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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02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0 08:58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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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DUMMY

***



그렇게 차우돈이 기절하고 결국 나 혼자 남아버렸다.


하여간 이 인간이고 저 인간이고 약해 빠져서 문제였다.


그래서 나를 외롭게 홀로 남겨두고 자기들끼리만 가버렸다.


지난 번에 만났던 그도 그랬다.


그까지 총알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심장에 총을 맞고 그렇게 나를 떠나버렸다.


물론 그는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간 대단하고 멋진 남자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덕분에 홀로 남겨진 나는 잊혀져가는 그의 얼굴을 곱씹으며 지난 백년을 버텨야 했다.


부디 이번만큼은 오래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며 잠든 차우돈의 얼굴을 곤히 바라보며 머리에 새겨넣었다.


비록 이마에 낙타등처럼 볼록한 혹이 올라왔지만 그는 충분히 멋있기만 했다.


이러니깐 나미꼬건 박지연이건 그런 불여시들이 자꾸 꼬이는 거다.


사람이 좀 적당히 멋있어라!



‘ 그냥 확 뽀뽀해버려? ’


그의 앵두 같은 입술을 보며 난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휩싸였다.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겠지만 애석하게도 난 아직 그와 진한 입맞춤을 나눠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지켜온 강제 순결은 나의 욕망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지금 확 덮쳐도 차우돈은 모를 거 같은데.


하지만 그런 성범죄를 범하기엔 나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워낙 준수한 편이었다.


난 결국 그의 잠든 모습을 바라만 보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원래도 잠이 없었지만 그 날 밤은 야수같은 내 자신과 싸우느라 참으로 고단한 밤을 보내야만 했다.



***



인간들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맛집 베스트 3위 안에 든 '할머니 콩나물국밥집'에서 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그리고 국밥이 도착하는 소리에 차우돈이 머리를 감싸며 일어났다.



“ 윽! ”


어제 마신 술기운 때문인지 그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분명 어제 기분 좋게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필름이 끊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더구나 샴페인처럼 도수가 약한 술에 말이다.


건장한 남자인 나도 이정돈데 나머지 두 사람은 아주 만신창이가 됐을 거라 예상하며 주위를 둘러봤더니.



“ 좋은 아침! "


음식 세팅을 마친 오초희가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즐거운 얼굴에 우돈은 되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오초희 씨, 괜찮아요..? ”


분명 어제 오초희 씨도 만만치 않게 마셨는데.


분명 나랑 비슷한 속도였는데.


왜 나만 죽을 거 같고 저 여잔 저렇게 멀쩡한데, 왜!


운동에 이어 술마저도 졌다는 생각에 우돈은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


그리고 숙취는커녕 여전히 예쁘기만 한 박지연이 방문을 열고 나와 차우돈을 확인사살했다.



‘ 또 나만이야. 또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


도저히 두 여자에겐 못 당했다 싶어 우돈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오초희가 차려둔 밥상 앞에 쓰러지듯 걸터앉았다.



“ 잘 먹을... 근데 오초희 씨는 안 먹어요? ”


2인분만 준비해둔 상차림을 보며 우돈이 놀라 물었다.



“ 전 숙취가 없어서 괜찮아요. 많이들 드세요. ”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그녀의 말에 우돈은 다시 한번 움츠러들었다.


이 여자가 내장기관까지 얼마나 강하면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을 안 먹고 괜찮은 거야.


진짜 나만 이렇게 약해 빠졌는지 오늘 밤 관장들을 데리고 한번 시험해봐야 겠다.



“ 난 콩나물국밥 별론데. ”


“ 그냥 먹으세요. ”


주제 파악 못하는 박지연은 불평불만에 오초희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네가 좀 준비해보던가. 꼭 저런 애들이 밥상 다 차려놓으면 나타나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더라.



“ 그러죠, 뭐. ”


그렇게 도도하게 첫술을 뜬 박지연은 30분도 안 돼 그렇게 별로라던 콩나물국밥을 싹싹 비웠다.


심지어 차우돈마저 남긴 그 대용량 국밥을.


너 괜히 나한테 시비 걸고 싶어서 싫어한 척 한 거 아니지?



***



두 인간들에게 일용한 양식을 먹이고 이제 그들을 보내줄 때가 됐다.


마음 같아선 차우돈을 이 집에 감금하고 싶지만 그러다가 얼어죽고 말까봐 차마 그러진 못했다.



“ 다들 피곤하실 텐데 조심히 가세요. ”


물론 박지연 넌 예외였다.


네가 조심히 가든 말든 내 알바 아니니깐 알아서 가시라고.


또 우리 차 관장 옆에 딱 붙어서 데려다 달라 하지 말고!



“ 정말 재밌었어요. 덕분에 잘 놀다 가요. ”


집에 갈 때가 되자 차우돈의 집나간 영혼도 제 자리를 찾아 안착했다.



“ 저도요. 근데 우돈아, 너 이마는 왜 그런 거야? 어디 맞았어? ”


박지연의 물음에 난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어제 차우돈이 하도 내 심기를 건들며 못할 소리를 지껄이기에 게임을 위장해서 복수해 줬는데. 그게 저렇게 피멍까지 들 줄은 나도 예상치 못한 바였다.


사람 몸이 얼마나 약하면 딱밤 한 대에 피멍까지 드는지 원.


이래서 내가 인간 남자와 연애를 못하는 거다.


괜히 나만 못된 사람 되는 거 같아서.



“ 몰라. 아침에 일어나니깐 골이 띵하데. 혹시 오초희 회원님이 이런 거 아니죠? ”


우돈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물었다.


왠지 이마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파워가 전날 바닥에 꽂힐 때의 그 충격과 맞먹는 거 같았다.



“ 아니요! 내가 왜 차 관장님을 때리겠어요! 본인이 맞을 짓을 한 게 아니라면. ”


마지막 부분에서 오초희의 시선이 정확히 그에게 날아가 꽂혔다.


어제 내가 한 짓은 당사자께서 맞을 짓을 하셨기에 어쩔 수 없이 벌인 정당방위였다.


억울하면 사라져 버린 기억을 다시 불러와보던가.


허나 내가 직접 제조한 황금술을 마신 이상 그러긴 쉽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이 술을 마시고 멀쩡한 사람은 나 외에 덕자가 유일했다.


덕자는 조선시대의 기생이었는데, 어찌나 악독하던지 현모양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다가 결국 자신이 칼을 막고 죽은 여자였다.


그정도 악행은 벌어야 이 술을 견딜 수 있는 거다.



“ 아무튼 그럼 이따 봐요. ”


“ 네? 이따요? ”


차우돈의 믿을 수 없는 망언에 난 놀라 물었다.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 술 마신 다음 날은 당연 땡땡이가 정석이지.


그건 내가 지난 오백 년간의 음주 문화를 겪으며 몸소 체득한 진리였다.


근데 고작 유도장 관장이 그 진리에 거스르며 저항하겠다고?



“ 운동하는 사람한테 쉬는 게 어디 있어요. 오초희 회원님은 멀쩡하잖아요. 그러니깐 이따 4시에 꼭 나오세요. "


“ 저 안 괜찮은데! 밤새 잠 한숨도 못 잤는데! 내 얼굴 봐봐요. 하얗게 질렸잖아! "


그는 정말로 어젯밤 내가 벌였던 치열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모르는 듯했다.


어차피 기억도 못할 텐데. 이럴 거면 그냥 사고 한 번 제대로 칠 걸 그랬다.


괜히 참은 나만 바보가 된 거 같아 억울했다.



“ 오초희 씨 낯빛은 원래 그렇고요. 아무튼 이따가 봐요. 가자, 지연아. 내가 데려다줄게. ”


우리 집에서, 내가 시킨 음식을 먹었으면서 집에는 박지연만 데려다 주는 거, 이거 인간의 상식으로 가능한 일이냐.


차우돈은 끝까지 내 주먹에서 힘이 풀리지 않게 만든 유일한 망할 놈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따 도장에 가서 화가 풀릴 때까지 차우돈을 엎어치고 와야겠다.



***



손님들을 보내고 집을 정리하는데 거실 장식장 한켠이 묘하게 허전했다.



" 여기에 뭐가 있었더라. "


이미 명확히 알고 있던 물건이라 그녀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여기엔 내가 가장 아끼는 반지 하나가 장식돼 있었다.


그 반지로 말하자면 한 4백 년 전에 청나라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어렵게 구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그 청나라 상인이 말하기론 이 반지에는 지나치게 예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귀족 아가씨의 원한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렇게 소중한 반지를 내가 아무 장치도 안 해놓고 이런 장식장 안에 넣어놨으려고.



“ 괜찮을지 모르겠네. 이 반지 가져간 사람은. ”


부디 그 도둑이 괜찮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는 티끌 하나 없이 맑기만 하늘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



반지의 효력이 어찌나 강력하던지 며칠도 안돼 반지 도둑이 송장 같은 몰골을 하고선 제발로 도장에 찾아왔다.


어찌나 시달렸는지 얼굴에 다크서클이 반이나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평소 단정하기만 했던 그녀의 패션과 헤어는 자유분방을 넘어 파괴적인 화풍을 보듯 마구 헝크러져 있었다.


반지를 가져간 대가치고는 약소한 증상이었다.



“ 지연아, 무슨 일이야? 얼굴이 왜 이래. ”


역시나 차우돈이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난 아무것도 모른척하며 천천히 따라갔다.


반지를 훔쳐간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빼앗긴 사람이 조용히 있다고 하여 해가 되는 행동은 아닐 거다.



“ 우돈아, 나 너무 무서워! 집에 막 검은 그림자들이 다니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 어떻게 해야 해?! "


박지연이 겁에 질린 얼굴로 두 귀를 막고 소리쳤다.


아무래도 그것들이 박지연의 영혼을 잠식하기 시작한 듯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반지는 내가 정말로 아끼는 보물이었다. 고로 그 반지에는 나의 강력한 사념이 듬뿍 담겨 있었다.


죽은 귀족의 원한도 모자라 오백 년 동안 쌓인 나의 불행마저 모조리 담고 있으니 그걸 낀 인간의 영혼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저 반지를 가져간 인간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떨며 서서히 말라 죽어갔다.



'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훔쳐간 사람들 잘못이지. '


그들이 탐욕의 대가를 치루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그렇게 지옥으로 떨어진 이들의 원혼이 이 반지에 남아 다음 희생냥에게 복수하는 광경을 보며 불행하기만 했던 내 인생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적어도 나만 불행한 건 아니니깐.


그렇게 내 기준에서의 공평함을 유지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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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4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6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3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1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6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20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20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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