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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986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2.08 18:00
조회
205
추천
5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그것은 언제나의 일이었다.

7번째 헤비급 타이틀 방어전.


“훗! 훗훗!”

상대 선수는 철저히 대비해 온 듯, 결코 무리하지 않고 레프트 잽을 연발하며 주도권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는 듯 소극적으로 덤벼온다.


부웅-!


그런 그를 도발하는 롱 어퍼.

그러나 상대는 눈가를 조금 움찔거릴 뿐 반응이 없다.

“훗! 훗!”


오히려 더욱 경계하는 태도로 철저하게 아웃복싱의 움직임을 해온다.

가볍게 발로 리듬을 타며 계속해서 레프트 잽.


이대로는 이쪽이 도발당할 것 같았기에, 나는 비장의 수단을 꺼내들었다.


스윽.


“······!”

아예 가드를 내리고 턱까지 살짝 치켜들어 어서 때려 보라고 부추긴다.

“자, 해 봐.”

“······.”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반걸음 뒤로 물러선다.

이미 내가 여태껏 방어전에서 이렇게 도발해서 난타전으로 끌고 간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흥이 식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도발하면 달려드는 게 남자 아니냐?

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상대의 입가에 미소가 올라온다.


“이 자식···!”

“흥.”

“백우! 상대는 냉철한 놈이다! 어설픈 도발은 안 통한다고! 먼저 물어뜯어!”

뒤에서 코치의 어드바이스가 들려왔다.


상대 선수는 흠칫해서 가드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언제 내가 가드의 유무에 신경 쓰면서 싸웠던가?


떠어엉-!!


자랑은 아니다만, 내 펀치는 챔피언 벨트에 어울리는 무게를 갖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상대를 가드 째로 링 구석으로 밀어붙였다.

“크으윽···!”

“얼마나 버티는지 해 볼까···!”


무게중심을 조금 낮춘 뒤,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좌우 펀치를 가드 위로 내리꽂아댔다.

상대는 필사적으로 가드를 올린 채 구석에 박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으랴아아-!”

“위험해! 빠져 나오는 거다-!”

상대 코치 쪽에서 링 바닥을 두들기며 지시해왔다.

이에 상대가 잽을 페이크로 날리고는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오른쪽으로 틀면 사우스-포 스타일인 내가 자랑하는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온다는 것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내 라이트 펀치가 제 구실을 못한다고는 안 했다.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놈의 얼굴이 옆으로 격하게 틀어진다.

오른손에 실로 만족스런 감촉이 느껴져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래, 난 이 느낌을 맛보기 위해 링 위에 오르는 것이다.

이 사각의 링 위에서라면, 상대를 원하는 대로 실컷 팰 수 있었다.


“큭···!”

멈칫한 상대의 몸이 바로 파이팅 포즈를 취했지만, 발놀림이 아까만큼 현란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트 잽을 날리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재차 카운터를 시도해오는 모습에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머금은 나는 훤히 드러난 그의 복부에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꽂아 주었다.


“끅!”

콱 막힌 신음성과 함께 힘없이 무너지는 상대 선수를 보면서 반대편의 코너로 돌아가 섰다.

심판의 카운트가 시작되고, 상대 코치진이 더욱 격하게 바닥을 두들긴다.


“···식스! 세븐···!”

움찔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상대를 보며 웃었다.

다행이다, 아직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 나가떨어진 덕분일까, 상대의 눈에 독기가 서린 것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았다.


“강백우-!”

“하핫! 해 봐! 해 보라고! 뭐가 됐든지 간에!”

결국 처음의 소극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짐승처럼 달려들어 왔다.

바라던 대로의 전개.


격렬한 난타전이 이어졌다.

애석하게도 상대는 마우스피스가 무색하게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진즉에 쓰러졌어야 할 정도의 데미지.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서 있었다.


“허억···! 허억···!”

“······.”

나 역시 난타전에서 실컷 맞긴 했지만 상대와 달리 여유가 있었다.

사람을 패는 것도, 맞는 것도 나에게는 그저 즐거움일 뿐이기에.


스윽.


그로기 상태인 그의 앞에서 다시 가드를 내리고 도발을 해 보였다.

덤으로 이번엔 아예 허리춤에 손을 두르며 벨트 어필까지 해 보인다.

자, 어서 덤벼라.

네놈이 바라는 그 벨트를 갖고 싶다면···!


“이···이익!”

“훗!”

발끈해서 달려 들어오는 상대의 펀치를 여유롭게 고개를 틀어 피하고 곧바로 복부에 카운터를 먹인다.


묵직한 카운터를 정통으로 맞은 상대 선수가 맥없이 바닥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슬슬 여기까지인가 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크···하악···!”

“?!”

피를 조금 토한 상대 선수가 무너지던 자세 그대로 갑자기 어퍼컷을 밀어 올렸다.

가드를 내린 상태를 유지하며 카운터를 먹였던 나는 아차 하는 사이 턱을 힘차게 가격 당했다.

“백우-!!”


와당탕.


눈부신 조명이 보이기도 잠시, 바닥에 몸을 누이는 감각이 느껴진 직후, 내 의식은 끊겼다.


*


[···여.]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묘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 머리를 띵하게 만들어 불쾌했다.

“큭···머리가···.”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불을 켤 만한 스위치가 있는지 허우적거렸지만,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발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았지만 역시 아무 감촉이 없다.

랄까 몸의 감각도 없다.


[···도여.]

“···으···당신 뭐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나의 사도여.]

“뭐···?”

[나를 위해, 오크들을 위해, 그 힘으로 싸워주지 않겠나?]

“······.”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당신은 누구고, 오크는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나는 고대로부터 오크들과 맹렬한 투사들, 그리고 투쟁의 신인 ···다.]


“뭐? 잠깐만, 이름 부분이 잘 안 들렸다고.”

잘 모르겠지만 귀를 이리저리 후비는 동작을 시도한 뒤, 재차 귀를 기울여본다.

[···다.]


“아 좀!”

이를 갈며 화를 내는 나에게 곤란하다는 듯,

[미안하군. 이미 나의 위상은 이세계의 투사인 자네에게 스스로의 이름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듯하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잠시 뜸을 들인 의문의 존재는 이내 입을 열었다.

[···나는 오래된 신인데, 나를 섬기는 자들이 줄어들어 힘이 약해졌다.]

“···그래서?”

[자네를 나의 사도로 임명하고 나의 세계에 환생시키려 한다.]


환생이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이야기이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그로서는 특히나 더.

“그건 나쁘지 않네. 그럼 날 아까까지 싸우던 그 경기장으로···응?”

[······.]


무언가 맘에 걸린 백우가 재차 의문의 존재에게 아까 한 말을 다시 하라고 보채자,

[자네를 나의 사도로 임명하고, 나의 세계에 환생 시킬 생각이다.]

“···지x한다! 이 새키가 어디서!”


[뭣?!]

예상외로 격렬한 반응에 흠칫한 존재.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내가 가서 뭘 하라고! 게다가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당장 날 돌려보내!”

[···그것은 할 수 없다.]

“왜?!”

[···자네의 육체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잠시 멍해졌던 백우가 느껴지지 않는 육체를 최대한 움직여 날뛰기 시작했다.

“망할! 당장 날 여기서 내보내!”

[진정하게. 자네에게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

“나쁘고 자시고,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보고 받아들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놈아!”


한동안 날뛴 끝에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두 존재.

[···이제 좀 설명을 들을 기분이 되었나?]

“······.”

[나는 투쟁의 신. 자네 정도의 강렬한 투사가 아니면 내 사도로서 적합하지 않지···그리고 그런 나의 사도로 환생하는 이상, 자네는 나의 세계에서 최강에 가장 근접한 투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것이 죽은 자신이 꾸는 마지막 꿈이 되었든, 또 다른 현실이 되었든 간에.


“두 가지만 확인하지···.”

[···?]

“합법적으로 살아있는 무언가를 신나게 팰 수 있나? 기왕이면 죽여도 좋은 곳이면 좋겠는데.”

[물론 가능하다. 힘 있는 자가 곧 법인 세상이니.]

“그리고···예쁜 여자라던가 있어?”

[사람 사는 곳이다. 당연히 여자도, 미녀도 셀 수 없이 존재하지.]

“콜. 당장 보내줘.”


그가 삶에서 바라는 것이 다 갖추어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는 아주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를 환생시켜주는 이 신이라는 존재를 섬기는 주된 자들이 바로 오크라는 사실을.


-프롤로그 END-


작가의말

차기작 후보를 5개(...)나 벌려놓고 뭐로 할 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걸리다보니 선보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 버렸네요.

사실, 위자드라군과 함께 진행하던 스폰나이트(...)와 같이 진행하다 놔뒀던 작품이니 마냥 따끈따끈한 차기작은 아니지만요.


위자드라군과는 달리 제가 선호하는 하드코어한 육탄전이 주류가 되는 호쾌한 작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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