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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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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greater
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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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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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6.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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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7화 새로운 전략

DUMMY


그라나와 피에르를 찾아내지 못한 혈공주는 붉은 갑옷을 입고 흡혈 요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흡혈 요괴들은 그녀를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긴장했다.


그녀의 명을 따라야 할 운명의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그들도 본능적으로 인식한 탓이었다.


혈공주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힘있게 바라보면서 입을 크게 열었다.


“충성스러운 나의 군사들이여! 이제 우리는 곧 판타지아 월드를 접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바벨론 궁전의 왕과 수하들을 모두 쓰러뜨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너희는 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따를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녀의 날카로운 고음이 기파동을 일으키며 주변의 나뭇잎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릴 만큼 허공을 진동시켰다.


“우리는 죽음을 불사하고 혈공주님의 뒤를 따를 것이옵니다! 충성! 충성!”

진혈사가 흡혈 요괴들을 선동하며 울부짖듯 선창했다.


“충성! 충성! 충성!”

흡혈 요괴들은 한 목소리로 혈공주의 명을 따르겠다고 목이 터져라, 충성을 외쳤다.


숲속이 울리고 그들의 함성이 메아리가 되어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그라나와 피에르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격렬한 전쟁으로 숱한 흡혈 요괴들과 바벨론 궁전의 용사들이 생명을 잃을 것만 같아서였다. 무엇보다도 바벨론 궁전의 왕이 전쟁터로 나온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여겼다.


“지금은 기세가 대단하지만, 막상 무시무시한 바벨론 궁전의 왕이 나타나게 되면 혈공주의 군사들도 힘을 잃고 말 거야!”

그라나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 정도로 바벨론 궁전의 왕이 무서운 건가?”


“당연하지! 지금까지 아무도 바벨론 궁전의 왕을 대적하는 자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혈공주는 어떻게 저런 자신감이 생기게 된 거지? 마치 전쟁을 시작하면 바로 이길 것처럼 날뛰고 있잖아.”


“혈공주의 허세야!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바벨론 궁전의 왕이 혈공주를 천년 감옥에 집어넣거나 죽이게 될 것이 뻔하거든. 그니까 마지막 히든 카드로 죽기 살기로 용을 써보겠다는 거지!”


“똥배짱 하나는 그야말로 바벨론 왕의 빰을 치고도 남겠군! 허세가 하늘을 찔러!”


“하지만 술력을 엄청나게 강화시킬 수 있는 신비한 무지개 구슬 일곱 개를 갖고 있으니, 쉽게 볼 상대는 아니지. 혈공주는 지금 분에 넘치는 자신감을 갖게 된 거야. 무지개 구슬 일곱 개, 그것도 혈공주를 광분케 하는데 나름 한몫을 했을 거야.”


“그럼 무지개 구슬의 힘으로 바벨론 궁전의 왕을 이길 수 있는 건가?”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바벨론 궁전의 왕도 무지개 구슬을 지닌 혈공주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을 거야.”


“일단, 우리는 숨어 있는 게 좋을 거야. 혈공주에게 발각되면 어려운 일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 흡혈 요괴들도 의외로 너무 많고...”

그녀가 다소 위축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알았어! 보호막이 겹겹이 쳐진 집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을게.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응! 혈공주가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면 그때 우리도 움직여야 해.”


“그럼, 어떻게 할 건데? 흡혈 요괴들의 후방을 치려는 거야?”


“아니.”


“바벨론 궁전의 왕을 도우려고? 일단 적의 적은 아군이니까?”


“아냐.”


“그럼, 뭐야?”


“측면을 치는 거야.”


“측면이라니?”


“혈공주와 바벨론 궁전의 왕이 정신없이 싸우는 걸 지켜보다가 그들이 지쳐 힘들어할 때를 노리자는 거지.”


“혈공주와 바벨론 궁전의 왕을 모두 제거하자는 말이네.”


“그런 셈이지! 둘 다 판타지아 월드에서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요괴들이니까.”


그녀는 부친이 이끄는 글라우나 족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글라우나 족의 군사들도 상당한 기간 동안 전투 훈련을 받고 무술과 술력을 키운 요정들이었다.


그녀는 부친이 도와준다면 판타지아 월드의 질서를 바로잡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만약 바벨론 궁전의 왕이 전쟁에서 이겨도, 혈공주처럼 인간 세상을 왕래한 죄목을 들어 그라나에게 강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컸다.


일이 잘못되면 그녀의 부친도 큰 징계를 면치 못할 상황이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 거야. 지혜롭게 처신해서 승리의 월계관을 반드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피에르도 그토록 원하는 기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세미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그들은 다시 여러 겹으로 강력한 보호막이 펼쳐져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해몽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화차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 시간을 즐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지극히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을 미소로 느낄 수 있었다.


“극심한 전쟁터라도 절대로 죽지 마! 그라나는 꼭 살아야 해!”


“왜?”


“네가 죽어서 한 줄기 빛으로 사라지면, 난 너무 슬플 거야.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잖아.”


“내가 작은 빛이 되어서 반딧불처럼 네 주변을 맴돌면서 너를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염려하지 마! 난 죽어서도 너를 못 잊을 거야!”


“그... 그만해! 말이 씨가 된다고 하잖아. 네가 죽는 건 상상하기도 싫어. 너무 싫다고!”

그가 일그러진 얼굴로 짜증을 내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너... 우냐? 내가 죽는 걸 진짜로 상상 했구나?”

그녀가 약을 올리듯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울기는 누가 울어?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저절로 눈물이 고인 거야!”

그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으휴- 너 때문에라도 내가 죽지 말고 살아야겠다. 평생 찡찡 울고 다닐 너를 두고 어떻게 먼길을 가겠냐? 나 안 죽어! 아무런 염려도 하지 마! 알았지?”

그녀가 그를 가만히 껴안아 주었다.


그윽한 장미향이 그녀의 숨결에서 느껴지자, 그의 눈물이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상해!”


“뭐가?”


“네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니까 자꾸만 눈물이 나와! 혹시 오래전에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대에 우리 만난 적이 있었던 게 아닐까? 끊을 수 없는 뜨거운 정이 생길 만큼 아주 살가운 사이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럴 리가? 그랬다면, 내가 너를 왜 모르겠어? 첫눈에 알아봤겠지. 안 그래?”


“허긴 그렇다. 내가 너를 처음 본 건 작은 요정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사람처럼 크니까 좀 이상하다.”


“요정들은 몸의 크기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어. 본래 인간 세상으로 나오면 아주 작아지거든. 작은 손가락처럼.”


“그래! 지금 생각났다. 네가 거미줄에 걸렸었잖아. 하이고! 하마터면 거미 밥이 될 뻔 했는데...”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나도 요정을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그런데 그 이전 일은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야?”


“응! 너를 만난 그 시점부터 기억이 생생해졌거든. 그 이전 기억은 아직도 캄캄해! 별 하나 없는 캄캄하고 절망적인 밤처럼.”


“빨리 네 기억을 되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그를 보곤 안타까운 얼굴로 혀를 찼다.


“밖으로 나가볼까? 혈공주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아마도 전쟁이 끝났으면, 우리를 찾아다니느라고 혈안이 되어있을 거야. 여러 겹으로 보호막을 해놓았으니까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어쩌면 문밖에 놈들이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나올 때를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가 마른침을 힘겹게 삼켰다.


“내가 상황을 보고 올 테니까,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 해몽이도 잘 돌보고.”

그녀가 문 쪽으로 나갔다.


“알았어. 조심해서 잘 다녀와.”

그가 해몽이와 웃고 장난을 치면서 그녀에게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녀는 술법의 힘을 빌려 보호막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예상 외로 흡혈 요괴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아마도 어디론가 사라진 그라나를 포기하고 판타지아 월드로 돌아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방심하다간 허를 찔릴 수 있어서, 그녀는 사방을 예리한 눈빛으로 살피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숲속에도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뭐지? 혈공주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녀가 큰 고목에 기대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아무래도 혈공주가 작전계획을 바꾼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다.


“내 예감이 맞는다면 이건 심각한 일이야!”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문을 외우던 그녀는 커다란 독수리로 변하여 창공으로 치솟았다.


그녀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흡혈 요괴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상을 맴돌던 독수리는 흡혈 요괴들 몇 마리를 발견하곤 하강했다.


그녀는 숲속에서 청포도 알을 후딱 먹었다.


몸이 투명해지자 그녀는 그 요괴들의 뒤를 몰래 쫓아가면서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


그 요괴들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너무 배고파. 에잇! 얼른 길을 찾아야 판티지아 월드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마른 흡혈 요괴가 투덜거렸다.


“헌데, 갑자기 판타지아 월드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뭐야?”

피부가 푸른 흡혈 요괴는 피곤한지 큰 입을 벌리면서 혀를 널름거렸다.


“혈공주의 명령인데, 그 속내를 어찌 다 알겠는가?”

마른 흡혈 요괴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글라우나 족을 먼저 치려는 것 같아. 족장을 잡아두면 그라나를 유인해서 생포할 수 있으니까. 그라나가 그 족장의 딸이라던데.”

푸른 흡혈 요괴가 머리를 긁적였다.


“빨리 가자고. 너무 늦으면 사나운 혈공주의 눈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어.”


그 요괴들의 말을 듣던 그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리한 혈공주가 약한 글라우나 족장을 사로잡아 미끼로 쓸려는 것을, 그녀가 정확히 알아내는 순간이었다.


많은 군사들을 풀어놓아도 그라나를 잡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군사력이 약해질 것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영리한 혈공주! 네 속셈을 내가 파악했으니, 각오해라! 네 생각대로 일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다.”

그녀가 피에르와 해몽이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술법으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회오리바람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삽시간에 그 집 앞에 당도한 그녀가 황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이제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야 해! 휴우-”

그녀가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뭐? 왜?”


“혈공주의 목표는 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글라우나 족을 치는 거였어.”


“갑자기 글라우나 족을?”


“나를 잡으려고 먼저 글라우나 족을 공격하는 거야. 족장님을 잡으면 나를 생포할 수 있으니까. 어서 늦기 전에 출발하자! 족장님을 반드시 구해내야 해.”

그녀가 급한 듯 해몽을 챙기면서 목청을 높였다.


***


그라나는 술법으로 투명한 작은 새로 변신했다.


아무래도 투명한 존재로 다녀야 좀 더 안전할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피에르와 해몽도 청포도 알을 먹은 후라 몸이 투명해졌다.


그녀는 그들도 작은 새로 변신시킨 후 판타지아 월드의 입구 쪽으로 함께 날아갔다.


그녀가 술기를 담아 상하좌우로 손짓하자, 감추어져 있던 판타지아 월드의 입구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예상대로 보호막은 깨져 있었고, 큰 구멍이 생긴 상태였다.


그 구멍을 통해서 혈공주와 흡혈 요괴들이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간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혈공주가 어떻게 단단한 보호막을 깼을까?”

그가 입구 주변을 날아다녔다.


“무지개 구슬의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가능했을 거야.”


“빨리 글라우나 족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혈공주와 흡혈 요괴들이 그곳을 점령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잖아.”


“내 뒤를 따라와!”

그녀가 판타지아 월드의 입구에 뚫린 구멍 안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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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9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5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4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20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0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2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3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5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2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2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9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1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2 1 12쪽
14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1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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