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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005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3.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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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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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DUMMY

가벼운 오른손 훅으로 집중하고 있던 사령술사를 넘어뜨린 뒤 입고 있던 로브를 찢어서 손목을 묶어 나무에 매달았다.


“무,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한참 정예 스켈레톤들을 통제하느라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 했는지, 식겁한 표정으로 바스타프와 주변을 살피며 바둥거렸다.


“어떻게 되긴. 너 빼고 다 튀었지. 죽었던가.”

대수롭잖게 어깨를 으쓱하며 설명해준 바스타프는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하필이면 내가 패려던 할망구가 도망을 갔으니, 남은 너라도 대신 샌드백이 되어 줘야겠다.”

“새, 샌드백···?”


시원한 소리와 함께 바스타프의 펀치가 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쥐어짜는 비명을 내지른 사령술사는 상황을 파악한 듯 황망한 눈길로 바스타프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이보게! 잠시만 이야기를 좀 하세!”


아랑곳하지 않고 복부에 한 번 더 얻어맞은 사령술사는 말 그대로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에 더는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끄으으···사, 사람 살려요-!”

“쉬-잇.”

“으으으···! 사, 사람 살···!”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던 그의 안면을 레프트 스트레이트로 조용히 시킨 뒤, 이번엔 어디를 때릴지 손가락으로 아래에서 위로 왔다갔다하며 고민에 들어갔다.


이미 이 사령술사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달해 있었다.

연이은 보디 블로를 얻어맞은 탓에 간간히 토혈을 하기 시작했고, 얼굴에 한 방 맞자마자 이빨이 줄줄이 튀어나오며 턱까지 틀어졌다.

“어으어아으···하, 할려줘···!”

“아-. 그런 이야긴 됐으니까. 그냥 조용히 맞으면 안 될까? 내 샌드백에서 나도 좋은 소리는 하이톤의 비명소리나 쥐어짜이는 신음성 정도면 충분하거든.”


그제서야 사령술사는 이 하프오크의 머릿속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하, 할려후헤호···! 아으오어으···.”


망가진 턱으로 무언가 더 주절거리는 샌드백을 한방 더 먹이려고 주먹을 들어 올리는데,


“그 쯤 해 두지 않겠나.”

“?”

뒤를 돌아보면 스켈레톤들을 처리한 다크엘프 경비대가 두 사람을 포위한 채 무기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마을 안에서는 망가진 스켈레톤들을 한 곳에 모아 불태우고 있었다.

바스타프가 한창 샌드백 삼아 패고 있던 사령술사는 다크엘프 병사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버렸다.


바스타프는 같이 온 기사왕국의 상단 행렬과 함께 다크엘프들에게 감사를 받고 있었다.


“이번 일은 정말 감사하오. 비록 장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소이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덕분에 저희도 포션을 전부 팔았으니까요.”


중년의 외모를 지닌 다크엘프는 지부장과 악수를 나눈 후 바스타프에게 접근했다.

“자네가 그 바스타프 경인가.”

“그렇소.”

“사령술사들의 제압, 감사하오. 이제 막 전투가 끝난 참이라 저희가 당장 보답할 것이 없어 죄송스러울 따름이군.”


바스타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기사로서 그런 사악한 부류를 보고도 지나치는 건 있을 수 없기도 하고.”

“과연···.”

“다른 보상은 필요 없고, 그저 나중에 긴히 드릴 말씀이 좀 있습니다.”


넌지시 운을 띄우는 바스타프의 모습에 마을의 대표인 다크엘프가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소만,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돕지요.”

“감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휴식을 마친 바스타프는 어제 인사를 나눈 다크엘프 마을의 대표와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바스타프 경. 따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던데.”

“다름이 아니라···.”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이전에 이미 은퇴했다고 하는 보그렐 마저도 어나더 블러드 출신이 드러나자 그 난리였다.

섣불리 들이밀면 필시 참사가 벌어질 터.


“왜 그렇게 조심하시오? 경은 마을의 은인입니다.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실은, 기사왕국의 왕실로부터 어나더 블러드에 전하는 밀사의 역할을 띄고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


대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하프오크라고는 해도 기사왕국의 기사가 왕실의 의향으로 어나더 블러드에 밀사로서 찾아오다니.

“어려운 이야기로군요.”

“알고 있습니다.”


“흐응-. 하프 오크라면 이종족이니까 밀사로 보내도 죽이지는 않겠지···인가.”

“!”

익숙한 음성에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대표의 집 출입문을 열고 거기 기대어 서 있는 다크엘프 여성이 보였다.


남자라고 해도 믿을법할 정도로 짧게 친 벌꿀색 금발에 다크엘프 특유의 푸른기가 도는 피부.

독기로 그득한 날카로운 눈과 독사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연두색 눈동자.

훤칠한 키와 슬렌더한 바디라인이 돋보이는 가죽 갑주까지.


“거세의 멧서···!”

“어머, 기억하고 있었어?”

“그야, 잊기 어려운 첫만남이었으니.”

바스타프는 몸서리치며 그녀가 가위로 고위 신관의 소중한 것을 잘라내던 것을 떠올렸다.


“흐흥.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당신, 그 일은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좋을거야.”

“그건 곤란한데. 일단은 난 기사왕국의 기사다. 왕명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스타프를 노려보던 그녀가 대뜸 허리춤에 둘로 나누어 차고 있던 가위를 꺼내 보였다.

“당신도 이 녀석의 먹이가 되고 싶어?”

“······!”

“자, 잠깐! 멧서. 아무리 그래도 마을을 도와준 분이다. 그렇게까지 적대할 필요는···.”


대표의 만류에 그제서야 쳇 하고 혀를 차며 가위를 다시 갈무리하는 그녀.

첫인상 대로 더없이 위험한 여성이었다.

“돌아가. 어나더 블러드는 정보에 민감한 비밀결사라고.”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서 말야.”


쾅.

가볍게 벽을 주먹으로 치며 이를 가는 그녀.

“당장 돌아가. 당신이랑 할 이야기는 없어.”

“이 일은 당신이 초래한 것임을 알고도 그렇게 말 할 수 있을까?”


바스타프의 발언에 멈칫한 멧서가 인상을 구겼다.

“그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야? 장난해?”

“장난이 아니다. 당신이 기사왕국에서 신관의 소중한 것을 가차 없이 자르고 신전기사들을 죽인 탓에 기사왕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바스타프의 발언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휘휘 저으며 대수롭잖다는 듯 굴었다.

“우리 알 바 아니야. 잘 됐네, 두 나라끼리 이 참에 박터지게 싸우면 되겠네. 북부 동맹 유일의 강대국을 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잖아?”

“그건 어떨까. 어째서 기사왕국과 신성제국이 손을 잡고 어나더 블러드를 토벌하러 온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지?”


바스타프의 진지한 의문에 그녀는 푸핫 하고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아하하하핫! 당신 귀엽네! 정말로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게 그렇게 나쁜가.”

“나쁜 게 아니라 불쌍한 거야.”

“뭐?!”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한껏 베어물고서 손가락을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어나더 블러드는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 창설한 단체야.”

“!?”

“그것도 지상최흉의 칭호를 지닌, 모든 범죄자들과 악당들이 우상으로 삼고 있는 전설적인 남자가 만들었지.”


인간이 인간을 무차별로 죽이는 단체를 만들다니, 대체 그 녀석 정신상태는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던 걸까.

“그것 참 미친 놈이군.”

“하하핫! 그렇지? 진심으로 인간을 멸종시킬 생각으로 살았던 사람이니까.”

“······.”

“뭐, 지금은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무언가 얼버무리는 그녀의 태도에 의구심이 든 바스타프가 손을 들어 의문을 표했다.

“잠깐, ‘죽은 걸로’?”“그래. 죽은 걸로 되어 있어. 인간들의 법에 한해서는.”

“······!”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릴 함부로 건드리면 그 남자가 관짝 채로 무덤을 뛰쳐나와 날뛰기 시작할 거야. 그러면 그건 아무도 못 막아.”

“그정도로 강한건가?”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물론 강하긴 하지만···.”

“?”


그녀는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께름칙하다는 듯 몸서리를 치며,

“그 남자는 악마들이나 마족들조차도 쌍욕을 하며 가까이 하기 싫어할 정도의 미친놈이니까. 날뛰기 시작하면 정말로 아무도 못 막아.”

“과연. 그걸 아는 국가라면 손대기가 꺼려진다는 건가.”

“바로 그거야.”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엇지만, 저 표독스런 여인이 일순 더없이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창설자라는 작자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는 알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부 동맹의 최강대국이 손을 잡고 총력을 다해 덤빈다면···.”

“하하하핫! 진심이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실제로 그러니까다.”

“무리야 무리. 어나더 블러드를 진심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면, 일단 이 방대한 강마의 숲부터 완전히 제압해야 해.”

“······!”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그녀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우릴 지원하고 있는 이종족 마을의 대부분은 강마의 숲 너머에 있는 드래곤 산맥에 있어.”

“드래곤···산맥?!”

“그래. 당연히 중간계의 드래곤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레어를 만들고 은거하고 있지.”

“잘못 건드렸다간 드래곤들과 싸우는 꼴이 되겠군.”


어째서 지금까지 군사력으로는 내로라하는 기사왕국이 이런 테러집단을 상대로 쩔쩔 맸던 것인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희들 진짜 치사한 놈들이구나.”

“풋! 이건 인간과 우리의 전쟁이야. 그리고 전쟁에는 규칙도 고상한 전통도 없어. 많이 죽여서 더 죽일 놈이 없어지면 이기는 것 뿐.”

“······.”


그녀는 못을 박으려는 듯 재차 손가락을 까딱이며 추가했다.

“어차피 강마의 숲 제압부터도 불가능할거야. 당신도 이번 일로 겪어봤을 테지만, 여기 강마의 숲에는 몬스터나 마수만 있는 게 아니야.”

“···!”


의미를 깨달은 바스타프의 표정이 굳었다. 사령술사 4명이 부리던 스켈레톤 군대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그래. 사령술사나 흑마법사들, 그리고 악마나 마족들까지 여기저기 숨어 살고 있어. 그런 자들의 기습을 받아가면서 강마의 숲을 제압해야 하는 거야.”


결국 바스타프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들어갔다.

어나더 블러드에 접선을 해야만 하는데, 알면 알수록 바스타프 자신이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알았으면 어서 돌아가.”

“만약···.”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 바스타프는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짖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어나더 블러드에 입단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뭐?”


-21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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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6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8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9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7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7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2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4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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