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r***** 님의 서재입니다.

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greater
그림/삽화
greater
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80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6.25 22:24
조회
6
추천
1
글자
12쪽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DUMMY

“그라나 공주님의 화살이 혈공주의 팔이 아니라 심장에 박혔으면 판타지아 월드에 진정한 평화가 오는 건데, 진짜 아쉽네요.”


“그러게요. 아쉽지만,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제 혈공주의 종말이 다가올 겁니다.”

그녀가 승리를 자축하듯 엷은 미소를 입가에 담아냈다.


***


혈공주는 팔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고 지혈을 했다.


그라나 대신 킹에르라도 제거했어야 하는데, 그 일을 코앞에서 실패했으니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빌어먹을! 그라나는 상대하기가 어려워도 그녀의 오른팔인 킹에르는 죽일 수 있었는데 아쉽구나! 다음엔 내가 반드시 다 죽일 거야! 글라우나 족장까지 전부 다! 남김없이! 으아아앗-”

혈공주는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쓰다가 기운이 떨어진 탓인지 그 자리에 벌러덩 눕고 말았다.


잠시 후 그녀는 상처 난 팔을 손으로 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 어떻게 하면 그라나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그래! 그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내 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제 끝장이다.”

혈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 그라나를 비웃었다.


혈공주는 마성 궁전에 있는 술사들과 용맹한 요괴들을 다시 내실로 불러들였다.


모두 13명이었다.


그들은 혈공주를 쳐다보면서 이미 각오를 한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인간 세상에서 혈공주를 제거하려던 거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내 팔의 상처가 아물게 되면, 우리는 어둠을 틈 타 바벨론 궁전으로 침투한다. 그러곤 혈공주와 킹에르 그리고 글라우나 족장을 제거한다. 이것이 너희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이다.”

혈공주가 섬뜩한 송곳니를 입 밖으로 드러내며 무거운 저음으로 그들에게 명을 내렸다.


흡혈 요괴들은 분노로 불타오르는 혈공주의 얼굴을 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면,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그들 중에 등급이 높은 술사 요괴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며칠 후다! 어쩌면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술기로 이미 내 팔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니,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일을 실패하게 된다면, 우린 다 죽는다. 알겠느냐?”


그들은 혈공주를 지시대로 따르겠다고 절도있게 대답을 하곤 내실 밖으로 나갔다.


“인간 세상에 쇠뿔도 단김에 빼란 말도 있잖은가? 그라나가 승리감에 도취 되어 있을 때, 허를 찌르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으윽!”

혈공주가 술기로 팔의 상처를 매만지며 짧게 신음을 흘려냈다.


***


그라나는 킹에르와 함께 꽃송이들이 든 큰 가방을 갖고 일단 바벨론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성 궁전으로 쳐들어가 전쟁을 하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꽃가루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이왕이면 더 많은 요정들을 데리고 와서 꽃가루들을 넉넉히 채취하려는 계획이었다.


“아무래도 둘이 꽃을 따는 것보다는 일백 명 정도의 요정들이 꽃을 딴다면 훨씬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꽃들을 가방에 담을 수 있을 겁니다.”

킹에르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것도 그렇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혈공주가 바벨론 궁전을 노릴 수도 있으니, 얼른 아버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그라나가 불안한 얼굴로 그를 주시했다.


“아! 옳으신 선택입니다. 바벨론 궁전이 함락되면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될 테니까요.”


***


숲속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술사 요정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라나 공주님과 킹에르가 항상 붙어 다니고 있으니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질 않아.”

술사 요정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전하의 뜻은 딱 하나야. 킹에르를 제거하라는 거지.”


“맞아! 우리 글라우나 족을 돕고 있지만, 킹에르는 요괴야. 전하께서는 그라나 공주가 킹에르와 가까워지는 걸 원치 않으시는 거야.”


“그럼, 킹에르를 진짜로 죽여야 하나?”


“당연히 죽여야지! 그것이 전하의 명이니까.”


“킹에르는 우리 그라나 공주님이 사랑하는 좋은 사내인데.”

마음이 착한 술사 요정은 안타깝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전하의 명을 어기겠다는 건가? 킹에르는 요정들의 원수인 요괴야!”


“딴생각하지 말고 전하의 명대로 시행하자! 우리들에겐 선택권이 없으니까!”


술사 요정들은 킹에르를 과감하게 공격하여 단숨에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술사 요정들은 그라나 공주를 한적한 곳으로 유인하고, 그 사이에 킹에르에게 집중 공격을 가하여 그를 신속히 척살하기로 작전계획을 짰다.


***


숲길을 걸어가던 그라나는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상해! 내가 좋아하는 화차 향기가 나고 있어! 저쪽 바위 너머에서 누군가가 화차를 끓이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잠시 확인하고 올게요.”

그라나가 화차 향기를 쫓아 바위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라나 공주님! 같이 가요! 혹시, 혈공주의 장난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녜요! 혈공주는 이미 마성 궁전으로 돌아갔어요. 킹에르님!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냥 거기서 잠시 기다려요. 내가 향이 좋은 화차 한 잔을 갖고 올 테니까.”

그녀가 그를 보곤 아가처럼 방긋 웃는다.


“알겠습니다. 그라나 공주님.”

그는 아름다운 그라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장승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라나 공주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숲속에서 나뭇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렸다.


킹에르는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 신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그 숲속을 향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어둑한 숲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그늘진 고목 뒤에서 솟구쳐 나온 거대한 구렁이가 그의 몸을 단숨에 휘감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구렁이는 혀를 널름거리면서 킹에르의 몸을 서서히 쪼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그는 칼을 놓치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쏟아냈다.


“이건 하찮은 술사 요괴들의 장난일 뿐이야. 난 절대로 죽지 않아!”

그가 마음속으로 고함을 치듯 부르짖었다.


가슴뼈가 부러지고 얇은 종이처럼 몸이 압착 될 것만 같은 통증이 그의 대뇌를 찔러댔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날카로운 바늘이 생기게 한다면 그 구렁이를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그런 능력이 전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건 내 실력으론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아아-”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아 그는 마지막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발산했다.


그것은 신검을 하늘로 떠올려서 그 구렁이의 목을 쳐내는 상상이었다.


죽음이 다가온 것을 감지한 상태라 그런 건지, 그는 신검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신비한 기운을 느꼈다.


놀랍게도 바닥에 떨어진 신검이 움찔거리더니 서서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장면을 보고 거대한 구렁이는 고개를 쳐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건 킹에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그 신검을 움직여 매섭게 구렁이의 목을 대각선으로 내리쳤다.


“쩌억-”

둔탁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그 신검으로 목을 베인 구렁이는 힘을 잃고 말았고, 푸른 피를 흘리는 대가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구렁이는 몸을 뒤틀다가 맥없이 숨을 거두었다.


그러곤 한 줄기 바람을 타고 구렁이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빛의 입자가 되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내... 내가 술법으로 해냈어!”

그가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가 오른손을 내밀자 하늘을 부유하던 신검이 그에게로 날아왔다.


그는 신검의 손잡이를 잡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칼날을 가만히 살펴봤다.


신검은 주인의 손길을 느꼈는지 ‘위잉-’하는 칼 울음소리를 냈다.


“내 등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거야. 이제는 손을 쓰지 않고도 신검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신기하다! 하하핫!”

그가 신검을 허공에 던지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내쳐 웃었다.


그 광경을 숲속에서 지켜보던 술사 요정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후다닥 도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향이 좋은 화차 한 잔 가져오겠다며 사라진 그라나를 떠올리곤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탓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혹시, 그라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킹에르는 헐레벌떡 뛰어서 그녀가 사라진 바위 너머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도 그라나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그라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숲속을 돌아다녔지만, 그녀를 찾을 길이 없었다.


“이건 분명히 혈공주나 술사 요괴들의 짓이 틀림없어. 누군가가 그라나 공주를 납치한 거야.”

그가 양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라나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만약 그라나가 악한 놈들에게 납치된 거라면 아무리 찾아봐도 근처에는 없을 것 같았다.


놈들은 더욱 안전하고 먼 곳으로 그라나를 데리고 갔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감히 누가 마왕까지 이긴 강력한 술법의 고수인 그라나를 납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납치된 게 아니라면, 대체 그라나는 어디로 간 걸까?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는 주변을 샅샅이 뒤져가며 그라나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라나가 가르쳐준 명상법으로 그녀와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했다.


마음을 비우고 그는 그라나의 눈동자와 얼굴을 떠올려 봤다.


환하고 매끈한 피부와 빛나는 녹색 눈동자가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자, 그는 그녀에게 바싹 다가서면서 생각의 언어로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 속삭이듯 물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스스르 눈을 감고는 잠을 자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라나 공주님! 그곳이 어디인지 그 위치를 나에게 알려주세요. 내가 공주님을 구하러 지금 갈 겁니다.”


그의 환상 속에 나타난 그라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신도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말은 너무 졸려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겨우 입을 열었다.


누가 주는 화차를 마셨냐고 그가 물었다.


“그냥 향이 너무 좋아서, 암석 위에 놓여져 있었던 화차 잔을 손에 들고 마셨는데, 그 이후론 정신을 잃은 것 같아요. 그냥 졸음이 쏟아지고 있어서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겨우 대답을 하곤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라나 공주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그곳에서 잠들면 큰일 납니다! 누가 공주님을 납치한 겁니까? 혈공주의 짓입니까?”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녜요. 혈공주는 아니고 바벨론 궁전을 노리는 또 다른 존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자들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난 너무 졸려서... 잠을 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라나는 의식을 잃어가듯 깊은 잠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그에게 드러냈다.


“그라나 공주님! 정신 차리세요! 그라나 공주님! 그라나!”

그는 목소리를 높여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그녀는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져갔다.

칼을 뽑아든 왕자2.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4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3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2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9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1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2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2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2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1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8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0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1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