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010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3.01 20:25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18화 - 하프오크 밀사(3)

DUMMY

사령술사 중 한 명이 눈을 감고 본격적으로 정예 스켈레톤 무리를 통제했다.

그들을 지휘하는 여간부, 데드마더는 곧바로 다른 두 명을 이끌고 영창을 시작했다.


“뭐야, 저런 할망구가 이끌고 있는 건가.”

동화책에서 흔히 보던 마녀할망구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바스타프는 자기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을 뻔했다.

그런 그의 표정을 마주한 데드마더는 직감적으로 상대가 자신을 보자마자 비웃었다고 생각해 이를 갈았다.


“느으으···! 저 반쪽짜리가 감히! 감히 나를 우롱하다니!”

“으랴아아아!”

당장에라도 지팡이로 두들겨 패 주고 싶었지만, 상대는 주먹질 한 번에 졸개 스켈레톤들이 우르르 쓸려나가는 괴물 같은 강자였다.

심지어 몸에 둘러쳐진 저 오렌지색의 에너지는 필시 신성력의 일종.


“너희들! 제대로 마나를 지원해라!”

“넷!”

지면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그녀가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조금 뒤쪽에 서있던 두 사령술사는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마나를 보냈다.


“뭔지는 몰라도 내버려 두면 좋을 게 없겠군.”

자신을 붙잡으려는 졸개 스켈레톤들을 몸을 흔들어 털어낸 후 곧바로 사령술사들이 있는 쪽으로 쇄도했다.


“뭣?! 저, 저 놈···! 생각보다 빠르잖아!?”

“데드마더님! 어서 주문을!”

뒤에서 지원하던 부하 사령술사들이 기겁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전형적인 격투가.

근접해 와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연약한 마법사인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기어이 마법진 앞까지 당도한 바스타프가 완전히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준비동작에 들어가자, 식겁한 사령술사들이 데드마더의 양 팔을 붙잡고 뒤로 끌어내려 했다.

“위, 위험합니다! 데드마더!”

“일단 회피를···!”


하지만 데드마더는 이미 주문을 거의 마친 후였으니,


“라이즈···데스 나이트!”

“?!”


막 데드마더의 얼굴 20센티 앞까지 쇄도했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마법진이 빛나던 지면에서 튀어나온 대검에 막혔다.


“뭐야?!”

곧바로 태세를 바꾸어 물러서려던 바스타프는, 뒤이어 솟구쳐 나온 커다란 카이트실드에 얻어맞고 멀리 팽개쳐졌다.


“크윽!”

한바퀴 구른 후에야 자세를 바로 세운 바스타프의 눈 앞에, 3미터는 되어 보일 법한 육중한 자태의 데스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채 한손에는 거의 바스타프의 몸통만한 대검을 쥐고, 다른 쪽에는 그와 비견될 크기의 카이트 실드를 쥐고 있었다.

“흐히히히···이 오크 찌꺼기 녀석!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소환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데드마더가 곧바로 손가락을 들어 바스타프를 삿대질했다.

“데스나이트여! 저 천박한 하프 오크를 참살해라! 지금 당장!”


곧바로 안광을 번뜩인 데스나이트가 지면이 울리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바스타프에게 접근해왔다.

“이것 참···골치아픈데.”


솔직히 바스타프는 자신보다 큰 상대와 싸워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 세계에 와서 마수들을 상대로 싸워보기는 했지만, 대인전에서 자신보다 큰 상대와 싸운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


무엇보다도 바스타프의 주 공격수단인 복싱으로는 저 3미터 위에 올라가있는 머리통을 공격할 수단이 흔치 않았다.

물론, 그것은 사소한 문제라는 것을 곧 바스타프는 깨닫게 되었지만.


“이 자식···!”

강력해 보이기는 해도 비교적 느려 터진 놈의 검을 피해 몇 번이나 파고들어가 놈의 몸통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금속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갑옷에 막혀 거의 타격이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어지간한 금속제라면 충분히 그의 펀치로 우그러질 터.


크게 휘둘러진 검의 궤적을 피해 물러선 바스타프는 슬슬 복싱의 틀을 깨야 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수들을 상대하면서도 어렴풋이 느꼈던 부분이었지만,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며 그것이 확신으로 변했다.


“어떻게 한다···.”

머릿속에서 자신이 겪어온 것들을 곱씹으며 필사적으로 저 시체를 박살낼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성큼성큼 다가와 검을 내리쳐왔다.


“아 쫌! 타임! 타임이라고!”

“흐히히히히! 하찮은 오크 녀석! 그 잘난 주먹질도 노쓰메탈 제 갑주 앞에선 무용지물이구나! 자, 거기서 비굴하게 큰절을 하고 살려달라고 비는 건 어떠냐?”


데스나이트에게 밀려 주춤하는 사이, 정예 스켈레톤 군대가 다크엘프 마을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바스타프는 이를 갈면서 데스나이트에게 접근해 어깨로 밀쳐내며 놈의 자세를 무너뜨리려 들었다.


“에라이!”

“그어어···!”

어림도 없다는 듯 긴 다리로 바스타프를 걷어차 되려 밀쳐낸 데스나이트가 곧바로 검을 횡으로 베었다.


황급히 팔의 토시로 막으며 몸을 돌려 충격을 흡수했지만 팔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망했군···. 어떻게든 저 할망구만 눕히면 될 거 같은데···.”

작전을 바꾸어 위빙을 크게 흔들면서 데스나이트를 무시하고 뒤에 있는 소환자인 할망구를 때려잡기로 결심했다.

그것과 무관하게 데스나이트의 방패가 바스타프를 향해 휘둘러진다.


“좋았어!”

방패를 간발의 차로 피한 직후, 방패를 휘두르느라 데스나이트의 벌어진 다리 사이가 노출된 찰나,

바스타프는 달려들어 슬라이딩으로 그 사이를 빠져나가 버렸다.


“흐히히···뭣?!”

저 하찮은 오크가 데스나이트의 대검에 토막이 나는 걸 상상하며 웃고 있던 데드 마더는 식겁하는 소릴 내며 곧바로 악을 썼다.


“데, 데스나이트! 뭘 하고 있나! 나를 지켜라-!”

“이 망할 할망구, 뚝배기 딱 대! 찰지게 먹여주마!”

으르렁대며 달려가던 바스타프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돌아보지 않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아니나 다를까 넓은 보폭을 이용해 바싹 쫓아온 데스나이트가 뒤에서 대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쿵 하고 지면에 대검이 꽂히는 소리와 동시에 바스타프는 재차 데드마더를 향해 돌격했다.


“뚝배기-!”

“오, 오지 마라! 너 이 녀석! 설마 나 같은 연약한 노파를 그 흉악한 주먹으로 때릴 생각이냐?!”

짐짓 연약한 척을 하던 그녀는, 이내 썩어빠진 미소를 보여주며 크게 웃었다.


“흐히히헤헤헤! 자! 때려 보거라! 때릴 수 있으면 말이야!”

“이 망할 할망구가!”

간신히 데스나이트를 뿌리치고 접근한 바스타프가 재차 스트레이트를 날려 보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뼈의 장벽을 일으켜 막아내고 물러서는 노파.


“흐히히히히! 과연! 대단한 펀치로구나! 나의 본 월이 일격에 구멍이 뚫렸어!”

“당신 진짜! 그 머리통 제대로 패 줄 테니까 이 꽉 물고 있으라고!”

“흐히히···그래···해 보거라. 그 잘난 주먹을 거기서 뺄 수 있다면.”

“!?”


흠칫한 바스타프가 곧바로 주먹을 당겼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녀가 만든 뼈의 벽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에 뚫리자마자 그 주먹을 짓눌러 붙잡고 있었다.


“망할! 떨어져!”

“흐흐히히히히! 여유가 넘치는구나! 오크야!”

“닥쳐!”다른 손으로 본 월을 두들기며 조금씩 주먹을 뽑아내고 있던 순간,


“그래···잊은 게 한 가지, 있지 않더냐?”

“뭘 말이···.”

문득 생각이 나 뒤를 돌아보면 데스나이트가 대검을 쥐고서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씹어죽일···!”

“데스나이트! 베어라!”

“그오오오···!”

부악 하고 날아든 대검이 바스타프와 본 월을 동시에 가격하고, 바스타프의 몸은 부서지는 뼈의 파편에 얻어맞으며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 공터 외곽의 나무에 부딪쳐 나무를 기울인 뒤에서야 멈추어 바닥에 팽개쳐진 것을 본 노파는 혀까지 내밀고 웃어댔다.

“흐흐히히히히!! 잘했다! 잘했다 데스나이트! 이제···.”

“그오오오···.”

“저 가증스런 목책을 부수고 다크엘프들의 시체를 내게 가져 오거라! 물론 살아있는 다크엘프들을 죽여서 말이지! 흐흐히히히히!”


스켈레톤 정예병들이 목책을 두들기고 기어오르며 다크엘프들을 위협하고 있는 와중, 기어이 데스나이트가 성큼성큼 목책을 향해 다가갔다.


“젠장할! 데스나이트다! 마법사들 뭐하고 있어!”

“뭐?! 이런 곳에서 데스나이트라고? 진심이야?!”

다크엘프들은 당황했다.

안 그래도 이번 스켈레톤들은 무장상태가 좋아서인지 어지간한 화살로는 쓰러지지 않아 일일이 정령술을 섞어가며 싸우는 중이었건만, 거대한 데스나이트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사령술사들 같으니! 뭐든 상관없으니까 저 데스나이트 좀 어떻게 해 봐!”

“당장은 무리야! 우린 방금 저 스켈레톤 놈들에게 한바탕 퍼부었다고?!”

“크으···!”


마법사와 정령술사들은 이미 정예 스켈레톤 무리의 기세를 꺾느라 상당한 양의 마나를 소모한 후였기에, 황급히 포션을 들이키며 회복에 들어간 상태였다.


“할 수 없나. 모두들 화살에 기름을 둘러!”

결국 수비를 지휘하던 다크엘프가 성벽 곳곳에 배치된 기름항아리에 화살을 담갔다가 꺼냈다.


기름을 먹인 화살들이 우수수 쏟아져 데스나이트의 동체 곳곳에 박혔다.

일부는 튕겨나가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목적은 데스나이트를 기름범벅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이거나 먹어라···!”

다크엘프 지휘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화살을 매겨 데스나이트의 눈구멍을 향해 쏘아냈다.

아무리 강대한 데스나이트라 하더라도 이정도로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르면 필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터.


“그우우!”

무언가를 알아챈 데스나이트가 곧바로 대검을 휘둘러 불화살을 쳐냈다.

그 광경을 본 지휘관의 눈썹이 일그러지며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

“그오오오···!”

앞에서 목책을 기어오르고 있던 정예 스켈레톤들 조차 무시한 채 성큼성큼 달려든 데스나이트가 대검을 내리치는 것으로 목책 한쪽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크아악···!”

마침 그 옆에 있던 지휘관은 충격에 휘말려 목책 아래로 떨어져 부상을 입은 상태.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는 베어진 틈새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스켈레톤 정예병들이 그를 향해 접근해오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기침을 하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면 주위에 있던 다크엘프들이 달려와 스켈레톤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바로 머리 위에서 재차 하늘로 솟구치는 대검.


“모두들 피해-!”

폭음과 함께 오라까지 실린 검격으로 목책 한쪽을 크게 무너트렸다.

그 여파로 일부 스켈레톤들이 산산조각 나서 바닥을 구르고, 그 잔해를 까드득 짓밟으며 데스나이트가 조금씩 목책 안으로 진입해왔다.


다크엘프 지휘관은 이를 갈면서도 옆에 있던 다크엘프에게 비전투원을 데리고 탈출하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에 다크엘프가 당신은 어떻게 하냐고 다그치면,

“내가 여기서 물러날 수 있겠냐···!”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호기롭게 데스나이트 앞을 가로막는다.

“야! 이 망할 뼈다귀야! 네놈의 상대는 나다!”

“···그으으으!”


지휘관의 도발에 곧바로 반응하는 데스나이트.

대검을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내려치려는 모습을 보면서, 지휘관은 옆에서 돕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다크엘프를 억지로 떠밀어서 보냈다.


-18화 END-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정 중단합니다. 21.03.20 56 0 -
공지 게재 시간 관련. 21.02.24 46 0 -
32 31화 - 노 룰스 랜드 스윙(3) 21.03.19 16 0 11쪽
31 30화 - 노 룰스 랜드 스윙(2) 21.03.18 17 0 12쪽
30 29화 - 노 룰스 랜드 스윙(1) 21.03.16 21 0 12쪽
29 28화 - 스피릿 라이드의 말로 21.03.15 22 0 11쪽
28 27화 - 피눈물과 진혼곡 21.03.12 28 1 11쪽
27 26화 - 피는 피로 씻는다. 21.03.12 33 0 11쪽
26 25화 - 사도의 사명 21.03.10 36 0 11쪽
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6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3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8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9 1 12쪽
»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9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8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7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7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2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4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4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