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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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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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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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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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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6.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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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7화 녹색 불길

DUMMY

킹에르가 천천히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쓰러졌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더러운 네 침이 묻어서 그걸 닦느라고, 네 주먹에 맞았거든. 그런데 주먹맛은 별로야.”


“얘가 또 뭐라는 거야? 사내새끼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아. 잘못했습니다. 치료비 두 배로 보상하겠습니다. 그러면 끝날 것을. 안 되겠다. 넌 더 맞아야 정신이 들겠어.”


“그러다가 후회할 일이 생길 거다. 내가 가급적 인간들에게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는데.”


“뭐래? 우리는 인간이고 너는 외계인이냐?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우리가 치료비로 두 배가 아니라 다섯 배는 받아야 용서가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새끼를 그냥 보내면 안 되겠어! 말이 너무 많아.”


노랑머리가 단도로 그의 옆구리를 쑤시려고 칼질을 했다.


킹에르는 번개처럼 튀어 오르면서 노랑머리의 단도를 발로 차서 날려 보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쪽 발로 노랑머리의 턱을 걷어찼다.


“빠악-”


노랑머리는 거품을 물고 땅바닥으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불량배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곤 화가 난 킹에르는 바닥에 떨어진 단도와 벽돌을 술법으로 독사와 구렁이로 만들어 불량배들을 공격했다.


“이... 이게 뭐야? 저놈은 인간이 아냐! 귀... 귀신이다!”

불량배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후다닥 도망을 치고 말았다.


“내가 경고하는데, 두 번 다시 나를 괴롭히면 네 놈들을 요괴들이 사는 지옥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내가 니들에게 술법을 안 쓰려고 했지만, 화가 나서 조금 그걸 썼다. 알겠냐?”

킹에르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겨우 눈을 뜬 노랑머리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네에? 아! 잘 알겠습니다!”


그의 손가락 하나가 뱀 대가리로 변한 것을 본 노랑머리는 숨을 못 쉬고 덜덜 떨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그는 노랑머리의 턱을 어루만져서 제대로 회복시켜 주곤 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났다.


“되는구나. 나도 그라나처럼 술법을 행할 수 있는 거야. 하하하핫!”

그가 놀라움과 기쁨을 절제하지 못하고 길게 내쳐 웃었다.


“그렇다면, 그라나처럼 맛있는 고기도 내 앞으로 슬쩍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어디 한번 시도해 보자.”

그가 정신을 집중하고 먹고 싶은 불갈비를 코앞으로 가져오는 상상을 하면서 술기를 모았다.


하지만 불고기 냄새만 강렬하게 후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실패다. 아직 그라나의 경지에 오르려면 한 참 멀었다. 음식을 가져오는 건 내 실력으론 안 된다. 아직 술기가 부족한 모양이야.”


그는 하는 수 없이 저녁을 굶기로 했다.


노랑머리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상한 능력을 가진 마술사라고 하면서, 쏜살같이 달아났다.


킹에르는 화장실의 수도에서 나오는 물로 배를 채우고, 그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다.


쓰레기통에서 주운 넓은 비닐을 바닥에 깔고 이불처럼 덮었다.


그러곤 나뭇잎들을 양손으로 긁어모아서 수북이 쌓아 올렸다.


체온이 심하게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는 잠을 청했지만, 정신만 더 맑아질 뿐이었다.


“아무래도 잠을 자기는 틀린 모양이다.”


그라나가 무탈하게 잘 있는지 궁금했다.


언제까지 그라나의 곁을 맴도는 호위무사처럼 살 것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칼에 맞은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아도, 때가 되면 그녀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욱더 그라나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야 한다. 그라나를 위해서. 하지만 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녀를 떠나서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아픈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


글라우나 족장은 황금 항아리 앞에 그라나를 세웠다.


그는 바벨론 궁전의 왕이 되었기에, 왕의 특권으로 황금 항아리의 소녀를 직접 불러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황금 항아리에서 나온 황금색 빛을 발하는 소녀가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난 바벨론 궁전의 왕이다. 내 딸 그라나의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모든 기억을 지우시려는 겁니까?”

황금빛 소녀가 물었다.


“아니다. 다른 기억들은 그대로 두고 킹에르에 관한 기억들만 전부 지우면 된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황금 소녀는 손을 그라나의 머리에 대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잠시 후 황금 소녀의 손에는 푸른 빛을 발하는 열쇠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바벨론 궁정의 왕이시여! 이것을 제 항아리 안에 보관해 두겠습니다. 언제든지 기억을 되찾고 싶으면 저를 찾아오십시오.”

황금 소녀는 손에 쥔 푸른 빛 열쇠를 황금 항아리 안으로 던졌다.


“땡그렁-”

금속성 소음이 들리면서 황금 소녀는 사라졌고 항아리의 문도 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글라우나 족장은 그녀를 안고 바벨론 궁전의 내실로 향했다.


“불쌍한 것!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를 살리고 킹에르도 살리려면 이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긴 세월이 지나면 너도 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게야.”

글라우나 족장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내실로 들어갔다.


그는 그라나를 침상에 눕히고 편안하게 잠들도록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새벽녘이었다.


악몽에 시달리던 그라나는 눈을 번쩍 떴다.


뇌를 뽑아먹는 알 수 없는 괴물에게 끝없이 쫓기는 꿈이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생전 처음으로 뇌를 꺼내어 삼키는 이상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이건 무엇을 암시하는 꿈일까? 나는 몰라도 내 잠재의식은 뭔가를 알고 있어. 그래서 이런 꿈을 꾸게 한 거야.”

그녀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뭔가 기억이 날 것만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 잠재의식 가운데 갇혀있는 그 기억들은 대체 뭘까? 왜 지난 과거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질 않는 거지?”

그녀가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바벨론 궁전의 정원으로 들어가 산책을 했다.


“잠은 잘 잤느냐?”

글라우나 족장이 그녀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악몽에 시달리다가 잠을 설쳤습니다. 제가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꽃가루를 채취하느라고 많이 고단했구나. 너는 궁전에서 좀 쉬고 시녀들을 시키거라.”


“이른 새벽에 뇌를 삼키는 괴물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뇌를 삼키는 괴물도 있었느냐? 난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러게요. 저도 그런 괴물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혈공주가 꽃들을 없애고 있는 시기다. 그라나의 술력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허니, 정신을 바싹 차리고 혈공주의 공격에 대비하거라.”


“예! 전하의 말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머지않아 킹에르도 인간 세상에서 꽃가루를 채집해서 돌아올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킹에르는 누굽니까?”


“아! 킹... 킹에르는 내가 꽃가루 채집을 위하여 인간 세상으로 보낸 호위무사이다. 최근에 뽑은 자이니 너는 잘 모를 게야.”


“킹에르 호위무사는 제가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돌아오면 내가 소개해 줄 것이니, 그때 직접 만나 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전하! 명을 받들어 그리하도록 하겠나이다.”


“그래! 산책한 후에 내실에서 편안히 쉬어라. 이 세상에서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느니라.”

글라우나 족장은 그녀가 킹에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 직접 확인한 후에, 다시 궁전의 내실로 향했다.


“킹에르 호위무사는 누구일까? 어쩐지 호감이 가는 이름인데. 궁전 안에 있었으면 내가 알 텐데, 왜 기억이 나질 않는 걸까?”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됐다. 내 딸 그라나는 킹에르를 영원히 기억할 수 없을 것이고, 킹에르는 절대로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올 수가 없을 터이니, 이제 모든 걱정은 끝난 게야.”

글라우나 족장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슬그머니 미소를 입가에 담아냈다.


그라나는 내실에서 빈둥거리다가 인간 세상으로 가고픈 마음이 들어 외출옷을 챙겨있고 바벨론 궁전 밖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이상하게도 인간 세상을 다녀와야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탓이었다.


“내가 인간 세상에 중독이 된 걸까? 거길 다녀오지 않으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아.”

그녀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날개를 펄럭이면서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


인간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입구를 향해, 그녀는 힘차게 쉬지 않고 날아갔다.


***


혈공주는 꽃이 없는 판타지아 월드를 만들려고 애를 쓰다가 생각을 바꿨다.


“꽃을 전부 따서 없애도 꽃은 다시 피어나게 마련이지. 꽃나무를 아예 뽑아 버려도 소용없다.

그 꽃나무들을 관리하는 요정들이 다시 꽃나무들을 만들어 놓을 테니까.”


그녀는 모든 꽃가루에 술기를 제거하는 독을 뿌려놓기로 했다.


요정들은 강한 독을 먹어도 죽지 않지만, 긴 잠을 재울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 그라나와 요정들을 깊은 잠속에 빠지게 하고 습격을 한다면, 난 다시 바벨론 궁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야. 아하하핫!”

혈공주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성 궁전 안을 기어다니는 두꺼비 한 마리를 주시했다.


그녀는 그 두꺼비를 한 손으로 잡아서 입 안에 넣고는 아작아작 씹어먹었다.


그러곤 입안에서 살점 조각들로 변한 두꺼비처럼, 그라나를 그렇게 뜯어 먹겠다고 혈공주는 사납게 얼굴을 찡그리며 분노를 쏟아냈다.


혈공주는 비상종을 울려서 흡혈 요괴들을 불러 모았다.


“꾸우웅- 꾸우웅-”

둔하지만 널리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마성 궁전 안을 울렸다.


50여 마리의 흡혈 요괴들이 그녀 앞에 4열 종대로 정렬을 했다.


전쟁을 겪으면서 기운이 빠졌는지 그들의 자세가 흔들렸다.


“이제 너희들은 꽃들을 따지 말고, 내가 공급하는 독약을 그 꽃송이 위에 흠뻑 뿌리거라.

이걸 먹은 요정들은 해독제를 먹이지 않으면, 계속 깊은 잠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힘을 모아 바벨론 궁전을 재공격한다. 알겠느냐?”

혈공주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흡혈 요괴들에게 악을 쓰듯 소리를 질러댔다.


“예! 명을 받들어 시행하겠나이다!”

흡혈 요괴들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눈빛을 감추질 못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부터 눈에 띄는 모든 꽃들 위에 이걸 넉넉히 뿌리거라.”

혈공주는 작은 호리병들을 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호리병 안에는 혈공주가 술법으로 만들어낸 강한 독성을 가진 액체가 들어 있었다.


흡혈 요괴들은 그 호리병들을 허리에 차고 마성 궁전 밖으로 나간 후 뿔뿔이 흩어졌다.


***


인간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 앞에 도착한 그라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누군가가 보호막을 쳐 놓은 것을 알았던 탓이다.


강력한 술법으로도 봉인된 입구는 쉽게 열리질 않았다.


“뭐야? 누가 판타지아 월드의 입구를 막아놓은 거지? 이건 분명히 혈공주의 짓일 거야. 킹에르가 꽃가루를 갖고 들어오는 걸 차단하려는 속셈이겠지.”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술기를 모아 막혀버린 출구를 열려고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손가락들이 투명하고 밝아지면서 눈부신 한 줄기 빛이 안개처럼 입구 쪽으로 흘러갔다.


갑자기 불꽃이 튀면서 녹색 불길이 일어나더니, 출구 앞에 있는 보호막 한 겹을 단번에 태워버렸다.


하지만 더 두껍고 강력한 보호막이 끈적한 조청처럼 출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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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9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5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4 1 12쪽
»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20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0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2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3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4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2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1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9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1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2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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