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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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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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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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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81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6.0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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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DUMMY

“도저히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단 말인가?”

진혈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게 되는 겁니까? 혈공주님께 우리 사정을 알릴 방법은 없나요?”

술사 요괴 하나가 고개를 들고 진혈사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뭔가 탈출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여기에 오래 갇혀 있다간 모든 게 끝장이다.”

진혈사가 충혈된 두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술력은 그 미로 안에서 전혀 먹히질 않았다.


그들은 숲의 미로에 갇혀 숨을 헐떡이면서 탈진한 상태로 맥없이 앉아있었다.


***


혈공주는 어느 정도 기력이 회복되자 비밀동굴에서 거대한 구렁이의 모습으로 기어나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마성 궁전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파악해 봤다.


바벨론 궁전의 군사들은 이미 철수했고, 성안은 ‘휘잉-’ 거리는 바람 소리를 동반한 적막이 흐를 뿐이었다.


“바벨론 궁전의 군사들이 다시 돌아간 걸까? 아니면, 내가 나타날 때 불시에 공격하려고, 숨어서 무슨 전략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녀가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혈공주는 높은 궁전 꼭대기에 서서 깊이 심호흡을 했다. 고갈된 기력을 전처럼 모두 회복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너무 많은 술력을 단시간에 쓴 까닭에, 그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체 진혈사는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인간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아직도 내게 보고를 하지 않았어. 혹, 무슨 힘든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그녀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품 안에서 날개 달린 도마뱀 한 마리를 꺼내어 술법의 기를 담아 하늘로 높이 던졌다.


그 날개 달린 도마뱀을 진혈사에게 보내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도마뱀은 하늘을 날아가더니 인간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로 향했다.


그러곤 그 도마뱀이 큰 구멍이 생긴 홀 안으로 ‘슈욱-’ 소리 없이 들어갔다.


진혈사의 술기를 찾아서 날아가는 도마뱀은 숲의 미로 앞까지 거침없이 날아갔다.


하지만 숲의 미로가 있는 주변을 맴돌 뿐 그 도마뱀은 그 미로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라나의 술법이 워낙 강한 탓이었다.


그 도마뱀은 날개를 접고 귀를 커다랗게 만들었다.


그 귀를 숲의 미로가 있는 곳에 가까이 댔다.


그 숲의 미로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미세한 음성이지만, 진혈사가 하는 말이 그 도마뱀의 귀에 들려왔다.


“혈공주님이 빨리 도와주셔야 우리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큰일이다. 우리들의 술기가 약해지고 있어.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술기가 완전히 고갈되어 죽을 수도 있다.”


그 도마뱀은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진혈사의 말을 낱낱이 듣고 있었다.


***


혈공주는 양손을 귀에 대고 그 도마뱀의 귀를 통하여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진혈사의 음성을 듣고, 혈공주는 놀라는 표정을 지어냈다. 이미 진혈사가 그라나가 만들어 놓은 술법의 미로에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던 탓이다.


“이런 못난 놈! 인간 세상에 들어가자마자, 그라나의 미로 술법에 걸려 멍청하게 갇히다니! 내가 그곳으로 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직접 가서 시건방진 그라나를 당장 밟아서 없앨 것이야!”

혈공주가 그라나를 떠올리며 격하게 인상을 쓰더니 입가에서 산성이 강한 진액을 흘려내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혈공주의 입에서 나온 끈적한 진액이 떨어진 탁상은 부글거리는 거품이 일어나면서 조금씩 타들어 갔다.


혈공주는 술기를 모으고 몸을 속히 회복시키기 위하여 무지개 구술을 입에 물고 온몸을 뒤틀면서 몸부림을 쳤다.


더욱 젊고 강력한 술기를 가진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


바벨론 궁전의 왕은 혈공주의 부하들이 인간 세상으로 몰려갔다는 보고를 받고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것은 판타지아 월드를 다스리고 있는 바벨론 궁전의 왕에게 직접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혈공주 따위가 감히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단 말이냐? 뭘 믿고 이리도 미친 짓거리를 하는가?”

바벨론 궁전의 왕이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저도 그 점이 심히 궁금하옵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호위전사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것은 엄연히 우리 판타지아 월드의 질서를 깨는 위법행위이자 반란이다. 호위전사장은 우리 군대를 끌고 다시 출전하여 흡혈 요괴들을 모두 남김없이 제거하라. 반란군의 괴수인 혈공주를 속히 잡아 오도록 하라! 만약 심하게 반항하면 혈공주의 명줄을 끊어도 좋다. 그리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지 말고, 다시 인간 세상에서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오는 흡혈 요괴들을 남김없이 처단하고 돌아오라!”

바벨론 궁전의 왕이 특명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즉시, 왕명을 받들겠나이다.”

호위전사장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호위전사장은 군대를 이끌고 혈공주가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군사들의 행동을 정지시키고 한동안 망설였다.


바벨론 궁전의 왕은 인간 세상으로 나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판타지아 월드 안으로 들어오는 혈공주와 그녀의 군사들을 처단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흡혈 요괴들의 숫자가 턱없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적어도 100배 이상 많아진 흡혈 요괴들을 상대한다는 게 벅찰 수도 있지 않은가! 아예 인간 세상으로 쫓아가서 후한의 싹을 잘라내는 것이 좋을 텐데...”

호위전사장은 잠시 고민했다.


그렇다고 그가 바벨론 궁전의 왕명을 어기고 함부로 인간 세상으로 들어갔다간 큰 징계를 받게 될 것이 뻔했다.


판타지아 월드와 인간 세상이 연결되거나 엮이는 걸 싫어하는 자가 바벨론 궁전의 왕이었다.


잘못하다간 본의 아니게 인간들과 요괴들의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현실적인 인간 세상과 마법 같은 판타지 세계가 혼합되어 공존한다는 것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혼돈과 파멸을 가져올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무리수를 두지 않고 혈공주와 진혈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을 해봤다.


그는 소수의 정예부대 100명가량을 인간 세상으로 내보내고, 나머지 군사들은 그 출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혈공주와 진혈사를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호위전사장은 부전사장을 은밀히 불렀다.


아무도 모르게 100명의 용사들을 선출하여, 그들을 이끌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 혈공주와 진혈사를 제거하라고 명했다.


부전사장은 충성을 다짐하고 선출한 용사들을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갔다.


***


그라나와 피에르는 그 마을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활과 신검으로 무수한 흡혈 요괴들을 쓰러뜨렸다.


이곳저곳에서 나타나 야수처럼 공격하는 흡혈 요괴들이었지만, 정확하고 빠른 화살과 술기가 실린 신검을 당하지 못하고 그들은 빛의 입자가 되어 끊임없이 사라져갔다.


“모두 몇 마리나 때려잡은 거야? 숫자가 꽤 될 텐데.”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이 마을에선 이제 흡혈 요괴들이 거의 보이질 않아. 내가 제거한 흡혈 요괴들이 아마 수십 마리가 넘을 것 같은데.”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지붕 위에서 날아오는 흡혈 요괴들은 그녀가 화살로 그들의 심장을 쏴서 반짝이는 입자들로 만들었다.


뒤쪽에 나타난 흡혈 요괴들은 그가 돌아서면서 신검으로 단번에 목을 베었다.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가던 흡혈 요괴의 두상은 밝은 빛을 내면서 몸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흡혈 요괴가 남아있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서, 술법으로 푸른 나비들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마을 전역으로 퍼져 날아다니던 푸른 나비들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간 나비들을 그녀가 시신경으로 연결했다.


그녀는 나비들의 눈을 통하여 그 마을에 돌아다니는 흡혈 요괴들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흡혈 요괴들은 이 마을에 한 마리도 없을 거야!”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아?”


“응! 내가 나비들의 눈을 통해서 확인했어.”

그녀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지?”

그가 궁금하다는 듯 관심을 갖고 두 눈을 깜빡거렸다.


“등급이 높으면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들도 할 수 있어.”


“아! 그렇구나! 판타지아 월드의 술법이니까!”


“너도 등급이 높아지면 나처럼 다양한 술법들을 행할 수 있을 거야.”


“나도 너처럼 그런 능력이 생기면 진짜 좋겠다.”


“우선 주변 마을을 다니면서 흡혈 요괴들을 더 찾아보자. 숫자가 더 많아지기 전에.”


“그래! 빨리 가보자! 놈들이 도시로 들어가면 감당할 수가 없을 거야.”


“도시까지는 거리가 꽤 되니까, 아직 놈들은 먹이를 찾으며 이 마을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거야. 아마도.”


그들은 숲속에 조용히 숨어 있던 해몽을 찾아내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까지 데려다줬다.


해몽은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시시 웃었다.


“저는 무서워서 혼났어요. 흡혈 요괴들에게 끌려가 끔찍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도 손으로 이렇게 틀어막고.”

해몽이 그들을 바라보면서 몸서리를 쳤다.


“아이고! 우리 해몽이가 고생했구나. 너무 무서웠겠다. 진짜로.”

그라나가 해몽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끌어안았다.


“두려움은 생각에서 나오는 거야. 생각을 바꾸면 불안과 두려움을 이길 수 있어. 물론 그렇게 생각을 바꾼다는 게 밥 먹듯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효과는 크거든. 다음에 불안과 두려움이 생기면 생각을 좋은 쪽으로 바꿔봐. 알았지?”

그가 해몽을 가만히 바라봤다.


“좋은 쪽이 뭔데요?”


“음... 그건 불안과 두려움이 아니라, 네 감정을 조정해서 평안함과 기쁨을 만드는 좋은 생각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자면 아주 재밌거나 즐거운 상상을 하는 거지.”


“하아! 이제 알 것 같아요. 무서운 흡혈 요괴를 떠올리지 말고, 저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라나 요정님을 상상하라는 거죠?”


“바로 그거야! 연실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계속 채우라는 거지! 불안과 두려움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네. 잘 알겠어요.”

해몽이 방긋 웃는다.


순진하고 착한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는 절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라나는 집 앞에 숲의 미로가 있는데, 그 안에 진혈사와 술사 요괴들이 갇혀 있으니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해몽에게 타일렀다.


무슨 소리가 들려와도 듣지 말고 밖으로도 나오지 말고, 그냥 집안에만 조용히 머물러 있으라고 했다.


그러곤 그녀는 그 집 사방에 강력한 보호막을 다시 쳐 놓았다.


혹시라도 혈공주가 찾아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없는 사이에 혈공주가 와도 보호막이 있으니까 해몽은 안전할 거야.”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마을 주변에서 흡혈 요괴들을 찾아보자.”


그들은 집 밖으로 나와 술법으로 작은 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녔다.


높은 하늘 위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흡혈 요괴들을 찾아다녔다.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다가 그들은 흡혈 요괴들과 싸우는 바벨론 궁전의 군사들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베벨론 궁전의 군사들은 철갑옷을 입고 있어서 식별하기가 수월했다.


흡혈 요괴들은 바벨론 궁전의 군사들에게 공격을 당해 반짝이는 입자들이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거야! 바벨론 궁전의 군사들과 흡혈 요괴들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어!”

그라나가 지상을 내려다보곤 불안한 듯 깊이 탄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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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4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3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2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9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1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2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2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1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8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0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1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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