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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006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2.09 18:00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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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4화 - 세상에 나서다

DUMMY

“그러니까···당신은 생전에 그 복싱? 이라는 경기를 하던 사람이었다는 거군요.”

“네. 그 와중에 죽은 뒤 이름을 알 수 없는 신인지 뭔지 모를 존재의 사주로···.”


대강의 설명을 하긴 했는데, 그녀가 잘 받아들였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납득은 하고 있는 모양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밖에.


“대강 알았으면 가시죠. 이런 곳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 리 없으니.”

“···그래야겠지?”

잠시 후, 부락 구석에서 찾아낸 수레에 짐과 어머니를 태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향한 곳은 기사왕국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브레이븐 왕국의 외곽에 자리 잡은 콜로설이라는 마을이었다.


마을이라곤 해도 큰 건물도 여러 채 보이는, 제법 번화한 마을 풍경에 조금 놀라고 있을 무렵, 마을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오크 녀석! 잘도 이런 곳까지!”

“어이! 뒤에는 인간 여성을 노예로 데리고 다니고 있는데?!”

“설마, 잡아먹으려고 싣고 다니는 거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바스타프 자신이 하프 오크이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벌크업 한 오크로밖에 안 보인다는 것을.

“아니, 잠시만···이야기를···.”

“꼼짝 마! 수상한 움직임을 하면 찌른다!”


잘 벼려진 창날이 그의 목덜미를 노려오는 감촉이 불편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좀···.”

“수상한 움직임이다!”

“끄르르르···.”

결국 마차에서 졸고 있던 어머니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했다.


일단 잡화점에 들러 오크 부락에서 쓸어 담은 잡동사니를 통째로 팔기 위해 내놓았다.

“뭐 이런 냄새가···큭···!”

“얼마 정도 챙겨줄 수 있지···?”

“이런 품질이라면 그다지 비싸게는···.”


상인은 상인인지 흥정을 걸려는 듯 입을 가리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

애석하게도 바스타프는 흥정 같은 복잡한 과정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덥석.


냅다 상인의 멱살을 잡아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발달한 턱 아래의 송곳니가 희번득하고 위험한 광채를 내뿜었다.


“어이. 아저씨.”

“히, 히익?!”

“정가 박치기다. 정가 박치기. 알아들었나?”

“그, 그런···!”

“대신 다음에 물건을 가져올 때 이곳으로만 찾아오도록 하지.”

“······!”


바스타프의 독점거래 선언에 상인의 눈빛이 바뀌었다.

냄새가 구리긴 해도 이 양과 물건의 종류를 보면 멀쩡한 오크 부락을 통째로 털어온 수준.


이 하프 오크가 어디서 뭘 하는지는 몰라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임은 분명했다.

그런 작자와 독점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이득이 될 터.

“그, 그것은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로군.”

“그렇지? 어쩔래?”

“···콜. 정가 박치기다.”

“좋은 거래 감사하지.”


상인은 곧 바스타프의 머리만한 돈자루를 꺼내와 선뜻 건네주었다.

“자. 이 정도의 돈이면 한 살림 차릴 수도 있을 걸세.”

“그거 고맙군. 안 그래도 한 살림해야 할 판이라.”


돈 자루를 들고 가게를 나서면 빈 수레에 타고 있던 어머니를 복면을 쓴 괴한 세 명이 끌고 가려는 광경이 보였다.

“어이. 뭐하는 짓거리냐.”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서 성큼성큼 다가가자 괴한들은 흠칫 하고는 단검을 꺼내 그녀의 목덜미에 들이대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라 이 괴물!”

“···얌전히 그 돈 자루를 넘겨주실까!”

“호오. 강도들이었나?”


피식 웃은 바스타프는 선뜻 돈 자루를 쥔 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들 중 한 명에게 받으라는 듯 내밀었다.

“자. 줄 테니 어머니에게는 손대지 마라. 알았지?”

“흐흐흐, 이야기가 잘 통하는 괴물친구잖아···.”


강도는 미처 보지 못했다.

앞에서 돈 자루를 들이밀고 있는 이 괴물이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것을.


부웅-


막 물건을 받으려던 강도의 머리를 자루를 휘둘러 냅다 후려갈긴다.

묵직한 자루에 맞은 강도의 목에서 뼈 꺾이는 소리와 함께 목이 묘한 각도로 꺾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꽥!”

“······!”


예상외의 사태에 깜짝 놀란 두 강도가 곧바로 다시 그녀의 목에 나이프를 들이대 보지만, 바스타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3초 주마. 가진 무기를 전부 바닥에 놓고 도망쳐라.”

“이, 이 괴물 자식이! 너의 어미가 죽는 꼴이 보고 싶은 건가!”


바스타프의 입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어머니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어머니만 없으면 자신은 하고 싶은 대로 날뛸 수 있다는 사실을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즉, 그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생사는 어찌되든 좋은 일이었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그 나이프를 어머니의 목에 쑤셔 넣는 순간, 나는 기쁘게 너희들의 머리통을 바닥에 팽개친 뒤 주먹으로 으깨버릴 거다.”

“큭···! 이쪽은 인질이 있다고!”

“인질? 아니지.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내가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

“너희들은 지금 그 보루에 칼을 들이밀고 부숴버리려는 거고.”


결국 그들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바스타프는 과감하게 그녀의 목에 나이프를 들이댄 강도의 손을 덥석 쥐고 악력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그래서, 할 거냐?”

“아아악! 놔! 놓으라고!”


빠악!!


“아.”

또 힘 조절에 실수했는지, 인질을 잡고 있던 강도의 얼굴에 주먹이 깊숙이 쑤셔 박히며 함몰되어 버렸다.

그 광경을 본 세 번째 강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부들거리다가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 사람 살려-!!”


그 모습을 본 바스타프는 느긋하게 자루를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어머니. 잠시 이거 가지고 기다리고 계세요.”

“으응?”

“저 버러지를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


그녀는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 같았지만, 바스타프는 싸울 때마다 소름끼치는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본성은 어느 쪽에 있는 것일까.

“감히 달리기로 날 제치려 하다니, 어리석은 강도 새끼로군···.”


복서의 기본은 스태미너.

스태미너의 근간은···.

“X나 빡센 로오오드워크다아아아아아-!!”


그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간 바스타프는 곧 마지막 강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히, 히이이이익-?!”“이 씹어죽일 놈의 강도 새끼! 3초 준다! 안 서면 뒈진다!”

“뭐, 뭐?!”

“셋, 둘···!”

“히, 히이! 서, 설게! 선다고! 제발 죽이지만 말아줘!?”


바로 등 뒤에서 황홀하다는 듯이 헤엑거리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름끼치는 모습에 결국 멈춰서는 강도.

“제, 제발 목숨만은···!”

“멍청한 새끼가! 왜 서는 거야!”

“흐익?!”

“모처럼 로드워크 기분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책임질 셈이냐!!”


요구대로 멈췄음에도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분노를 토해내는 괴물의 모습에 울면서 살려달라고 비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사, 살려주시오! 제발! 제발! 나에겐 귀여운 자식과 여우같은 마누라가···!”

“···그것이 남의 어머니 목에 칼을 들이대고 돈을 갈취하려는 강도 새끼의 변명이냐?”

“히익?!”


잠시 이 녀석을 어떻게 다져버릴지 고민하던 바스타프는, 문득 여기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임을 깨닫고 멈칫했다.

아무리 악당을 응징한다곤 해도 백주 대낮에 사람 머리통을 과자처럼 다져버리는 건···.

아니, 이미 둘이나 다져 놓았잖아? 이미 늦었을 거야.


“크흠. 일단, 네놈 지갑을 꺼내봐라.”

“에···?!”

“지갑에 돈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으면 살려주마.”“······!”

곧바로 품속에서 작지만 묵직해 보이는 돈 자루를 꺼내면, 숙달된 솜씨로 그것을 가로채 확인하는 바스타프.

“흐흠···뭐야. 이것밖에 없어?”

“히, 히익!?”


말 끝나기 무섭게 지갑을 쥔 주먹으로 힘차게 라이트를 내리꽂는다.

무의식중에 복싱의 쵸핑 라이트가 된 펀치가 강도의 얼굴을 반쯤 으깨지며 절명하는 모습을 본 후에야 바스타프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후우. 간만에 운동 좀 했군.”

바로 얼마 전에 오크 부락을 뛰어다니며 때려죽여 놓고 아직도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집을 구하면 공방에서 샌드백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해야 할 지도.

아니,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살아 움직이는 대상을 때려죽이는 게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뭔가 때려죽이고 돈 받는 일이 없나 부터 알아봐야···.”

수레로 돌아온 바스타프는 강도들에게서 갈취한 지갑들까지 자루 안에 털어 넣고 태연하게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어머니.”

“으, 응···.”


수레를 끌고 일단 임시 거처로 삼을 여관으로 향하는 길, 문득 일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난 바스타프가 어머니를 돌아본다.


“어머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직업···말이니?”

“네. 생활 문제도 있으니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

“그렇···구나.”


수레를 끌고 지나가던 와중, 무장한 일행을 발견한 바스타프가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죠? 무기를 들고 다니는데···.”“아. 용병 분들이구나.”

“용병? 흐응···.”


기본은 학창시절 했던 게임과 비슷한 느낌인 것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길드의 위치라도 알아봐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나마나 주된 일거리는 몬스터 토벌 같은 것들이겠지.

그렇다면 바스타프가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제가 부양해 드릴 테니 어머니는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사셔도 됩니다.”

“그렇게 부담을 끼칠 생각은···.”

“일단 어머니는 재활부터 신경 써 주세요.”

“···그래.”


수레를 적당히 구석에 치워둔 후 어머니를 부축해 여관 안으로 들어가면, 일순 안의 사람들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가 흩어졌다.

그 중 일부 험악해 보이는 남성들이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앉으려는 두 사람 앞을 가로막고 선다.


“어이. 괴물. 네 녀석 줄 식사는 여기 없어. 꺼져라.”

“맞아 맞아. 옆의 아가씨는 우리가 잘 대접해서···.”


퍽! 퍽!


식사하는 곳에서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바스타프가, 한 손으로 그들의 턱을 정확히 가격해서 맥없이 무너지도록 만든다.


풀썩 풀썩.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이 바닥에 널브러지자 주위에 있던 객들이 흠칫해서 두 사람을 주시했다.


가볍게 발을 구르고 인상을 구기는 것으로 압박해서 주변을 조용히 시킨 후, 가게 한쪽에 서 있던 웨이터를 손짓으로 불러낸다.

“무, 무, 무슨 일이십니까···?”


-4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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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 스피릿 라이드의 말로 21.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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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6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8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9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7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7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2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4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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