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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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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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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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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화 - 피눈물과 진혼곡

DUMMY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서로를 향해 주먹과 발을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후흐흐흐···.”

“흥.”


먼저 날아든 것은 청부업자의 발끝이었다.

흡사 송곳을 연상시키는 구두 끝을 내세워 찌르듯이 차올렸다.

“히햐!”


바스타프는 일부러 자세를 흐트러트리는 척 하다가 휙 하고 놈의 품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늦어!”

“흑?!”


놈의 깡마른 몸을 향해 묵직한 훅을 날렸다.

섬뜩한 풍압을 감지한 청부업자가 황급히 딛고 있던 다리를 박차는 것으로 뒤로 물러섰다.


바스타프가 재차 훅을 추가타로 먹이려 들자, 걷어찼던 다리를 굽혔다가 다시 차올리면서 방해했다.

“뭣?!”

“히히햐하!”


“에에이···성가신 놈 같으니.”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청부업자는 진심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어서 적당히 치명상을 입혀놓고 도망치고 싶은데, 이 망할 오크 녀석이 생각 외로 날쌘데다 끈질겼다.


“쉭!”

“!!”

재차 머리를 걷어차는 페이크를 걸어 바스타프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하핫! 이걸로 끝입니다!”

“흡!”

자신의 신발에 숨겨진 장치를 작동시키려던 순간, 바스타프가 찰나의 순간을 노리고 기어이 오른손 훅을 옆구리에 쑤셔넣었다.


“끄에윽···?!”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감각과 호흡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에 청부업자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직후 청부업자의 구두에서 예의 섬뜩한 찰칵 소리가 들리면서 바스타프의 정강이가 예리한 검날에 꿰뚫렸다.

“그윽?! 이, 이자식!”

“흐후후후···쿨럭!”


서로 묵직한 일격을 주고받은 두 남자가 이를 갈면서 본격적으로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 자식···신발에 추잡한 장치나 달고 다니고···격투가로서 수치스럽지도 않냐?!”

“흐후···흐후후···전 청부업자입니다만? 이정도도 꽤나 신사적인 수단이라고 자부하고 있지요···!”


놈을 완전히 때려눕히려고 다리를 딛자 종아리에서 피가 튀며 바스타프의 자세가 흔들렸다.

그것을 본 청부업자 역시 발차기를 날리려고 허리를 틀었지만, 이내 복부의 격통으로 인해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배를 손으로 감쌌다.


“어이! 바스타프!”

마침 상단을 몰살하고 노예가 되었던 동포들을 구출하기 시작한 어나더 블러드의 전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멧서가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더니 이내 가위를 꺼내들고 흉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야, 아직도 처리 못 한거야?”

“아아. 조금 성가신 놈이거든.”

“내가 처리할까?”


바스타프는 고개를 저으며 이를 악물었다.

모처럼 때려눕힐 맛이 나는 강한 상대를 마주친 이상 다른 이에게 내줄 생각은 없었다.


“후흐흐흐···곤란하군요. 돈도 안 되는 이런 싸움은···.”

멧서를 발견한 청부업자가 입맛을 다시면서도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어이! 어딜 가려고?”

약간 절뚝거리던 바스타프의 다리가 어느샌가 멀쩡해진 것을 발견한 청부업자의 눈빛이 변했다.

“후흐···으음. 정말로 곤란하군요.”

“걱정 마라. 넌 내가 책임지고 샌드백을 만들어서 마른 멸치 꼴이 될 때까지 두들겨 줄 테니까.”


청부업자는 천천히 품속에서 수상한 주머니를 꺼내서 지면에 팽개쳤다.

“아듀!”

“아니 저 자식이?!”


곧바로 놈에게 쇄도하여 잽을 날렸지만, 매운 냄새가 섞인 연막이 퍼지며 주먹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런 망할!”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멧서는 옆에 있던 다른 전사에게 고갯짓을 해 동물들에게 추적을 하게끔 해 두었다.


“바스타프 너도 엥간히 칠칠치 못하네.”

“칫! 아직 덜 때렸다고!”


발을 구르며 투덜거리는 바스타프의 뒤통수를 철썩 후려갈긴 멧서가 고개를 저었다.


“아 왜 때려!”

한창 흥분해 있던 바스타프가 으르렁거리자 곧바로 바스타프의 낭심을 걷어차 바닥에 무너뜨리는 멧서.

“끄억?!”


그대로 무너진 바스타프의 뒤통수를 지그시 밟은 그녀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내가 분명히 말 했지? ‘잔인하게’죽이라고. 적어도 3명을. 근데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되었더라?”

“크윽···!”

“너, 진지하게 할 생각 있는거 맞아?”


그녀는 불쾌하다는 듯 바스타프의 옆에 침을 탁 뱉고는 돌아섰다.

“할 생각 없으면 때려 쳐. 우리 조직은 오고가고에 제한 없으니까. 3년 동안 네 녀석 이름만 달아 놓아도 아무 문제없어.”

“······!”


통증을 참으며 간신히 일어난 바스타프가 이를 갈면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날···뭘로 보고!”

“흥. 너처럼 폼 잡으면서 싸우는 녀석은 이쪽엔 필요 없으니까, 이번 일로 이름표 정도는 달아둘 수 있으니 어서 그 잘난 기사 놀이나 하러 가지 그래?”


멧서가 계속해서 비웃으며 도발하자, 바스타프는 붉은 오오라를 몸에 두른 채 그녀의 얼굴 바로 옆에 번개같은 펀치를 날려 보였다.

“······!”


그녀의 뺨에 스친 상처가 생기고 한방울의 피가 흘러내리면,

“난 그런 어중간한 놈이 아니라고. 멧서.”

“···너 이···!”

“당신이나 다른 이들이 잔인해질 만한 사정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막 자신의 각오를 이야기하던 바스타프는 곧바로 이어진 그녀의 일갈에 재차 바닥에 무너져야만 했다.

“···내가 3걸음 이상 다가오지 말랬잖아-!”

“꺄울?!”


두 번이나 급소를 걷어차인 바스타프는 혼절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분신 태양빛과 함께였다.

“으극···.”


손으로 눈을 가리며 어기적어기적 일어나보면, 이마에 올려져 있던 물에 적신 수건이 툭하고 그의 발치에 떨어졌다.

“뭐야, 일어났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건을 쥐어짜고 있던 멧서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곤 쥐어짠 수건을 그에게 휙 던졌다.

“자, 이걸로 덮고 더 퍼질러져 있어.”“뭐?”

“···흥.”


예상 외의 친절에 바스타프가 식겁한 얼굴로 멍하니 있으면,

“아 왜! 시원찮은 녀석이라도 동포고 내 부하니까 이 정돈 챙겨야지!”

“아, 아아. 그렇긴 한데···.”


흥 하고 콧방귀를 뀐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텐트 밖으로 뛰쳐나가면, 그녀와 교대하듯 익숙한 얼굴이 그를 찾아 들어왔다.


“바리드? 아직 있었나?”

“그래.”


다가와서 선뜻 스프가 든 그릇을 건네주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별로. 멧서가 부탁한 거니까.”

“뭐?!”


연이어 예상 못한 상황이 들이닥치자 바스타프가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굳어 버렸다.

자신이 드디어 죽을 때가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몸서리치기까지 했다.


“하하핫! 그게 보통의 반응이겠지.”

“아아니, 그치만 저 여자는 그···동성···.”

알고 있다는 듯 바리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에겐 비밀이지만, 사실 멧서는 당신을 나름대로 맘에 들어 하고 있다고?”

“개풀 뜯어먹는 소리!”

“진짜라니까?”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바스타프에게 바리드가 짖궂게 웃어 보였다.


“이전에 있던 신입은 하루 반나절만에 소중한 걸 잘려서 절명했다고?”

“······.”

“그걸 생각하면 당신은 일단은 합격점이라는 소리니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바스타프의 표정이 뭐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그가 예전 세계에서 말하던 츤데레인가 뭔가 하는 그런 꼬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건 수틀리면 바스타프의 소중한 것이 절단당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그녀와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군.”

“그 기분은 이해해.”


스프를 다 먹을 때쯤 그와 좀 더 아이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바스타프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와 친해졌다.

“과연···그래서 인간의 길을 택했던 건가.”

“그래. 분명 당신들과 난 입장은 정 반대일지도 모르지만···근본적인 부분은 똑같아.”

“그러면, 3년 동안 계속 하려고?”

“···아마도.”


당장은 자신이 작위를 받은 기사왕국 쪽과 큰 일이 없으니 안심이었지만, 언젠가 어나더 블러드가 기사왕국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게 된다면···.

바스타프는 애써 그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바스타프 자신이 밀사 역할까지 맡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던가.

최악의 경우라도 네로스 같은 고위 간부들을 설득하면 어떻게든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멧서는 필시 어나더 블러드 쪽을 택할 것을 원하는 눈치였지만···.

바스타프는 말 없이 허리춤의 버클을 만지작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이상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멧서가 준 물수건을 이마에 얹고 자리에 다시 누웠다.

바리드의 말에 의하면 기절한 바스타프를 멧서가 화풀이랍시고 여기저기 걷어차고 밟았던 모양이었다.

몸 여기저기에 멍자국이 남아 뻐근함을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신의 사도인 바스타프의 회복력이라면 반나절이면 완치가 될 터였지만, 왜인지 멧서는 부상을 핑계로 그를 고이 눕혀놓은 것이었다.


잘 시간 즈음 해서 그녀가 다시 텐트로 들어왔다.

“어이! 반푼이! 몸은 좀 어때?”

“어···.”

“···흥. 됐어. 어차피 다음 일부터는 데리고 다니지 않기로 했으니까.”

“뭐?”


분명 일전에 당분간은 그녀가 바스타프를 데리고 다닐 거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 그가 의문을 표하면,


“그건 당신이 쓸만했을 때의 이야기야.”

“큭···!”

“당신의 눈에는 우리와 같은 어둠이 없어. 오히려 인간의 편에 서려고 하고 있지.”

“······.”

“바스타프. 당신이 명심해야 될 게 있어.”


그녀는 새침한 표정을 지우고 무거운 무표정을 해 보였다.

“어나더 블러드의 조직은 크게 3개의 역할로 나뉘어져 있어.”

“?”

“우리처럼 현장에서 복수전을 하는 이들을 ‘피눈물’이라고 하고,”

“피눈물이라고···?”“그래. 피눈물을 흘리면서 복수를 갈구하는 악귀들이라는 뜻이지.”

“어울리는데.”


바스타프의 칭찬에 큭 하고 웃어보인 그녀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우리를 감시하고 숙청하는 ‘진혼곡’이라 불리는 감찰부서가 있어.”

“뭐?”

“그러니까, 숙청당할 수도 있다고.”

“······!”

“당신이 활동을 하던 안 하건 상관은 없어. 하지만 만약 이적행위를 한다는 게 확인되면···.”


그녀는 잔인한 미소와 함께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렇게 되는 거야.”

“그거 골치 아픈 이야기로군.”

“골치 아픈 정도로 끝날까? 진혼곡 대원들의 전투력은 피눈물 부대원의 최소 3배 이상의 진짜 괴물들이 즐비하다고 하니까. 당신 같은 건 3초도 못 버틸 거라고.”


상상을 초월한 이야기에 바스타프는 실감이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그런 자들이 전면에서 복수전을 하지 않는 거지?”

“······.”


그녀는 중요한 부분에서 입을 다물었다.

“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건 당신이 알 자격이 없어.”

“멧서! 당신 진짜!”

“당신은 엘프도 아니잖아!”


새침하게 쏘아붙인 그녀가 또다시 박차고 나가고, 바스타프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서.


-27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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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 노 룰스 랜드 스윙(1) 21.03.16 21 0 12쪽
29 28화 - 스피릿 라이드의 말로 21.03.15 22 0 11쪽
» 27화 - 피눈물과 진혼곡 21.03.12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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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사도의 사명 21.03.10 36 0 11쪽
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5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7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8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6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6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2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4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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