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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77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02 14:14
조회
65
추천
1
글자
10쪽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DUMMY

***


드디어 그와의 첫 수업이 시작됐다. 어찌나 설레던지 안 그래도 안 오는 잠이 황혼 끝으로 도망쳐버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 차우돈은 얼마나 멋진 남자일까. 몸만큼이나 다른 것들도 대단할까. '


그에 대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생애서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흡사 첫사랑을 만난 듯 가슴이 떨려왔다.


수업이 있는 4시 5분 전에 도장에 도착하니 나 말고도 열 아홉 명이 더 있었다.


' 차우돈을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을 내가 모를 줄 알고?! '


난 살쾡이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경쟁자들을 쏘아본 뒤에 탈의실에 가서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는 사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차우돈이 런웨이를 하듯 기다란 기럭지를 뽐내며 도장으로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앞으로 유도 수업을 진행할 관장 차우돈이라고 합니다. ”


굳게 닫힌 문 사이로 그의 반듯한 첫인사를 들은 난 황급히 옷깃을 여미며 달려 나왔다. 그러다 그의 건장한 실물을 영접하고 도중에 굳어버렸다.


사진으로도 충분히 듬직했던 그의 어깨는 실제로 보니 나의 세 배나 됐다. 저 품에 안겼다가는 질식하다 못해 심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이번 생은 확실히 성공이었다.


“ 여러분들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실 분들이시니까 확실히 준비시켜 드리겠습니다. ”


차우돈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혹사시켜주겠다는 아찔한 유혹을 해왔다.


얼마든지. 아주 나를 박살내도 좋으니 어디 한번 마음껏 달려들어봐라.


' 근데 방금 아마추어 대회라고 한 거 같은데... '


내가?


미안하지만 억만 금을 주어도 운동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도 그냥 남자나 보러 온 거지 운동하러 온 건 절대 아니었다.


“ 대회는 앞으로 두 달 후에 있을 예정입니다. 그럼 오늘도 아자! ”


차우돈이 하늘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자 다른 수강생들도 우렁찬 목소리로 그를 따라 외쳤다.


“ 아자... ”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엉겹결에 주먹을 들어올렸다.


“ 첫날이고 하니깐 오늘은 몸 푸는 운동부터 알려드릴게요.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천천히 따라하시면 됩니다. 자, 지금부터 앞구르기 30번 들어갑니다. ”


" 네? "


그리 어렵지 않다더니 그리 어렵지 않은 게 아니라 무지 어려운 거였다.


앞구르기 다섯 번도 힘든 나에게 삼십번 씩이나!


저기, 차 관장. 네가 내 나이를 몰라서 그러는데 나한테 이러면 조상님들이 노하실 꺼야.


" 자, 시작하세요. "


내가 머뭇거리자 차우돈이 다가와 미소로 격려해줬다.


" 네! "


그의 응원에 힘 입어 난 엉겹결에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나면 목련처럼 우아하고 코스모스처럼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 그래도 안 좋은 운동신경에 앞구르기를 하니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자꾸만 괴상한 자세로 나자빠질 뿐이었다.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내가 꿈꾸던 만남은 이런 게 아니란 말이다!


“ 자, 다음은 뒷구르기 30회요. ”


뼈가 꺾이는 고통으로 간신히 미션을 성공했더니 다음은 앞구르기보다 난이도가 높은 뒷구르기란다.


‘ 이건 아니야... 차우돈과 만나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못해 먹겠어 진짜! ’


그렇게 유도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나가려는 순간, 차우돈이 다시 한번 나에게 다가왔다.


“ 뭐 어려운 거 있으세요? ”


“ 전 못해요. 대회에 출전 안 할 건데 이렇게 빡세게는 못 해... ”


난 횡설수설하며 포기를 선언했다.


“ 매일 수강신청을 하셨다고 하셔서 운동에 열정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신가 봐요? ”


그때 차우돈이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가여운 고양이 눈망울을 지어 보였다. 나란 여자는 그 눈망울에 마음이 동하여 적개심을 버리고 보호본능을 움켜쥐었다.


‘ 그래. 뒷구르기 못 할 것도 없잖아! 그냥 뒤로 구르기만 하면 되는데 뭘. 하하하! ’


어느새 나는 무리에 섞여 치열하게 뒤로 구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자유롭지 못하여 자꾸만 개구리처럼 뒷다리를 쭉 뻗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앞뒤로도 굴렀다가 좌우로도 굴렀다가 난리 부르스를 춘 후에야 첫 수업 선물로 근육통을 얻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 가기 싫다... ’


하루만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고달파졌다. 나도 이렇게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수업을 마치고 우돈은 다른 관장들과 마무리 청소를 하고 있었다.


“ 야, 차 관장님. 그 스토커 어떻게 됐어요? ”


바닥을 쓸던 김관장이 다가와 물었다.


“ 스토커요? 차관장님 또 스토커 생겼어요? ”


말랑말랑한 우윳빛깔 피부를 자랑하는 연관장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 유도장 관장들이 다들 한 미모씩 하시는 터라 달에 한 번꼴로 스토커가 등장하곤 했다. 이번 차례는 차관장이었던 거다.


“ 뭐.. 생각보다 멀쩡하던데요? ”


우돈은 시큰둥한 얼굴로 낮에 만난 스토커를 다시금 떠올렸다.


어떤 여자가 남들은 일주일에 겨우 두 번 오는 수업을 7일이나 신청했다고 해서 또 엄청나게 끈질긴 독초같은 여자겠거니 하고 되레 겁을 먹었는데 오늘 본 그 여자는 평범함을 넘어서 의외로 괜찮았다. 허옇다 못해 핏기가 없는 안색을 제외하곤 남자들이 선망할 만한 청순하고 세련된 외모였다.


이럴 짓을 할 여자로는 보이진 않았는데.


“ 겉모습만 멀쩡하다고 방심하면 안돼요. 난 저번에 괜찮은 줄 알고 밥 한번 먹었다가 큰일 날 뻔 했다니깐. ”


김관장이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며 차 관장의 방심을 책찍질했다.


“ 왜요, 어떻게 됐는데요? "


아직 20대 초반이라 인생의 쓴맛을 덜 본 연 관장이 똘망똥망한 눈을 하고선 물었다.


“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거실에 앉아 있는 그녀와 마주하게 됐어. 우리 집 주소도 알려준 적 없는데. ”


그때 돋은 소름을 기억하며 김관장이 팔을 부등켜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 그럼 오히려 땡큐 아닌가? 요즘 밖에서 괜찮은 여자 만나기도 힘든데. ”


철이 덜든 연관장은 그걸 또 부러워했다.


“ 아무튼 확실해 떼어내야 후환이 없다고. 알았지, 차관장? "


“ 예. 안 그래도 알아서 떨어져 나가라고 오늘 엄청 굴렸어요. ”


우돈이 그 여자를 아마추어 선수반에 넣은 것도 다 그러한 연유에서였다.


저번에 연관장이 들어오기 전에 있던 박관장은 스토커에게 호되게 굴었다가 오히려 습격을 당하고 그 후유증 일을 그만 둬야 했었다. 그때 우돈은 깨달았다. 이 놈의 스토커들을 자극하면 큰일이 나겠구나. 그럼 제 발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굴려먹어야 하겠구나 하고.


이쯤했으면 그 여자도 알아서 포기할 거다.


허나 그건 차우돈의 착각이었다.


“ 아, 상쾌한 아침! ”


오초희의 몸은 날아오는 총알도 막을 만큼 무쇠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까짓 근육통 따윈 하루 아침이면 씻은 듯이 다 날아갔다.


‘ 어젠 너무 못 볼 꼴만 보이다 왔단 말이지... 그렇다면 패션으로 내 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 ’


난 드레스 룸으로 가서 그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옷을 골르기 시작했다.


내 옷방에는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는 화려한 옷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예전에 하도 못 먹고 못 입고 산 게 억울해서 하나 둘씩 사다 보니 결국 드레스룸이 안방보다 큰 기이한 집안꼴이 벌어졌다.


' 무조건 우아하고 세련되게! '


그게 내 패션 철학이었다.


옷이란 사람의 날개가 되어주어야 하는 법. 입고만 있어도 신분이 상승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옷이 좋은 옷이랄까.


그렇게 난 우아함의 극치를 달리는 어깨 뽕이 얼굴만한 검정색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


이 옷으로 말하자면 프랑스에서 잠시 머물렀을 당시 큰맘 먹고 구입한,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수재 원피스였다. 물론 그게 18세기의 일이라는 게 옥에 티였지만 원래 패션은 돌고 도는 거다. 언젠가 한국인들도 이 원피스의 진가를 알아주는 날이 올 거다.


***


로비에 도착하니 구릿빛 피부의 김관장이 데스크 직원과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난 둘 사이에서 풍기는 달달한 깨소금 냄새를 맡고 안심했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저 여자가 차우돈에게 작업 걸 일은 없을 거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미 잘 된 거 같다!


“ 근데 그 차관장한테 붙은 스토커요. 어떻게 생긴 줄 알아요? 의외로 괜찮다던데. ”


김관장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우리 차관장에게 지독한 스토커가 붙은 모양이었다.


‘ 어떤 망할 계집이! ’


난 그 망할 계집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귀를 쫑긋하고 몰래 다가갔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남자들은 늘 그게 문제였다. 미친듯이 훈훈한 외모 탓에 사방에서 여자들이 꼬여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번에도 피튀기는 혈전을 벌여야 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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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8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9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4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3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4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4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19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7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4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39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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