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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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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1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13 10:02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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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DUMMY

“ 그 반지가요? 그럼 그 사악한 영혼의 주인이 오초희 씨? ”


그러고 보니 우돈은 그 반지를 본 기억이 있었다.


지난번 처음으로 오초희네 집에 방문했을 때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다이아반지에 잠시 마음이 요동쳤었다.


그땐 회원님꼐 돈을 빌리기 전이라 더더욱 탐이 났었더랬다.


어떻게 그 반지가 지연이 손에 있는지...



" 사악하다뇨! 어쨌든 제 반지는 맞아요. 애초에 내 반지를 훔쳐간 사람이 박지연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


혹 차우돈이 박지연의 잘못을 나에게 텀터기 씌울까봐 미리 확실히 해뒀다.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지연이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겁니까? ”


차우돈의 말에 난 콧방귀를 꼈다.


박지연이 시가 3억에 달하는 내 반지를 훔쳐갔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단다. 어이가 없어서.


설령 해결책을 알게 되더라도 괘씸해서라도 안 알려줄 거다.



“ 나야 모르죠. 내가 건 저주가 아니니깐. ”


“ 오초희 씨 반지라면서요! 근데 왜 본인이 몰라! ”


“ 난들 아나. 훔쳐간 인간이 알아서 해야지. ”


“ 오초희 씨! ”


“ 아, 진짜 모른다구요! 훔쳐간 인간들이 다 죽어버려서 풀어준 적이 없다고! ”


답답한 마음에 나도 소리쳤다.


알아도 안 알려줄 생각이었지만 정말로 나는 몰랐다.


근데 뭘 어쩌라고.



“ 그래도 뭔가 있을 거 아니에요. 간혹 증상이 좋아졌다거나 그런! ”


이런 미신은 안 믿는다면서 증상이 좋아진 사람을 찾는 걸 보니 잘만 믿는 모양이었다.


증상이 좋아진 아이라면 있기는 했다.


프랑스에서 잠깐 살았을 시절 한 꼬마 아이가 내 반지를 훔쳐간 적이 있었다.


헌데 그 아이가 아픈 엄마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반지를 훔쳤단 사실을 알았을 때 500년 전에 약 한번 못 써보고 끙끙 앓았던 부모님이 생각나 눈물이 났었다.


그때 눈물 한 방울이 반지 위로 떨어졌는데 반지가 저절로 아이의 손에서 빠지더니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 아이 외엔 모두 전멸이었다.


내가 박지연을 위해 눈물 흘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그 사실을 차우돈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 모든, 모든 다할게요! 영혼을 바치라고 하면 영혼도 바칠게요! ”


차우돈이 두 손 모아 간절히 애원했다.



“ 영혼은 됐고, 그럼 그 심장을 나한테 주세요. ”


“ 제 심장으로 뭐하려고요? ”


순간 우돈의 머리에는 그동안 봐왔던 영화들이 짬뽕되어 최악의 공포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나쁜 놈들이 인간의 심장으로 했던 짓들엔 꽤 여러가지가 있었다.


가령 심장을 먹는다거나. 아니면 팔아버린다던가.


오초희씨는 500년이나 살았다고 했으니 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 심장을 먹고 영생을 누리려는 거다.



“ 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냥 그 심장은 나한테만 반응하라고요! 나만 좋아하고, 나만 아끼고! "


“ 아, 난 또... ”


우돈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한테 바라는 것이 사랑이라니. 과연 스토커다운 발상이었다.



“ 싫으면 말고! ”


“ 누가 싫다 했습니까! 가져요, 내 심장! 이번 생에만 말고 다음 생에도! ”


그렇게 차우돈의 심장을 건 둘만의 계약이 성립되었다.


이제 차우돈의 심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었다.


진즉에 이렇게 할 걸.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지난 500년 동안 나는 왜 발품을 발아가며 개고생을 했던 걸까.



***



“ 그러니까 이 반지에다가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기만 하면 된다고요? ”


난 해결책을 전해들은 차우돈과 함께 박지연이 잠들어 있는 침대 맡에 앉았다.



“ 예. 그때 그 꼬마만 내 눈물을 얻어 무사할 수 있었어요. ”


“ 그럼 우세요. ”


차우돈이 손을 뻗으며 내가 울 멍석을 깔아줬다.



“ 좀 기다려봐요! 내가 연기자도 아니고 어떻게 바로 눈물을 흘립니까! 슬프지도 않은데. ”


차우돈에 성화에 못 이겨 눈에 힘을 바짝 줘봤지만 30분째 눈물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간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았더니 어느새 눈물이 매말라버린 모양이었다.



“ 잠깐만요! 눈물 참기 챈린지! "


그런 나를 울리기 위해 차우돈이 휴대폰에서 동영상 하나를 틀어줬다.



“ 이게 눈물 참기 챌린지라는 건데 이거 보고도 안 울면 인간이 아니래요. ”


그렇게 편집된 몇 편의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부부에서부터 부모님까지 온갖 가정사가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속상하고 슬프긴 한데... 어쩌라고.


여기 있는 스토리를 전부 합해도 내 인생사에 비하면 희극일 뿐이었다 .



“ 미안한데 내가 인간이 아니라서. ”


“ 그럼 잠깐만요. ”


이것도 아니다 싶었는지 차우돈이 냉장고로 가서 파와 마늘을 잔뜩 가져왔다.



“ 이건 왜.. ”


이거 먹고 사람이나 되라고?


그 마음 씀씀이가 서운해서 눈물이 다 나오려고 했다.



“ 기다려봐요. 곧 신호가 올 거니까. ”


그렇게 차우돈과 나는 인간이 되길 소망했던 곰과 호랑이처럼 마늘과 파를 노려보며 각자의 소망을 빌었다.


헌데 온다던 그 신호는 나에게 오지 않고 차우돈에게로 몰빵해서 갔다.



“ 오초희 씨는 사람이 메말랐어! 사람이 어떻게 안 울 수가 있냐고!! "


눈이 아리는지 벌겋게 충혈된 차우돈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꼈다.



“ 차 관장 아까부터 말이 심하다? 내가 울기 싫어서 이러냐고! 자꾸 이러면 나 확 잠수타버린다?! ”


“ 잘못했습니다. ”


자기도 잘못했다는 걸 아는지 차우돈이 시린 눈을 껌뻑이며 정중히 사과했다.



“ 그러면 됐어요. ”


난 쿨한 사람이라 사과 한방이면 뭐든 충분했다.


괜히 짜증 내서 얼굴에 주름 하나 늘 바엔 차라리 잊고 사는 게 피부 미용에도 좋았다.


다른 인간들은 그 쉬운 사과를 안 해서 박지연처럼 경을 친 거고.



“ 그러지 말고 좀 울어봐요. 아, 오초희 씨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에요? ”


“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생각은... ”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렴풋이 엄마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날, 나 하나만은 잘 키우시겠다고 힘든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갔던 부모님은 오랑캐들의 습격을 받고 돌아가셨다.


그때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해 얼마나 한이 됐는지 모르겠다.



‘ 성공해서 꼭 효도해드리고 싶었는데.. ’


아직 인간의 마음이 남아 있었는지 순간 오초희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그것도 잠시.



“ 어, 운다! 더 해봐요, 더! "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차우돈 덕분에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버렸다.



“ 아, 몰라! 안 해! ”


가뜩이나 부모님 생각에 기분이 꿀꿀해 죽겠는데 날 울리고 싶어 안달난 이 남자 때문에 짜증이 배가 됐다.


진자 보살이 말한 내 운명의 사랑을 위해서라도 차우돈은 이제 그만 포기해야 될까 보다.



***



결국 난 우는 데 실패했고 차우돈은 임시방편으로 박지연을 성당에 데려가기로 했다. 왠지 그곳에 가면 신이 시켜주실 거 같단다.



“ 근데 나는 왜 가야하는 거죠? ”


그 상경길에 나도 포함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난 무척이나 떨더름했다.



“ 그야 오초희 씨 반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


이 남자는 기껏 말해줘도 도돌이표였다.


그러니까 이게 다 내 반지를 훔쳐간 박지연 잘못이라고!


도대체 몇번을 말해줘야 알아듣겠냐고, 이 바보야!



“ 근데 내가 왜 운전까지 해줘야 하는 거냐고요. ”


“ 그럼 눈물을 흘리시던가요! ”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운전에 집중한 결과 우리는 빠르게 강원도에 있는 성당에 도착했다.


이곳이 차우돈네 부모님께서 신을 섬기는 신전이라고 했다.


그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요즘 무당집에 드나든 사실을 아실까 모르겠다.



“ 오초희 씨는 밖에서 기다려요. ”


“ 와.. 기껏 여기까지 운전해줬는데 난 밖에서 기다리라고요? ”


하물며 내가 모시던 주인집 마님께서도 날 이렇게 대우한 적은 없었다.


차우돈은 대체 지가 뭐가 되기에 나를 이렇게 박대하는지 엄청난 미스터리였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요. 님이 전생이 무엇이었건 나를 이렇게 막대하면 안 된다니까.



“ 다 오초희 씨를 위해서 그런 건데... 들어가면 타죽거나 그러지 않아요? ”


그가 본 영화에서는 나와 같은 존재들이 다들 그런 식으로 불에 타 죽었던 모양이다. 영화가 사람을 버려놨다.



" 그냥 혼자 갔다오세요. "


이것저것 설명하기가 귀찮아 난 그냥 밖에 있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다시 운전기사 노릇을 하며 귀갓길에 올랐다.


차우돈이 날 어떤 의도로 불렀는지가 명확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반지 주인이라서 부른 거라고?


개뿔. 그냥 택시가 필요했던 거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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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고 유발자 22.06.23 8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4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4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19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4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39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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