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98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22 13:44
조회
23
추천
0
글자
9쪽

나 지금 뜨거워요

DUMMY

“ 우돈아, 이 여자 말하는 거 봐. 나보고 죽으래. 넌 이런 여자가 좋다는 거야? ”


누가할 소리를. 오초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선수치기 한 박지연을 보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말이 떠올랐다.



“ 오초희 씨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잖아.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 우리도 나갈 거야. ”


듣다 못한 우돈이 불쾌한 얼굴로 박지연을 내보냈다.


차우돈이 제 발로 찾아온 박지연을 쫓아내다니. 그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



박지연을 따돌리고 우돈은 오초희에게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우겼다.


지난번에도 그 변태 회장에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왠지 오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오초희가 집까지 무사히 들어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일 거 같았다.



“ 괜찮겠어요? ”


오초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우돈이 오늘 박지연을 매몰차게 내보낸 것은 그 자리에 내가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래도 박지연이라면 사죽을 못 쓰던 남자인데, 정신적 타격이 없진 않을 거다.



“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요. "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우돈은 몇 년 묵은 변비를 해결한 듯 시원한 얼굴이었다.



“ 그렇게 무리할 거 없어요. 나 그 정도 이해심은 있어요. ”


그녀도 좋아했던 사람을 한순간에 멀리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500년 전에 만났던 그 도령을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에 고이 담고 있겠나.



“ 차 관장이 뭐에요. 정 없게. ”


이젠 차우돈이 이런 앙탈도 부릴 줄 알고. 모든 면에서 그는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 그럼 뭐라 부를까요? 우돈아, 차우돈씨? 말만 하세요. ”


“ 내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은 애칭이 있었는데.. ”


“ 그게 뭔데요? ”


“ 자기야. ”


“ 오우, 자기가 뭐야! ”


남사스러운 애칭에 오초희가 호들갑을 떨며 우돈의 팔을 찰싹 때렸다.



“ 왜요. 난 그렇게 부르고 싶은데. 자기야. ”


우돈이 전에는 보여준 적 없던 달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불렀다.



“ 그래. 자기야. ”


오초희도 망설임없이 그 애칭을 흡수했다.


자기란 애칭을 쓰고 싶었던 건 이쪽도 피차일반이었다. 그간 부를 상대가 없어서 그렇지 이 입은 늘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그러니까 그 변태 회장한테 가면 안 돼요. 공주님보단 자기가 훨씬 듣기 좋잖아. ”


“ 공주님도 나쁘진 않은데... ”


“ 오초희씨! ”


회장과 자신을 사이에 두고 간을 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우돈이 발끈했다.



“ 농담. 역시 난 자기가 더 좋네요. 여러모루. ”


오초희는 자기의 자기를 보며 눈웃음을 쳤다.


비록 공주님이란 가질 수 없는 신분에 미련이 남았지만 어차피 신분제도가 사라진 마당에 공주님보다는 자기가 듣기에도 부르기에도 훨씬 나을 거다.



“ 나 놀리지 마요. 자기만 보면 안 그래도 심장이 벌렁이니까. ”


“ 우아,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


오글거리는 말도 잘만 내뱉는 그를 보며 오초희는 깜짝 놀랐다.


이 남자가 정녕 날 앞뒤로 구르게 하고 엎어치기를 일삼던 그 차 관장이 맞단 말인가.



“ 나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위급하니까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



***



아무래도 유도장 사람들에겐 둘의 사이를 비밀로 해야 할 거 같아 두 사람은 작전을 도모했다.



“ 그러니까 나를 막대해야 사람들이 의심을 안 한다고요. 저번처럼 열외니 뭐니 봐줬다간 백퍼센트 눈치 챌 거에요. ”


작전은 나이가 훨씬 많은 오초희의 리드로 정해지게 됐다.



“ 하지만 나는 자기가 다칠까봐..! ”


“ 안 다칠 거란 거 알잖아요. 그냥 맘대로 굴리라고요. 무쇠보다도 단단한 몸이니깐. ”


오초희가 자신의 팔뚝을 치며 어쩌면 차우돈보다 강할지도 모를 자신의 강인함을 자랑했다.



“ 그게 안 믿긴다니까요. 이렇게 연약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냐고. ”


우돈이 가녀린 그녀의 팔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놀라움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터치였지만 피부와 피부가 맞닿다보니 서로의 온기가 전해졌고, 그 온기가 알 수 없는 욕망에 불을 지폈다.


그 욕망은 인간인 차우돈 쪽이 확실히 더 크게 느꼈다.



“ 나 차 마시고 가도 돼요? ”


긴장한 우돈이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 괜찮겠어요? ”


오초희는 냉기에 추워할 그를 걱정하며 물었다.


확실히 우리 집은 인간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다. 오래 머물수록 머문 인간의 기가 약해져 결국 몸져 눕게 만들었다.


그렇게 단명한 사람만 해도 벌써 넷이었다.


아무리 차우돈이 신체 건장한 체육인이라 해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괜찮아요. 나 지금 굉장히 뜨겁거든요. ”



***



열이 올라서 그런가. 우돈은 그녀의 집에 왔음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바짝 긴장했다.



“ 여기, 차요. ”


오초희는 그를 위해 따듯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


이미 보일러를 최대한으로 올려놨지만 그의 몸에서 드라이아이스 같은 스모그가 방출되고 있었다.



“ 그건 됐고. 일단 여기 앉아 봐요. ”


우돈이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했다.


오초희는 박력있는 연하의 리드에 심장을 떨려하며 그가 이끄는 대로 따랐다.



“ 나 오늘 자고 가도 돼요? ”


그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물었다.


오늘 이 열기를 식히리면 웬만하면 이 냉방에서 자고 가야 할 거 같았다. 이 집이 아니면 안 됐다.



“ 당연하죠. 저기 손님 방이.. ”


“ 같이요. ”


우돈은 화가 난 듯 단호했다.



“ 같이는... 안 돼요! ”


“ 왜..왜요? ”


자존심에 상처 입은 우돈이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서로 자기라는 애칭도 부르고, 이렇게 집까지 들어왔는데 여기서 그냥 가라고?


그게 남자들한테 얼마나 어렵고 잔인한 말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 난 다른 사람들과 다르잖아요. 그러다가 차 관장 심신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고요! ”


“ 말도 안돼! 그럼 난 자기랑 영영 따로 자야한다고?! ”


차우돈이 언제는 같이 잔 것처럼 불 같이 화를 냈다.



“ 아마도..? ”


“ 그럼 키스는요? 설마 키스도 못하는 건 아니죠?! ”


그럴 일은 없어야 할 거다. 남자의 욕망은 어떻게든 참아볼 수 있겠지만 키스는 절대 양보 못한다.


그것까지 못하면 난 어떻게 버티라고.



“ 미안해요... ”


면목이 없었던 나머지 오초희는 시선을 떨궈야 했다.


사람의 몸이 아닌지라 서로의 숨결을 공유하는 입맞춤이란 경건할 행위를 할 시에 내 차가운 숨결이 그의 폐를 파고들어 오장육부를 얼어붙게 만들지도 몰랐다.



“ 난 괜찮으니까 한 번 해봐요. ”


우돈은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서서히 다가갔다.



“ 안 된다고 했잖아요! 이게 다 차 관장을 위해서에요! ”


허나 강철도 휘어버리는 오초희의 강력한 힘에 의해 그의 손길은 처참히 뿌리쳐졌다.


덮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이쪽도 작다고 할 수 없었지만 이게 다 차우돈을 위한 일이었다.


100년만에 겨우 만난 내 사랑을 키스 한 방으로 끝내기엔 심히 아쉬움이 남으니깐.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즐겼을 때 그를 보내도 늦지 않을 거다.



***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돈은 아직도 식지 않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하염없이 밤길을 걸었다.


그녀와 사랑을 시작했더니 날아온 것은 강제 금욕이었다.



‘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


우돈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오랜만에 머리를 굴렸다.


오초희랑 입맞춤을 하거나 잠자리를 함께 하면 내가 동사한다는 말인데.


아직 죽기엔 억울하지만 그냥 확 죽어버릴까.


하지만 곧이어 떠오른 부모님 생각에 우돈은 목숨만은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 그 회장도 이 슬픈 소식을 알고나 좋아하는 건가.. ’


최 회장이 이걸 알고도 좋아하는 거라면 남자 대 남자로서 존경할 만했다.


플라토닉 러브가 좋긴 하지만 남자들은 플라토닉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들이니깐.


좋아하면 함께 있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은 게 당연하니깐.


아무래도 이 여자를 좋아하는 일이 지연이를 좋아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울 거 같다.



***



차우돈이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 확신하자마자 하늘에서 바로 시험을 내렸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사랑한 인간들이 반드시 겪어야 할 필수 관문이었다.



“ 실례합니다. 여기 차우돈 관장님 있으신가요? ”


한 형사가 갑자기 그의 유도장으로 찾아왔다.


마침 특별 훈련을 시작하려던 참이라 오초희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4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6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3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4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1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20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8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9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