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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00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4 11:18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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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DUMMY

***



“ 집에 데려다 준다니까요. ”


“ 됐어요. 그만 들어가요."


집에 데려다 준다는 대도 우돈은 끝까지 그녀의 성의를 거절했다.



" 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요. “


그렇게 돌아서는 오초희의 등이 우돈에게는 유독 작아보였다.


미래의 챔피언이라서 엄청난 천하장사인 줄만 았았는데.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여자였다.


보호해주고 보다듬어주고 싶은.



“ 오초희 씨. "


우돈이 들어가려는 그녀를 다시 불러 세웠다.



“ 왜요. ”


돌아선 오초희의 눈이 하도 울어서 퉁퉁 부어있었다.


헌데 그 모습이 우돈의 눈에는 괴상하지 않고 만화 캐릭터처럼 귀여워 보였다.


마치 통통한 타코야키 두 개를 눈에 달고 있는 거 같달까.


손가락으로 한번 쿡 찔러보고 싶었다.



“ 오늘 고생 많았어요. 들어가서 푹 쉬어요. ”


처음으로 들은 차우돈의 위로의 말에 오초희는 코끝이 찡해졌다.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주면 여자들이 또 겁나 오해하는데. 이 남자는 바보라서 그런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박지연을 위해 나한테 영혼까지 팔려던 남자에게 뭘 기대할까.



“ 차우돈 씨도 집에 조심히 가요. 괜히 돌아다니다가 맞고 다니지 말고! ”


오히려 이 남자가 걱정이었다.


이 바보가 또 건장한 체격만 믿고 쓸데없이 나서서 몰매를 맞고 다니진 않을지 마음이 불안했다.



“ 내가 언제 맞고 다녔다고 그럽니까! ”


그게 창피했던지 우돈이 얼굴이 시뻘개져선 소리쳤다.



“ 저번에 공원에서 배 한 대 맞았다고 사람이 오징어처럼 꿈틀거리던데. "


" 그건 갑자기 기습을 당해서...! “


“ 선공을 날린 것도 차우돈씨던데. ”


내가 못 봤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


난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에 숨어 차우돈이 당하는 장면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 들어가요, 얼른! ”


여기서 더 초라해지기 전에 우돈은 황급히 그녀를 들여보냈다.


무슨 일이 있었어도 그 때 그 대장놈을 일격에 처단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반격을 당해 평생 놀림감이 되게 생겼다.


오초희 씨가 날 얼마나 허약하고 한심한 남자로 볼까.


이러다가 이런 스승 밑에서는 못하겠다고 도망이라도 갈까봐 걱정이었다.


나는 언제쯤이면 그녀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련지...



“ 택시! ”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에 택시가 왔고, 우돈은 집주소를 말한 뒤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게도 오초희씨가 눈물의 질주를 하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500년이나 살았다고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슬픈 일들을 많이 겪었을까.


왠지 모르겠지만 더는 그녀를 울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제자의 멘탈을 관리하는 것도 스승의 해야할 일이니깐. 적어도 내가 곁에 있는 시간만큼은 그녀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



그 날 이후 우돈은 오초희 회원님에게 유독 애틋해졌다.


다들 준비 운동으로 뒷구르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오직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어어? 안 되는데! 그렇게 하면 위험하다고! '


오늘도 그녀는 타고난 저질 체력 탓에 뒷구르기 대신에 혼자 물구나무를 서며 그의 심장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목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나에겐 스승으로서 그녀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었다.



“ 오초희 회원님. 회원님은 열외입니다. ”


“ 네? 왜요? ”


“ 다른 회원님들 방해가 되잖아요. 저쪽으로 나와 있으세요. ”


그런 괴상한 핑계를 댔지만 더이상 그녀가 괴상한 꼴로 나자빠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돼서 너무도 마음이 놓였다.


그러니까 잠시 거기서 쉬고 있으라고요, 오초희 씨.


힘든 훈련은 우리끼리만 할 테니깐.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외의 엎어치기와 굳히기 수업에서도 오초희는 번번히 열외 판정을 받았고 결국 다른 원생들에게 원망을 샀다.



" 뭐야. 차 관장은 왜 저 여자만 빼주는데. "


" 둘이 특별 훈련한다더니만 몰래 특급 기술 알려주려고 하는 거 아니야? "


" 어쩐지. 저 여자가 눈웃음 살살 치고 다닐 때부터 이상하더니만. "


차라리 안 듣는 게 편할 텐데 뛰어난 청력 덕에 오초희는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모조리 감내해야 했다.


이게 다 차우돈 때문이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날 열외시키는 바람에 나만 몰래 특급 기술을 전수받는 불여시가 되어버렸다.


설마 나 욕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나...


그래서 날 울게 하려고.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차 관장. 아무리 그래봤자 욕 먹는 걸로 내 눈에 눈물 한 방울도 안 떨어질 테니까.



***



그의 특별 대우는 특별 수업에서도 계속됐다.


오초희를 엎어쳐야 하는데 우돈은 차마 그녀를 매몰차게 내칠 수 없어 몇분 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어제 흘린 눈물이 이 가슴에 박혀버렸는데 어떻게 내치냐고. 차라리 내가 바닥에 꽂힐 때가 마음이 더 편했다.



“ 뭐해요? 훈련 안 해요? "


오초희가 답답해서 물었다.



" 못 하겠어요. “


결국 우돈이 체념한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그동안 잘만 엎어쳤잖아요! 훈련해야죠, 훈련! 시합 준비 안 해요? ”


" 아, 그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거 같네요. 오초희씨한테 시합은 아무래도 무리겠어요. "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우돈은 고심에 빠졌다.


시합에 나가면 분명 쟁쟁한 상대들이 많이 나올 거다. 그럼 오초희씨가 처참히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텐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 왜요? 그럼 지금 이 훈련도 다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훈련 또한 시합에 나가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수업이었다.


허나 우돈은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대회는 안 나가도 훈련은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 아, 몰라요. 일단 오초희 씨가 나를 엎어쳐요. ”


그럼 방법은 단 하나. 시합에 나가는 척 하면서 오초희씨가 나를 엎어치게만 하는 거다.


시험이야 뭐. 경기 당일에 적당히 눈치 보다가 감독 재량으로 흰수건을 던지면 그만이었다.



“ 진짜 후회하지 마세요. ”


차우돈의 실수는 오초희는 참말로 진심으로 차우돈을 엎어치고 싶어 벼르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거다.


그 날 밤, 한국유도관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려는 한 남자의 애절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결국 오초희에게 패대기만 쳐지다가 수업이 끝난 우돈은 그것마저도 아쉬웠다.


허리는 아파죽겠는데 왠지 뭔가를 더 해야할 것만 같았다.


오늘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매 순간이 아쉽고 아까웠다.



“ 밥 먹고 갈래요? ”


스승이 제자의 식사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니깐. 우돈은 그렇게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붙잡고자 했다.



“ 나랑 밥을 먹겠다고요? ”


오초희는 황급히 창가로 가서 오늘 해가 서쪽으로 떴나 확인했다.


그동안 먼저 먹자 해도 바람만 맞추던 사람이 갑자기 먼저 밥을 먹자고 하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설마 이 남자 죽을 병에라도 걸렸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인심을 베풀어주는 건가.



“ 네. 제가 살게요. 뭐 좋아해요? ”


심지어 메뉴까지도 내가 좋아하는 걸 먹어준댄다.



“ 저는... 아무거나 잘 먹는데요.. ”


“ 그럼 이 근처에 파스타집 있는데 거기 갈래요? ”


우돈은 말라빠져 맥아리가 없어 보이는 오초희에게 맛있는 것 좀 먹이고 싶었다.


제자의 영양상태를 관리하는 것 또한 스승의 몫이니깐.


아무튼 지난 번에 지연이와 갔던 그 파스타집이 분위기도 좋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거기라면 오초희 씨도 분명 좋아할 거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우돈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일었다.



***



결국 두 사람이 온 곳은 순대국밥집이었다.



“ 더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요! 국밥이 뭐에요. "


우돈은 오초희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해 몹시도 불만이었다.


피자, 돈가스, 파스타 등등등. 맛있는 게 지천으로 널렸는데 왜 하필 순대국밥일까.


물론 그 역시 순대국밥을 좋아라 했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한 것을 좀 사주고 싶어서 그런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이런 거 말고 좀 더 의미있고 분위기 좋은 그런 거 말이다.



“ 나한테 이게 제일 맛있는데요. ”


“ 그럴 리가요. 괜히 나 배려해서 그러는 거죠? 내가 느끼한 거 못 먹을까 봐! ”


아니라고. 진짜 내가 좋아해서 이런다고.


500년 전 지겹게도 먹었던 국밥이 지긋지긋해서 지난 500년 동안 국밥을 끊었더니 슬슬 먹고 싶어지던 참이었다.


옛 추억에 휩싸일 겸 오늘 한번 먹어보겠다는데 차우돈이 앞에서 불같이 성을 내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내 입으로 내가 좋아하는 국밥을 먹겠다는데 이 남자는 왜 저렇게 불만이 많을까.



“ 다음엔 내가 진짜 맛있는 거 사줄 거에요! ”


“ 그래요. 어디 한번 사줘 봐요. ”


차우돈의 오기는 대충 무시하고 난 순대국에 들어있는 고기와 순대를 접시에 빼놓고 찬찬히 식혀 먹었다.


이게 내가 순대국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니 터치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각자 취향대로 먹자고.


그걸 유심히 지켜보던 차우돈이 갑자기 자기 국밥에서 순대와 고기를 건져 내 접시에 덜어줬다.



“ 뭐에요? ”


“ 오초희 씨 많이 먹고 살 좀 찌라고요. 그러다 진짜 쓰러져요. ”


살다 살다 이런 걱정은 처음 들어봤다.


아무래도 차우돈이 내 정체를 그새 망각한 거 같았다.


보시다시피 난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찔뿐더러 절대 쓰러질 일도 없었다.


그건 내가 지난 번에 다 설명한 거 같은데.



“ 이번엔 얼만데요. ”


답은 이것뿐이 없었다. 이 남자 분명 돈이 필요해서 이러는 거다.


어쩐지 오늘따라 유독 나에게만 각별하다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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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3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20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20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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