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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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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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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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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74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5.21 00:50
조회
12
추천
1
글자
12쪽

제13화 미끼 전략

DUMMY

하지만 그녀는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삽시간에 두 놈의 요괴들을 날렵하게 쳐냈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놈들의 머리가 비참하게 보였다.


잠시 후 그들은 밝은 입자로 변하여 어디론가 바람을 타고 ‘휘익-’ 사라졌다.


“잘했어! 어떻게 은행나무 위에 요괴들이 숨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진짜 너무 신기하다.”

그가 호기심을 갖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건 내가 요정이니까 가능한 일이야. 난 미세한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요괴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거든. 그리고 항상 좌우상하를 살펴보는 습관도 있고”


“그런 거였구나. 아무튼 넌 등급이 많이 올라가겠다. 계속 요괴들을 처리하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내가 많은 요괴들을 죽이면, 내 곁에 있는 너도 그만큼 등급이 상승하게 될 거야. 너와 나는 요괴와 싸우는 동맹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걸까? 몸이 무척 가벼워졌고. 이제는 어떤 강한 요괴들이 나타나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아.”

그가 입안에 웃음을 잔뜩 담았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돼. 판타지아 월드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등급이 높은 요괴들도 허다하니까.”


“그래도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그런 요괴들도 모두 물리칠 수 있을 거야.”


“바벨론 궁전의 왕이라고 하는 자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술법의 달인이야. 아무도 그를 이긴 자는 없어. 그 왕 요괴를 이기려면 약점을 알아내야 해. 그렇지 않고서는 싸워도 승산이 희박해.”

그녀가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려고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바벨론 궁전의 왕이라는 자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진짜 궁금하다.”


“이곳에서 30일을 견디게 되면 저절로 판타지아 월드로 소환이 되고, 그때 우리는 바벨론 궁전의 왕을 대면하게 될 거야.”


“그날이 기다려진다. 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왔으면 좋겠어.”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마음속은 불안했다.


어쩌면 바벨론 궁전의 왕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생긴 탓이었다.


“아! 배고프다! 뭐 좀 먹을 게 없나? 에잇 씨- 이 집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어.”

그가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좋아하는 청포도라도 줄까?”


“그건 질렸어. 다른 음식이라면 몰라도.”


“아! 좋은 생각이 있다.”


“그게 뭔데?”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흡혈 요괴가 되어 죽었으니, 그들이 살던 집안에는 먹을 것이 많이 있지 않을까?”

그라나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맞아! 여기는 빈집이었지만, 다른 집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살던 곳이니까. 당연히 먹을 음식들이 있을 거야. 얼른 가보자!”


그들은 그 마을에 있는 집들 중에서, 제일 큰 부잣집을 골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뭔지 풍요로운 음식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실에 있는 대형 냉장고 안에는 고기와 채소들 그리고 과일들과 과자들이 잔뜩 저장되어 있었다.


“이것 봐! 먹을 음식들이 너무 많잖아! 사과, 귤, 피자, 떡, 쇠고기 같은 맛있는 음식들이야! 일단 먹는 문제는 해결된 것 같다. 집들마다 먹을 것을 냉장고 안에 보관해 두었을 테니까.”

그가 기쁜 얼굴로 수다를 떨었다.


“넌 좋겠지만, 난 조금 불만이 크다.”


“왜? 뭐가 또?”


“난 꽃가루를 먹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잖아.”


“아! 너는 꽃가루를 먹어야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지.”


“이곳은 겨울이라 꽃가루를 얻기가 쉽지 않을 거야.”


“어쩌면 벌꿀을 받아낼 때 꽃가루를 채취한 사람도 있을지 몰라. 그걸 찾으면 돼. 뭐 정 급하면 인터넷으로 꽃가루 한 병을 주문해도 될 거고. 인터넷 주문이 잘 될지는 몰라도.”


“그래? 아무튼 꽃가루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다니까. 아무런 염려도 하지 마. 내가 너를 돌보고 지켜줄 테니까. 이곳에 있는 동안은.”


“좋아! 난 너만 믿는다. 만약 꽃가루를 구할 수 없다면, 다시 판타지아 월드로 돌아가서 꽃가루를 가져와야 해. 그걸 먹어야 술법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되니까. 지금도 에너지가 떨어진 탓인지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다.


“알았어! 내가 꽃가루를 구해볼게. 일단 나는 밥부터 챙겨 먹을 거야. 전자레인지에 피자를 데우고 사과랑 귤과 떡 한 덩이를 먹고 나면, 식사 대용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가 전자레인지 안에 큰 접시에 담긴 피자 한 판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주방 서랍을 뒤져서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고소한 피자 냄새와 향긋한 커피 내음이 거실 안을 가득 채웠다.


창밖에는 여전히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따끈한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에 내리는 흰 눈을 감상했다.


어느새 고요하고 사랑스러운 흰 눈의 세계가 그들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그라나는 장독대와 마당을 하얗게 채색할 만큼,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걸 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겨울철에도 여러 번 인간 세상으로 구경을 나왔지만, 그 당시에는 흰 눈이 도로변에 조금 쌓일 정도였다고 하면서, 그라나는 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탄성을 흘려냈다.


곁눈질로 그녀가 감동하는 장면을 슬며시 엿보던 피에르는 그냥 절로 웃음이 나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깐이었지만, 피에르는 그 짧은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눈 오는 날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은 몰랐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야.”

그녀가 타 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그도 창밖의 눈을 멍하니 바라봤다.


“온 인간 세상과 판타지아 월드도 눈 오는 날처럼, 이렇게 평화롭고 깨끗하며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라나가 조용한 음성으로 창밖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

그도 침묵 속에서 하염없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하얀 눈송이들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가 한 말을 공감했다.


“이곳을 떠나자!”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어디로?”


“사람들이 많은 도시로 도망간다면, 뭔가 살길이 열리잖아.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어떻게 진혈사가 우리를 찾아내겠어? 안 그래?”


“그렇긴 한데,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마을 사람들도 흡혈 요괴로 변하는 걸 그대로 방치하자는 거야? 그럴 수는 없잖아.”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


“놈들을 모두 찾아내서 소멸시켜야 해! 그래야 인간 세상에도 흡혈 요괴들이 사라질 거야. 안 그러면 다 죽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 많은 요괴들과 싸우다가 너도 죽을 수 있어. 술기가 약해진 나도 그렇고.”


“그러니까 흡혈 요괴들이 더 생기기 전에 놈들을 찾아내서 제거해야 된다는 말이지.”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면서 한숨을 쏟아냈다.


“크으- 완전 나를 흡혈 요괴 사냥꾼으로 만들려는 거 아냐?”


“맞아! 넌 타고난 요괴 사냥꾼이자 판타지아 월드의 전사이니까.”


“뭐? 난 그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네가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잖아. 난 인간이니까, 그냥 좀 평범하게 인간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세상에 평화가 오기는 쉽지 않아. 하지만 요괴들이 판을 치는 어둠과 절망의 세계가 오는 건 시간 문제야. 놈들의 세력 확장은 날아가는 새처럼 빠르니까.”


“그럼, 무슨 구체적인 전략이라도 있어?”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주시했다.


“진혈사와 수하 두 놈이 남았으니까, 모두 합하면 세 놈이야. 그놈들만 제거한다면 인간 세상에 흡혈 요괴들이 나타나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좋아! 그 세 놈만 사냥하면, 인간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거네.”


“응! 그 후에는 판타지아 월드에서 흡혈 요괴들이나 괴물들이 나올 수 없도록, 그 통로를 차단하면 돼. 그래야 안전한 인간 세상이 될 수 있을 거야.”


“지금 당장 세 놈들을 사냥하러 가자! 그 악한 요괴들을 모기처럼 모두 때려잡자!”

그는 피가 끓어오르는 듯 두 주먹을 쥐고 혈기를 부렸다.


“흥분하지 마! 사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성과가 있는 법이지. 호랑이들을 사냥한다고 괜히 소란을 떨면, 어떻게 될까? 그 호랑이들이 위험을 느끼고 멀리 도망치게 될 거야.”

그녀의 눈빛에서 예리한 안광이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건가? 놈들을 잡을 만한 묘수가 있는 거야?”

그가 물었다.


“흡혈 요괴들을 잡을 때는 흥미로운 방법이 하나 있지.”


“어떤 방법인데?”


“큰 나무 밑에 구덩이를 깊이 파놓고, 그 안에 날이 시퍼런 수십 개의 칼날들을 박아 놓는 거야. 물론 칼날이 위쪽으로 나오도록 해야지.”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그 구덩이 안에 놈들이 빠지면 칼에 찔려 죽겠네!”


“당연하지! 그래서 놈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그 구덩이를 얇은 나뭇가지와 잎사귀들로 위장하는 거야. 그러곤 그 구덩이 건너편에 있는 큰 나무에 피가 철철 흐르는 사슴고기를 매달아 두면 어떻게 될까?”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를 그녀가 가만히 바라봤다.


“그걸 먹으려고 뛰어오른 흡혈 요괴는 그대로 그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겠지! 그렇게 되면 온몸에 칼이 박혀 그대로 죽겠구나!”


“바로 그거야! 진땀을 흘리면서 싸울 필요도 없어! 그냥 힘을 안 쓰고, 흡혈 요괴들을 간단히 잡는 방법이라니까!”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만약 놈들이 그 사슴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가 물었다.


“으음! 그땐 싸우는 거야! 있는 힘을 다해서! 마지막 한 놈이 쓰러질 때까지.”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흥분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럼 깊은 구덩이는 내가 파는 건가?”


“아니, 넌 피 흘리는 사슴이 되는 거야. 그게 네 임무야!”


“뭐? 그럼 너는?”


“난 구덩이 속의 칼날이 되는 거지.”


“무슨 말이야?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얘기해 봐!”


“그냥,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알았어! 아무튼 놈들을 잡는데, 나를 미끼로 쓰겠다는 거잖아. 맞지?”


“응! 너를 미끼로 쓰려고 해. 등급이 높은 인간이야말로 놈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가 막힌 특식이지.”

그녀가 그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난 괜찮아! 세 놈만 처리하면 되니까. 미련 없이 미끼가 되어 주지!”


“아마도 놈들은 배가 불러서 음침한 동굴이나 산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거야. 인간들의 피를 마음껏 흡혈했으니까. 놈들은 황홀한 꿈을 꾸면서 잠들어 있을 거야.”


“포만 상태라면 소화를 시켜야 하니, 적어도 하루는 지나야 놈들이 마을에 나타나겠군.”


“그럴 거야. 어쩌면 며칠 후가 될 수도 있어. 놈들은 한 번 잠들면 사흘 후에 깨기도 하니까. 그동안 우리가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그건 흡혈 요괴로 변한 자들을 찾아내서 남김없이 제거하는 일이야.”


“아! 맞다! 남아있는 흡혈 요괴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돼!”


그들은 그라나의 계획대로 다른 마을로 돌아다니면서, 이미 흡혈 요괴가 된 자들을 모두 제거했다.


새로운 흡혈 요괴들의 탄생을 모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세 번째 마을에 들어섰을 때였다.


그곳에는 요괴들이나 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마을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쓸쓸한 곳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도 없잖아!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 않아.”

그가 사방을 둘러봤다.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다들 멀리 다른 곳으로 도망친 거야.”

그녀가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웃 마을에 끔찍한 흡혈 요괴가 나타났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가 옆에 서있는 그라나를 힐끔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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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6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1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4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3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2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9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8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1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2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2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2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2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1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8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0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0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1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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