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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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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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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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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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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6.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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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DUMMY

넉넉하고 기름진 음식들과 아름다운 악기 소리에 버무려진 승리의 쾌감은 축제 파티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잔뜩 술에 취한 흡혈 요괴들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무희들의 춤을 따라 추기도 했다.


“그래! 오늘은 모두 마음껏 즐기고 먹어라! 대승리를 거둔 날을 자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하하하!”

혈공주는 인간의 피가 섞인 붉은 포도주를 마시며 온몸에 희열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가 온몸으로 짜릿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역겹고 비릿한 포도주였다.


진혈사도 수하들을 데리고 승리에 도취 되어 포도주를 잔뜩 마셨다.


“오늘처럼 흥겹고 즐거운 날이 언제 다시 오겠는가? 이게 다 혈공주님의 덕분이다. 혈공주님이 없었다면, 어찌 이런 승리의 축제를 맛볼 수 있겠느냐? 안 그런가?”

진혈사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혈공주를 바라보곤 수하들에게 두서없이 떠들어댔다.


바벨론 궁전은 기름진 고기 냄새와 비틀거리며 술주정을 하는 요괴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져 가고 있었다.


독한 술 냄새는 바벨론 궁전 밖으로도 퍼져나갔다.


바벨론 궁전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는 그라나와 피에르 그리고 글라우나 족장이 몸을 낮추고 숨어 있었다.


그들은 글라우나 족의 용사들을 데리고 싸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라나는 코를 벌름거리다가 바벨론 궁전에서 흘러나오는 술 냄새와 고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를 맡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혈공주가 배설한 큰 축제의 파티가 절정에 이르고 있음을, 그녀는 직감했다.


“바로 지금입니다! 놈들은 무장해제가 된 상태로 술을 마시고 있어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족장을 쳐다봤다.


족장은 이미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렸다.


공격 개시를 알리는 수신호였다.


“족장님! 혈공주와 진혈사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나머지 흡혈 요괴들은 족장님이 처리해주세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알았다! 먼저 혈공주를 잡아라! 그러면 모든 게 끝난다. 하지만 혈공주는 사악한 존재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족장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족장의 명이 떨어지자 그라나와 피에르는 거대한 독수리로 변하여 바벨론 궁전 안으로 날아갔다.


그라나는 날카로운 독수리의 발톱으로 왕좌에 앉아있는 혈공주의 머리를 낚아채려고 했다.


피에르는 진혈사의 머리를 날카로운 부리로 내리찍었다.


그 광경을 보고 바벨론 궁전 안에 있던 요괴들은 기겁했다.


그들은 창과 검을 빼어 들고 그라나와 피에르를 공격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혈사는 머리통이 깨진 채로 바닥에 꼬꾸라져 피를 흘렸다.


독수리로 변한 피에르는 강한 부리로 진혈사의 목을 쪼았다.


진혈사는 칼을 뽑아 독수리를 베려고 했으나,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기운이 떨어져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피에르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신검으로 진혈사의 목을 베었다.


“파악-”


그야말로 눈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목이 잘린 진혈사는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렸다.


그러곤 금빛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격하게 숨을 헐떡이던 혈공주는 술법을 사용해 거대한 구렁이로 변신했다.


그 구렁이는 ‘쉭- 쉭-’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그 독수리를 단숨에 삼키려고 사력을 다해 덤벼들었다.


그라나는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날개가 달린 사자로 변신했다.


그 사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구렁이의 목을 물고 사납게 살점을 뜯어냈다.


혈공주는 비명을 지르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미 술법의 기운이 고갈된 상태라 그라나와 싸울만한 힘이 없었던 탓이다.


“진작 너를 제거했어야 이런 참담한 일이 없었을 것인데, 참으로 아쉽구나!”

혈공주가 지친 모습으로 목과 입에서 피를 흘려냈다.


“바벨론 궁전의 왕과 싸울 때,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넌 이미 바벨론 왕의 밥이 되었을 거야.”


“뭐라? 허면 큰 바위로 나를 보호하고 투명한 방패로 나를 지켰던 존재가 바로 너란 말이냐?”


“응! 네가 바벨론 왕을 이기도록 내가 도운 거야. 그래야 내가 너를 쉽게 제거할 수 있으니까.”


“하아! 참으로 영특하고 교활한 요정이구나. 바벨론 왕과 싸움을 시켜서 내 기운을 소모하게 만들고, 승리한 나를 다시 치겠다는 거였구나! 네 전략은...”


“빙고! 역시 혈공주는 똑똑하네. 그런 것도 알아내고.”


“하지만 그게 네 마음대로 될까? 난 바벨론 왕도 두려워했던 무지개 구슬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네 술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이지. 흐흐흣!”

혈공주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씻어내곤 그녀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래! 그토록 대단한 무지개 구슬을 네가 갖고 있단 말이지?”


“자! 봐라! 이것이 바로 무지개 구슬이다!”

혈공주가 가슴 속에서 다섯 개의 무지개 구슬을 꺼내었다.


“안 됐다! 무지개 구슬도 이곳에선 술력을 나타낼 수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이미 바벨론 궁전 안에 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은 보호막을 쳐놓았거든.”


“뭐라... 그러면...”


“그렇지! 별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무지개 구슬은 그냥 평범한 유리알이야. 달빛조차도 받을 수 없으니까.”

그녀가 장검을 꺼내어 혈공주의 심장을 겨누었다.


혈공주는 부들부들 떨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 순간이었다.


혈공주가 무지개 구슬들을 높이 치켜들었다.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흡혈 요괴들도 그녀를 도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벗어날 수 없는 그라나의 보호막에 갇혀 있었던 탓이다.


혈공주가 마지막 술법의 기운을 손끝에 모아 그 구슬들을 터뜨리게 되자, 주변은 검은색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앞이 안 보이게 되자 그라나는 바람을 일으켜 검은색 연기를 사방으로 밀어냈다.


그 사이에 혈공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너무도 좋은 기회였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혈공주를 제거할 수 없었다.


“대체 혈공주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그라나가 낙심한 얼굴로 소리쳤지만, 혈공주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았다.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비상 통로를 이용하여 바벨론 궁전 밖으로 나갔는지도 몰라. 빨리 찾아내야 해.”

피에르가 언성을 높였다.


그라나는 작은 새로 변신하여 궁전 밖으로 날아갔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있는 혈공주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피에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흡혈 요괴들은 그라나의 보호막 안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진혈사도 생명을 잃고 사라진 후였다.


바벨론 궁전 안에는 글라우나 족장이 이끄는 요정 군사들이 사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가 된 거야. 어떻게 해서라도 기억의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피에르는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글라우나 족장의 도움과 허락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글라우나 족장에게로 가서 뭔가 좀 찾을 소중한 물건이 있어서 궁전 내부를 살펴보고 오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하시게나. 우리 그라나와 친한 친구 사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전쟁에서 공로가 크니 큰상을 받아야 마땅하지요. 하하하!”

촌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어내면서 큰소리로 웃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라나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이 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제가 아니라 여전사 그라나입니다.”

그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두었던 생각을 족장에게 털어놨다.


“여전사 그라나는 내 딸이기 전에, 우리 글라우나 족의 자랑이고 보물이오. 판타지아 월드에서 가장 탁월한 술법사이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글라우나 족을 지키는 훌륭한 여전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맙소! 어서 가보시오! 뭔가 찾아야 하는 소중한 물건이 있다고 했으니...”


“감사합니다! 글라우나 족장님!”

그는 그 족장에게 인사를 하고 바벨론 궁전의 보물창고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글라우나 족장은 찾는 물건이 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생활에 참견하는 느낌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그에게 그 정도의 보상은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


피에르는 보물창고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너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열지? 그라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가 길게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어떻게 해서라도 보물창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기억의 열쇠가 담긴 항아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을 연실 되씹었다.


그 순간 문뜩 그라나가 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것은 판타지아 월드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믿음과 확신에 찬 생각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그는 그녀의 말을 잊고 있었다.


“그래! 그라나가 나보고 큰 믿음을 갖게 되면 높은 등급의 술사가 쓸 수 있는 능력도 나타낼 수 있다고 했어!”

그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그의 혈관을 타고 흘렀다.


“난 보물창고의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가, 반드시 기억의 열쇠가 숨겨져 있는 항아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문도 내 뜻대로 열리게 될 것이다.”

그가 주문을 외우듯 신념에 찬 말들을 대뇌 속에 새겨넣었다.


그는 그 보물창고의 문을 천천히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그 문은 삐걱거리는 소음을 내면서 조금씩 움직였다.


‘덜컹-’


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보물창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또 다른 철문이었다.


그 철문 옆에는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는 손바닥 만한 숫자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뭐야? 비... 비밀번호를 알아야만 열 수 있는 철문인가?”

그는 절망한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철문의 비밀번호를 알아낼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이 안 돼! 여기까지 오느라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 숱한 고생을 했다.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그는 화가 난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고 큰소리를 냈다.


“이곳을 관리하는 자는 바벨론 궁전의 왕이다. 과연 그는 어떤 비밀번호를 사용했을까? 누가 또 이곳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걸까?”

그가 중얼거리면서 무작위로 번호를 마구 눌러봤지만, 그 철문은 조금도 열리질 않았다.


“난 이 철문을 열 수 있다. 비밀번호도 알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철문 옆에 부착된 숫자판을 눈여겨 살펴봤다.


“그렇다! 숫자 1, 2, 3, 4... 네 개가 반들거려! 손가락이 가장 많이 닿았다는 얘기지.

그렇다면 네 자리 비밀번호인데. 아마도 바벨론 궁전의 왕은 암기하기 쉬운 간단한 비밀번호를 사용했을 것이다. 감히 그 보물창고를 열려고 하는 자가 주변에 없었을 테니까.”

그는 마음속에 떠오른 숫자 ‘1,2,3,4’를 순서대로 눌러봤다.


신기하게도 그 철문은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활짝 열렸다.


“아핫! 드디어 철문이 열렸어! 난 천재야! 천재라니까! 하하하!”

그가 흥분한 얼굴로 내쳐 웃었다.


그 철문 안에는 금은보화가 잔뜩 채워져 있었다.


그는 기억의 열쇠가 든 항아리를 찾기 위하여 차분하게 주변을 살펴봤다.


아무리 신경을 쓰고 두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둘러봐도, 그 의문의 항아리는 그곳에서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기억의 열쇠가 든 항아리가 다른 곳에 있는 건가? 혹시, 이 계단 위로 올라가면...”

그가 2층으로 연결된 돌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그가 돌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간 후에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푸른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제단 위에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황금 빛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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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6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4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3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2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9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1 0 13쪽
»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2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2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2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1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8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0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1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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