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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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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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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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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 노 룰스 랜드 스윙(3)

DUMMY

다음날 숙취와 함께 일어난 바스타프는 여전히 켈리시의 집단과 동행했다.


노 롤스 랜드.

현재 켈리시 일행과 함께 활동중인 지역을 북부 동맹에서는 이렇게 불렀다.


사실 북부 동맹은 신성제국과 기사왕국의 양강 체제로서, 그 중간 지역은 각종 공국이나 소왕국이 일정 주기로 흥망을 거듭하며 난립중인 혼란스러운 지역이었다.


결국 날이 갈수록 치안은 엉망이 되었고, 지배층은 자신들의 권익과 안위에만 눈이 멀어 주민들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의 지지를 잃은 지배층은 권력기반을 신성제국이나 기사왕국 측에 빌붙다시피 하는 것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최악의 동네로군요.”

“그래. 그 부산물이 바로 대대적인 인신매매지.”

“······!”

“망할 귀족 찌끄레기 놈들이 신성제국의 이종족 탄압에 찬동한답시고 이종족 노예들을 원했던 거다. 제국 놈들에게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해서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던 거겠지.”


설명을 하면서 켈리시는 자신의 톱날검을 섬세한 손놀림으로 숯돌을 이용해 손질하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가 생겨나서 지금 이렇게 이 땅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고.”

“그냥 이곳을 떠나면 되는 문제 아닙니까? 남부에선 이종족 차별도 없을 텐데요.”

“하! 말이야 쉽지. 엘프들은 수천년 전부터 드래곤 산맥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고, 우리도 비슷한 처지야. 다크엘프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그들도 강마의 숲에서 하는 수렵활동이 주된 수입원이니까.”


톱날이 서슬퍼런 빛을 내자 그제서야 숯돌을 갈무리한 켈리시가 등의 특별 제작한 검집에 그것을 수납했다.


“그러면, 어나더 블러드의 목표는 대체 뭡니까? 진심으로 인류를 멸종시킬 생각은 아니겠죠?”

“···나는 거기까진 생각 안 해.”

“······!”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투 때의 켈리시의 모습만 보았을 때는 필시 그 역시도 네로스나 멧서처럼 극렬주의자 일 줄 알았는데.


“다만···인간, 특히 신성제국 놈들이 빌빌대면서 우리 발밑에 대가리를 박을 때까진 싸워야 돼.”

“······!”

“뭐, 어나더 블러드의 설립 목적은 엄연히 인류 멸종이 맞지만, 대원들은 대원들 각자의 생각이 있어.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모두 존중하지.”


켈리시의 말에 문득 바스타프가 의문을 표했다.

“그렇다면, 대원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나면 어떻게 해결하는 겁니까?”

“보통은 그걸 덮어두기 위해서 계급을 사용하지.”

“과연 군사집단이라는 겁니까.”


켈리시는 고개를 저었다.

“모든 대원에게는 각자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단지 전투상황에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계급에 우선할 뿐이다. 그리고···.”

“?”

“···자네처럼 쓸데없는 양심으로 인간을 죽이는 것을 머뭇거리는 건 엄연히 문책 대상이다.”


바스타프의 말문이 막혔다.

대원들이 멋대로 거부권을 행사해도 되는 느슨한 조직체임에도 켈리시가 바스타프의 앞길에 톱자국을 남겼던 이유가 있었다.


“어나더 블러드의 몇 없는 ‘혈칙’이다. 모든 인간은 죽여서 없애야 할 흉적이다. 거부하는 놈은···.”

“······.”

“혈칙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피를 보게 되지.”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이며 웃어보인 켈리시가 바스타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동포의 피를 묻히는 건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법이거든.”

“······!”

“뭐, 자네가 끝까지 인간임을 주장하겠다면야 말리지는 않겠네만···.”


그는 호의적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명백히 말 속에 가시가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그래. 그러면 됐어. 지금처럼만 해.”


켈리시의 일행을 따라 이동했다.

웬일인지는 몰라도 이번 일에는 멧서 역시 동참하는 듯 그의 조금 옆에서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멧서.”

“왜?”

“한가지, 질문이 있어.”

“······.”


잠시 이 질문을 해도 괜찮을지 고민하던 바스타프가 입을 열었다.

“당신 스승은 누구지?”

“···네로스 님.”

“!!”


그제서야 그녀가 어째서 2세대인지 알았다.

네로스는 분명 원년멤버라고 했다.

즉 1세대 중 한 명이라는 것.

그런 그의 제자인 멧서는 자동적으로 2세대가 되었다.

“···당신, 멜티드 증상은?”

“···닥쳐. 그런 거 함부로 물어보지 마.”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거야?!”

“닥쳐!”


으르렁대며 쏘아붙인 그녀가 말을 몰아 바스타프가 탄 마차에서 거리를 벌렸다.

“멧서! 좀!”

“시끄러워! 당신 따위가 알 바 아니라니까!?”

“큭!”


분명히 난폭하고 꼬인 여자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바스타프를 신경 써주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바스타프도 그녀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

“멜티드를 어떻게든 할 방법만 있어도···!”

“당신은 무리야. 카프틴 님도 여태까지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걸.”

“······!”


카프틴. 또다시 그 이름.

“카프틴이란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멜티드에 대해···.”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수준의 초 천재야. 신관도 아니면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수준의 의술을 갖고 있지.”

“······!?”

“그리고 굉장한 예술가이기도 하고, 훌륭한 대장장이이면서, 이종족들과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인간들을 멸종시키려고 하는 어나더 블러드와 오리진 자치구의 초대 총장이야.”


상상을 초월한 경력사항에 바스타프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 사람, 인간 맞아? 그···드래곤이 유희 나왔다던가.”

“하! 그랬으면 우리 이종족들이 금방 알았겠지.”

“큭···.”


“뭐, 그 대신 성격이 아주 엉망진창인 사람이지만 말이야.”

“과연, 인격과 재능을 등가교환했다는 건가.”

“그래. 지금은 죽었지만.”

일일이 죽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이 이상 그에 대해 물어보는 건 왠지 위험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일전에도 함부로 언급했다가 큰일 날 뻔 하기도 했고.

“아무튼 아직까지 의술로는 해결책이 없다는 건가.”

“그래. 애석하게도 말이지.”

“······.”


잠시 망설이던 바스타프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멧서.”

“왜 자꾸 말 거는데?!”

“윽. 그게···저기···.”

“······?”

“그 멜티드 라는 거, 많이 아픈 건가?”

“······.”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말을 몰아 행렬의 앞쪽으로 가 버렸다.

필시 아픈 모양이다.

“···빌어먹을.”


3일 정도 달린 후에야 새로운 야영지를 잡아 멈추었다.

바스타프는 켈리시에게 가서 이번 일이 어떤 것인지 듣고 있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시위행동이다.”

“시위행동?”


대원들 사이에서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어느 거주지에 밤에 쳐들어가서 아무나 잡아 죽이고 시체를 출입문 앞에다 못을 박아서 매달아 놓는 거지.”

“뭐?!”

“영주 놈에게 우리가 왔다 갔다는 걸 경고하는 거야.”


말 그대로 무차별 학살극을 벌이겠다는 이야기에 바스타프의 눈썹이 구겨졌다.

“그런 건···.”


하지만 이내 바스타프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잔인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렇다면···.

“···저도 하겠습니다.”


바스타프의 굳은 결의표명에 다른 대원들 사이에서 휘파람 소리와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하하하하! 신참, 아니 바스타프랬나? 정말로 할 수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이번 일은 야밤에···.”

“···할 겁니다.”


가볍게 웃던 켈리시의 표정이 일견 진중해졌다.

“어이. 신참. 한 번 시작하면 뒤로 물러나는 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경우는 이렇게 되겠죠.”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이기까지 하자 켈리시도 그의 각오를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해라. 동지들이여. 신참이 드디어 제 구실을 할 것 같다.”

“푸하하핫! 생각보단 빨랐네!”

“젠장!”


한쪽에서는 바스타프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었는지, 자그마한 돈자루를 서로 넘겨받기까지 했다.

“당신들···!”

“왜? 우린 우리대로 재미를 본 거라고?”

“끄응···.”


바스타프는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선포했다.

“본보기를 보이는 거라면, 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

“뭐 하려고?”

“켈리시가 말했었죠? 이 지역, 노 룰스 랜드의 귀족 놈들이 부패해서 인신매매를 시작한 거라고.”

“그랬지. 여기 사는 귀족 놈들은 99퍼센트가 다 개만도 못한 귀축들이야.”


심호흡을 한 바스타프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는 성을 습격해서 성내의 병사들과 가신들을 때려죽여서 성벽 위에 전시할 겁니다.”

“!!!”

“이런 XX···!”


주위에 있던 대원들이 모두 경외의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켈리시는 헛기침과 함께 냉정한 의견을 피력했다.

“바스타프. 우리 머릿수로 영주성을 공격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피해가 나올 거야.”

“···저 혼자 합니다.”

“어이, 과하게 몰입하지 말라고 했지 않나?”

“······.”


걱정하는 켈리시와 달리, 아까 도박을 했던 대원들은 쑥덕거리며 다시 베팅에 들어갔다.

아마도 필시 바스타프의 개죽음에 걸고 있으리라.


“물론 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멍청아! 네놈이 그렇게 들쑤시면 우리까지 귀찮아진다고!”

“······그렇게 곤란합니까? 당신들은 모두 일당백의 전사들이잖습니까.”

“끄응···!”


켈리시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해했다.

물론 단순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아무 문제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대략 8배 정도의 병력이 있었다.


게다가 어나더 블러드는 일반 주민들까지 목표로 삼기 때문에, 그들이 죽여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았다.

“바스타프. 우리 목적은 저 영지 안에 있는 인간 전부가 목표다. 지금 우리 규모로는 영주성까지 건드리기엔 곤란하다고.”


하지만 바스타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저 혼자 합니다.”

“너 설마···!”


바스타프의 진의를 눈치 챈 켈리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멍청이는 자기가 개죽음당할 걸 각오하고 영주성에 쳐들어가 영주 놈을 때려죽일 생각이었다.


“인신매매를 한 주체는 그 부패한 놈 하나입니다. 그 하나 때문에 무고한 생명을 쓸어가듯 죽일 필요가 있습니까?”

“바스타프! 이건 본보기라고. 놈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는 거다. 놈의 내일부터의 인생을 우리에게 언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


켈리시는 교활한 미소를 띄워 보였다.

“카프틴 가라사대, ‘그냥 죽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공포를 각인시켜 놓고 살려두는 것은 더욱 좋다··· 놈은 공포로 움츠러들어 비참한 인생을 영위하게 될 테니까.’”

“···그런 생각이었군요.”


바스타프는 그의 미소에 맞서듯 짖궂은 웃음을 띄워 보였다.

“걱정 마십쇼. 제 주먹은 사람을 ‘반 죽이는’데에는 특효입니다.”

“이 글러먹은 자식 같으니!”

“뭐 어때요 켈리시. 시켜봅시다. 밑져야 본전 아니요?”


다른 대원들까지 나서서 부추기자 켈리시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을대로 해 봐. 대신 죽어도 사체 회수 같은 건 기대하지 마라.”

“물론입니다.”


-31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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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 노 룰스 랜드 스윙(3) 21.03.19 16 0 11쪽
31 30화 - 노 룰스 랜드 스윙(2) 21.03.18 17 0 12쪽
30 29화 - 노 룰스 랜드 스윙(1) 21.03.16 21 0 12쪽
29 28화 - 스피릿 라이드의 말로 21.03.15 22 0 11쪽
28 27화 - 피눈물과 진혼곡 21.03.12 28 1 11쪽
27 26화 - 피는 피로 씻는다. 21.03.12 33 0 11쪽
26 25화 - 사도의 사명 21.03.10 36 0 11쪽
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6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8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9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7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7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2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4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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