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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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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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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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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91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5.23 09:20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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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15화 꽃가루

DUMMY

며칠 동안 그들은 그 마을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진혈사는 흡혈 요괴들을 데리고 그 마을로 오지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긴장도 되었지만, 혹시 진혈사가 오지 못할 수밖에 없는 어떤 상황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진혈사가 흡혈 요괴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안 왔으면 좋겠어요.”

해몽이 그라나를 쳐다봤다.


“그러면 우리도 좋지. 하지만 놈은 반드시 올 거야. 이곳으로.”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 일이 터져서 진혈사가 이곳으로 올 수 없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매일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그도 그녀를 바라봤다.


“희망 사항이긴 하지. 진혈사가 이곳으로 안 온다는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무슨 일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상처가 너무 깊어서 자리에 누워있는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상처로 자리에 누울 진혈사가 아니야.”


“혹시, 혈공주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닐까요?”

해몽이 툭 내뱉는 말이었다.


“......”


그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진혈사보다 등급이 훨씬 높은 혈공주가 온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가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혈공주가 이곳으로 온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대재앙이 시작되는 거야. 인간 세상에...”


“우리가 막으면 되잖아.”


“만약 우리가 혈공주를 막지 못하면, 인간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걸.”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삽시간에 번지는 흡혈 요괴들로 세상이 가득 채워지는 거 아냐?”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럴 가능성이 커.”


“으휴-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가 머리를 흔들며 몸을 떨었다.


“우리가 싸우다 지쳐서 포기하는 순간, 온 세상은 삽시간에 흡혈 요괴들이 날뛰는 곳으로 바뀔 거야.”

그라나가 근심 어린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만은 없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길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 적어도 기가 막힌 방법 하나를 찾아내야 하는데... 놈들을 막기 위한.”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묘책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


진혈사는 지친 몸으로 혈공주를 만나러 갔다.


그는 혈공주가 내리는 무서운 벌을 받을 것만 같아 심장이 떨려왔다.


혈공주에게 실패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우두머리라, 진혈사는 더욱 겁이 났다.


전혈사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매서운 눈빛으로 진혈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존재는 혈공주였다.


“놈들을 잡았느냐? 판타지아 월드에 들어온 인간과 그라나를 지금 잡아 왔냐고 내가 물었다!”

날카로운 혈공주의 음성이 마성 궁전에 울려 퍼졌다.


“죄... 죄송합니다! 놓치고 말았습니다. 인간 세상까지 따라갔지만, 워낙 그라나의 반격이 강한지라...”

진혈사가 말을 더듬었다.


“뭐라? 인간 세상까지 그들을 쫓아갔단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요괴들은 인간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누구 허락을 받고 그곳으로 간 것이냐?”

혈공주가 당황했다.


“무조건 그들을 쫓아갔는데, 나가보니 인간 세상이었습니다.”


“허어! 이를 어쩐다! 바벨론 궁전의 왕이 이걸 알면, 나에게 벌을 내릴 텐데. 큰일이군! 반드시 지켜야 할 법을 어겼으니...”


“그곳으로 갔던 수하들은 다 죽고 저만 살아왔습니다. 제가 입을 다물면 바벨론 궁전의 왕도 전혀 모를 것이옵니다.”


“그라나의 수하인 요정들이 알게 되면, 즉시 바벨론 궁전의 왕에게 그말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잘못하면 내가 벌을 받고, 천년 동굴에 갇히게 될 수도 있는 일이야.”


“혈공주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미천한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이미 쏟아진 물이다. 그걸 담을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숨기려면 인간 세상으로 나간 그라나와 동행하는 그 인간 놈을 반드시 척살해야 한다. 알겠느냐?”


“명을 받들어 이번에는 실수 없이 그들을 제거하겠습니다.”

진혈사가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면서 허리를 공손하게 숙였다.


“십여 명이 넘는 수하들을 끌고 가면, 바벨론 궁전에서 우리 쪽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하니 능력이 탁월한 수하들 열 명을 데리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거라!”


“그런 하찮은 그라나와 인간 때문에 내가 이토록 불안한 심적인 고통을 받게 되다니... 쯧쯧쯧!”

혈공주가 진혈사를 쏘아보곤 혀를 찼다.


혈공주는 진혈사에게, 두 번째 판에도 실패한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거라며 엄포를 놓았다.


진혈사는 혈공주의 눈치를 보면서 두 번 실패는 절대로 없을 거라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술법과 능력이 탁월한 수하 열 명을 선출하여 다시 인간 세상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혈공주는 큰소리를 쳤지만, 그라나의 등급이 무척 높고 술법 또한 소문이 날 정도로 빼어난 터라 속으로 은근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인간 세상을 다녀와야 할 것 같구나. 진혈사가 그라나를 상대하기는 너무 버거울 테니까. 그 요정의 술법이 바벨론 궁전의 왕이 인정할 만큼 대단하니, 내가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어.”

혈공주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그라나와 맞서 싸워 승리한 요괴들이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탓에, 혈공주는 얼굴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혈공주는 그라나의 약점을 찾아내어 집중 공격을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내다봤다.


“먼저 그라나의 약점부터 찾아내야 한다.”

혈공주의 눈가에서 차가운 살기가 솟구쳤다.


***


피에르와 그라나는 온종일 머리를 짜내며 애를 썼지만, 흡혈 요괴들을 괴멸시킬 묘책을 찾지 못했다.


그냥 떼를 지어 몰려오는 흡혈 요괴들만 상상하고 있었다.


“큰 그물을 던져 놈들을 잡으면 어떨까?”

그가 물었다.


“한두 놈이 아닐 텐데, 평범한 그물로는 역부족이야.”


“화염방사기로 모두 태워버릴까?”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화염방사기가 어디 있는데? 경찰들한테 흡혈 요괴들 잡는데 쓴다고 하면서, 그걸 빌려달라고 요청할 거야?”


“그럴 수는 없지! 경찰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할 거야. 괜히 우리만 의심을 받게 될 거고.”


“그러니까 놈들이 오기 전에 묘책을 찾아내야 해!”

그라나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 방법이 있다!”


“뭔데?”


“놈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오는 입구 앞에다 구덩이를 넓게 파는 거야.”

그가 입을 열었다.


“......”


“그러곤 그 안에 휘발유를 채우는 거지!”


“아! 알았다. 거기에다 불화살을 쏘면!”


“펑 하고 불길이 일어나면서 놈들은 뜨겁게 구워진 오징어가 되는 거지.”

그가 흰 치열을 드러내면서 길게 웃었다.


흡혈 요괴들이 무서워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뜨거운 불길이었다.


그 불로 흡혈 요괴들을 막는다는 건, 꽤 효과가 있을 거라고 그녀가 판단했다.


“맞아! 놈들은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을 두려워해! 그걸 준비하면 되겠다.”

그녀가 그의 말을 듣고 새 힘을 얻었는지, 얼굴이 사뭇 밝아졌다.


사실, 지옥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 두려움에 떠는 존재들이 흡혈 요괴들이었다. 다른 요괴들보다도 흡혈 요괴들은 유난히 불을 무서워했다.


온몸에 불이 붙게 되면 아무리 지독한 흡혈 요괴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숨이 끊어질 거라고 그들은 내다봤다.


피에르는 그녀를 위하여 꽃가루를 찾아 온 마을을 헤매고 다녔다.


그녀가 술법을 쓰려면 다량의 꽃가루가 필요한 탓이었다.


여름이나 가을이라면 쉽게 꽃가루를 구할 수 있겠지만, 한겨울이라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 꽃가루를 구하지?”

그녀가 걱정했다.


“모든 집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니다 보면, 꽃가루를 모은 유리병이나 단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시골에서는 약으로 꽃가루를 먹는 환자들도 더러 있으니까.”

그가 희망 어린 말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들은 마을 안에 있는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유리병이나 단지를 찾아봤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큰 집에서 벌꿀 세 병과 꽃가루를 담은 통들이 발견되었다.


그녀는 허겁지겁 꽃가루 한 통을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우아! 대단한 식성이다. 꽃가루 한 통을 다 먹다니!”

그가 그녀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말을 뒤로 하고, 그녀는 무려 세 통이나 꽃가루를 단숨에 먹어 치웠다.


꽃가루를 맛있게 먹은 후, 그녀가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어쩔 수가 없어! 내가 술법을 강화하려면 꽃가루가 있어야 하니까.”


“너 그러다가 아주 예쁜 꽃 요괴로 변하는 거 아냐?”

그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뭐? 꽃 요괴로? 하하하!”

그녀가 웃었다.


그녀는 입안에서 나오는 커다란 장미꽃 한 송이를 그에게 건네줬다.


그는 킁킁거리며 그 장미꽃 냄새를 맡고 즐기다가, 그걸 그녀의 머리에 살짝 꽂아주었다.


“장미꽃 요괴가 된 그라나! 넘 예쁘다!”

그가 웃었다.


“그라나 누나는 너무 예쁜 요정예요. 언제 봐도 진짜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요.”

해몽의 입가에도 웃음이 담겨있었다.


“음! 나의 미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요정들중에서 내가 제일 예쁘니까, 너희들 눈 호강하는 거야. 어디서 요렇게 꽃보다 아름다운 요정을 또 볼 수 있겠니? 내가 봐도 반할 지경인데!”

그녀가 매력적인 목소리와 귀여운 몸짓으로 애교를 부렸다.


“인정! 그라나는 최고의 진이야! 판타지아 월드의 진 요정 그라나!”


“하하하!”

그녀는 칭찬받는 게 즐거운지 연실 웃음을 시원하게 쏟아냈다.


그녀의 입안에서 장미꽃들이 쏟아지자 해몽은 그걸 줍느라고 바빴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는 행복하게 웃었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더욱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과 공포와 고통이 없는 잔잔한 호수 같은 평화가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웃고 즐거워하면 그는 행복해졌다.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 그대로 전송되는 탓이었다.


그는 그녀를 진짜 너무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그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도 좋아할 수 있고, 하늘을 맴도는 귀여운 잠자리도 좋아할 수 있는 거니까,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녀가 꽃가루를 잔뜩 먹고 생기가 돌자, 피에르와 해몽이도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흡혈 요괴들이 떼로 몰려와도 다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샘솟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가 그녀를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나도 그래! 꽃가루 덕분인가 봐!”


“나도 기분이 좋은데요!”

해몽이도 미소를 보였다.


“늘 깨닫는 거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해.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으로 나뉘는 거지. 그러니까 늘 행복한 쪽에 마음을 두어야 해.”

그가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마음은 소우주야! 마음만 잘 다스려도 기쁘게 살 수 있는 거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주가 뭐예요?”

해몽이가 궁금하다는 듯 그라나를 바라봤다.


“소우주는 작은 우주라는 뜻이야. 으음! 우주는 별들이 사는 아주 어마어마하게 넓고 큰 하늘나라야.”

그녀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아! 별들이 태어난 고향!”

해몽이 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봤다.


피에르와 그라나는 해몽을 바라보면서 그 표정이 귀엽다는 듯 살포시 서로 미소를 교환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을 떠올렸다.


그라나는 글라우나 족이 사는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과 그녀를 양육한 부모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피에르는 고향이 어디인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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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5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4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0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2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3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8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1 1 13쪽
» 제15화 꽃가루 24.05.23 12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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