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93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21 11:02
조회
12
추천
0
글자
10쪽

좀 더 적극적으로

DUMMY

“ 그래. 그러자. ”


우돈은 아무 생각없이 지연의 제안을 수락했다.



‘ 그러자? ’


오초희는 그의 반응이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엎어치기도 못할 정도로 날 아낀다고 난리를 피우더만 박지연이 나타나니깐 또 헤벌쭉해서 달려가?



“ 다 끝났으면 밥 먹으러 갈래? 내가 살게. ”


지연은 고마운 마음을 전할 겸 우돈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우돈이 오초희의 눈치를 살폈다.


또 지연이랑 밥 먹으러 가겠다고 놓고 가면 분명 싫어할 텐데. 그렇다고 지연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언니도 갈래요? ”


망설이는 우돈을 대신해 지연이 초희에게 물었다.


회장이 바라는 건 차우돈과 오초희를 떨어트려 놓는 거였다.


차우돈은 나를 좋아하니깐. 둘의 사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갈라놓을 수 있었다.



“ 아니요. 저도 약속이 있어서. ”


오초희는 없는 약속을 만들면서까지 그녀와의 합석을 거절했다.


박지연이랑 밥 먹는 것도 싫었지만 그 옆에서 박지연이 시키는 대로 다 해줄 차우돈은 더 꼴보기 싫었다.



“ 약속이요? 누구랑요? ”


회장을 만나고 온 후라 그런지 우돈이 초조해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리 한때 미묘한 연문을 풍기던 관계라도 오초희씨가 60대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만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 내가 오늘 무척 쓸쓸하고 그래서 나 안아줄 남자 만나러 가려고요. 뭐 불만 있어요?! ”


오초희는 김 관장한테만 보여주었던 도깨비 흉상을 하고선 차우돈에게 소리쳤다.


자기는 박지연이랑 꽁냥꽁냥한 주제에 내가 누굴 만나든 뭔 상관이래.


차우돈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장난없었다. 이렇게 외로울 바엔 차라리 치명적인 변태 자식에게 안기는 수밖에!



***



지연과 밥을 먹으러 나온 우돈은 앞에 놓인 초밥을 보고도 영 입맛이 돌지 않았다.



' 오초희 씨가 그 자식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설마 진짜 가진 않았겠지? '


젓가락을 쥔 그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는 자꾸만 고여 오는 마른침을 삼키려 몇 번이고 냉수를 들이켰다.



“ 입맛이 없어? ”


“ 아니. 속이 안 좋아서.. ”


제발 집에 들어가 있어라. 제발.


그의 온 신경은 모조리 오초희의 외출 여부에 집중돼 있었다.



“ 우돈아, 나 성당에 있으면서 많이 생각해 봤어. 역시 나한테는 너밖에 없더라. ”


지연이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손을 잡으며 말했다.


차우돈에게는 언제나 이런 방식이 먹혔다.


아무리 힘들게 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무장해제가 되어 언제나 다시 돌아왔다.



“ 아냐. 당연히 그래야지. ”


헌데 우돈은 영혼을 딴 데 팔아먹은 사람처럼 반사적으로 입을 움직였다.


내 일이라면 만사를 재쳐놓고 달려와줬던 차우돈이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은 그의 반응에 지연이 눈썹을 들썩였다.



“ 너 여자 생겼니? ”


경험상 남자들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여자밖에 없었다.


차우돈에게 나말고 다른 여자가 생긴 거다.


그 여자는 아마도 아까 유도장에서 봤던 오초희일 확률이 높았다.



“ 여자는 무슨. 그냥 얼마 안 있으면 유도 대회라서 신경 쓰여서 그래. ”


그리고 지금 그 대회에 출전할 미래의 챔피언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겠다며 뛰쳐나가가서 우돈은 미칠 지경이었다.


제발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500년 간 솔로였던 오초희라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을 아무 일로 만들까봐 걱정이었다.



“ 야, 차우돈. ”


우돈의 시선이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하자 지연이 불쾌한 듯 인상을 굳혔다.



“ 미안한데 지연아, 다 먹었으면 우리 그만 일어날까? 내가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


" 난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급한 일 있으면 그만 가 봐. "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지연은 자존심이 상해 오기를 부렸다.



" 그래. 그럼 나 먼저 가볼게. 천천히 먹고 와. "


우돈은 망설임 없이 지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떠난 자리엔 손도 대지 않은 열 피스의 초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연은 그 초밥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다른 게 좋아지면 거들떠도 않보는 게 인간이었다.


차우돈은 지금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뛰쳐나간 거다.



***



지연과의 식사를 마친 우돈은 부디 오초희가 얌전히 집에 있기를 택시에 올라탔다.



' 집에 없는 거 아냐? 아니면 샤워를 하고 있다거나.. '


괜한 걱정으로 한참 동안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벨을 눌렀다.



“ 누구세요. ”


다행히 집에 있어 우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나에요. 차우돈. ”


우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차 관장? 여길 왜.. ”


집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있던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차 관장이라면 박지연이랑 밥을 먹으러 간 그 불한당 같은 자식아니었나. 아직 밥 먹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긴 왜.



“ 그러니깐... 아까 쓸쓸하다고 해서... 안아주러 왔어요. ”


일단 집에 찾아오긴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우돈은 무척이나 쑥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는 마스크팩을 보니 마음이 다소 진정됐다.


이 상태라면 그녀의 얼굴을 보고 못할 말이 없을 거 같았다.



“ 나를 안아주겠다고요? 박지연 씨는 어쩌고요. ”


“ 그건.. 미안해요. 근데 난 오초희 씨가 걱정되고 그래서... ”


“ 뭐가 걱정되는데요? ”


“ 아까 그 자식한테 안기러 간다고 했잖아요! 내가 그 말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라서.. ”


우돈은 다른 여자와 밥 먹으러 간 주제에 여기까지 찾아온 자신이 염치가 없어서 말을 얼버무렸다.



“ 이래도 질투가 아니라고요? ”


오초희가 마스크 팩을 잡어 떼며 물었다.



“ 질투가 아니라.. ”


우돈은 쉽사리 자신의 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지연이가 있는데.


내가 아니면 지연이를 지켜줄 사람은 없는데.


근데 난 왜 이렇게 이 여자가 신경쓰이는 걸까.


왜 이렇게 안아주고 싶고 옆에 두고 싶은 걸까.



“ 이게 질투가 아니라면 난 지금 차 관장님 볼 이유가 없는데. 그만 돌아가 주실래요? ”


더는 이 바보 같은 남자의 갈팡질팡한 마음을 보기 싫었던 그녀가 문을 닫아버릴 기세로 강하게 말했다.



“ 그래요. 질투 좀 했습니다! 오초희씨가 그 자식한테 갈까 봐 미치도록 겁이 나서 왔다구요! ”


이것이 바로 연상녀의 노련미라는 거다. 차우돈은 그저 다 차려논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됐다.


아무리 박지연이 남자 여럿 잡아먹은 구미호라도 남자만 후리고 이용할 줄만 알지 전체적인 판을 까는 덴 아직 미숙했다.


반면 500년을 살며 세상 만사를 꿰뚫은 난 판 짜기의 달인이었다.



“ 일단 들어오세요. ”


우돈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자 그제야 오초희가 문을 활짝 열어줬다.


일단 딱 현관까지만.


여기서 더 치고 들어오려면 차우돈도 그 이상의 적극성을 보여야 할 거다.



***



한편 작전에 실패한 박지연은 패배의 쓴맛을 느끼며 최 회장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안주인 주현미였다.



“ 회장님은요? ”


지연은 다녀왔다는 인사도 없이 바로 회장을 찾았다.



“ 서재에요. 그건 왜요. ”


그녀를 대하는 주현미의 태도도 싸늘하기만 했다.


어쨌든 둘은 최 회장의 총애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주현미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지 않도록 경계해야 했다.



“ 왜긴요.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 그런 거죠. ”


지연의 싸가지 없는 말투에 주현미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곤 한 손으로 박지연의 머리채를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 내가 회장님을 모시는 사람이지 널 모시는 사람은 아니니까 예의 제대로 갖춰서 얘기해. 안 그럼 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해줄 테니까. ”


그동안 주현미는 이 집을 거쳐간 수많은 여자들을 봐 왔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단명한 여자들이 박지연처럼 가진 것에 비해서 주제넘게 행동하는 싸가지들이었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회장의 귀에 그들이 숨기고 싶은 정보를 흘려줬다.


가령 다른 기둥 서방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회장이 준 돈으로 엄한 짓을 한다거나.



“ 저한테 이러는 거 알면 회장님이 화내실 텐데요? ”


주현미가 밀어붙일 수록 지연은 눈을 더욱 부릅 뜨고 말했다.


날 여기로 대려온 건 다름 아닌 회장이었다. 그만큼 내가 회장에게 중요한 인물이라는 거다.


제 아무리 사모님이라도 회장님이 아끼는 여자에게 함부로 굴었다간 쫓겨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이 여자가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지 모르겠다.



“ 해봐. 회장님이 눈 하나 깜짝하는지. ”


주현미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허튼 믿음을 품고 있는 박지연을 비웃었다.


얘가 아직 새로운 신참이라 모르는 모양인데 회장에게 중요한 사람은 공주님이란 여자 하나뿐이었다.


것도 모르고 자기만은 특별하다고 건방 떨던 여자들이 어떻게 된 줄 알면 이 여자도 살기 위해서 겸손이란 걸 배우게 될 거다.



***



주현미의 경고를 무시하고 회장의 서재에 올라간 지연은 회장을 보자마자 좀 전의 있었던 일을 고자질 했다.



“ 글쎄요, 사모님께서 제 머리채를 잡으면서 알아서 나가지 않으면 가만 두시지 않겠단 거에요. ”


때마침 지연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 그럴 여자가 아닌데. 네가 맞을 짓을 했나보지. ”


아내에 대한 신뢰가 생각보다 견고했던지 회장은 되레 지연을 탓했다.



“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세요. 제가 잘못할 일이 뭐가 있다고요... ”


지연은 차우돈에게 그랬던 거처럼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회장의 동정심을 사려 했다.


그건 회장의 성미를 모르고 한 발칙한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