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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94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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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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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DUMMY

“ 네? 뭐가.. ”


갑자기 얼마가 필요하냐는 오초희의 말에 우돈이 당황한 얼굴로 반문했다.



“ 지금 나한테 돈 빌리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말해봐요. 얼만데 이러는데요. ”


“ 나 이제 오초희 씨한테 돈 안 빌려요. ”


“ 왜요? 난 진짜 빌려줄 생각이었는데. ”


있는 건 돈 뿐이요, 없는 건 사랑이었기에 그녀의 금고는 언제나 차우돈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짜로 빌려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난 남자에게 눈이 멀어 내 전부를 내어주는 호구가 아니니깐. 차우돈이 나를 배신하는 날에는 이자까지 쳐서 한번에 다 받아낼 거다.


거기에 무력과 폭력이 행사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 우리 돈 얘기 말고 다른 얘기해요. 오초희씨는 집에 가면 뭐해요? ”


돈 얘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우돈이 급히 화제를 바꿨다.



“ 나야... 일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


“ 그렇구나. 그럼 오초희씨는 무슨 일 해요? ”


실례인줄은 알지만 우돈은 그녀가 무슨 일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지 궁금했다.



“ 번역이나 글을 쓰는데요... 다른 사람들한테 얼굴을 보여선 좋을 게 없으니까... ”


“ 우아. 대단하다. 그럼 오초희 씨는... ”


그 후로도 그녀에 대한 차우돈의 시시콜콜한 질문은 끝이 없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대답을 해주긴 했는데, 돈도 아니라면서 나한테 이렇게 깊게 파고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한테 얻을 게 또 뭐가 있다고.


그때 국밥집 티비에서 8시 뉴스의 시작을 알리는 효과음이 들렸다.


무심코 본 화면엔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 저 남자 연예인병에 걸렸나. 자기가 뭐라고 가면을 쓰고 다녀. '


오초희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자연스럽게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 한국 그룹의 최재철 회장이 모교에 10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


가면은 괴상하긴 해도 꽤 좋은 일을 하는 사람 같아 마음에 들었다.


부자라면 응당 저래야 하는 법이다.


자신이 번 만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


나 역시 그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하기 위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차우돈에게 흔쾌히 돈을 빌려준 거다.



“ 근데 저 남자는 왜 가면을 쓰고 있대요? ”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한국 소식에 대해선 완전 금시초문인지라 난 차우돈에게 물었다.



“ 아, 최재철 회장이요? 젊었을 때 집에 화재가 났다나 봐요. 그래서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자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서 저렇게 가면을 쓰고 다닌대요. 한 여름에도 긴 팔만 입고 다니더라고요. ”


내 사연만큼이나 그의 사연도 절절하여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 그럼 저 사람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는 거네요? ”


“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서 본인도 보이길 꺼려한대요. 그래서 절대 가면을 벗지 않는대요. 사진 보니깐 학창 시절에 엄청난 미남이었던데 참 안타깝네요. ”


엄청난 미남이라는 말에 오초희의 눈에 생기가 일었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법. 미남을 만나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 아름다움은 외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도 나왔다.


본인이 어려운 일을 당하고도 남을 돕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을 거다.



“ 그래서 결혼은 하셨대요? ”


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어쩌면 그가 진자 보살이 말한 내 운명의 사랑일지도 몰랐다.



“ 했죠. 벌써 연세가 67세신데. ”


“ 아... ”


이 지구에 살아있는 건 웬만하면 나보다 다 연하겠지만 그래도 외모 나이가 안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 미친 동안 외모에 가정 있는 67세의 연하남을 만나고 다녔다가는 신문에서 불륜이니 뭐니 듣기 더러운 스캔들만 쏟아낼 게 분명했다.



“ 근데 왜 이렇게 아쉬워해요? 설마 오초희 씨도.. ”


오초희 씨도 역시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우돈은 자신만을 따라다니던 스토커의 변심에 몹시도 서운했다.


사람이 돈이 전부가 아닌데.


나에게는 그보다 더 훌륭한 몸과 마음을 있는데.


착잡한 심정에 그는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순대국을 괜히 수저로 휘저었다.



“ 많으면 좋죠. "


“ 역시.. ”


그녀의 확답에 우돈은 어깨가 축 쳐졌다.


역시 남자는 돈이 중요한 거였구나.


그래서 오초희 씨는 내가 돈을 빌리는 순간부터 나한테 관심이 사라졌겠구나.



“ 근데 난 굳이 필요없어요. 내가 많으니까. ”


오초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 그녀가 너무도 멋져서 우돈은 그만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이 여자는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가장 멋졌다.


예쁜데 돈도 많고, 특히 마음씨는 더더욱 예뻤다.


김 관장 말대로 이런 여자가 날 좋아해준다면 그야말로 땡큐아닐까.



“ 그냥 주위에 여자만 없으면 돼죠. 웬 거지같은 첫사랑만 달고 다니지 않으면 전 언제든 오케이입니다. ”


하지만 차우돈은 그녀의 기준에서 이미 예선 탈락이었기에 다시금 침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웬 거지같은 첫사랑을 달고 다닌다는 남자가 마치 자신인 것만 같아서.


그 첫사랑을 위해 오초희 씨에게 돈을 빌리고 울기만을 종용한 것만 같아서.


그는 식어버린 순대국 홀짝이며 지나간 나날들을 후회했다.



***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도대회 출전 신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돈은 아직도 그녀의 출전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오초희 씨가 마동순을 날려버리고 건장한 형님들과 7 대 1로 싸워서 이긴 건 맞긴 맞는데, 괜히 대회에 내보냈다가 다치기라도 하는 날엔 두 발 뻗고 못 잘 것만 같았다.


같이 대회에 나가자고 꼬셔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를 어쩐담.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그의 헛된 고민을 방해라도 하듯 때마침 관장실 전화가 울렸다.



< 여보세요. >


< 전 한국 일보 이지금 기자라고 합니다. >


< 네. 기자님께서 어쩐 일이세요? >


그녀는 우돈도 몇번 인터뷰했던 기자였다.



< 이제 도대회 예선 신청이 시작됐잖아요. 그래서 관장님을 취재하고 싶은데. >


< 저를요? >


< 네. 관장님께서도 나가서 우승했던 대회잖아요. 후배들을 위해 조언해주신다 생각하고 인터뷰 한번 해주시죠. >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도 이지금 기자의 서글서글한 미소가 눈에 선했다.



< 네. 그러죠 뭐. >


< 그럼 내일 유도관으로 찾아갈게요. >


후배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우돈은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고, 이지금 기자는 바로 다음 날 도장으로 찾아왔다.


하필이면 수업이 있는 4시 타임에 맞춰서.



“ 안녕하세요, 관장님! ”


그녀는 혼자만 온 게 아니라 사진을 찍어줄 카메라맨도 함께였다.



“ 제가 곧 수업인데... ”


우돈은 미리 정확한 약속 시간을 잡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


이러면 회원님들이 불편해 할 텐데.



“ 잘 됐네요. 그럼 전 저기 구석에서 훈련하는 모습 찍고 있을 게요. "


이지금 기자와 카메라맨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촬영을 시작했다.


하는 수없이 우돈은 그러라 하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회원님들께 양해를 구했다.



“ 오늘 한국신문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요. 다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


“ 그러세요. 우린 상관없으니까. ”


다른 회원들은 모두 괜찮다고 했지만 오초희는 카메라를 보고 좌불안석이었다.



‘ 내 얼굴이 나가면 안 될 텐데... ’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 영원히 늙지 않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까딱하다간 실험실 쥐가 되어 평생 주사바늘에 꽂혀 살 게 될 거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우린 최대한 얼굴을 들어내지 않고 숨어 살아야 했다.


물론 신문에 나간다고 해서 바로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았다.



“ 오초희 씨, 왜 그래요? ”


그녀의 난처한 얼굴을 읽고 우돈이 다가와 물었다.



“ 나 사진 찍히면 안 돼요. 알죠? ”


그녀가 근심어린 얼굴로 속삭였다.



" 알았어요. 나만 믿어요. "


여기서 유일하게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던 우돈은 굳은 얼굴로 이지금 기자에게 다가갔다.



“ 죄송한데요. 저희 회원님들 중에 얼굴 나오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계셔서요. ”


“ 걱정마세요. 최대한 차 관장님 위주로 찍을 테니깐. 나중에 모자이크 처리도 해드릴게요! ”


역시 말이 잘 통하는 기자였다. 이래서 우돈은 그녀가 요청하는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고 늘 수락했던 거다.



“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확답을 받고 우돈은 수업을 계속 진행했고, 이틀 후 발행된 기사에는 차우돈과 모자이크 된 회원님들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다만, 그 날도 열외 판정을 받고 창가에 혼자 멀찌감치 빠져 있던 오초희만은 모자이크의 연막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기사를 본 최재철 회장이 가면 속에서 요묘하게 미소지었다.



“ 어디 갔나 했더니 이런 곳에 숨어 있었네? 우리 공주님. ”


어쩐 일인지 화상 때문에 늘 끼고 다니던 장갑을 벗은 그의 손은 잡티 하나 없이 희고 곱기만 했다.



***



이른 아침 기사를 확인하다가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 오초희 부리나케 차 관장에게 뛰어갔다.



“ 내 얼굴 안 나오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나만 믿으라며! ”


역시 이 남자는 얼굴만 잘생기고 몸만 좋았지 나머지 면에서는 뭐 하나 건질 게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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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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