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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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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97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02 13:02
조회
98
추천
2
글자
10쪽

이번 몸은 완벽해

DUMMY

싸늘한 가을 밤,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그 차가운 어둠 사이로 다급한 남성의 숨소리가 들렸다.


“ 꺼져! 이 악마야!! ”


조금 전까지 길 가던 여성을 범하려던 그는 이젠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분명 그녀는 가냘프고 앳돼 보였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봤자 이제 막 성인을 넘긴 풋풋한 여자였다. 그래서 오늘 밤 함께 쾌락을 즐기려고 했는데...


뒤에서 덥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무시무시한 악마로 돌변했다.


" 정말 나랑 놀거야? "


원래라면 누구냐며 벌벌 떨어야 정상 아닌가. 근데 이 여자는 날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거기서 1차로 소름이 돋았는데 2차 충격은 팔을 통해 전해져 왔다.


' 이 여자 뭔데 힘이... '


순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저건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저 여잔 괴물이었다.


" 아, 미안. 흥분해서 힘조절을 못했네. "


여자가 미안하다며 힘을 빼는 동시에 남자는 살기 위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쫓고 쫓기기를 벌써 10분째였다.


“ 어이, 나쁜 범죄자 양반. 나랑 놀자며. 근데 왜 자꾸 도망가? ”


여자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빠른 걸음으로 남자를 쫓았다.


‘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령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두번 다신 나쁜 짓 안 할게요! '


남자는 그를 만난 피해자들이 했던 기도를 그대로 따라하며 샛길로 빠져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로 들어섰다.


다행히 여자는 한 건물 앞에서 잠시 한눈이 팔려 있었다. 제 아무리 힘이 센 괴물이라 해도 어둠속에 은신한 날 찾아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저 여자가 갈 때까지 난 여기서 버틸 거다.


“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나쁜 아저씨랑 놀아줘야지! ”


이내 정신을 차린 여자는 개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 중에서 흘러드는 남자의 향취를 맡았다.


인간보다 후각이 천 배나 뛰어난 그녀는 금세 남자가 간 방향을 알아차렸다.


“ 골목에서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나는 괜찮은데, 아저씬 좀 힘들지 않으려나. 안 보일 텐데? ”


게임을 하듯 흥미진진한 여자의 목소리에 숨을 고르던 남자는 다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쫓아오지 말라고, 이 미친 악마야! ”


“ 나랑 놀자고 먼저 건든 게 아저씨잖아! 이제 막 재밌어지려는데 벌써 가려고? ”


여자는 일부러 남자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걸으며 사냥을 즐겼다.


세상에 나쁜 사람 천지라지만 진짜 나쁜 놈은 극히 드물었다.


이제야 그 별종을 만났는데 이대로 보내주라고?


누구 맘대로.


“ 미안하다고 했잖아! 너한테 관심 없으니깐 꺼져!"


남자는 달리면서 잠시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깜깜한 어둠만이 있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도 드디어 지친 걸까.


하긴. 남자보다 체력이 뛰어난 여자는 극히 드물었고, 특히 저렇게 여리여리한 여자들은 더욱 약해 빠졌다.


그래서 하룻밤 유희 상대로 골랐건만 오늘 제대로 똥밟았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철수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남자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인간은 이렇게 느려서 안 된다니깐. ”


그와 동시에 바로 앞에서 저승사자보다 오싹한 얼굴로 미소짓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 언제 저기로 갔지? ’


이미 몸이 굳어버린 남자의 머릿속에는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알 수 없는 의문으로 가득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 여자는 내 뒤에 있었다. 헌데 왜 이 여자가 나보다 앞선 거리에 존재하는 걸까.


“ 마침 나도 배가 고팠던 참이었는데 아저씨가 찾아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근데 아저씨 그거 알아? 실은 아저씨보다 내가 아저씨를 먼저 찾았어. 아저씨 주위에 어찌나 피냄새가 진동을 하던지 모른 척 넘어가 줄 수가 없었지 뭐야. 우리 아저씨 나쁜 짓 많이 했네? 난 나쁜놈들 피만 먹는데. 어쩜 우린 만나야 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어. ”


피를 먹는다고?


이 여자 제 정신이야, 뭐야.


“ 그러니까 너무 원망 마. 다 자업자득이니까.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자는 한 손으로 남자의 목을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공중부양하게 된 남자는 자신이 여자에게 한 손으로 들렸다는 충격에 오줌을 지렸다.


“ 너.. 뭐야..! ”


“ 잘가, 아저씨. 그리고 두번 다신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마. 또 태어나면 나를 만나게 될 테니까. ”


그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여자는 남자의 목을 바스라트려 버렸다. 그리고 손꼽아 기다렸던 목적을 수행했다.


이런 나쁜 놈을 찾아 헤맨 지 언 세 달. 그동안 쫄쫄 굶느라 신경이 예민해져 주위 사람들에게 성격파탄자란 소리를 들을 뻔했다.


급하게 허기를 채운 여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네. 여기 어디 골목인데요. 처리하러 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


여자는 나쁜놈의 시체를 처리해줄 청소부들을 호출한 뒤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와 좀 전에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거기엔 한 유도장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금도 힘이라면 건장한 사내들의 목가지를 단숨에 꺾어버릴 만큼 강력했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건 포스터 속 남자의 모습이었다.


' 드디어 만났다! 내가 꿈꾸던 건장하고 탄탄한 몸! '


여자는 세 명의 사내들 중 차우돈 관장의 사진에 시선을 고정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운명의 남자들 중에서 가장 건장하고 준수했다.


지난 번 남자는 평화운동을 한다며 자신의 몸은 내던지다가 일찍 죽어버렸는데. 이번 남자는 꽤 오래 살 팔자로 보여 안심이었다.


게다가 유도 관장이라니. 몸 하나는 기가막히게 건강할 거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이었다.


여자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건물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뜯어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 날, 여자는 주말 특수를 이용해 이른 아침부터 어제의 그 거리로 향했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물고기가 서식하는 곳으로 가야 하는 법. 차우돈을 잡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유도장에 등록하기로 했다. 차우돈의 도장은 오전 10시에 연다고 했으니 30분이나 일찍온 내가 당연 일등일 거다.


예상했는데...


“ 야, 대박. 나 포스터보고 냉큼 달려왔잖아! 여기 관장님들 존잘이야! ”


“ 나도! 운동하긴 죽기 보다 싫은데 어디 마다할 수가 있어야지! "


포스터의 위력이 상당했던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체육관 앞에는 20명이 넘는 여자들이 기다랗게 줄을 서 있었다. 다들 한 손에 포스터를 들고선. 역시 내 눈에 보기 좋은 건 남들에게도 보기 좋았다.


난 언짢은 얼굴로 가장 마지막 사람 뒤에 줄을 섰다.


“ 야, 넌 누구 타입이냐? 난 김관장님! 구릿빛 피부가 섹시하잖아! ”


물론 그 김관장이란 사내의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날렵한 눈매에 구릿빛 피부가 상당히 까칠해 보이는 것이 흡사 츤데레의 대명사 같았다. 허나 나에겐 오직 차우돈뿐이었다.


어제 난 그의 눈을 봤을 때 깨달았다.


이번 생에 내 남자는 이 남자뿐이구나. 이번엔 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겠구나.


아무리 경쟁자가 많더라도 애초에 그들은 내 상대가 안 됐다.


어린 애들은 가라 가. 이번 생에 저 남자는 이 언니한테 양보하고.


난 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백 년 남짓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


드디어 앞에 있던 여자들을 지나 내 차례가 왔다.


등록 데스크까지가 어찌나 멀어 보이던지, 혹 앞에서 차우돈의 수업이 마감됐을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 어떤 관장님 수업 들으시려고요? ”


“ 차우돈이요. ”


“ 여기 등록신청서 작성해주세요. ”


다행히 자리가 있었는지 데스크 직원이 등록신청서를 건네줬다. 난 서류에다 신상기록을 하나하나 채워갔다.


이름 오초희. 현재 나이 민증상으로 29세. 그게 이번 생에서 어렵게 얻은 내 신상정보였다.


그 외에 노란색 형광팬으로 표시돼 있는 기록을 모두 작성하고 나서 직원에게 다시 서류를 돌려줬다.


“ 매일매일 다 들으시겠다고요?! ”


서류를 확인한 직원의 눈이 돼지 콧구멍보다 더 커졌다.


“ 네.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요. ”


운동을 좋아하긴 개뿔. 타고난 신체 조건 탓에 운동을 안 한 지가 몇 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 그의 얼굴을 보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다.


혹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여자들이 침 바르면 안 되니깐. 매일 이 도장에 출근해서 최강의 골키퍼의 실력을 보여줄 거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간다는 말도 상대를 가려가면서 하자, 아가들아.


“ 그럼 내일부터 오시면 되겠네요... ”


직원은 뭐 이런 돌아이가 있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작전 성공.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경쟁자인 내 남자의 직장동료 하나를 기선제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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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6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20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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