 그거 너무 아픈 말인데?”

“뭐, 사실인데.”


마법적성은 태생 등급, 각성 등급이 중요했다. 서클의 경우 5서클을 넘지 않는 한 어느 등급이라도 일말의 가능성은 있지만, 마법적성은 태생 등급에서 2단계 이상 변화한 사례는 없었다. 지금까지, C에서 A로의 변화도, D에서 B에로의 변화도 없다는 얘기였다.


‘나는 좀 다르더라고.’


아무래도 사소한 편법(?)이 있다 보니, 나는 그 법칙을 무시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조금씩 짐작하고 있었다. 4서클이 되면서, 마법적성이 C급이 되었고, 5서클이 되며 B-를 거쳐 마스터에서 B를 찍으며, 서서히 등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서판이는 특별하니까. 그럼, 내가 도와주면 되는 거지?”

“안 바빠? 나 혼자 할 수 있는데.”

“원래 이런 거 할 때는 스승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구.”


자인에게 내 사정을 간추려서 말하자, 자인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역시, 스승으로서의 그녀는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도서관 휴게실에 들어가, 자인이 빈 노트에 내가 쓸 수 있는 기교를 적어보라고 했다.


-메모라이징(2개), 더블 캐스팅, 2중 합성 마법.


“더 없어..?”


절망적인 내 기교 목록에 자인은 한숨을 짓고, 그 옆 여백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메모라이징(4개), 트리플 캐스팅, 무빙 캐스팅, 묵음 영창, 5중 합성 마법, 창조 마법.


그녀는 간단히, 실제로 자주 쓰는 것들만 적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게 6서클 마법사인가.’


“근데, 너 토벌할 때 왜 메모라이징 안 썼어?”

“썼어. 근데 역시 메모라이징의 한계인지 위력이 안 나오더라.”


배리어를 뚫고 들어온 오오카미의 모습이 순간 생각났다.


“그, 그렇구나.”

“오오카미한테는 메모라이징 두 개를 다 썼는데도 일방적으로 당할 뿐이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했다. 일개 5서클 마스터가-심지어 그 때는 유저 수준이었다-재해급을 상대한다? 그것은 쿠쿠다스로 바위치기나 다름 없었다.


‘앞으로는 만반의 준비를 하자.’


오오카미를 보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실전에서 캐스팅을 하는 찰나의 시간은 무시 못한다. 마법사가 가장 무방비 해지는 시간이니까. 그렇기에 강한 몬스터와의 싸움일수록 메모라이징 마법은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은 두 번째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저번처럼 오만한 태도로 몬스터를 마주하기에는 내 간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금 기교를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가능하면 숨길건 숨기고.’


지금까지 나는 많은 패를 드러냈다. 이제는 패를 만들고, 감출 차례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섣불리 힘을 드러냈다가는 딱 국가의 노예로 부려먹히기 좋았다. 가뜩이나 아직은 마법 협회 소속도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기는 어려웠다.


“더블 캐스팅은 혼자 한 거야?”

“응, 이건 어쩌다가..”

“합성마법은?”

“이건, 천재가 하는 거 보고. 그, 모의전투에서.”

“신기하네. 그거 한번보고..”


물론,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 무빙 캐스팅이랑 묵음 영창, 3중 합성 정도로 일단 가이드라인을 짜자.”

“그걸 다 오늘 하겠다고..?”

“당연하지. 내가 가르쳐주는거라고?”


자인은 자신의 실력에 꽤나 자부심을 가진 듯했지만, 받는 내가 제대로 따라줄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제 2의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


“그러니까, 이렇게?”

“응, 마법 발현 속도는 무빙캐스팅치고 괜찮은 편이야.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으음.. 다시 해볼게.”


자인이 빌려준 스틱을 통해서 무빙캐스팅을 1시간 째 연습하고 있었다. 자인의 스틱은 마나증폭이 SS급이였기에, 같은 연습을 해도 훨씬 적은 마나를 소비하기 때문이었다.


‘마나배열 좌표를, 내가 가는 방향이랑 동시에 바꿔서..!’


좌표축의 평행이동이었다. x,y,z축의 좌표를 내가 이동하는 만큼 정교하게 바꾸는 센스가 필요했다.


‘이래서 마법사가 수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구나.’


평소 쓸모없다고 생각한 수학이 마법 기교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케이, 끝. 빨리 배우네. 음, 창조 마법까지 가르쳐 버릴까, 확?”

“창조마법이 뭔데?”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마법을 만드는 거?”


그녀가 입술에 엄지손가락을 지그시 대며 말을 했다.


“예를 들면?”

“음.. 잠깐 내 스틱 좀.”


스틱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잔여 마나를 흡수한 후에 그녀에게 스틱을 돌려주었다.


“레볼루션 애시드.”


그녀의 영창과 함께, 대리석 바닥이 녹아내렸다. 그 묘한 쇳냄새에, 나는 피냄새를 연상하고 말았다.


“윽, 근데 이거 혼나는 거 아냐?”

“걱정 마! 나 그렇게 일 벌리고 발만 동동구르는 사람 아니야.”


그녀가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캐스팅 자세로 넘어갔다.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캐스팅이 긴 마법을 준비하는 듯했다.


‘리커버리?’


자인이 나를 리커버리로 구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도대체 어떤 마법인지 궁금하여 찾아봤었다. 그녀가 캐스팅하는 마법의 마나배열이 리커버리와 매우 유사했다.


“리페어.”


그러나 영창이 다른 것을 보니, 미묘하게 다른 마법이었다. 엄청난 기세로 바닥을 녹이던 산이 없어지고, 다시 대리석바닥이 새살이 돋아나듯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 두 가지가, 내 창조마법.”


그녀가 두 손으로 스틱을 꼭 쥐고 나를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숨이 가쁜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어려운 마법인 것 같았다.


“수고했어.”

“응, 자 여기.”


그녀가 다시 나에게 스틱을 돌려주었다. 나는 시험 삼아 그녀가 썼던 마법들을 복원해보기로 했다.


‘애시드 블레이드에서 sharp 속성인 좌상단 마나배열을 지우고, acid 속성 마나 밀도를 추가하면, 될 거 같은데.’


“레볼루션 애시드.”


성공이었다. 아직 속도와 위력 면에서는 자인보다 뒤쳐졌지만, 마나배열을 재현해낸 것만으로 자인의 창조마법을 흉내 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한 번 보여준 걸로 마나 배열을 전부 외운 거야?”

“뭐 정확히 말하면 비슷하려나?”


사실 이미, 자인이 구사한다고 알려진 마법의 마나배열은 완전히 기억한지 오래였다. 그것들을 살짝 응용한 마법정도야 본래의 틀에서 차이점만 기억하면 되었다.


“잠깐, 그 전에! 대리석 바닥, 녹아내리잖아. 나.. 이제 리페어 못쓰는데..”


마나를 다량 소비한 자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하면 되지.”


나는 자신있게 스틱을 쥐었다.


“리페어는 6, 6서클 마법이야..!”

“몰라, 될 대로 되겠지.”


자인이 걱정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월급(越級)마법, 자신의 서클을 초과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마나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사용 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침에 2, 3급 코어를 완전히 흡수해, 마나가 일반적인 5서클이 가지는 마나량을 상회했다.


‘본판은 리커버리랑 똑같이, 거기서 위 아래는 가만히 놔두고, 우측 마나배열을, 좌측이랑 서로 바꾸면..’


“리페어.”


5서클인 레볼루션 애시드와는 다르게 리페어의 경우, 마나가 뭉텅뭉텅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예전과는 달리 5서클 마스터가 된 내 몸은 절반 정도의 마나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리석이 말끔하게 복원되자, 자인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천재야..?”

“응..?”


이런 칭찬은 처음이었다. 6서클 마법사에게 천재소리를 듣다니, 나도 참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5서클 마법사가 6서클 마법을 쓰고서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있어? 마나 부족해서 입술이라도 파래지면 이곳 저곳 살펴보려고, 아니..! 내가 간호하려고 했는데.”

“토벌하고 남은 2,3급 코어 흡수했거든. 그래서 마나 수용량 자체가 커진 듯해.”

“재해급은 아직?”

“응. 1급코어도 하나 남아있고. 진짜 재해급은 상상도 안 된다.”

“기대할게.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해지는 거 아냐?”


자인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나는 7서클 마법 못쓰는데..”


그녀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6서클 마스터인 그녀 또한 내가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는 듯했다.


“이거 하나는 널 이긴 건가?”

“흥, 아직은 내가 더 강하니까..!”


5서클 마법사가 6서클 마법을 쓰는 것, 그리고 6서클 마법사가 7서클 마법을 쓰는 것. 둘다 말도 안 되는 차원의 난이도였지만, 그 난이도 속에서도 후자가 더 어려웠다. 당연히 나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강해져야 해.'


직감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번의 몬스터 웨이브에 의한 예측으로는 이번에 출몰할 재앙급의 수는 다섯. 이쪽은 제발 대한민국에 출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어떤 나라도 국토를 포기하게 만드는, 있지도 않은 8서클 마법사가 존재해야만 싸울 수 있는 존재였다.


재난급은 약 16마리 출몰, 아직 대한민국에는 재난급이 출몰한 사례는 없지만, 한국의 마법사 전력으로 봤을 때는 동시에 2마리가 출몰하지 않은 한, 희생을 감수하고서 처치할 수 있었다.


“또! 멍 때리지!”


나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볼로 접근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나는 손을 올렸다.


“뭐, 뭐하는 거야!”


볼을 찌르는 손가락을 잡아챈 내가 그녀의 손을 등으로 묶고서 사정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헝클어진 머릿결에서 배어나오는 향기가 좋았다. 달콤한, 그리고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으아.. 머리 망가진단 말이야."


그녀가 저항없는 목소리로 푸념했다.


“내 머리가, 그렇게 좋아..?”


큰 눈을 껌뻑이는 그녀의 청색 눈동자가 귀여웠다.


“강아지 같아. 귀여워.”

“우으.. 나 그렇게 안 귀여워! 다들 멋있다고 했단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인은 내 손을 뿌리치고는 과감하게 내 턱에 손을 올렸다. 나름 카리스마 있다고 생각한 행동이었겠지만, 나에겐 그저 한없이 풋풋했다.


“그런 모습도 나한텐 귀여운데 어떡하라고.”

“진짜.. 말이나 못하면.”


벚꽃이 지는 계절,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벚꽃잎이 하나 들어와 우리의 입술을 적셨다. 그것이 나와 자인의 첫키스가 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묘사는 대충대충~ 달달하게만.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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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출격, 포브 마법학교 +2 20.11.25 146 2 11쪽
50 샤브케 지하감옥(5) 20.11.25 136 2 11쪽
49 샤브케 지하감옥(4) 20.11.25 108 2 11쪽
48 샤브케 지하감옥(3) +1 20.11.23 134 2 10쪽
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7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1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4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9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9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4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1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5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5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3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8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3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1 4 14쪽
» 첫키스? +2 20.11.07 223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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