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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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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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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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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 노 룰스 랜드 스윙(2)

DUMMY

포효와 함께 켈리시의 톱날검이 부우우웅 하는 말벌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명이기도 한 지진톱날을 상징하는, 대지의 정령이 깃든 톱날검이 고주파를 일으키며 닿은 것은 모조리 조각내버리는 흉기로 돌변했다.


“그, 그래봤자 드워프! 그딴 체구로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그, 그래! 어이! 다 같이 덤비자! 힘으로 저 땅딸보를 눌러 버리면!”

호승심에 불탄 것일까.

3인의 인간 전사가 호기롭게 각자의 무기로 그를 공격했지만 켈리시의 검에 그들의 무기가 부딪치자 마자 두부처럼 와장창 무너져 내리고,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그들의 허리에도 파괴의 파동이 덮쳐들었다.


“끄아아아악-!?”

“허, 허리가! 허리가아-?!”베이는 것이 아닌, 고주파를 못 이기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다시피 동강난 그들의 몸이 바닥에 널브러지는 광경은 실로 잔혹했다.


피와 육편이 사방으로 튀고 그들의 허리에서 흘러나온 내용물이 바닥에 마구 흩뿌려진 상태.

심지어 그 상태로 죽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은 다른 인간 노예상인 무리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기에는 충분했다.

“뭐, 뭐야 저 칼···! 사람을 자르는 게 아니라 터뜨렸어!?”

“뭐 저런 게 다 있어?!”


어떻게든 퇴로를 열기 위해 발악하듯 달려들던 인간들의 기세가 꺾여 주춤거리기 시작하자 어나더 블러드의 전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여기도 있다-!”

“더 많은 피를! 더 많은 살점을! 더! 더-!”


일부는 몸에서 변이가 일어나 이성을 반쯤 잃은 채로 인간들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스타프는 한눈에 그것이 말로만 듣던 금기, 스피릿 라이드임을 알아챘다.


“어이! 켈리시! 저거 남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하하하하! 뭘 그런 사소한 걸 일일이 따지면서 싸우냐!”

“아니, 그래도! 이런 쪼잔한 곳에서 저런 기술을···!”

“내버려 둬! 그들이 원해서 하는 일이다!”

“큭···!”


결국 바스타프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바꿨다.

마음을 복수에 잡아먹힌 자들에게는 어떤 말도 전해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면, 바스타프 자신이 동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으아아아아아-!”

[바스타프···!]

여신은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기다렸다는 듯이 등 쪽에서 팔을 전개하며 그에게 힘을 있는 대로 실어주었다.


[가거라! 나의 사도여!]

순식간에 만들어 진 붉은 고리가 왼팔에 감겨들고, 섬뜩한 신성력의 공명음과 함께 주먹이 내질러졌다.


“진홍의 번개-!”

본래는 일일이 근접에서 타격하는 것이 복싱이지만, 바스타프는 여신의 신성력과 자신의 새로운 육체 덕분에 그것마저 벗어나고 있었다.


압도적인 근력에서 나오는 충격파와, 주먹에 감겨있던 신성력 덩어리가 떨어진 곳에 있던 인간의 복부에 사정없이 꽂히며 뚫고 지나갔다.

“으구에에엑?!”


마치 성문을 뚫을 때 사용하는 공성용 기둥으로 복부를 난타당하는 듯한 고통에 상대가 뱃속에 든 내용물을 쏟아내며 무너지려고 하면, 바스타프는 지체하지 않고 접근하면서 쇼트 어퍼컷을 턱에다 꽂아 올렸다.


“?!”

묵직한 폭발음과 함께 턱뼈가 산산조각 나는 감촉이 바스타프의 왼 주먹에 확실히 전달되었다.

그 호쾌한 감촉에 바스타프의 입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가 꺼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무고한 약자들을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공격하고 죽이는 것.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코치로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게끔 배웠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무기를 들고 덤비는 놈들은, 바스타프의 동포들의 존엄을 짓밟고 어나더 블러드 같은 복수귀 집단까지 만든 인간 말종 놈들이다.

즉, 마구 때려죽여도 좋은 걸어 다니는 샌드백과 같은 존재.

“좋은 소리인데 너희들! 아주 좋아! 뼈 부러지는 소리가 끝내준다고!”

“어그억···! 아으···!”


계속해서 토사물을 게워내며 망가진 턱을 손으로 감싼 채 몸부림치는 녀석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렸다.


본래 복서였던 바스타프로서 바닥에 쓰러진 상대를 이런 식으로 패는 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링 위가 아니었고, 복싱 경기나 룰 따위가 존재하는 곳도 아니었다.

바스타프, 아니 백우가 학창시절 늘 하던 길거리 싸움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너 이 자식, 지금까지 몇 명의 이종족을 괴롭혔지?”

“아으···아오에···.”


망가진 턱으로 뭔가 말하려고 애쓰는 얼굴에 재차 라이트 훅을 꽂아 주었다.

꽥꽥 소리를 내며 가시 돋친 그의 가죽 글러브에 얼굴 가죽이 찢어져 피가 튀고 서서히 두상이 망가져가는 것을 보며 계속해서 주먹을 두들겼다.


곧 노예들을 지키던 인간들이 모조리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온 지하 안에 흩뿌려질 무렵이 되어서야 바스타프의 주먹질이 멈추었다.

“후우···.”


이미 그의 손에 잡힌 것은 머리라고 알아볼 수 없는, 다진 고기가 되어 흐느적대는 무언가를 가진 사체가 되어 있었다.

주위에는 그것을 구타하면서 덩달아 두들겨서 떡을 쳐놓은 사체가 4구나 있었다.


집요하게 보디블로우를 난타해 뱃속에 든 것을 전부 쏟아내게 만든 걸로 모자라 선 채로 피똥을 싸면서 사망한, 어떤 의미로 끔찍한 사체들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때리려고 손을 쳐든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러 주먹으로 쳐내려고 하면 탁 하고 두터운 손이 맞잡아온다.


“어이! 신참! 정신 차려. 상황 끝났다. 돌아갈 준비 해.”

“······!”

켈리시의 우렁찬 목소리에 흠칫한 바스타프가 그제서야 눈에 빛이 돌아오며 멱살을 잡고 있던 사체를 팽개쳤다.


“···내가, 그···.”

“됐어. 자네 같은 사람은 우리들 사이에선 흔히 있는 거니까.”

“아···.”“나쁜 경향은 아니지만, 너무 몰두해서 목적을 잃지만 말라고.”

좋은 징조라는 듯 그의 등을 팡팡 쳐준 켈리시가 피칠갑을 한 얼굴로 씨익 웃어 보인 뒤 대원들에게 해방된 동포들을 이끌고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곧 토굴을 통해 나와서 본 바깥 풍경은···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30채가 채 안되던 집들은 모조리 남김없이 불타고 있었다.

심지어 마을 외곽을 불길이 감싸고 있었는데, 마을 외곽에서 불의 정령을 사용해 불길을 유지하고 있는 하프엘프들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제발!”

“사, 사람 살려!”

불길 안쪽에서는 아직도 살아서 도망 다니는 인간들의 비명과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켈리시.”

“응?”

“어나더 블러드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해온 건가?”

“그래. 늘 있는 일이지.”

“······.”

바스타프는 이를 악문 채 그 광경을 똑바로 응시했다.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이젠 바스타프 자신도 이 상황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자신이 한 일에서 도망치는 나약한 짓은 할 수 없었다.


“제발-! 이 애는 이제 겨우 3살이라고요! 누가 좀···! 아악!”


마을 밖으로 달아나기 위해 어떻게든 불길을 뚫고 나가려던 한 여성을, 득달같이 쫓아 온 수인들이 머리채를 잡고서 안쪽으로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죽는 소릴 내면서 필사적으로 머리카락을 스스로 뜯어내면서, 그 팔에 안은 아이를 지키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바스타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촤악 하고 바스타프의 내딛은 발 바로 앞으로 톱날검이 지나가며 선을 그어 놓는다.

“켈리시!”

“···알고 있겠지? 신참 군.”

“······!”

“그 선을 넘으면···자네도 저 안에 끌려 들어가는 거야.”

“···큭···!”

“적어도, 우리는 그녀를 욕보이진 않는다고?”


켈리시의 마지막 한마디에 바스타프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문 채로 멈추어 서서 지켜보아야 했다.

어릴 적 술을 마시고 들어와 어머니를 구타하던 아버지를 보며 느꼈던 그 무력감이 뱃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

께름칙한 기분을 억지로 삼킨 채 야영지로 돌아와 모닥불 근처에서 술병을 쥐고 주저앉았다.

지금 바스타프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지금의 자신은 어디의 누구인 걸까.


그러한 의문을 자문하며 막 병나발을 불기 위해 병을 들어 올리려고 하면, 누군가 뒤에서 타악 하고 뒤통수를 후려쳤다.

“악! 어떤 놈이···!”


고개를 확 돌려서 눈을 부라리면, 거기에는 멧서가 새침한 눈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어. 반푼이.”

“멧서!”

“···켈리시에게 들었어. 일 잘 해냈다면서?”


다시 봤다는 듯이 흥 하고 고개를 까딱인 그녀가 계속 그렇게만 하라며 쏘아준 뒤 성큼성큼 자신의 텐트로 돌아가 버렸다.

“젠장···.”


복잡한 기분에 바스타프가 다시 병나발을 불기 위해 병을 들자 또다시 누군가 어깨를 탁탁 건드린다.

“아 쫌! 멧서 너 정말···!”

“멧서가 왜?”


하지만 이번에 그를 건드린 것은 켈리시였다.

“케, 켈리시!”

“하핫! 이 청승맞은 놈 보게! 왜 혼자 이런데서 쭈그리고 있어? 따라와! 뒤풀이 할 거니까!”

“아니, 나는···!”


바스타프의 표정을 본 켈리시는 큭 하고 웃은 뒤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려 주었다.

“···알만하구만. 알았어. 술병 더 가져다주랴?”

“아아니, 그렇게까지는···.”

“기분이 좀 나아지면 알아서 와라. 저 쪽의 모닥불에서 뒤풀이 하고 있을 거니까.”


자신의 어깨 너머 방향의 모닥불을 가리키는 켈리시에게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린 바스타프는 드디어 병나발을 불 수 있었다.

“후우-···.”


아무리 생각해도 어나더 블러드는 오래 있을 곳이 못되었다.

대부분의 것이 자율인 느슨한 조직체인 만큼, 3년 운운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바스타프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우선시해야 될 일은···.

“용병왕국의 사막 어딘가···인가.”


홀로 가는 것은 필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터였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파티를 모집해야 한다는 뜻.

그것도 강력한 마족 무리와 대적할 수 있는 강인한 이들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기사왕국이었다.

악을 배척하는 기사왕국의 기사들이라면 필시 따라나설 이들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행선지는 북부 동맹과 적대 관계인 남부 연맹의 강국 중 하나인 용병왕국의 사막이었다.


자칫하면 국가 간 문제가 불거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불어, 엄연히 오크들의 고대신에 관한 일에 기사들이 어디까지 협조해줄지···.


반면 어나더 블러드는 성향은 맘에 들지 않지만 다른 부분은 완벽했다.

기사왕국의 기사들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개인 전투력.

그리고 그 전투력으로도 모자라 동포의 복수에 미쳐 날뛰는 흉폭성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이종족의 일이라면 필시 발 벗고 나서줄 터였다.


문제는 현재 바스타프 자신이 어나더 블러드 내에서 발언권이 없다시피한 일개 졸병이라는 것.

‘이봐. 여신.’

[음? 무슨 일이지?]

‘그···오늘 일, 괜찮았어?’

[오늘 일이라면, 학살 말인가?‘

‘그래, 전사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나 다름없었는데, 당신 위상에 흠이 가거나 하지 않았나 해서.’


바스타프는 머릿속에서 그녀가 고개를 젓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는 않았다. 어나더 블러드는 방식이 좀 지나칠 뿐 헌신적이고 광신적인 전사들이다.]


고민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그들을 고평가하는 여신.

‘과연 투사의 신인가.’

[난 본래 이종족의 신이다. 나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이토록 헌신적이고 광신적으로 싸우는 전사들이 싫을 리 없지 않나.‘

‘······.’


[그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바스타프여. 하지만···.]

‘하지만 뭐?’

[그대가 어떤 길을 택하든, 그대는 그대의 어머니의 아들이다.]

‘······!’


다 안다는 듯이 속삭이는 여신의 말을 더는 듣기 곤란해져서, 바스타프는 그대로 고개를 쳐들고 병째로 들이부었다.


-30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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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 노 룰스 랜드 스윙(2) 21.03.18 17 0 12쪽
30 29화 - 노 룰스 랜드 스윙(1) 21.03.16 21 0 12쪽
29 28화 - 스피릿 라이드의 말로 21.03.15 21 0 11쪽
28 27화 - 피눈물과 진혼곡 21.03.12 27 1 11쪽
27 26화 - 피는 피로 씻는다. 21.03.12 33 0 11쪽
26 25화 - 사도의 사명 21.03.10 35 0 11쪽
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5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7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8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6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6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2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1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3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5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5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5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3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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