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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78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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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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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치명적인 거래

DUMMY

“ 그럼 들어.. 집이 굉장히 춥네요. ”


집으로 들어오려던 우돈은 집에 도는 싸한 냉기에 몸을 부여안고 바들바들 떨었다.


아무리 쌀쌀한 가을이라 해도 바깥보다 집안이 더 서늘한 건 이 집이 처음이었다.



‘ 이런 데서 사니깐 맥아리 없이 마른 거겠지. ’


이제야 유독 허약해 보이는 그녀의 안색이 이해됐다.


아무리 건장한 남성도 이렇게 냉기가 흐르는 곳에서 단 하루만 묵어도 내일 아침에 당장 입이 돌아가고 말거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용케도 멀쩡한 이 여자의 악착같은 근성은 과연 미래의 챔피언감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다.



“ 곧 따듯해질 거에요. 방금 보일러 돌렸거든요. "


" 평소에 보일러를 안 돌려요? 이 추운 날에?! "


우돈은 그녀를 거의 기인보듯이 했다.



" 틀어도 안 따듯하던데... "


오초희가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나 역시 추위를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난 매순간마다 숨을 얼어붙게 만드는 혹독한 추위에 얼어가고 있었다.


근데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도 마음 속 냉기가 가시지 않는 걸 어쩌라고.


괜히 돈 낭비 말겸 그냥 보일러를 끄고 살았다.



" 네? "


" 아니에요. 정 못 견디겠으면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요. ”


그녀는 임시방편으로 차우돈에게 털이 복슬복슬한 담요 하나를 건넸다.


비록 나에겐 소용없지만 아주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해 논 라마 털로 만든 이태리 제품이었다.



“ 아니에요. ”


우돈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거절했다.


스승은 제자보다 뭐든 뛰어나야 하는 법.


제자도 반팔을 입고 있는 마당에 스승인 자가 춥다며 담요를 꽁꽁 싸매고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뼈속까지 차오르는 냉기에 그는 이를 부딪혀가며 열렬히 추워했다.



“ 그럼 그러든가요. 원래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10분도 못 버티는데 역시 우리 차 관장님 체력 하나는 최고네요. ”


" 기본이죠. 기본. "


우돈이 한껏 센 척하며 몰래 콧물을 들이마셨다.



" 잠시만요. "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 오초희는 거실로 가서 따듯한 차 한 잔을 준비해 왔다.


이 집에서 온기를 가진 거라곤 그나마 이 물이 다였다.



“ 근데 여긴 왜 왔어요? ”


“ 그게.. ”


과한 자존심에 몸이 얼기 직전이었던 우돈은 냉큼 잔을 들어 손부터 녹이고 봤다.


하지만 그마저도 싸늘한 냉기에 의해 5분도 안 돼 식어버리고 말았다.



' 근데 이 여자 안 춥나? 왜 이렇게 멀쩡해? '


벌벌 떨고 있는 나와 달리 평온하기만 한 그녀를 보며 우돈은 다른 의미로 감탄했다.


이런 여자라면 특수부대의 극한의 냉훈련도 가뿐히 뛰어넘을 독종일 거다.


그러니 더 탐이 나지.


오늘 기필코 이 여자에게 제자가 되겠다는 계약서를 받아내고야 말겠다.



“ 오초희 회원님. ”


“ 안 해요. ”


차우돈이 말하기도 전에 오초희는 거절부터 했다.



“ 정말 아까워서 그래요. 나 한 번만 믿고 해봐요! ”


“ 내가 왜요? ”


“ 오초희 씨는 재능이 있으니까요! "


“ 저기요, 차 관장님. 제 직업이 작가에 번역가인데요. "


잦은 외국 생활로 덕분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많아졌다.


영어는 기본으로 깔고. 일어에, 중국어에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말이 술술 나오는데 나도 내 명석함에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내가 굳이 왜 유도에 꿈을 두어야 하는 건데.


당신을 좋아한다고 유도까지 좋아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 수업 끝나고 매일 한 시간씩 따로 훈련하는 걸로. ”


그리하여 우돈은 오초희를 설득하기 위해 솔깃할 만한 제안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매일 수업에 참석하는 스토커라면 분명 나와 둘만 있는 시간을 금은보화보다 귀하게 여길 거다.


그녀가 원하는 걸 내어주더라도 유능한 후배를 양상한다는 체육인으로서의 사명감은 기필코 지켜야겠다.



“ 매일... 한 시간씩? ”


절대 하기 싫다던 오초희는 그 말에 혹해 갈등했다.


안 그래도 수업 중에는 사람이 많아 수작을 부리기는커녕 말이라도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어 무척이나 아쉬웠었다.


헌데 나에게 따로 한 시간을 내어준다면.


저스트 텐미닛. 한 시간도 필요 없이 딱 10분이면 그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 잘하면 끝나고 밥도. ”


거기에 차우돈이 한 수 더 얹었다.


물론 비싼 거는 못 사주겠지만 다른 관장님들에게 말하면 법인 카드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다.


이 여자가 그렇게 먹성이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제자를 위해 못 해줄 복지도 아니었다.



“ 맙소사... ”


그의 파격적인 제안에 오초희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피죽도 못 얻어먹은 사람처럼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더니 픽픽 쓰러져 죽는 바람에 하늘이 내 사랑을 방해하기로 작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기회를 떠먹여주니 그간의 서러움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땡큐, 갓. 그동안 원망해서 미안해요.



“ 하실 건가요? ”


우돈은 숨을 죽이며 미래의 챔피언의 대답을 기다렸다.



“ 매일 한 시간에 함께 저녁 먹기! 딴 소리하기 없기에요! ”


그녀는 우돈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새끼 손가락부터 걸었다.


이런 좋은 제안을 거절하기엔 내가 남자에 너무 오래 굶주렸던 터라. 차마 이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



‘ 끝나고 훈련 데이트! 끝나고 식사 데이트! ’


고된 수업 속에서 오초희는 유일한 희망을 붙잡으며 악착같이 버텨냈다.


그리고 드디어 그와 단 둘이 남았을 때 이곳이 도장이란 걸 망각하고 맞선자리에 나온 사람마냥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짙게 드리웠다.


한 시간은 너무 짧다. 나는 두 시간을 원한다.



“ 오초희 회원님은 다른 거 필요없어요. 그냥 내 다리가 바닥과 하나라고 생각하고 버티기만 하면 돼요. ”


차우돈이 분석한 그녀의 최고 능력치는 역시나 근성이었다.


비록 마동순에게 엎어치기를 당하긴 했지만 그녀를 넘겨버린 힘으로 버틴다면 근육 배우 진짜 마동식이 와도 넘기지 못할 거다.



“ 발에 힘! 오케이. ”


오초희는 그의 말을 머리에 되새기며 바닥에 말뚝을 박듯 다리를 박아버렸다.


이따가 같이 밥도 먹어준다는데 이정도 쯤이야. 더한 요구도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 그럼 제가 한번 다리 걸어서 넘겨 볼게요. ”


우돈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가까워지자 시선을 마주치기 쑥스러웠던 그녀는 옆으로 시선을 피하면서 슬며시 미소지었다.



‘ 사람들이 이 맛에 유도하는구만! ’


처음엔 여자들이 왜 돈까지 들여가며 이 힘든 운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바로 잘생긴 훈남 관장님의 썸싱.


이게 말이 유도지 흑심을 끼고 본다면 그냥 껴안은 자세나 다름없었다.



“ 이제 넘깁니다. 하나, 둘, 셋! ”


우돈은 안다리를 걸어 그녀를 넘기려고 몸에 힘을 줬다.


하지만 그의 명령에 순종적이기만 했던 오초희의 버티기 기술 덕분에 그녀는 넘어가기는커녕 꿋꿋히 그의 포옹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안 넘어갈 수록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단 말이지? 오케이. 오늘 밤 새도록 안 넘어가준다! “


이상하게도 이 세상은 쉽게 넘어가주는 사람보다 절대로 안 넘어가주는 사람이 더욱 매혹적이로 보였다.


그래서 남자들도 절대 안 넘어갈 거 같은 여자에게 목을 메는 거다.


앞으로 나의 컨셉은 이거다.


절대 꿈쩍도 않는 철옹성 같은 여자.



“ 대단하네요. 지금까지는 연습. 그럼 이제부터 진짜 해볼게요. ”


이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우돈은 여유로운 척하며 그녀에게 칭찬을 박았다.


대단하다. 대단하긴 한데...



‘ 나한텐 안 되지. ’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스승인데 어찌 힘으로 제자에게 질 수 있을까.


이번엔 적당히 봐줘서 못 넘긴 거지 내가 진짜 힘주면 1초도 못 버티고 쓰려질 거다.


하며 다리를 걸고 있는 힘껏 힘을 쥐어짜냈것만.


그녀는 이 도장과 물아일치의 경지를 이룬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 이럴 리가 없는데.. ’


그렇게 몇번을 반복해봤지만 무너지는 건 차우돈의 자존심이었고, 오초희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제자를 키우려다 자존심에 금이 간 그는 자신이 제안한 1시간이란 약속을 어기고 무려 1시간 반 동안 그녀를 무너트리기 위한 치졸한 싸움을 벌였다.



‘ 이래도 안 넘어간다고?! 이래도?!!! ’


화딱지가 올라와 시뻘개진 우돈이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끌어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오늘 수업은 그의 완벽한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이래서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들이 그렇게 견제의 대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자존심이 상해 입맛도 없고, 잠도 안 올 거 같다.


차우돈이 남몰래 자신보다 뛰어난 제자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 그럼 밥은 관장님이 사는 거에요! ”


남의 들끓는 속도 모르고 오초희는 그와의 훈련이 재미있기만 했다.


원하는 대로 훈련도 했겠다, 이제 남은 건 그와의 일 대 일 식사데이트였다.


비록 난 먹지 않아도 되는 몸이었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것도 없었다.



“ 네. 그래요. 요 앞에서 만나요. ”


간단히 씻고 환복하고 나온 두 사람은 도장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그렇게 근처 삼겹살집으로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우돈아. ”


하필이면 그 방해꾼이 여자였다.


갑작스런 경쟁자의 기습에 오초희는 눈에 불을 켜고 상대를 훑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고양이상의 불여시였다. 숙종 때 태어났으면 장희빈이요, 대륙에서 태어났다면 양귀비가 되었을 상이었다.


저런 불여시들이 나라 하나를 통째로 망해먹은 꼴을 지겹게도 봐왔는데, 차우돈에게도 그런 망조가 들어있을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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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9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4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3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4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4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19 0 9쪽
»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4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39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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