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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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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3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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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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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난급 게이트 출현(5)

DUMMY

“생존자들도 다 구했고. 이제는 진짜 게이트 영역입니다. 1급 몬스터까지는 보고 없이 자체 처리. 재해급 몬스터부터는 보고 부탁드립니다.”


본 영역이 아메리카노라면, 게이트 영역은 에스프레소였다. 게이트 영역에서 몬스터가 생성되어 본 영역으로 침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즉, 게이트 영역의 몬스터 밀도가 더 높다는 의미다.


재난급 게이트에서는 그 이하의 등급인 재해급 몬스터도 당연히 출현할 수 있다. 물론 빈도가 잦지는 않다.


게이트는 기본적으로 내부에 가장 강력한 몬스터를 물리치게 되면 본 영역을 토해내고, 본래 본 영역에서는 생성된 게이트 영역으로 갈 수 있는 작은 통로만이 생기게 되는 원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운이 좋다면 재해급 몬스터를 겪지 않고 바로 재난급 몬스터와 마주치게 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재난급 몬스터를 확실히 토벌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게이트 영역에 진입하자, 음산한 공기가 마법사 대열을 반겼다. 본 영역인 김해와는 전혀 다른, 몬스터들의 땅이었다.


‘마나가 달라졌어.’


서판은 공기 중의 마나가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 마나 밀도는 본 영역과 비슷했지만, 좀 더 정순한 마나가 느껴졌다. 자인이 말한 부식독은 게이트 영역의 마나에서 섞여있지 않았다.


‘일단 전파해 둬야겠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음대로 마나를 회복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곤란했다. 이미 마나량이 부족한 4서클 마법사들은 탈진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다. 마나에 독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들이 다시 마나를 채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서판은 자인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자인아, 게이트 영역에는 마나에 부식독이 없는 것 같은데, 맞아? 확인 좀 해줄래?

=정말!? 잠시만.. 어, 진짜네. 지금 바로 쉬어야겠다. 다들 지쳐 있어.


혹시 몰라 벨라에게 추가적으로 확인까지 마쳤다. 서판은 상훈에게 보고했다.


“지부장님, 게이트 영역 마나는 부식독이 없습니다. 재정비 시간을 갖고, 출발하는 게 어떻습니까?”

“정말이야?”


그가 의아한 눈초리로 벨라를 바라보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보냈다. 상훈은 그것을 보고 마법사 전원에게 휴식 메시지를 보냈다. 때마침, 게이트에 들어간 지 7시간이 지나서 식사를 해야할 타이밍이었다. 물론 식사라고 해봤자, 맛없는 전투 식량이었지만 말이다.


“으아.. 전식 싫어. 싫다구.”

“그럼 너 꺼 내가 먹을게. 수고.”

“아니, 그냥 해본 소리야. 먹어야지.. 그렇지..”


사주경계를 하는 마법사를 제외하고, 모두 앉아서 뜨거운 물을 부어 전투 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부유하게 사는 마법사들도 게이트에서는 징병된 군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서판은 아무리 전식이라도 맛없게 먹을 수 없었다.


“플레버.”


서판이 카이랄 상점에서 구매한 마법서에 있던 2서클 마법이었다. 아마, 카이랄이 사라지면서 중요한 마법이 아니라 소실된 듯했다. 플레버는 2서클 주제에 효과가 대단해서 그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서판은 반신반의한 채로 해물 비빔밥을 한술 떴다.


“오..”


지난번 원정에서도 전투 식량은 질리도록 먹었던 그였다. 전투 식량을 먹는 서판의 표정에서 밝은 미소가 어렸다. 전투식량 특유의 까끌거리는 식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맛만큼은 엄청났다.


‘아무리 봐도 이게 1순위로 복원해야 될 마법인데?’


‘다시바’나 ‘미일’ 같은 조미료와 같은 등급이 아니었다. 서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투 식량을 전부 해치워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 전투 식량의 매운맛(?)을 본 러시아 6서클 마법사 두 명과 브라질 마법사가 보였다. 어지간히도 먹기 힘든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는 벨라가 입맛 없는 표정으로 전투 식량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서판은 장난스레 자인에게 다가갔다.


‘플레버.’


서판은 무영창으로 벨라의 전투 식량에 마법을 걸었다. 벨라는 다가오는 서판에 시선이 꽂혀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 이런 거는 남이 떠먹여줘야 맛있어.”


서판은 되도 않는 거짓말을 자인에게 쳤다.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못 말리겠다는 듯이 플라스틱 숟가락을 그에게 건넸다.


“자, 아.”


주변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그러나 서판과 자인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막말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지 않은가. 고등학생의 풋풋한 향기가 느껴지는 그 둘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앙.”


서판이 떠주는 숟가락을 보고, 눈을 돌려 서판의 눈을 한 번 본 자인이 눈을 감으면서 입을 벌렸다. 서판은 그녀의 입 속에 숟가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자인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떴다.


‘..맛있어..!?’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니, 사실 마법이었다. 그러나 자인은 서판을 쳐다보면서 생각을 잘못 넘겨짚기 시작했다.


‘사랑의 힘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거였구나.’


“어때? 맛있지?”


자인이 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서판은 그 모습이 귀여운 동물 같아서 자인의 머리에 손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자인의 가벼운 저항을 무시하고, 서판은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버렸다. 둘 사이의 그 모습을 본 포브의 1학년 동기들이 수군거렸다.


“야, 쟤네 사귀어?”

“음? 너 몰랐어? 재해급 게이트에서부터 둘이 겁내 붙어 다녔잖아.”

“맞아 맞아. 둘이 목숨 서로 한 번씩 구해줬다는데? 그럴만하지.”


역시 소문이란 것은 빨리 퍼지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서는 연애에 관한 소문이 퍼지지 않기는 어려웠다.


“..앙.”


자인이 서판에게 한 번씩 떠먹여질 때마다, 주변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자인과 서판은 이 순간이 마냥 행복했다.


‘그래, 데이트도 아주 망가져버렸는데, 이렇게라도 즐겨야지.’


평소에 자인이라면 포브 학생들뿐만이 아닌 다른 마법학교 학생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꽁냥꽁냥한 행위를 하지 않았겠으나, 이미 그녀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 있었다. 서판과 연애하고 싶다. 이 마음이 재난급 몬스터를 토벌하러 온, 이 와중에도 남아있었던 것이다.


“부럽다.. 후.. 나는 저런 여친 언제 사귀어보냐.”

“응? 너 얼굴 보면 답 나오자나.”

“팩폭 자제 좀..! 존내 아프네.”


슬슬 마법학교 학생들은 전투 식량을 다 먹고, 하나둘 마나를 보충하거나, 자인과 서판의 연애담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외국의 마법사들은 한국의 전투 식량이 영 맛이 없는지, 힘든 표정으로 먹고 있었다.


‘내가 살짝 도와줘야겠군.’


타지에 와서 토벌에 동원된 것도 서러운데, 밥까지 맛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거라고 생각한 서판이 자신의 스틱을 매만졌다. 같은 마법이 동시에 5개를 발현되었다. 저서클 마법이기는 하지만 5 마법 동시 캐스팅, 대단한 기교였다. 정작 서판은 자신이 그렇게 마법을 쓰고도 놀라지도 않았다.


“Now, try it.”(이제 먹어보세요.)


서판이 영어로 러시아, 일본, 브라질, 인도 마법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서판의 말을 무시하던 그들은, 계속되는 서판의 권유에 속는 셈 치고, 한 숟갈 먹어보았다.


“вкусный..”

“뭐라구요? 러시아어는 몰라요.”

“맛있다고요.”


놀랍게도 러시아의 두 마법사들은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생각보다 서툴지 않은 발음에 서판은 머쓱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마시쏘요.”


일본의 마법사는 서툰 발음으로 서판에게 맛있다는 말을 전했다. 일본의 마법사 ‘트리’는 일본에서 한국의 벨라도나와 같은 간판 마법사였다. 청순한 외모에, 긴 흑발의 생머리가 순간, 서판의 시야를 사로잡았지만, 뒤늦게 느껴지는 자인의 시선에 눈길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한 건가요?”


러시아의 공전 마법사 실피드가 유창한 한국어로 서판에게 물어왔다.


“뭐긴 뭐예요. 마법이죠.”

“그런가요. 이런 마법,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전투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마법이라,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럴 지도요.”


서판은 가능한 한 카이랄에 관련된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걸 꺼낼 때는 명실공히, 서판이 세계의 정점에 섰을 때뿐이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포션 같은 거 훔치려고 암살하러 올 수도 있고 말이지.’


말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다. 마법사는 급습에 취약하다. 마나 배열을 하기 전에 치명상을 입히면 그만이다. 그리고 지금의 세상에서는 돈 몇 푼으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 정도로 인간의 생명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머지는 맛있게 먹었어요.”

“고마오요.”


러시아의 두 마법사인 실피드와 레스트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서 일본의 마법사인 트리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브라질과 인도의 마법사들도 표정을 보니, 맛있게 먹은 듯했지만, 별달리 말은 걸지는 않았다.


“아, 저기 실례가 안 되면 섭쥬 코드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실피드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섭쥬(Subju)는 마법 협회에서 만든 통신망으로, 토벌 마법사들이 이용하는 일종의 메신저였다. 공식적으로 4서클 이상의 마법사만이 이용할 수 있었으므로, 서류상 3서클인 서판은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애초에 마법 협회 소속도 아니었다.


“아, 저 섭쥬는 안 해요.”

“네? 6서클 마법사신데.. 흠, 그러면 이게 제 아웃스타 아이디에요. 꼭 팔로우하고 메시지 보내주세요!”

“네..”


실피드는 자인과는 사뭇 다른 진한 금발 단발에 녹색 눈이었다. 서판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으나, 적극적인 그녀의 태도에 조금 당황했다.


‘저걸 쳐내 말아.’


자인은 그 모습을 굉장히 불쾌하게 보고 있었다. 질투심이 났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자신 이외의 사람을 보며 떠들고, 미소짓는 그를 보면서 마음속이 허전해지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 그렇게 되었다.


“저, 저도! 번호 주세요!”


거기에 트리도 합세했다. 자인은 울적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일본 여자는 자신이 봐도 귀여웠다. 자신과는 다르게 동양적인 맛이 살아있는 흑발이었다. 물론, 서판이 자신에게 취향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기에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인 서판은 가재는 게편이라고, 트리의 외형이 더 취향일 것 같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인기척에 자인이 고개를 든 순간, 따스함과 억울함을 동시에 느꼈다. 서판이 그녀의 머리를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난 너밖에 없어.’


그 말이 자인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자신을 쳐다보는 트리와 실피드의 얼떨떨한 표정에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쩔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았다. 자인은 게이트 안에서 처음으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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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7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0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4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8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9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4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1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5 5 11쪽
»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5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3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8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3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1 4 14쪽
23 첫키스? +2 20.11.07 222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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