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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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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3.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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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DUMMY

예상 이상의 직구에 잠시 멍해진 여신이 곧 재차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까와 달리 바스타프는 오히려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때려보라는 듯이 도발했다.


“자.”

[···?!]

“뭐 해. 빨리 때려.”

[맞을 소릴 했다는 건 알고 있는 것인가.]

“물론. 그리고 맞는 대신 제대로 대답은 들어야겠어.”

[뻔뻔한 자로다.]


잠시 6개의 팔에 연달아 따귀를 맞은 바스타프가 계속 올려다본다.

정말 기어이 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가.

[···뭐, 좋다. 당신 정도의 투사라면, 나의 위상을 복권시켜주기만 하면 그 공로는 평가받을 만한 업적이니.]


여신의 선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렌지빛으로 일렁이던 바스타프의 몸 주변 오라가 진홍색으로 돌변하며 마구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여신의 형상마저 붉게 변하자, 바스타프는 문득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란, 정말 이렇게나 단순한 생물인 것인가.]

“그래. 단순하지.”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믿고 맡기도록 하지. 나의 투사···아니, 바스타프여.]

“그래. 푹 쉬고 있어.”


여신의 형체가 다시 바스타프의 몸 안으로 사라지고 나면, 거기에는 이미 성 안에서 싸우던 데스나이트를 불러들인 데드마더가 잔뜩 경계한 모습으로 바스타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넌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하프오크다. 뭘 더 바래?”

“웃기지 마라! 방금 그 존재, 확실히 정령왕 같은 건 아니었다! 정체를 밝혀라!”

발악하듯 외치는 노파를 바라보던 바스타프는 말없이 주먹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솔직히 노인, 그것도 여자를 패는 건 가슴이 아픈 일이다만···.”

“이, 이 녀석이?!”“난 지금 여신한테 오케이 선언을 받아서 엄청 기분이 고무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힘 조절 같은 거 기대하지 마.”


발끈한 노파가 지팡이를 휘둘러 데스나이트를 돌진시킨다.

데스나이트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아까와는 몇 단계나 격이 다름을 느끼고 돌진하면서도 방패로 몸을 철저히 가렸다.

“그오오오···!”

“오냐. 네놈에게는 빚이 있었지.”


폭음과 함께 지면이 갈라지며, 바스타프가 쇄도해나갔다.

그것을 확인한 데스나이트가 아예 실드를 지면에 박아 버티는 자세를 취하며 대검을 높이 쳐들었다.

정면은 실드로 단단히 막아 놨으니 바스타프는 측면으로 달려들 터.


그 방향이 확인되는 즉시 대검을 휘둘러 떨쳐내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스티치 후커-!”


폭음과 함께 실드에 연달아 4개의 주먹자국이 아로새겨지고, 주먹에서 솟구쳐나온 신성력 덩어리가 실드마저 투과하여 데스나이트의 몸통을 관통했다.


심지어 각 주먹질은 훅 답게 곡선방향으로 정확하게 데스나이트의 몸체 중앙을 겹쳐 관통하는 궤적을 그림으로써, 데스나이트의 동체를 완전히 분쇄했다.

“그우···웃?!”


상하체를 이어주던 곳이 완전히 분쇄당하자, 하체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바스타프는 말 없이 필살의 한방을 준비했다.


자유의 왼팔.

인간의 반응속도의 한계영역이라 할 수 있는 0.25초 수준의 간격으로, 필살의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최대 5연발, 평균 3연발로 정확히 같은 지점에 때려넣는 바스타프, 아니 백우의 필살 블로우.

관자놀이 등 급소에 제대로 맞을 경우 그 즉시 뇌진탕을 일으키며, 맞은 상대는 주먹으로 몸이 꿰뚫림 당한 섬뜩한 감촉을 느끼며 의식이 날아갔다.


그야말로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백우의 복싱 기술의 정수.

단점이 있다면 극단적인 속도의 연타인 만큼 근육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컨디션이 최고조라도 한 달에 3번 쓰고 나면 왼팔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한동안 펀치를 못 쓰게 되는 점이었다.


그것을 하프오크의 육체를 받은 지금, 여신의 신성력과 함께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네놈이 얼마나 단단하던 간에, 두 방은 필요 없다! 남자는 한방이야-!”

“그우···!”


위기를 직감했는지, 이미 무용지물이 된 방패를 놓고 대검을 대각선으로 세워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데스나이트.

“자유의···아니, 진홍의··· 번개-!”


급히 변경한 기술명은 적절했다.

데스나이트의 대검에 주먹이 닿는 순간, 다크엘프 마을까지 울려 퍼지는 우렁찬 우렛소리와 함께 바스타프의 주먹에서 굵고 긴 붉은 번개 줄기가 마구 터져 나왔다.


“그아오오오옷?!”

무지막지한 펀치력에 의해 대검이 쇠 소리도 내지 못하고 깨져나가고, 초고속 연타로 밀어붙이듯 데스나이트의 안면을 두들기자 타닥타닥 하고 번갯불에 튀겨지는 소리를 내며 데스나이트의 육체가 바삭하게 익기 무섭게 폭발해버렸다.


어찌나 여파가 컸던지, 번개 줄기의 끝에 서 있던 노파에게도 벼락이 조금 닿은 탓에 그녀는 데스나이트가 소멸하자마자 무너지며 피를 토했다.

“쿨럭···?! 이, 이이···이것은···!”

“데드마더 님! 괜찮으십니까?!”

“마, 말도 안 돼···?!”


“후우···.”

바스타프는 지면에 그을음만 남기고 튀겨진 데스나이트의 흔적을 바라보며 왼팔의 상태를 점검했다.

조금 욱신거린다 싶더니 신성력이 일렁이며 회복되었다.


“끝내주는데···.”

이거라면 신성력이 남아 있는 한 얼마든지 필살펀치를 난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데드마더님···! 일단 후퇴를!”

“쿨럭···! 우, 웃기지 마라! 아직 다크엘프들의 사체를 이용하면···!”

“데드마더님의 마나가 역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선 일단 물러나시죠!”

“크으으으···!”


후퇴를 건의하는 두 부하를 바라보며 데드마더는 이를 갈았다.

고작 오크 따위에게 밀려서 도망쳐야하다니, 그녀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어이. 누가 그냥 보내준다고 했어? 당신들 전부 뚝배기 딱 대고 있으라고.”

몇 걸음 거리에 다가온 바스타프가 주먹을 풀면서 그들을 차례로 때려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야아앗!”

결국 이를 악문 한 부하가 품에 숨겨둔 뼈 단검을 꺼내들고 바스타프에게 달려가면, 다른 부하가 필사적으로 데드마더를 안고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어 발동시켰다.


“네 이녀석!? 감히?!”

“용서하십시오! 데드마더!”

훅하고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바스타프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것들이! 어딜 도망가?! 돌아와! 난 아직 덜 팼다고!?”

“못 간다!”

“비켜 이 잡것아!”


가볍게 휘두른 라이트 훅을 맞은 부하 사령술사의 입에서 이빨이 몇 개 튀어나오며 바닥에 팽개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단검으로 바스타프의 발등을 찍으려 들면서 필사적으로 방해하려 들었다.

“못 간다···! 우리 사령술사들의 부흥을 위해서···! 너 같은 놈은···.”


하필이면 바닥을 기면서 공격이라니, 바스타프의 표정에 불쾌감이 더욱 짙게 드러났다.

“야. 일어나. 당장.”

“흐, 흥! 할 수 있으면 진즉에 했···!”


데미지가 컸던지 결국 코피를 흘리며 일어나려다 다시 바닥에 무너진다.

맷집도 허약한 놈이 왜 저렇게 필사적인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저 뒤쪽에서 스켈레톤 정예병들을 조종하느라 집중하고 있는 다른 사령술사를 발견한 바스타프가 그쪽으로 가려 하는데,


“모, 못···간다···!”

“아니 이자식이 진짜? 확 밟는다?!”

“으···윽···!”

아무래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달려들 모양이기에, 바스타프는 피식 웃으며 놈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끅···!”

“오냐. 그렇게 필사적이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

“지금부터 네놈의 머리통을 뿅가게 해 줄 테니까 이 꽉 물고 있어라. 알았지?”

“무, 무슨 짓을···!?”

“이 꽉 물으라고. 당장.”


바스타프가 굵직한 왼팔의 주먹을 꽉 쥐는 걸 본 사령술사는 직감했다.

이 오크 놈은 절대로 자신을 곱게 죽일 생각이 없음을.

“자, 잠깐···!”

“걱정 마라. 너 말고 저놈을 샌드백 삼아서 두들기며 놀 거니까.”

“······!!”


사령술사는 힉 하는 소릴 내며 숨을 참았다.

바스타프의 등 뒤에, 여신의 팔이 불꽃마냥 솟아오르며 그 위로 거대한 신성력의 고리를 생성하고 있었다.


“이건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서 말이지···네놈이 첫 시험대가 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무, 뭘 하려는 거냐?!”

“간단히 말하면···네놈 턱을 아주 세게 후려쳐서 그 머릿속에 든 내용물을 폭죽처럼 사방으로 터져나오게 하는 거야.”

“!! 그, 그만둬?!”


생각보다 더 끔찍한 죽음에 사령술사가 없는 힘을 쥐어짜며 필사적으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키 차이도 큰 그로서는 땅에 발이 닿지도 못하고 힘없이 바둥거릴 뿐.


“이 꽉 물어라. 마지막 경고다.”

“제, 제발! 하다못해 머리만은···!”

거대한 신성력의 고리를 여신의 손들이 천천히 쓰다듬어 작게 압축하는가 싶더니, 바스타프가 자신의 왼 주먹을 높이 들자 거기에 팔찌를 끼우듯 끼워준다.


위협적인 붕붕거리는 소리가 사령술사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고리의 모양이 변형되며 바스타프의 왼 주먹을 거대한 꽃봉오리로 보이게 만들었다.


“자, 한다···!”

“으, 으아···!?”

꽃봉오리를 아래로 늘어뜨리는가 싶더니, 곧 콱 하고 힘을 주며 아래에서부터 롱 어퍼를 쳐올려온다.


“나의 연꽃은 진혼의 연꽃···!”

여신이 전해주는 축문을 읊으며, 꽃봉오리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사령술사의 턱에 정확하게 꽂힌다.


“지옥의 무저갱 밑바닥, 망자의 사체에 뿌리를 박고 솟아나···!”

주먹에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순간 사령술사의 머릿속으로 솟아올라가고···.


“망자의 혼을 안고서 지상에 피어오르니···!”

폭발음과 함께 사령술사의 정수리가 터져나가며 내용물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그 한 가운데에는 붉은 신성력으로 이뤄진 꽃봉오리가 화사하게 펼쳐지며 거대한 붉은 연꽃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감히 윤회의 연꽃이라 칭하노니···.”

연꽃 중앙에는 사령술사의 영혼으로 보이는 영체가 가두어진 채로, 연꽃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여신의 자애의 꽃이라, ‘로터스 오브 헬’···!”

마치 뚜껑 따는 도구로 머리통 위쪽을 깨끗이 뜯겨진 듯한, 눈알마저 터져나간 사령술사의 얼굴을 잠시 응시하던 바스타프는 쓰레기를 팽개치듯 그것을 한쪽으로 치워 버렸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이미 죽은 사체가 아닌, 스켈레톤을 조종하느라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마지막 사령술사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엔 힘 조절이 제대로 되어야 할텐데···못해도 1시간 정도는 두들기고 싶단 말이지.”

주먹을 릴렉스 시키기 위해 쥐었다 폈다를 하면서, 바스타프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20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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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2) 21.03.09 35 0 11쪽
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4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7 1 11쪽
»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8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17 16화 - 하프오크 밀사(1) 21.02.25 66 1 13쪽
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6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2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1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3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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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5 1 11쪽
8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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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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