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90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07 09:30
조회
25
추천
0
글자
10쪽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DUMMY

“ 못 갚을 시. ”


드디어 다가온 클라이막스에 우돈은 침을 꿀떡 삼켰다.


대부분의 사채업자들이 못 갚을 시에 신체의 일부분을 포기한다는 신체포기각서를 들이밀었다.


지연이도 내가 꼬박꼬박 돈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벌써 술집으로 팔려갔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여자는 과연 나에게 무엇을 원하려나.



" 못 갚을 시,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


" 몸과 마음이요? "


예상대로 그녀는 내 신체와 심장을 원했다.



" 네. 기한을 어길 시에 차 관장님 몸과 마음은 온전히 내꺼에요. 아시겠어요? "


오초희는 부디 그가 돈을 갚지 못하기를 간절히 빌며 이미 그를 완전히 소유하기라도 한냥 환하게 미소지었다.



" 예. 다 내어드릴게요. 뭐 또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


말도 안 되는 계약 조건에 우돈이 삐딱한 얼굴로 물었다.


몸과 마음을 줬으면 다 준거라 생각하겠지만 왠지 이 여자는 까면 깔 수록 무리한 요구를 들이밀 거 같았다.


벼룩의 간을 빼먹으라고, 과연 나한테서 어디까지 가져가려고 할까. "



“ 그리고... 다음 생에선 나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래요? ”


“ 네? ”


이젠 하다하다 오지도 않은 다음 생까지 바치라고?


설마 이 여자, 사채업자가 아니라 사이비 교인인가. 그래서 내 몸과 마음을 제단에 바쳐 신의 환심을 사려고 그러는 걸까.


갑자기 드는 한기에 우돈은 몸을 벌벌 떨며 원장실에 달려 있는 에어컨을 꺼버렸다.


이런 으스스한 여자와 같이 있으면 무더운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거다.



“ 난 이제 기다리는 게 싫거든요. 그래서 계약 할 거에요, 말 거에요?! ”


차우돈이 명확한 확답을 주지 않자 오초희가 소리 높혀 물었다.


나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제 기다리는 건 너무도 지겨웠고, 또한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나의 미래가 너무도 두려웠다.


그러니깐 이번 생에는 꼭 약속을 받아두고 싶다.


다음 생에선 절대 나를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고.


그거 하나면 1억 5천도 아깝지 않았다.



“ 해..해요! "


어쨌든 돈이 급했던 우돈이었기에 갑께서 변심하시기 전에 계약서에 지장부터 찍었다.


지금 생도 한치 앞을 모르는 마당에 다음 생이 뭔 대수냐.


다음 생이란 게 있기나 하고?


있다면 까짓 거 다음 생은 이 여자에게 주지 뭐.



***



계약이 성립되고 집으로 돌아온 오초희는 계약서를 보며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 이제 차우돈은 영원히 나의 것이네. 큭. "


드디어 그를 내 계약 안에 속박했다.


그는 아마 이까짓 계약서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냥 돈을 못 갚으면 몸과 마음을 다해 나를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허나, 이 아무것도 아닌 계약서에 특별한 인주를 썼다면, 결코 평범해질 수 없을 거란 말씀.


이 인주로 말할 거 같으면 이미 메말라버린 내 피를 짜내고 짜내 만든 두번 다신 없을 마력의 인주였다.


고로 이 인주엔 나의 영혼이 담겨 있었고, 계약을 여겼을 시엔 당사자에게 아주 큰 풍파가 닥칠 거다.



' 이번 생에 쪽박 제대로 쳐보고 싶다면 어겨보던가. '


그가 3년 안에 이 돈을 다 못 갚을 거란 건 애초에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라고 해준 계약이었다.


나의 목적은 더 이상 외롭지 않는 거니깐. 이번엔 그에게 못할 짓을 해서라도 잡아두고 싶었을 뿐이다.



***



모든 일정을 마친 세 관장은 도장 청소를 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짓고 있었다.


그때 김 관장이 우돈의 옆으로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 차 관장님. 그 여자한테 관심 없던 거 아니였어요? ”


“ 그 여자라면 누구.. ”


“ 그 스토커 말이에요. 스토커라고 지긋지긋해서 꼴보 보기 싫다면서요. ”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기에 우돈은 벙쪘다.


내가 언제 제자님을 두고 그런 말을 했다고. 스토커를 귀찮아하긴 했지만 저렇게 심한 말은 한 적 없었다.


그건 김 관장의 소망이 만들어낸 환청 같은데.



“ 제 제자 삼기로 해서요. 왜요? ”


분명 그런 스토커에게 관심도 주지 말라고 말한 건 김 관장이었던 거 같은데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는 뭘까.


설마 오초희 회원님의 돈냄새를 맞고? 그래서 우리 제자님께 돈 빌리려고?


빗자루를 쥔 우돈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미안하지만 제자님은 절대 빼앗길 수 없었다. 그러다 나한테 마음이 떠나서 당장 1억 오천을 갚으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 제자라고요? 그렇게 연약한 여자를?! ”


김 관장은 우돈을 여자나 때리는 무뢰배 보듯 했다.



“ 글쎄요. 제가 그런 거까지 김 관장님한테 말해야 합니까? ”


지나친 간섭에 우돈이 기분 나쁜 듯 인상을 굳혔다.


우리 오초희 회원님을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연약하다고?!


네가 그 여자를 넘기지 못해서 한 시간 동안 땀을 빼본 적이나 있냐.


네가 그 여자 때문에 다친 자존심을 부둥켜 안고 울면서 잠들어 본 적 있냐고!


늘 화기애애하기만 했던 도장에 찬바람이 불자 눈치 빠른 연 관장이 걸레를 빨아오겠다며 황급히 화장실로 대피했다.


우돈이 이렇게 강하게 나온 적은 처음인지라 김 관장도 적잖게 놀랐다.


차우돈하면 내유외강의 표본아니었겠나. 속에서 아무리 열이 뻗쳐도 늘 올곧은 모습을 유지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금 대놓고 이빨을 보이며 덤벼들려고 하니 안 무서울 수가 없었다.



“ 그건 아니지만... 혹시 둘이 무슨 사이야? ”


하지만 김 관장도 오초희 회원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었기에 죽음을 무릅 쓰고 질문했다.


원래 그는 긴생머리에 바람만 불어도 눈물을 뚝뚝 흘릴 거같은 청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했다.


한마디로 오초희는 그의 이상형에 해당됐다.


그녀가 차우돈의 스토커였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뭔 사이라뇨? ”


김 관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우돈이 움찔했다.



' 설마 내가 돈 빌린 걸 눈치 챘나? '


만약 그렇다면 이 빗자루로 김 관장의 머리를 내려쳐 기억상실에 걸리게 해줄 거다. 그래야 동료 관장으로서 체면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깐.



“ 둘이 따로 밥을 먹었다던가. ”


“ 글쎄요. 훈련 끝나고 한두 번? ”


채무 관계 외에는 떳떳했기에 우돈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스승이 제자 밥 사주는 게 뭐 어때서. 당신도 그렇게 감독님께 얻어먹은 삼겹살이 100인분 이하라고 자신할 수 없을 거 아니냐고.



“ 그럼 둘이 술은? ”


“ 제가 제자랑 왜 단둘이 술을 먹습니까! ”


“ 그래. 차 관장이 막 선을 넘거나 그럴 사람은 아니지. ”


김 관장은 우돈의 성품을 신뢰했다.


차우돈이 곱상해서 여자들에게 추근대게 생겼지만 성격 하나는 진국인 상남자였다.


확실히 제자와 추문을 일으킬 만한 상은 아니었다.


나라면 몰라도.



“ 근데 그건 왜 묻습니까. ”


이번엔 우돈이 질문했다.


이상하게도 다른 관장이 자신의 제자에 대해 코치코치 케묻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 난 관심 있어서. ”


김 관장은 뭐든 솔직히 말하고 보는 직설적인 사내였다. 그래서 오초희 회원님에 대한 관심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 뭐..뭐요? ”


김 관장의 갑작스런 고백에 우돈은 자신이 고백 받은 마냥 눈이 휘둥그레졌다.



“ 내가 그 회원님한테 관심이 있어서 궁금하고 막 그러네. 차 관장 관심 없으면 그냥 나한테 양보하지? 제자라면 마동순 씨도 있잖아. ”


마동순이라면 사실 세 관장이 동시에 눈독 들였던 성공 보증 수표였다.


탄탄한 체격에 굳건한 뚝심은 가히 하늘이 내려주신 유도 유망주의 자태였다.


허나 결국 마동순이 선택한 건 차우돈이었기에 두 관장은 어쩔 수 없이 단념해야 했다.


그렇게 마동순은 넘겨줬지만 오초희 회원님은 절대로 넘겨줄 수 없었다.


어차피 여리여리해서 한 판에 케이오패 당할 선수를 키워서 뭐하겠다고. 그 지긋지긋한 스토커는 형님에게 넘기고 넌 마동순 씨나 잘 케어해라.



“ 싫은데요? ”


우돈이 턱을 삐딱하게 쳐들며 말했다.



“ 뭐? ”


늘 '예스'만 외치던 착한 차 관장의 반항에 당황한 김 관장은 입을 떠억 벌렸다.



“ 오초희 회원님은 제 제자하기로 계약서까지 썼습니다. 전 절대 양보 못합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럼. ”


우돈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대충 던져놓고 먼저 도장을 나가버렸다.


비록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계약서였지만 오초희 회원님과 난 계약서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였다.


난 그 여자한테 몸과 마음을 비롯해 다음 생까지 걸었는데 멋도 모르는 김 관장이 갑자기 끼어들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



다음 날, 김 관장은 오초희를 빼앗기 위해 다른 방법을 택했다.


차우돈을 단념시킬 수 없다면 오초희의 마음을 움직여라.



“ 오초희 회원님 안녕하세요. ”


김 관장은 그녀가 올 시간에 맞춰 카운터 앞에 서 있다가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허연 치아를 보이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 예... 안녕하세요. ”


그녀는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친한척이냔 얼굴로 어영부영 인사를 받았다.


김 관장도 잘생기고 섹시하긴 한데, 나에겐 차우돈이 있으니깐. 내가 나름 지조를 지킬 줄 아는 여자라서 다른 남자에겐 눈길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그의 한마디가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 오늘 의상 참 아름다우십니다. ”


김 관장의 의상 칭찬에 그녀의 몸과 함께 마음도 돌아섰다.


내 기억으론 지금까지 차우돈에게 이 의상에 대해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차우돈은 다른 여자 밥이나 신경 쓸 줄 알지 이 의상의 가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헌데 우리 김 관장님만은 나의 진가를 알아봐줬다.


서로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벗을 ‘지음’이라 하였던가. 드디어 인생의 귀한 쇼핑 친구를 만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몸은 완벽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고 유발자 22.06.23 9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5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6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5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6 0 10쪽
»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6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5 0 10쪽
4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