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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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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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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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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 스틸 스타터(2)

DUMMY

잠시 고민하던 바스타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상단 호위는 더 싫은데.”

“어째서? 돈도 되고 편하다고?”

“난 별로 편한 걸 원하는 게 아니야.”


주먹을 쥐고 위델의 눈앞에 들이밀어 보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난 뭔가 살아있는 놈을 흠씬 패서 피떡을 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거라고.”


위델은 식은땀을 흘리며 내심 자신이 예상 이상으로 위험한 놈과 손을 잡은 게 아닐까 하고 일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럼 고블린 말고 뭐랄까···자네가 두들겨 패는 손맛이 있을 법한 걸 찾아봐야겠군.”

“바로 그거야!”


결국 재차 게시판의 종이들을 이리저리 뒤적이기 시작하는 위델.

당장 보이는 의뢰서 중에선 마땅한 것이 안 보이니 먼저 붙여진 것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런 건 어떤가?”

“뭔데? 멧돼지 사냥?”

척 봐도 멧돼지를 닮은 그림을 본 바스타프가 갸웃거리면 위델이 고개를 저으며 정정해준다.

“보어 브루트 사냥이지.”


기사왕국의 동쪽에는 1차와 2차 신마대전을 거치며 일부 마족과 악마들이 숨어들어가 마기로 오염된 강마의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숲에 충만한 마기 탓에 숲에 살던 동식물들은 마계의 그것과 같이 마물화되었다.

기사왕국이 하필 이런 곳 옆에 건국된 이유는 초대 건국왕인 용자왕이 이 숲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멧돼지가 강마의 숲의 마기를 쬐면서 만들어진 괴물이야. 크기는 다 큰 우두머리급 성체의 경우 3미터나 하는 끔찍한 놈이지.”

“호오. 꽤 크게 자라는군?”


위델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침 있어서 꺼내들긴 했지만 보어 브루트는 예사 마물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흉악한 마물이었다.


돌진 속도는 흡사 번개와 같은데, 덩치만 큰 게 아니고 전신이 지방이 아니라 떡처럼 탄력 넘치는 근육으로 빵빵하게 둘러쳐진 고기 전차와 같은 놈들이었다.

그것을 바스타프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그거 좋군. 재미있겠어.”


입맛을 다시며 히죽거리는 바스타프를 보며 위델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칫하면 이 작자 옆에 있다가 자신이 그 돌진에 얻어맞고 피떡이 될 수도 있었다.

“진짜 위험한 놈이라니까!? 차라리 다른 걸로 하자! 분명 게시판에 좀 더 만만한 것도 있을···!”


파악.


냅다 위델의 손에서 의뢰 용지를 가로챈 바스타프가 성큼성큼 사무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으아아악! 기다려! 기다리라고! 바스타프! 제발!”

“아 왜! 난 이 녀석이 좋다니까?! 내 주먹이 이 바닥에서 어디까지 먹히는지를 테스트할 좋은 기회라고.”

“자넨 어떨지 몰라도 내가 위험해! 내가 죽는다고?!”


울먹이며 뜯어말리는 위델의 애원에 그제서야 위델이 위험해지는 것에 생각이 닿은 듯 멈칫하는 바스타프.

“흐음···그건 곤란하군.”

“그, 그렇지이? 다른 녀석으로 하자. 응?”

“숲이라고 했으니···나무 위로 적당히 기어 올라가서 입 닥치고 있으면 될 것 같은데.”

“······.”


그 3미터짜리 멧돼지가 돌진 한 번 할 적마다 경로상의 통나무들이 어떤 꼴이 나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위델은 절망한 표정으로 우울한 미소를 보이며 반쯤 포기해 버렸다.

“걱정 말라고. 끽해야 멧돼지잖아? 내 필살 펀치 한방이면 코뼈가 내려앉아서 빌빌댈 거야.”

“끄르르르···.”


그렇게 우긴 끝에 강마의 숲 깊은 곳까지 들어온 바스타프는 곧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이런 빌어먹을 놈의···.”


3미터.

바스타프 자신이 거의 2미터의 키를 갖고 있어서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이건 멋돼지가 아니라 진짜로 현대의 전차에 버금가는 크기였다.


게다가 다리를 지면에 득득 긁을 때마다 놈의 몸에서 울퉁불퉁하게 올라온 근육들이 꿈틀대는 걸 보면 아무리 바스타프라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바스타프-! 부디 죽지만 말게!”

“입 다물고 있어! 괜히 소리 지르다 네 녀석 쪽으로 가면 골치 아프니까!”

“히익-!”


굵직한 나무 위에 매달려 덜덜 떨고 있는 위델을 조용히 시킨 후 자세를 잡았다.

상당히 버거운 상대긴 했지만, 명색이 바스타프 자신은 전생에 헤비급 챔피언으로 10번이 넘게 타이틀 방어를 해낸 역전의 파이터였다.


“와라! 이 근육 돼지놈아!”

대장간에서 구해온 엉성한 가죽제 글러브를 낀 손을 살랑거리며 놈을 도발했다.


푸르륵-!


녀석의 콧바람에 바스타프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놈의 돼지코 크기가 얼핏 봐도 바스타프 머리보다 큰 상황.

바닥을 앞발로 긁던 녀석이 이윽고 우렁찬 포효와 함께 돌진을 시작했다!


“푸히이이익-!”

“으아아아아-!”

지축을 뒤흔들며 내달려오는 멧돼지의 정면에서 버티고 서 있던 바스타프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몸을 옆으로 틀어 돌진을 스치듯 흘려냈다.


단순히 흘려내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둔 레프트 훅으로 멧돼지의 옆머리를 힘차게 두들겼다.


콰앙-!!


호쾌한 폭음과 함께 돌진하던 보어 브루트의 동체가 반대쪽으로 뒤흔들렸다.

주춤한 괴물 멧돼지의 돌진 방향이 틀어지면서 엉뚱한 나무를 4그루나 들이받은 뒤에야 돌진이 멈췄다.


“허억···허억···제기랄. 이빨 참 크군.”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놈의 커다란 어금니 끝에 바스타프의 가슴에 길게 한일자로 베인 상처가 생겼다.

흘러나오는 피를 손끝에 묻혀 핥으며 바스타프는 재차 투지를 불태웠다.

반드시 저 몹쓸 괴물 멧돼지를 두들겨 패서 바비큐로 만들어 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크훅! 크훅!”

분기탱천한 것은 멧돼지 쪽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돌진 한방에 팔다리가 산산조각나서 팽개쳐질 허약한 인간종 주제에, 자신의 자랑스런 머리를 무기도 없이 맨주먹으로 때렸다.


심지어 얻어맞은 부위에서는 아직도 욱신거림이 멎지 않고 있었다.

반드시 저 인간종 놈을 들이받아서 곤죽을 쳐 놓아야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휙 하고 몸을 돌린 보어가 재차 자세를 낮추고 지면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이 아둔한 멧돼지 녀석이, 어딜 째려보고 있는거냐···!”


그 시선이 불쾌하다고 느낀 바스타프의 자세가 바뀌었다.

놈의 돌진을 피하면서 카운터로 눕힐 생각이었지만, 놈의 시선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스윽.


처음에 취한 오소독스 스타일을 버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자세로 바꾸었다.

무게중심을 최대한 앞으로 향한 더없이 공격적인 자세 중 하나.

난타전용 졸트의 자세로.


“와라. 네 녀석이 자랑하는 그 돌진이 나에게 얼마나 쓸모없는 건지 가르쳐 주마···!”

“쿠힉! 쿠히익! 쿠에에에에!”

재차 무지막지한 속도로 짓쳐들어오는 멧돼지를 향해, 바스타프는 무릎을 숙이며 기술을 준비했다.


“바, 바스타프-! 피하게!”

“시끄러!”

“쿠헤에에에!!”


위델의 걱정과 달리 격돌의 순간.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폭발음과 함께 멧돼지의 머리가 위로 4미터 이상 솟아올랐다.

바스타프가 준비한 것은, 혼신의 롱 어퍼컷이었다.


“좋았어···!”

주먹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명백하게 멧돼지 놈의 턱뼈가 산산조각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며 뒤집혀 떨어진 멧돼지는 피거품을 게워내며 꽥꽥대며 발버둥 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위델과 바스타프는 잠시간 귀를 막고 있어야만 했다.

1시간 정도를 꽥꽥대던 멧돼지는 간신히 자세를 돌려 일어서긴 했지만 몰골은 처참했다.


“이래도 안 죽다니, 확실히 튼튼하군···패는 맛이 있어.”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피거품을 씹으며 충혈된 눈으로 바스타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상대가 덩치에 비해 엄청난 강자임을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울음소리도 잦아들고 진지한 모습.


스윽.


바스타프가 재차 졸트 자세를 취하자 움찔하고 경계하는 멧돼지.

그러나 곧 밀리지 않겠다는 듯이 코를 지면에 바짝 대고 몸을 최대한 낮춘다.

“큭-···.그게 네 녀석의 필살의 자세냐?”

“푸륵···쿠히익···!”

“좋아. 난 난타전이 제일 좋다만···가끔은 이런 일발승부도 나쁘지 않지. 해 보자고.”


바스타프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뭘 노리는지 알아챘다.

놈이 머리를 낮춘 이유는 바스타프가 아까 놈에게 했던 것처럼, 바스타프의 몸을 지면에서부터 위로 쳐올려버리겠다는 태세였다.


당연하게도 저 거대한 머리에 쳐올려지게 되면 필시 저 커다란 어금니로 복부에 바람구멍이 날 터였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일발승부.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위델조차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입을 다물고 숨을 죽였다.

“후우-.”


숨을 내쉬며 전신의 근육을 깨우는 바스타프.

혀로 어금니를 핥으며 격돌의 순간 바스타프의 배에서 흘러나올 피를 갈구하는 보어 브루트.


문득 위델이 쥐고 있던 가는 나뭇가지가 툭 하고 끊기는 순간,


부왘 하고 멧돼지가 쇄도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바스타프의 몸도 전면으로 훅하고 쇄도해갔다.

“푸륵-!!”

“으랴아아아아!!”


지축이 뒤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죄다 충격파를 못 이기고 기울어졌다.

위델이 매달려 있던 나무도 기울어져 기어이 위델을 바닥에 팽개쳐 놓았다.


“아이코야!”

자신이 떨어진 것을 깨닫고 황급히 기울어진 나무 뒤로 숨으면서 위델이 목격한 것은,


지면에 반쯤 꽂힌 멧돼지의 머리와 축 늘어진 몸.

그리고 하늘 높이 실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솟구쳐 올라가 파닥거리는 바스타프의 육체였다.

“바, 바스타프으-?!”


바스타프의 안위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지만 차마 나설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저 괴물 멧돼지가 아직 살아있다면 위델로서는 살아날 재간이 없었다.

그런 위델의 마음을 아는지 멧돼지의 코에서 푸슉거리는 콧바람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히, 히익···!”


역시 저 괴물 멧돼지에게 맨주먹으로 달려드는 건 멍청한 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바스타프가 굉장한 투사라고 해도···말이다.

“바보 녀석···! 크흑···!”


위델이 막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던 그때, 바스타프의 몸이 힘차게 멧돼지의 등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바, 바스타프! 괜찮아?!”

엉겁결에 소리쳐버린 자신의 입을 원망하며 입을 막는 위델.

설마 멧돼지가 듣고 일어나지는 않겠지?


-7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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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어나더 블러드, 입단(1) +1 21.03.08 42 2 12쪽
23 22화 - 밀서 전달 21.03.06 45 1 12쪽
22 21화 - 다크엘프 마을, 도착 21.03.04 37 1 11쪽
21 20화 - 로터스 오브 헬(2) 21.03.03 41 1 11쪽
20 19화 - 로터스 오브 헬(1) 21.03.02 38 1 12쪽
19 18화 - 하프오크 밀사(3) 21.03.01 48 1 11쪽
18 17화 - 하프오크 밀사(2) +2 21.02.26 7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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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 거세의 멧서 21.02.24 56 2 13쪽
15 14화 - 왕립 검투대회(4) 21.02.23 59 1 12쪽
14 13화 - 왕립 검투대회(3) 21.02.22 53 1 12쪽
13 12화 - 왕립 검투대회(2) 21.02.19 61 1 13쪽
12 11화 - 왕립 검투대회(1) 21.02.19 63 1 11쪽
11 10화 - 신분은 쟁취하는 것 21.02.17 76 1 11쪽
10 9화 - 대장장이 보그렐 21.02.16 62 1 12쪽
9 8화 - 스틸 스타터(3) 21.02.15 66 1 11쪽
» 7화 - 스틸 스타터(2) 21.02.12 66 1 11쪽
7 6화 - 스틸 스타터(1) 21.02.11 66 2 13쪽
6 5화 - 뜻밖의 곤란 21.02.10 94 2 12쪽
5 4화 - 세상에 나서다 21.02.09 9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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