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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7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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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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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고 유발자

DUMMY

“ 무슨 일이시죠? ”


길거리에 쓰레기 한 번을 버려본 적 없는 모범시민 차우돈이 의아한 얼굴로 형사의 방문 의도를 물었다.



“ 혹시 9월 21에 가라선녀한테 다녀오셨습니까? ”


“ 네. 그런데요. ”


가라선녀라면 지연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염 관장에게 추천을 받고 첫번째로 방문한 무당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굿이며 천도제며 죄다 돈이 드는 방법만 추천해서 바로 다음으로 진자 보살에게 찾아갔었다.



“ 가라선녀가 21일 이후로 실종된 상황입니다. 차 관장님 손님들을 마지막으로. ”


형사 김윤식은 의심의 눈초리로 차 관장을 유심히 살폈다.


갑자기 사라진 무당과 그녀의 마지막 손님. 그 손님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가라 선녀에게서 이상징후들을 느꼈을지도 몰라 찾아온 거다.


가라 선녀가 실종된 시간은 마지막 손님이 다녀간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로 추정됐다.


그 근거는 휴대폰 어플에 담긴 손님들의 별점 테러였다.


다음 날 9시 예약한 손님이 아무리 기다려도 가라선녀가 나타나지 않자 별점 평가에서 0점을 주며 테러를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같은 테러가 계속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고객 중 하나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그녀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거다.



“ 저희는 그 다음에 진자 보살한테 방문했는데요. "


그 날 가라선녀에게 함께 방문한 오초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 그게 정확히 언제죠? ”


김윤식 형사의 예리한 눈빛이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 여기서 출발한 게 6시쯤이니깐 가라 선녀를 본 건 한 7시쯤이고요, 진자 보살한테 간 건 9시 30분이에요. ”


오초희가 그 날의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 혹시 그때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


“ 전혀요. 만일 있었어도 그땐 저희가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겠네요. 심각하게 아픈 환자가 있었거든요. ”


이번엔 우돈이 대답했다.


그때 그는 지연을 살려야한다는 마음뿐이라서 그는 가라 선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만약 그 방에 수상한 자가 침입했었더라도 아마 난 몰랐을 거다.



“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수상한 점이나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여기로 전화주세요. "


김윤식 형사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


우돈이 유도장 관장으로서 그를 정중하게 배웅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오초희가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를 하며 그를 붙잡았다.



“ 근데 그 여자 사라질 만 하던데. ”


“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


안 그래도 피로에 쩔어보이는 김윤식 형사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 거기 완전 사기에요! 뭐만 하면 굿이나 하라고 하고! 저한테는 조상님이 노하셨다고 2천만 원을 가져오라는 거에요! 그런 식이라면 원한 살 인간들이 한 트럭은 넘을 거 같던데? ”


만약 가라 선녀가 사라졌다면 그 이유는 이러할 거다.


제 배를 불리기 위해 다른 인간들의 선의와 공포를 이용한 죄.


이런 인간에게 천벌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건 그녀가 모신다던 가라 선녀가 업무 태만 중인 거다.



“ 그래서 죽였다? ”


“ 그건 저도 모르죠. 누가 알아요, 혹시 누가 그 여자를 지옥으로 데려갔을지. ”


우돈은 오초희가 갑자기 왜 이러나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괜히 이상한 말을 꺼내 형사의 관심을 끄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 재밌는 아가씨네요. 또 봐요. "


김윤식 형사가 묘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오늘은 아무 수확없이 돌아가지만 왠지 이 아가씨는 또 보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최소한 이 아가씨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무당의 실종을 정당화하는 변명을 대신 해줄 리가 없었다.



***



택시를 타고 오초희를 데려다주는 길에 우돈은 그녀에게 물었다.



“ 도대체 왜 형사한테 이상한 소릴 한 거에요? ”


“ 사실이니까요. 누가 그 무당을 데려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자업자득이란 걸 사람들도 알아야죠. ”


그녀가 나섰던 건 혹시나 사람들에게 가라 선녀가 피해자로 인식될까봐서였다.


이 세상이 참 웃기게도 유족들이 연쇄 살인마를 죽여도 그 살인마는 피해자로 취급받았다.


그는 가해자일 뿐인데. 법이 그를 보호받아 마땅할 피해자로 인정해주며 유족들의 가슴에 두 번씩이나 대못을 박고 있었다.


내 생각에선 가라 선녀는 사기꾼일 뿐이지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럼 그 여자한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갈취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사람들은 뭔데.



“ 그래도 형사가 의심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걱정되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요. 알았죠, 자기? ”


그의 애틋한 말투에 기사님이 백미러로 그를 아니꼽게 째려봤다.


우돈의 거울을 사이에 두고 기사님께 양해의 눈빛을 보냈다.


기사님도 연애 해보셨지 않습니까.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여자 만나려면. ’



“ 알았어요. 나도 자제란 걸 해볼게요. 근데 잘 안 될 수도 있으니까 그땐 자기가 내 뒷덜미를 잡고 끌고가줘야 해요. ”


오초희는 성격상 불의를 보고 그냥 넘어갈 위인이 못 됐다.


나쁜놈들은 다신 그러지 못하게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 한다는 것이 500년 간 불의의 시대를 겪으며 깨달은 그녀만의 소신이었다.


그 소신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을 거다.



“ 내가 자기 뒷덜미를 어떻게 잡는다고! ”


“ 그래도 잡아요. 안 그럼 나 진짜 사고 쳐요. ”


오초희의 진지한 눈빛에 우돈은 그녀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내가 이 여자의 뒷덜미를 잡을 날이 올 거란 얘긴데.


이렇게 가녀린 여자를 어떻게.


차라리 내 몸을 써서 그녀를 막는 수밖에 없겠다.


그녀의 입이 문제라면 입으로 입술을 막고, 그녀의 행동이 문제라면 확 껴안아버리고 놔주지 말아야지.



부아아아아앙.


그때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술에 취한듯 미친듯이 질주하며 아슬아슬하게 차선을 넘나들었다.



“ 저 또라이는 왜 저 지랄이야. ”


그걸 본 오초희의 입에서 난폭운전보다 더 난폭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 자기야, 그런 말 쓰면 안 돼요. 자기랑 안 어울려요. ”


우돈은 놀라하면서도 오른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만만의 준비를 했다.


곧 오초희의 뒷덜미를 잡아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거리 위를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는 난폭 차량의 모습만이 들어왔다.


끼이이익. 쾅!


그렇게 마음껏 날뛰던 망아지 같은 자식은 결국 무리한 끼어들기로 사고를 내고 말았다.


억울한 것은 망아지의 차가 뒤에 있는 차에 받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 체계상 뒤에서 박은 차는 언제나 불리했다.


결국 그 망아지 하나 때문에 강남 도로 한복판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밖에서 고성이 들리는 걸로 봐서 누군가 싸우는 듯 했다.



“ 이런 후레자식이! ”


그리고 우돈이 말리기도 전에 오초희가 정체된 택시에서 내려 현장으로 뛰어갔다.



“ 자..자기야! "


우돈은 황급히 그녀를 따라 내리려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험악한 얼굴로 문을 잠가버렸다.



" 요금이요. "


" 아.. 잠시만요. "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보니 우돈은 요금도 내지 않고 택시에서 탈주할 뻔했다.


그는 황급히 지갑을 찾아 카드 결재를 시도했지만 하필이면 오늘따라 카드 단말기가 말썽이었다.



" 잠시만요. 다시 해볼게요. "


그렇게 시간은 점점 지체됐고, 덕분에 오초희는 차우돈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이 망할 상황에 개입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본 사고 현장은 19금을 걸어야 할 정도로 참혹했다.


차의 상태가 참혹한 게 아니라 사고 유발자의 태도가 참혹했다.



“ 아이씨, 아저씨 운전 똑바로 안 해?! "


 많아봤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문신 돼지가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 보이는 50대 아저씨에게 막말을 하고 있었다.


오초희는 잠시 구경꾼들 사이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들을 지켜봤다.



“ 갑자기 끼어들시니깐... ”


50대 아저씨가 곤란해하며 자신의 상황을 해명했다.


그는 적정 속도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매우 적절하게 운전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옆에서 끼어드는 바람에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모든 게 저 문신 돼지 하나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다.



“ 그건 아저씨가 안전거리를 미확보하니끼 그런거지! 어디서 똥차를 끌고 나와서는! 차에 투자를 안 할 거면 운전이라도 똑바로 하던가! ”


세상이 말세인지 요즘 세상이 사고를 유발한 놈이 비싼 차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큰소리를 내는 시대였다.


반면 사람들 앞에서 똥차라고 망신을 당한 피해자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묵념만 하고 있었다.



“ 아무튼 아저씨가 뒤에서 박은 거니까 수리비나 확실히 준비하세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문신돼지는 끝까지 피해자를 조롱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지금 여기서 웃을 기분이 나는 건 문신돼지 하나였는지 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거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 어이, 거기 문신돼지. ”


그 중에서 가장 똥씹은 얼굴이었던 오초희가 큰소리로 문신돼지를 불렀다.


원래 강자는 중립이 아닌 약자에 편에 서야 하는 거다. 그게 내가 아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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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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