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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몸은 완벽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치북
작품등록일 :
2022.06.02 13:01
최근연재일 :
2022.06.23 20:5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3
추천수 :
4
글자수 :
136,322

작성
22.06.03 08:59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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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찾았다 내 사람

DUMMY

“ 우린 대회에 나가려고 다들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굴러들어온 그쪽이 관장님께 특별 대우를 받으면 안 되죠. ”


마동순의 눈빛에서 난 운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의 분노는 차우돈을 사이에 둔 치정싸움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에서 나온 아름다운 불길이었던 거다.


내가 또 이런 미담에는 마음이 약한 편이었다.


“ 오케이. 그건 유의하도록 할게. ”


난 흔쾌히 그녀의 부탁을 받아드렸다. 다른 일도 아니고 대회가 걸린 일이라는데 그들의 열정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차우돈을 꼬시는 건 수업이 끝나고도 충분히 가능하니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업 중에는 절대로 그를 꼬실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매번 개구리처럼 사지를 쭉 펴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어느 남자가 반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도장이 사랑의 전쟁터가 되어선 안 될 거다.


“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오초희가 의외로 순순히 협조하자 뻘쭘해진 마동순은 급하게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


자식들, 눈치 한 번 빨라서 좋네. 여기서 더 땡깡부렸으면 이 언니가 호되게 혼내주려고 했다.


' 그렇단 말이지... '


그 모습을 벽 뒤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우돈은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오늘 저 여자를 엎어치기 하면서 내 어깨도 같이 혹사당했다. 어깨가 뻐근한 게 이 정도면 집에 가서 냉찜질과 온찜질 열 번은 반복해야 할 거 같았다. 이짓도 오래 못해먹겠다 싶었는데 마침 마동순이 흑기사처럼 나타난 거다.


“ 차관장. 뭐해? ”


김관장이 숨어 있는 우돈의 뒤로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그러다 벽 너머로 중세 시대의 공주님을 발견하고 뭔 상황인지 알겠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 저 여잔 아마 전생에 공주였을 거야. 그치? ”


김관장은 기품이 넘치다 못해 명품과 한 몸이 돼버린 오초희를 보며 감탄했다.


“ 예.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엄청 귀하게 자란 티가 나네요. ”


우돈은 자신과 달리 유복하게만 자라왔을 거 같은 그녀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다.


남을 좋아하는 것도 다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사치지. 나같이 하루하루가 막막한 사람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다. 저 여자도 먹고 살만 하니까 벌건 대낮에 일도 안 가고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이나 쫓아다닐 수 있는 거다.


“ 나 같으면 저 여자 만나보겠다. ”


김관장이 무심코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 네? 언제는 방심하지 말라면서요! ”


우돈이 배신감에 찌든 얼굴로 항의했다.


“ 그렇잖아. 집도 잘 사는 거 같은데 예쁘기까지 해. 어느 남자가 마다하겠냐. 나 같으면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내가 채가겠다. ”


“ 그래서 거실에서 마주친 분을 그렇게 내치셨어요? 그 여자도 예뻤다면서요. ”


“ 그건... 아무튼 너무 막대하지 말라고. 아까 보니깐 엄청 굴리더만. 좀 잘 해줘. ”


김관장이 짠한 얼굴로 오초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도장으로 들어갔다.


어이 없는 상황 뒤에 홀로 남은 우돈은 귀품으로 도배된 오초희의 원피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 돈 많고 예쁘면 좋잖아! ’


김관장은 떠났지만 그가 뱉은 말은 여전히 이 공간에 남아 날 괴롭혔다.


오초희 회원님께서 돈이 많은지, 직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다니는 모양새를 보아 꽤나 여유로운 형편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보고 저 여자한테 돈이나 뜯어내라고? ’


우돈은 한심한 생각이나 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하며 비웃었다.


저 여자를 사랑하는 척하고 접근하면 돈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나 자신과 소중한 누군가를 기만하는 행동이었다.


***



다음 날 오초희는 사치의 끝을 달리는 로이가똥 원피스를 입고 도장에 출근했다.


어제는 중세였다면 오늘은 현대의 미를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동서양의 근현대사를 막론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도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볼품 없는 도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역시 차우돈을 꼬시는 건 도장 밖에서나 먹힐 거 같다.



“ 일단 어제 배운 낙법과 엎어치기 복습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2명씩 짝을 지으시고요. ”


우돈의 말에 오초희는 또 자신이 파트너로 뽑힐 것을 기대하고 슬쩍 앞으로 나갔다.


어제의 근육통은 말끔히 사라진 지 오래였으니 활화산 같이 불타오르는 그의 체온을 느낄 수만 있다면 잠깐의 고통쯤은 별 거 아니었다.



“ 혼자 오신 분들도 많으시니깐 짝은 제가 지어드릴 게요. 우선 이렇게 둘이 하시고, 둘이 하시고... 오초희 회원님은 마동순 회원님이랑 하시는 걸로! ”


계획대로 우돈은 오초희에게 마동순을 짝지어 줬다.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마동순은 어디 한번 죽어보라는 위협적인 얼굴로 오초희에게 다가갔다.



‘ 뭐야. 오늘은 내가 아니야? ’


헛된 기대에 좋다 만 오초희는 심드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마동순이고 나발이고 그까짓 건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 전 여기서 지켜보면서 즉각 지도해드릴 거니까 한번 해보세요. ”


그러면서 우돈은 도장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섰다.



' 차우돈에게 다른 파트너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야. '


오초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향해 뜨거움 콧바람을 내뿜고 있는 마동순을 맞이했다.


오늘도 역시 그녀는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어제 그렇게 잘 말하고 끝난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 나에게 쓸데없는 앙심을 품고 있는 거 같았다.



“ 제가 넘길까요? 아님 그쪽이 먼저 넘기실까요? ”


연장자로서 나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줬다.



“ 제가 넘기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마동순은 고개 숙여 인사하는 척 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몸으로 하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체급이었다. 헤비급인 내가 초경량급 상대와 붙으면 묵사발이 되는 건 당연 저 여자였다.


단 하루라 할지라도 저 여자가 차 관장님의 사랑을 독차지 해서 열받았는데 잘 됐다. 어디 한번 오늘 뼈 마디마디가 비명을 내지르는 고통을 맛봐라.



“ 저도 잘 부탁해요. ”


하지만 오초희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미안하지만 난 평범한 인간에게 질 수 있는 체력이 아닌지라.


이 스파링에서 중요한 건 마동순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빼고 적당히 당해주는 거였다.


약한 인간을 이겨먹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난 적당히 넘어가주기 위해 몸에서 힘이란 힘을 다 빼고 마동순에게 흐물거리는 팔을 넘겼다.


마동순은 이때다 싶어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 두었던 에너지의 원천인 지방까지 불태워가며 날 단숨에 넘겨버렸다.


팍.



“ 아.. ”


정말로 오랜만에 내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인간이라고 무시했건만, 이 인간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스페인에서 여차해서 황소와 싸움이 붙은 후로 처음 느껴보는 묵직한 고통이었다.



“ 다음은 회원님이 저를 엎어쳐 보세요. ”


마동순이 네가 나를 들 수 있겠냐는 얼굴로 한 쪽 팔을 내밀었다.


물론 들 수는 있었지만 설정상 들 수 없는 걸로 해야 했다. 그래야 다른 인간들이 나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거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난 마동순의 팔을 잡는 둥 마는 둥 하며 끙끙거리는 연기를 시작했다.


읏쨔 읏쨔!



“ 아, 못하겠네요. ”


정해진 연기대로 난 나오지도 않은 땀을 소매로 닦으며 포기를 선언했다.


차우돈은 절대 포기 못하지만 다른 건 포기하기가 쉬웠다.


네들도 내 나이까지 살아봐라.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란 걸 배우게 될 거다.



“ 그럼 제가 다시 넘기겠습니다. ”


마동순이 좋다는 얼굴로 다시 내 팔목을 잡았다.



‘ 이건 아닌 거 같은데.. ’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상황에 난 고개를 갸웃했다.


연약한 인간을 보호해주면 그 인간도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가 지켜준 인간이 도리어 있는 힘껏 나를 엎어치기 하려 하더라.



“ 살살해주세요. ”


팔을 넘기기 전에 난 마지막으로 마동순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살살해라. 이 언니 화나면 진짜 무서우니깐.



“ 저만 믿으세요. ”


대답과 달리 마동순은 이번에도 전력을 발휘해 날 바닥으로 엎어쳤다.


퍽 소리와 함께 훈련 중이던 회원들 모두 날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봤다.


이건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짝짓기였다. 관장님과 붙여도 비등할 체격을 어찌 저런 갸날픈 여자와 붙여놓는다고.


허나 남의 일인지라 다들 애꿎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연습에 전념했다.



“ 윽! ”


역시나 봐주는 거 없이 묵직하기만 한 고통이었다.



' 이건 아니지! '


그때까지도 마동손에게 팔을 잡혀 있던 오초희는 반사적으로 마동순의 배에 발을 댄 뒤에 팔에 힘을 주고 그녀를 멀리 날려 버렸다.


워낙 순신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들 그 장면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마동순이 벽에 부딪히면서 난 굉음소리에 놀라 어떨떨한 얼굴로 사건의 연루자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오로지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이나 하고 있던 우돈만이 사건의 경과를 정확히 목격했다.



‘ 찾았다, 내 사람. 내가 찾던 사람. ’


우돈은 그렇게 찾아헤맸던 운명의 상대를 발견하고 벅찬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 어머! 마동순 씨! 괜찮아요? 왜 혼자 발이 걸려서는! ”


순간 망했다는 생각에 오초희가 호들갑을 떨며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그러게 엔간히 까불었어야지. 왜 가만히 있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려서 이 사단을 만들었냐고.


부디 차우돈만이 이 무지막지한 현장을 목격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마동순이 멀리 날아가야만 했던 원인을 조작했다.


마동순은 제 발에 걸려 자승자박했던 걸로.



“ 뭐..뭐야... ”


놀란 건 마동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그 어떤 헤비급 선수들과 스파링을 해봤어도 이렇게 공중부양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런 멸치같은 여자한테.


그날 이후 마동순은 더이상 나에게 시비를 걸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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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고 유발자 22.06.23 8 0 10쪽
29 나 지금 뜨거워요 22.06.22 23 0 9쪽
28 이제 나 별로에요? 22.06.21 15 0 9쪽
27 좀 더 적극적으로 22.06.21 12 0 10쪽
26 진귀한 보물 22.06.20 10 0 11쪽
25 외로울 때마다 안아줄게요 22.06.19 13 0 10쪽
24 이번엔 도망 못 가 22.06.18 13 0 10쪽
23 수상한 부부 22.06.17 12 0 10쪽
22 공주님이라 부르는 변태자식 22.06.16 15 0 10쪽
21 가면을 쓰고 다니는 남자 22.06.15 13 0 10쪽
20 지켜주고 싶고 그러네 22.06.14 12 0 10쪽
19 눈물이 펑펑 22.06.14 10 0 10쪽
18 당신이 울었으면 좋겠어 22.06.13 14 0 9쪽
17 모두 다 거짓이었다 22.06.13 15 0 11쪽
16 더는 못 기다려! 22.06.12 14 0 11쪽
15 가져선 안 될 22.06.12 15 0 11쪽
14 3대 기독교 집안 22.06.11 14 0 10쪽
13 약해 빠진 인간이여, 아니 남자여 22.06.10 15 0 11쪽
12 술 취한 남녀의 술게임 22.06.09 20 0 10쪽
11 우리 집에 갈래? 22.06.09 19 0 11쪽
10 거친 남자가 좋아 22.06.08 25 0 10쪽
9 몸과 마음으로 갚는다 22.06.07 25 0 10쪽
8 돈 필요하세요? 22.06.06 19 0 10쪽
7 다른 여자의 흑기사 22.06.05 20 0 9쪽
6 치명적인 거래 22.06.04 28 0 10쪽
5 자꾸 뭘 하재! 22.06.03 34 0 10쪽
» 찾았다 내 사람 22.06.03 40 0 11쪽
3 이래도 버틸래? 22.06.03 47 1 11쪽
2 저 남자 꼬시러 왔는데요 22.06.02 66 1 10쪽
1 이번 몸은 완벽해 22.06.02 9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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