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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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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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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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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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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5.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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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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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20화 마음의 소리

DUMMY

그는 정신을 집중해서 마음의 소리로 그라나를 불러봤다.


언젠가 그라나와 대화 중에 진심을 담은 마음의 소리는 정신을 집중하면 들을 수 있다는 말을 그가 들은 적이 있었던 탓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의 과거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라나에 관한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생생하게 고화질의 동영상 화면을 보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생생한 그라나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그녀에게 마음의 소리를 보냈다.


“그라나! 내 말 들려? 내가 지금 문밖에 와있어! 흡혈 요괴들이 검으로 보호막을 깨려고 난리야! 어떻게 좀 해봐!”

그가 정신 집중을 하고 그녀에게 강력한 영파를 전송했다.


상식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쩌면 요정인 그라나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마음의 소리를 전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가 보내는 어떤 마음의 소리도 그는 직접 들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내가 직접 흡혈 요괴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 그라나가 곁에 없어도 신검을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고민하다가 한 가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흡혈 요괴들이 불을 무서워하므로 그것으로 그들을 쫓아내는 방법이었다.


그가 가까운 창고에서 찾아낸 새끼줄과 짚으로 앞부분을 감아놓은 일미터 가량의 나뭇가지를 여러 개 만들었다.


긴 나뭇가지에 달린 그 새끼줄 뭉치에 그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활활 타오르는 새끼줄 뭉치들을 들고 그는 몰래 흡혈 요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곤 그들을 향해 불이 붙은 긴 나뭇가지들을 던졌다.


몸에 불이 붙게 되자 흡혈 요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어디론가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문밖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그라나가 밖으로 간신히 나왔다.


기력이 너무 떨어져서 걷기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어서 이걸 먹어야 해!”

그가 여행 가방 안에서 꽃가루가 들어있는 단지들을 꺼내어 그녀에게 주었다.


“고... 고마워!”

그녀가 눈시울을 적셨다.


그녀는 꽃가루 한 병을 입안에 털어 넣고 나서 기력이 회복되었다.


연거푸 두 병을 먹은 후에는 얼굴에서 밝은 기운이 맴돌았다.


“어때 괜찮아? 지금은?”

그가 물었다.


“너무 상쾌하고 좋아! 새 힘이 막 샘솟는 것만 같아! 나 이제 살았어! 하하하!”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입에서 장미꽃이 나오자, 그녀는 고맙다고 하면서 그걸 그에게 건네주었다.


“장미꽃까지 입에서 나오는 걸 보면 완전히 회복된 거네.”

그도 안심이 되었는지 길게 미소를 지어냈다.


“근데 왜 집 앞에서 불이 난 거지?”

그녀가 술법으로 불을 끈 후에 그를 바라봤다.


“아! 그건 내가 불이 붙은 나뭇가지들을 던져서 그런 거야.”


“왜?”


“넌 모르겠지만, 흡혈 요괴들이 보호막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조금만 늦어도 큰일 날 뻔했는데. 진짜 다행이다.”


“그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무튼 고마워.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난 여기서 죽었을 거야. 기력이 소진된 상태라서...”

그라나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놈들이 불을 보고 도망을 갔지만, 곧 다시 돌아오게 될 거야. 우리도 뭔가 준비를 해야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잖아.”


“염려하지 마! 내가 기력을 회복했으니까. 오히려 놈들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그녀는 보호막 밖으로 나가서 입바람으로 꽃가루를 날렸다.


꽃가루들은 작은 새들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새들아! 나를 해치려는 흡혈 요괴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보거라. 그들이 숨은 곳을 내게 알려줘!”

그녀가 마음의 소리로 새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날아가는 새들은 알았다는 듯이 “짹- 짹-” 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그게 뭔데?”


“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거지? 네게 마음의 소리를 보냈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마음의 소리를 보내면 네가 들을 수 있다고 했잖아?”

그가 궁금증을 풀려고 그녀를 바라봤다.


“아! 그건 아마도 네가 불안한 마음이 있었거나, 설마 마음의 소리가 집 안에 있는 내게 전해질까 하는 의심이 있었을 거야. 그래서 그 마음의 소리가 내게 전해지지 않은 거지.”


“맞아! 그러고 보니 내가 마음의 소리를 보낼 때, 나는 불안했고 의심도 좀 있었던 것 같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을 인정했다.


“불안과 의심은 마음의 소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들이야. 술법을 행할 때도 그런 요소들이 있으면 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지. 놀라운 술법은 굳건한 믿음대로 되는 거니까.”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햇살을 받은 이슬처럼 반짝였다.


멀리 도망을 간 술사 요괴들은 작은 강아지로 변하여 빈집 마루 밑에 숨어 있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그라나가 알까?”

술사 요괴 하나가 겁먹은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술력의 등급이 높아도 마루 밑에 있는 우리를 찾아내진 못할 거야. 이곳은 판타지아 월드도 아니고 인간 세상이라 기력의 통로도 탁하거든.”


“일단 좀 더 있다가 다시 그 집 앞으로 가보자. 혹시 보호막이 열렸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좋겠어. 그런데 어디서 날아온 새들이 이렇게 많아? 귀가 따가워.”


“그러게. 예사롭지 않은 새들이야. 술법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혹시 그라나가 보낸 새들이 아닐까?”


“뭐? 그렇다면 우리가 이 마을에 들어온 걸 알고 있다는 거잖아?”


“글쎄!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좀 더 지켜보고 난 후에 작전을 짜보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술사 요괴가 말했다.


***


마성 궁전에서 술사 요괴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혈공주는 조급증이 생겼다.


아무래도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한 탓이었다.


“진혈사! 아직도 술사 요괴들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이냐?”

혈공주가 불안한 눈빛으로 진혈사를 노려봤다.


“그러하옵니다. 아직까지도 별다른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라나에게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진혈사가 혈공주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멍청한 것들! 술사 요괴라면서 술법으로 뭔가 일을 추진할 수 없단 말인가?”


“워낙 상대의 등급이 높은지라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뭐든 안 되면 되게 해야지. 내가 기력을 소모하면서 겨우 보호막에 구멍까지 뚫어줬는데, 도대체 뭘하고 있단 말이냐? 안 되겠다. 진혈사! 네가 다시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오거라.”


“하지만... 그것은...”


“뭐가 또 문제야!”

혈공주가 짜증을 내면서 매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보호막이 다시 튼튼해져서 구멍이 막혀버렸습니다. 그래서...”


“미치겠군! 나보고 다시 구멍을 뚫어달란 말인가?”


“황공하오나 상황이 그러하옵니다.”


“내가 그 보호막에 구멍을 뚫다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야?”


“죄송하옵니다. 소인이 그만... 말 실수를 하였습니다.”


“듣기 싫다! 하여간 어떻게 해서라도 술사 요괴들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해봐.”


“알겠나이다.”

진혈사가 혈공주에게 절을 하고 묵묵히 마성 궁전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어떻게 보호막을 넘어 인간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인지, 진혈사가 아무리 머리를 짜 봐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젠장! 할 수 없는 일을 나에게 시키다니. 혈공주가 제정신이 아닌 게야. 그라나에게 패배한 후에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 판단력도 예전과는 달리 다소 흐려졌어. 내가 힘만 생기면 혈공주도 보란 듯이 밟아서 제거할 것이다. 나도 마성 궁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기회가 오면 똑똑히 보여줄 거야.”

그가 속으로 혈공주를 욕하면서 분풀이를 하듯 혼자 혈기를 부렸다.


진혈사는 궁전 밖에서 흡혈 요괴들을 불러 모았다.


인간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리게 되면, 수백 명의 흡혈 요괴들을 끌고 가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큰 공을 세워야 혈공주의 인정을 받고, 훗날 바벨론 궁전의 왕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단 혈공주를 바벨론 궁전의 여왕으로 세우고, 그 후에 기회를 봐서 그녀를 밀어내고 자신이 왕좌를 차지하려는 욕망을 키우고 있었던 자가 진혈사였다.


그는 넓은 들 위에 집결한 흡혈 요괴들에게 명했다.


“우리는 판타지아 월드를 지키기 위하여 인간 세상을 먼저 점령해야 한다. 우리가 인간 세상으로 가면 인간의 피로 갈증을 씻어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인간 세상에서 삽시간에 수십만 명의 흡혈 요괴들이 탄생 될 수 있을 것이야. 그 인간 요괴들이 다 우리의 군대가 되는 거다! 하하하핫!”


진혈사가 나름 원대한 꿈을 갖고 흡혈 요괴들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그들은 진혈사의 말을 듣고 흥분하여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


진혈사의 외침을 듣게 된 글라우나 족의 밀정들은 그 사실을 족장에게 전했다.


“글라우나 족장님! 큰일 났습니다!”

글라우나 족의 밀정이 숨 가뿐 목소리로 고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왜 그리도 불안해하는가?”

글라우나 족장이 점잖은 목소리로 밀정들을 안정시켰다.


“흡혈 요괴들이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지금 인간 세상이라고 했는가?”


“그러하옵니다.”


“허어 이것 참 큰일이 아닌가? 바벨론 궁전의 왕이 금하고 있는 일인데, 왕명을 어기고 그런 악행을 계획하다니, 결국 역모나 다름이 없는 일이다. 바벨론 왕과 전쟁을 하겠다는 계획일 것이다. 머지않아 판타지아 월드에 큰 피 바람이 불겠구나!”

족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사실을 바벨론 궁전의 왕에게 통보할까요?”


“아니다! 좀 더 상황을 살펴보고 결정하자. 흡혈 요괴들의 계획이 뭔지, 아직은 정확한 어떤 증좌도 없으니 말이다.”

족장이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족장님!”


“이 사실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고, 당분간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족장이 밀정에게 경고했다.


“흡혈 요괴들과 싸우고 있는 그라나 전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족장이 물었다.


“어디로 간 건지 도통 보이질 않습니다.”


“뭐야... 또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나간 게냐?”


“자세히는 모르오나, 판타지아 월드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계속 쫓아다니면서 살펴보라고 했는데, 놓쳤단 말이냐?”


“워낙 술법의 등급이 높아 제힘으로는 도저히 추적이 불가능하옵니다.”


“흐음... 그라나의 술법은 바벨론 궁전의 왕도 두려워할 정도이니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그라나 전사가 어디서 뭘 하며 다니는 건지 계속 눈여겨보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밀정은 길게 한숨을 내쉬곤 족장의 명대로 그라나를 찾아 떠났다.


“그라나 전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서 숨어 있는지 알 재간도 없지 않은가. 참으로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 수 없어. 그나저나 어디서 그라나 전사를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밀정이 길게 탄식했다.


혈공주는 진혈사가 흡혈 요괴들을 모두 불러 모아 놓고 연설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당장 진혈사를 호출했다.


“진혈사! 네가 정신이 있는 놈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네놈이 흡혈 요괴들을 전부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면서?”


“그러하옵니다. 저는 다만 인간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시키느라고 흡혈 요괴들을 가르쳤을 뿐입니다.”


“미련하고 어리석은 놈! 네가 하는 말을 글라우나 족의 밀정들이 엿들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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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8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5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4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19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0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2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3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1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9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1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2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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