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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03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8 10:58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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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이번엔 도망 못 가

DUMMY

“ 할 말이라는 게 무슨.. ”


우돈은 회장에게 주눅들지 않기 위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회장이라는 직책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저 가면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위압적인지라 저절로 고개를 수그려질 거 같았다.



“ 우리 공주님은 언제부터 알게 됐나? ”


최 회장의 목소리는 뉴스에 나올 때와 달리 어딘가 카랑카랑하고 방방 뜨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말투 때문인 거 같다. 뉴스에서 볼 때는 위엄과 품위가 느껴지는 중후한 말투였다면 격식을 뺀 지금은 어딘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사촌 형과 말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60대 회장님과 말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 오초희 씨가 유도를 배우러 왔을 때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


“ 그래? 아직은 그다지 깊은 인연은 아닌가 보네. ”


마치 오초희한테 넌 별것도 아닌 존재라고 무시하는 거 같아 우돈은 울컥했다.


그래요. 회장님은 오초희 씨 오래전부터 알아서 좋겠습니다. 그래서 싫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그렇게 따라다니나?



“ 그러는 회장님은 오초희 씨를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


방금 질문에 대한 보답으로 우돈은 같은 질문으로 되갚아줬다.


회장이 오초희 씨를 만났다면 그건 화상을 입기 전인 학창시절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고작해봐야 40-50년.


인간에겐 수명의 반을 지난 시간이라도 500년을 산 사람에겐 그것 또한 눈 깜짝할 사이나 다름없었다.


고로 알고 지낸 세월에선 회장에게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


우돈은 그렇게 합리화하며 자신을 회장과 동등선에 세웠다.



“ 무엇을 생각하건 그 이상. 이거면 답이 되려나. ”


회장이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 그럼 40년이 아니란 말인가? 설마... 회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


자신이 예상한 시간도 그리 적지 않은 시간인데. 그 이상이라고 하니 우돈은 살짝 위축됐다.


설마 회장의 부모님께서 오초희 씨와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회장의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는 스토리라면. 그런 훈훈한 스토리에 우리의 유도 체험기는 비할 바도 못 됐다.


우돈은 잠시 오초희씨와 미리 안면을 트지 않으셨던 부모님을 원망하는 불경을 저질렀다.



“ 사모님도 계시는데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지나온 시간이 우돈에게는 쥐약이라면 회장의 아킬레스건은 혼인 관계였다.


부인도 있으신 분이 다른 여자한테 추근대는 거, 그거 이 대한민국에선 막장 드라마 애청자님들에게 머리채를 쥐어뜯길 중죄였다.



“ 왜 안 되는데. ”


그것도 돈 앞에선 무용지물인지 회장이 뻔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우돈은 이것 또한 막장 드라마가 만든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들 불륜을 사랑으로 미화시켜 놓으니까 잘못한 놈들이 자기가 잘못한 줄 모르는 거다.


어쩌면 그걸 노리고 최 회장이 불륜 미화 드라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을지도 모르겠다.



“ 원래 임자 있는 사람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거든요. 이 사회는.


우돈은 법과 도덕에 혼자만 담 쌓고 사는 최 회장에게 친절하게 이 사회의 법칙에 대해 알려줬다.



“ 자기는 건드려놓고선. ”


그러자 회장이 우돈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그의 적날한 비웃음에 우돈이 놀라 물었다.


설마 최 회장이 나와 지연이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도긴개긴이라 말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꺼낸 걸까.


그러한 점에 있어서 우돈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 저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말라고. 넌 저 여자 진짜 이름도 모르잖아. ”


회장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자 착시효과로 그가 쓰고 있는 가면이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는 거처럼 보였다.



“ 제가 왜 모릅니까. 오초희씨가 오초희씨죠. ”


우돈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는 오초희의 본명이 오초희임을 그녀가 작성한 회원등록증을 보고 이미 확인한바 있었다.



“ 그건 지금 빌려 쓰고 있는 이름일 뿐이고. 그 여자의 진짜 이름 말이야. 넌 모르지? ”


회장은 차우돈이 분명 그녀의 본명을 모르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를 비웃었다.


이깟 애송이라면 길게 잡아 한 달로 본다.


그 한 달 안에 이 애송이는 지금껏 오초희가 만나온 다른 남자들이 그렇듯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다.



“ 빌려 써요? 그럼 오초희 씨의 진짜 이름은 뭔데요? ”


“ 알려주기 싫은데. 그건 나와 그녀만이 아는 이름이라. ”


자신이 이겼다는 듯 깐죽거리는 최 회장의 태도에 우돈은 빈정이 상했다.


그래봤자 자기가 아는 이름도 오초희가 거쳐간 이름들 중 하나일 텐데 잘난척하기는.


어차피 우리 같은 인간은 오초희씨의 태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그녀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그런 의미에서 우돈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섭섭했다.



" 전 과거보단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이라서요. 지금은 오초희씨니깐 제겐 오초희씨로 충분합니다. "


우돈은 정신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런 것으로 결론지으며 넘어가려 했다.



“ 넌 저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하나도 모르잖아. 어떻게 오초희가 됐는지도. 또, 어떻게 삶을 영위하는지도. ”


최 회장은 그렇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우돈을 확인사살하려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 제가 그걸 알아야 합니까? ”


“ 알면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난 네가 도망가는 꼴을 보고 싶고. ”


“ 전 절대 도망 안 갑.. ”


우돈이 폭탄이 떨어져도 그녀의 곁을 지킬 거라는 결의문을 발표하려던 순간, 서재 문이 열리더니 대화의 주제가 된 오초희가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장착하고 돌아왔다.



' 좋냐? '


난 이렇게 절망적인데 혼자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우돈은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 옷들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


회장이 금새 표정을 바꾸고 그녀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우돈의 그런 회장의 이중적인 모습에 사모님이 느꼈을 상실감이 공감됐다.



“ 너무 마음에 들어요! 하나 같이 스페셜하고 유니크하고! ”


회장의 컬랙션이 꽤나 만족스러웠던지 오초희는 팔까지 크게 벌려가며 감탄했다.


우돈은 그녀가 회장의 선물 공세에 넘어갔을까 초조했다.



“ 그럼 모두 가져 가세요. 공주님께 드리는 선물은 하나도 아깝지 않으니. ”


회장은 그녀가 달라고 한다면 이 집까지 가져다 바칠 기세였다.


우돈은 참말로 오초희씨가 이 집 살림이 거덜나도록 다 챙겨왔으면 했다.



“ 아니요. 저걸 받았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됐어요. ”


옷이 마음에 든다던 오초희가 어쩐 일인지 기겁을 하며 거절했다.



“ 봉변이라뇨. 제 마음을 드리는 거뿐인데... ”


이미 까일 대로 까여본 회장은 그녀의 말에 상처 받은 척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 엄머? 저번에는 옷을 주는 대신에 한번 안아달라고 했잖아요! ”


그녀는 아직도 그 날의 두근거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 10년 전이었나. 또 어떻게 날 어떻게 찾았는지 그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원피스 뭉텅이를 가지고 찾아왔었다.


웬만하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 원피스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눈 한번 딱 감고 받아주려 했는데, 그 다음 나온 말을 듣고 단념해야 했었다.



‘ 대신 오늘 밤 절 안아주시겠습니까? '


낮에 안기도 부끄러운 데 하필이면 밤에 안아달라는 말에 소름이 돋아 난 원피스와 함께 그를 쫓아내고 전세계를 떠돌며 도망을 다녔다.


혹 진짜로 이 남자를 안게 될까봐서.


그러다 여기서 딱 걸린 거다.



“ 안아요?! ”


회장이 내뱉은 야리꾸리한 말에 우돈의 눈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저 회장이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면서 뒤로는 더러운 거래를 제안했다니. 이 남자 엄청난 변태 자식이었다.



“ 아, 몰라요! 어쨌든 전 이만 집에 가봐야겠네요. 피곤해서. ”


두 남자의 기싸움이 계속될 조짐이 보이자 오초희는 피곤한 척하며 하품했다.


그녀는 절대로 피로를 느낄 수 없는 몸이었지만 이건 차 관장을 위한 배려였다.


이렇게 냉기가 도는 곳에 약해 빠진 인간이 오래 머무르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 벌써요? ”


회장이 오초희를 향해 아쉬운 듯 물었다.


이왕이면 같이 차도 마시고, 야경도 감상하며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었는데. 저 덜떨어진 인간 하나가 끼어드는 바람에 다 망치고 말았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번 생에 차우돈이란 남자를 영원히 저주하기로 결심했다.



“ 예.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요. 다음에 또 보자구요. ”


“ 그럼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최 회장이 차키를 챙기기 위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니요. 여기서 택시타고 갈게요. 좀 편하게 가고 싶어서. ”


“ 그러세요. 그럼. ”


그렇게 당했음에도 회장은 어쩐 일인지 그녀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줬다.


회장은 오초희가 말도 없이 하루 아침에 도망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 그녀의 곁에는 저 멍청한 자식이 지키고 있으니깐.


자신이 도망치면 무엇보다도 저 남자가 위험해질 걸 아는 그녀라면 이번에는 절대 내빼지 못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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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4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6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4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3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1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6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20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20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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