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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6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2 06:14
조회
1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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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더는 못 기다려!

DUMMY

“ 전.. 못 합니다. ”


무당이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수그렸다.



“ 왜요?! 돈을 얼마든지... ”


얼마든지 주겠다고 하려다가 우돈은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떠올리고 입을 닫았다.


물론 난 그 비용을 대신 지불해줄 의사 따위 전혀 없었다.


아무리 많아도 내 돈은 소중하니깐.


나한테 쓰기도 아까운데 박지연을 위해 쓰기엔 더더욱 아까우니깐.



“ 여기 깃든 영혼이 너무도 강력하여... 아주 못된 악령인 게 분명합니다. 제 힘으론 역부족이에요. ”


어쩌다 보니 내 영혼은 무당도 감히 어찌하지 못할 사악한 악귀가 되어있었다.


나도 건들지만 않으면 착하다고. 항상 남들이 먼저 건드려서 이 사단이 나는 거지.



“ 그럼 방법은... ”


“ 우선 반지부터 빼세요. 그래야 삽니다. ”


결국 무당마저도 박지연을 포기해버렸다.


난 진작에 그 보살이 실패할 줄 알고 있었다.


의술이건 무속신앙이건 그런 게 통했다면 지금 내 존재도 이 세상에 있어선 안 됐다.



" 그만 가자. 여기도 아닌 거 같아. "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이번에도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 혹시 방법이 생기거든 연락주세요. "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차우돈은 무당에게 전화번호를 적어준 후에 박지연을 부축해서 이 방을 나갔다.


그는 끝까지 나를 챙기지 않았다.


그래. 네가 그렇지. 이 여자에 눈 돌아간 덜떨어진 자식아.



" 저, 잠깐만요. "


체념하고 나도 따라 나가려는데 어쩐 일인지 무당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저 반지의 주인이 당신인가요? "


" 그런데요? "


" 그냥 궁금해서.. "


내 눈빛에 쫄았는지 무당이 말을 얼버무렸다.



" 그럼 나도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였다. 이쪽도 질문 하나를 받아줬으니 나도 하나 물어봐야겠다.



" 네. "


" 제 사랑은 도대체 언제쯤 이뤄진답니까! "


이 질문에 해답을 얻으려 지난 5백 년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나는 언제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냐고!


나의 물음에 무당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변했다.



" 이미 너에게 다가와 있는데 너는 모르고 있네? "


또 반말이었다.



" 실례지만 그쪽은 누구시기에 제게 반말을 하시는지. "


" 나? 저기 저 할아범. "


무당이 신당에 걸려있는 도인의 그림 하나를 가리켰다.


외관적으로 보아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은 확실했기에 더이상의 딴지는 걸지 않기로 했다.



" 네, 할아버지. 근데 제게 다가와 있는 사람이란 게 저기 저 남자? "


난 거실에서 대기중인 차우돈을 가리키며 물었다.



" 그건 알려줄 수 없지. "


내 이럴 줄 알았다. 하여간 무당집에 와서 공짜로 얻어갈 생각은 하면 안 되는 거였다.



" 여긴 얼만데요? 여기도 이천만 원이에요? "


" 아니. 1억을 갖다줘도 말 안 해줘. "


" 왜요! "


복채를 넉넉히 드린다는데도 말을 안 해주겠단 집은 처음이었다.


설마 1억이 부족해서 그러나. 내가 돈 많은 걸 단박에 알아보고 2억은 부르려고.



" 내 마음이야! 아직 저승도 못 간 인간이 어디서 말대꾸야! 가서 나중에 그 남자한테 전해. 이렇게 빚은 다 갚은 거라고! 나중에 딴 말 하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


분명 도인이라 들었는데, 할아범께서 입이 생각보다 많이 거치셨다.



" 그러니까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야 제가 말을 전하죠! "


"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 기다려! "


" 도대체 언제까지요! 저 오백 년을 기다렸다니까요? "


이 할아범이 자기가 제 명에 죽었다고 제 명에 죽지 못한 내 나이를 간과한 모양이다.


겉으론 이렇게 산뜻하고 생글생글해 보여도 이 사람 나이가 벌써 오백을 넘었다.


헌데 여기서 또 기다리라니.


웬만한 인간은 처녀귀신이 되고도 남을 시간에 더 기다릴 시간이 어디 있다고!



" 너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도 있는데 오백년이 뭐가 길다고! 얼른 그 남자에게로 꺼져버려! "


그러면서 무당이 제단에 올려놓은 오방기를 들었다.


진짜 신령이 실려있는 오방기의 위력을 알기에 난 뒷걸음질 쳤다.


저거 한 대 맞았다간 다음 날 온몸이 쑤셔서 못 일어날 거다. 그것만은 제발!



" 알았어요! 꺼진다고, 꺼져! "


난 재빨리 차우돈이 있는 거실로 뛰쳐나왔다.


다행히 할아범이 거기까진 쫓아나오지 않았다.



" 무슨 일이에요? "


내가 무당에게 쫓겨나오자 차우돈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 여기 할아범 성깔이 보통이 아니야. 다신 오면 안 되겠어. "


난 몸을 부르르 떨며 할아범과의 절교를 선언했다.


그나저나 할아범이 말했던 내 주위에 있다던 그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내 주위엔 남자라곤 차우돈과 관장들이 전부인데. 웬만하면 그 남자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남자였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도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있지만.



***



손님들이 돌아가고 진자 보살은 홀로 신당 앞에 앉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그녀의 몸에 할아버지 신령이 실려 자신도 모르게 벌인 짓이었다.



" 할아버지, 아까 그 손님한테 도대체 왜 그러신 거에요? "


그녀가 할아버지 초상화에다 대고 물었다.


한참을 그림과 눈을 마주하던 그녀의 어깨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시 한번 성깔 못된 신령이 들어온 거다.



" 부디 만났으면 좋겠는데. "


할아범이 좀 전에 만난 성깔 못된 여자를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다.


그 성깔은 어디 못 간다고, 그 여자는 여전히 성깔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벗은 항상 마음을 졸이며 그 여자를 따라다녀야 했다.



" 이범아, 난 여기까지다.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라. "


그는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벗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벗이 그녀를 만나 사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



" 에라이! 여기도 가짜야, 가짜! "


오초희는 분한 나머지 진자 보살집 대문에다 삿대질을 하며 욕을 진탕 퍼부었다.


그래도 나름 양심은 있는지 무당이 복채는 안 받았다.


그건 무당이 착한 것이고, 저 할아범은 성깔이 아주 못 돼 쳐먹었다.



" 왜 가만 있는 무당한테 그래요. 빨리 집에나 가요. 지연이 힘들어하는 거 같으니깐. "


이 와중에도 박지연 걱정뿐이라니. 아무래도 무당이 말했던 내 남자는 차우돈은 아닌 거 같다.


그럼 도대체 내 남자는 어디에 있냐고!


정 안 되면 오늘 밤 보살님 집에 침입하여 멱살을 잡고 물어봐야겠다.


우선 박지연부터 어떻게 좀 처리하고 나서.


오늘 일정이 고단했는지 그녀는 거의 실신한 상태로 차우돈에게 매달려 있었다.


급한 대로 우린 택시를 타고 박지연네 집으로 향했다.



" 강남 엘레강스 멘션이요. "


" 엘레강스 멘션? "


그 집은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잠깐 알아봤던 월 300짜리 고급 멘션이었다.


젊은 여자가 혼자 살기엔 빡센 동네인데. 아무래도 박지연은 다이아수저 정도는 되는 모양이었다.



“ 지연아, 일단 여기서 푹 쉬고 있어. 내일 아침 일찍 올게. ”


집에 도착해 차우돈이 침대에 박지연을 눕히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아이고, 다정도 하셔라.


지금 저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가 따스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고,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이 나였으면 좋겠다.


쾅쾅쾅!


한참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있는데 현관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 박지연! 안에 있는 거 아니깐 문 열어! ”


분명 이웃사람들을 다 깨울 법한 소음이었음에도 박지연은 비몽사몽하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 제가 나갔다 올게요. ”


상황이 심각해 보이자 차우돈이 자진해서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난 몰래 현관으로 다가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과를 살폈다.



“ 누구세요? ”


우돈이 성난 7명의 사내에게 물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험악한 일을 하는지 몇몇은 얼굴에 작은 흉터들이 있었다.



“ 그라면 그 짝은 누구요? ”


사내들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껌을 쫙쫙 씹으며 물었다.


덩치는 다른 사내들보다 작았지만 풍기는 포스에선 일인자임이 확연히 들어났다.



“ 지연이 친군데요. 무슨 일로... ”


“ 아, 박지연이 친구여? 그라면 잘 됐네! 나 박지연이한테 돈 받으러 왔는데! "


남자의 말에 우돈이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지금 지연이는 위급한 상태였다. 여기서 더 충격을 받았다간 다신 일어나지 못할 거다.


그 옆에 오초희 씨도 있고.


오초희 씨는 아직 내가 지연이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린 걸 모르고 있었다.


알면 당장 갚으라고 난리를 칠지도 몰랐기에 서둘러 자리를 피해야 했다.



“ 나가서 얘기하시죠. ”


" 그라요. 또 경찰이 오면 우리도 곤란하니깐. "


대장에 동의 하에 우돈은 사내들을 끌고 한적한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우돈의 계산과는 달리 현관에 붙어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오초희 역시 어둠에 숨어 그들을 뒤를 쫓았다.



***



공터로 자리를 옮긴 우돈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 지연이가 돈은 다 갚은 걸로 아는데요. ”


분명 며칠 전에 지연이에게 빚을 갚으라고 1억 5천만 원을 보내줬었다.


그거면 충분할 텐데 이 남자들이 왜 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 그것은 이자고. 아직 원금이 남았잖아, 원금! "


대장이 당장 돈을 내놓으라는 듯 손바닥을 펴보이며 말했다.



“ 그 원금은 또 얼만데요? ”


원금에 대해선 지연에게 들은 바가 없었기에 우돈은 당황했다.


그냥 당장 갚아야 할 돈이 1억 5천이라 해서 그게 빚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 1억. “


“ 1억이요?! "


평생 모을까 말까한 어마어마한 금액에 우돈은 아연실색했다.


1억 5천만 원도 오초희 씨한테 겨우 빌린 건데. 나머지 1억은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눈앞이 컴컴했다.



‘ 지연아, 도대체 넌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니. ’


지연이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가 빚을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본인에게 직접 묻지 않았던 것은 그냥 자기가 술집에 나가서 갚을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선을 그을 걸 알아서 였다.


그녀를 술집에 나가게 할 바엔 궁금해도 참는 게 나았다.


우리 지연이는 가수가 될 아이니까. 그런 주홍글씨를 달고 살게 할 순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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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8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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