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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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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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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4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98
추천수 :
25
글자수 :
237,404

작성
24.05.21 13:15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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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DUMMY

“그렇지. 이곳에 머물러 있다간 모두 죽게 된다는 걸 사람들이 깨달은 거지.”


“어쨌거나 이 마을에선 인명 피해가 없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휴우-”

그가 불안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저길 봐! 철조망을 높게 쳐놨네. 다른 마을로 들어갈 수가 없겠는데.”

그녀가 높은 철조망 꼭대기를 쳐다봤다.


“이 마을의 흡혈 요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높은 철조망으로 통제한 모양이야.”


“통제? 누가?”


“응! 경찰들이 철조망을 쳐서 흡혈 요괴들이 나오질 못하도록 일부러 막았을 거야.”


“이런 철조망으로 막는다고 흡혈 요괴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놈들은 통증을 모르는 존재들이야. 살이 찢겨 지고 터져도 철조망을 타고 넘어서 밖으로 나갈 거야.”


“그렇겠지. 지독한 요괴들이니까. 그래도 일단 놈들이 마음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높은 철조망을 쳐놓은 거야. 이렇게라도 해야 사람들은 요괴들이 접근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음! 그렇겠구나."


"철조망을 넘어오는 놈들은 집중사격으로 벌집을 만들게 될 거고. 아무튼 놈들도 생각이 있으니까, 철조망을 보면 뭔가 대책을 세우겠지. 이 철조망은 자신들의 존재가 인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증거니까.”

그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저기 마을 아래쪽을 봐. 경찰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경계를 서고 있잖아.”

그녀가 무장한 경찰들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뭐야? 이 철조망을 넘어가면 누구든지 즉각 사살하겠다는 거 아냐?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인데, 이건 너무하는 거 아냐?”

그가 억울하다는 듯이 짜증을 냈다.


“어쩔 수 없어. 경찰들도 인명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고 그러는 거니까.”


만약 그 세 놈의 요괴들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이 올 것만 같아,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부 전투경찰들이 화염방사기까지 들고 있는 걸 보고, 그는 철조망을 넘어갈 생각을 아예 접고 말았다.


만약 그 철조망을 넘어서 도시 쪽으로 가다간 총알 세례를 받거나 화염방사기의 표적이 되어 잿더미가 될 판이었다.


“이 철조망을 넘어가면 절대로 안 되겠다. 경찰들이 도끼 눈을 뜨고 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을 거야.”


피에르와 그라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요괴들을 모두 제거한 마을로 들어갔다.


그들은 세 놈의 요괴들을 직접 한 자리로 불러 모아 단숨에 처리하려고 나름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세 놈을 이곳으로 불러올 수 있는 거지?”

그가 그라나에게 물었다.


“그건 네가 희생 제물이 될 때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내가 희생 제물이 되는 거냐고?”


“네 피가 필요해!”


“뭐?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그건 아니고 네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칼로 상처를 내서 핏방울들을 사기그릇에 받아놓으면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몸에서 나온 핏방울을 사기그릇에 받으라니?”


“흡혈 요괴들은 후각이 엄청 좋아. 놈들은 네 피 냄새를 맡고 정신없이 이곳으로 달려올 거야. 등급이 높은 인간의 피 냄새는 놈들을 미치게 하거든.”


“그런 다음에 놈들이 오면 나랑 합세하여 같이 치자는 건가?”


“피가 흐르는 사슴고기를 보고 이성을 잃은 호랑이들을 동시에 공격하여 단숨에 때려잡자는 거지.”


“오케이! 그렇게 하자! 승산이 있을 것 같다.”

그가 양 눈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들은 어둑어둑한 저녁때가 되자,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것은 진혈사를 포함하여 세 명의 요괴들과 싸워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다.


그 싸움에서 지면 인간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고, 그 영향으로 판타지아 월드도 흡혈 요괴들의 세상이 될 가능성이 컸다.


피에르는 그녀가 건네준 단검으로 왼쪽 손바닥에 살짝 상처를 냈다.


한 줄기의 피가 하얀 사기 접시 안에 꽃잎처럼 쏟아져 흘렀다.


그러곤 그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지혈했다.


삽시간에 그의 몸에서 나온 피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깊은 산속으로 퍼져나갔다.


잠을 자던 요괴들은 피의 향을 맡고는 코를 벌름거렸다.


그러다가 그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피 냄새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갔다.


마당 한가운데에 놓인 흰 사기 접시 위에는 붉은색 피가 잔뜩 고여 있었다.


하지만 몰래 숨어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신검을 손에 든 피에르와 그라나였다.


그 흡혈 요괴들은 사기 접시 안에 있는 피를 서로 다투듯이 돌아가며 핥아먹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피에르의 신검이 진혈사의 목과 가슴을 내리쳤다.


하지만 진혈사는 그의 신검을 막고 피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의 신검을 막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 된 진혈사의 가슴에서 푸른 피가 흘러내렸다.


그라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고수의 술법을 썼다.


그들의 발들이 삽시간에 나무뿌리로 꽁꽁 묶여 졌다.


마당에 있었던 나무의 뿌리들이 갑자기 길게 자라면서, 그 요괴들의 다리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여러 겹으로 칭칭 감아 버렸던 것이다.


나무뿌리를 지상으로 올라오게 만드는 그녀만의 술법이었다.


그녀의 술법에 걸려든 요괴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심히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고수의 술법을 사용할 줄 아는 진혈사는 그 나무뿌리를 낱낱이 칼로 제거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진혈사는 문밖으로 황급히 도망쳤다.


“반드시 내가 너희들을 죽여 원수를 갚게 될 것이다. 두고 봐라!”

진혈사가 산기슭으로 달아나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라나가 진혈사의 뒤를 쫓아갔지만, 그는 술법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나무뿌리에 발이 묶여 있는 흡혈 요괴들의 목을 과감하게 신검으로 내리쳤다.


“퍼억- 퍽-”


녹색 핏방울들이 주변으로 튀면서 그 요괴들은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그들은 작은 입자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는 진혈사의 뒤를 쫓아 산속으로 내쳐 달려갔다.


“몸에 상처를 입은 진혈사를 놓치면 절대로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놈을 꼭 잡아야 한다.”

그가 숨이 차도록 달리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어둠이 짙은 밤이라 그런 건지, 숲속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들은 진혈사가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라 여기고,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쓰면서 숲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진혈사가 피에르의 신검을 맞고 상처를 입었지만, 피가 녹색이라 숲속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가 더욱 어려웠다.


“피를 많이 흘리게 되면 진혈사도 지쳐서 쓰러지지 않을까?”

그가 어두운 숲속을 주시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진혈사는 제법 높은 등급을 가진 요괴야. 그러니까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몸을 회복시킬 수도 있어.”


“그럼, 그놈은 신검으로도 죽일 수가 없다는 건가?”


“진혈사도 목이 떨어지거나, 심장에 칼이 박히면 죽겠지만, 그 외의 상처는 다시 회복되니까 상대하기가 힘든 놈이지.”


“어쨌거나 그놈의 목을 쳐내야 하는 건데. 좋은 타임을 놓쳤어.”

그가 혀를 찼다.


“놈은 다시 판타지아 월드로 도망가려고 할 거야. 아마도 혈공주에게 이곳 상황을 보고하겠지. 그러곤 더 많은 수하들을 끌고 이곳으로 올 거야.”

그녀가 예리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 되면 우리가 상당히 곤란해지는데. 그놈이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먼저 잡아야 해.”


“당연하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제거해야 큰 재앙의 싹을 잘라낼 수 있으니까.”

그라나가 어두운 숲속을 칼끝 같은 시선으로 매섭게 쳐다봤다.


그녀는 술법으로 어두운 숲속을 노란색으로 밝혔다.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그는 바닥에 떨어진 녹색 핏방울들을 찾아냈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걸 가리켰다.


“이걸 봐! 놈의 핏방울들이 바닥에 있어.”

그가 귓속말로 그녀에게 말했다.


“쉬잇! 가까운 곳에 놈이 있어!”

그녀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들은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핏방울의 흔적을 따라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들이 숲속에 있는 작은 동굴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녀가 횃불을 만들어 동굴 안을 밝혔다.


“가까이 오지 마!”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밧줄에 묶인 해몽의 모습이 보인 탓이었다.


해몽의 뒤에는 진혈사가 칼을 들고 있었다.


진혈사는 시퍼런 빛을 발하는 칼날을 해몽의 목에 대고 그들을 노려봤다.


“한 걸음만 더 오면 이 아이는 여기서 죽는다.”

진혈사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아이는 놓아주지. 죄가 없는 어린애잖아.”

그가 진혈사를 보고 점잖게 말했다.


“허튼짓은 하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아이는 여기서 죽어.”

진혈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사... 살려주세요!”

해몽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았다! 네가 판타지아 월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그 아이는 살려줘!”

그라나가 침착한 어조로 음성을 낮췄다.


“좋다! 뒤로 물러서라! 내가 판타지아 월드로 가는 문 앞으로 갈 때까지, 너희들은 이곳에 꼼짝도 하지 말고 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는 바로 숨이 끊어지게 될 거야.”


“이 자리에 돌덩이처럼 서 있을 테니까, 그 아이의 몸에 절대로 손을 대지 마라! 만약 내 말을 어기게 된다면, 너도 영원히 사라지게 될 거니까!”

그녀가 진혈사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사정하듯 부탁을 했다.


“나를 판타지아 월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만 해준다면, 이 아이를 죽일 이유는 없지. 안 그래? 흐흐흐! 그 대신 열 보 뒤로 물러가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

진혈사는 해몽을 앞세우고 천천히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열 보 떨어진 곳에서 진혈사와 해몽을 주시하면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혈사는 그 아이를 끌고 판타지아 월드의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진혈사와 해몽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비열한 쓰레기 같은 놈! 순진한 어린아이를 방패로 삼다니...”

피에르가 욕을 하며 혀를 찼다.


“움직이지 마! 우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이를 해치우고 도망칠지도 몰라!”


“해몽 때문에 재앙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진혈사가 수백 마리가 넘는 흡혈 요괴들을 끌고 올 수도 있잖아. 악하고 나쁜 양아치 같은 놈!”

그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어린 해몽을 진혈사의 손에 죽게 만들 수는 없잖아!”


“해몽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조금 후회가 되네.”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해몽을 만난 탓에 우리가 바벨론 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된 거잖아! 오히려 감사해야 마땅하지!”


“맞다! 네 말이 옳아! 해몽 덕분에 바벨론 궁전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된 거니까.”


“저놈이 해몽을 데리고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 우리의 손과 발을 묶어 두려고!”

그라나가 근심염려로 어두워진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잖아! 이제 어떻게 하지?”

그가 불안한 목소리로 걱정을 했다.


“난 술법을 사용해서 진혈사를 쫓아갈 거야! 놈이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기 전에 해몽을 구해내지 않으면 안 돼.”


그라나는 손을 펼쳐 술법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곤 피에르와 자신을 커다란 부엉이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두 마리의 부엉이는 어둠 속에서 진혈사를 쫓아가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은 하늘로 치솟았다.


진혈사는 그들의 추격을 예상하고 거대한 날개를 만들어 해몽을 데리고 판타지아 월드의 문이 있는 곳으로 신속하게 날아갔다.


“뭐야! 저놈도 술법을 하네.”

그가 중얼거렸다.


“아직은 술법이 서툴지만, 흡혈 요괴의 서열로 2위가 되는 놈이니 무시할 순 없지.”


“그럼, 1위는?”

“1위는 당연히 혈공주야. 그 흡혈 요괴는 가장 잔인하고 무섭고 등급이 아주 높아. 심지어는 수하들까지 잡아먹는 타락한 악귀 같은 요괴이지.”


“수하들까지 먹다니, 정말 끔찍하게 지독하고 무시무시한 요괴이구나.”

그가 공포에 질려 심하게 몸서리를 쳤다.


“혈공주는 바벨론 궁전의 왕좌를 늘 탐내고 있는 악한 요괴야.”


“바벨론 궁전의 왕이 되면, 뭔가 좋은 점이 있는 건가?”


“혈공주는 판타지아 월드를 다스리고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탐내는 거야. 여왕이 되면 뭐든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왕좌의 권력은 인간이나 요괴들도 탐을 낼 수밖에 없는 그런 건가?”


“그건 욕망의 절정이지. 절대권력을 갖고 뭐든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잖아. 그런 왕으로 숭배받는 삶을 살고 싶은 거야. 요괴들도 그런 욕망이 크다는 거지. 등급이 높아질수록.”


“요정들도 그런 욕망이 있는 거야?”


“요정들은 평화로운 세계를 원해. 싸움이나 분노도 없고, 고통과 슬픔도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지. 우리 요정들은.”


“아! 진혈사가 판타지아 월드의 문 앞에 도착했어.”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가 놈을 혼란스럽게 만들 때, 너는 해몽을 데리고 도망가! 알았지?”


“응! 염려하지 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나는 몸의 크기를 점점 부풀려 거대한 부엉이로 변신했다.


그녀는 진혈사에게로 날아갔다.


그녀가 날카로운 주둥이로 그의 머리를 매섭게 쪼았다.


진혈사는 비명을 지르면서 앞으로 꼬꾸라졌다.


“뭐야! 이... 이렇게 거... 거대한 부엉새는? 혹시...?”

진혈사의 머리에서 녹색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머리를 한쪽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냈다.


거대한 부엉새에게 느닷없이 공격을 당한 탓인지, 그는 머리통이 너무 아팠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해몽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빨리 해몽을 데리고 도망쳐!”

그라나가 소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피에르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해몽을 데리고 숲속으로 내쳐 달렸다.


진혈사가 해몽을 데리고 달리는 피에르를 쫓아갔다.


그녀는 거대한 부엉이의 발톱으로 진혈사를 공격했다.


진혈사는 진검을 휘두르며 그녀와 맞섰다.


그녀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급하게 소비한 탓에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부엉이의 몸집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녀가 하강하면서 바닥으로 맥없이 쓰러졌다.


진혈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으로 그녀를 찌르려고 시도했다.


그녀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하여 작은 요정으로 변하여 그의 칼날을 피했다.


“휭- 휭-”


진혈사의 칼에서 바람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용케 이리저리 피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방울들이 흘러내렸다.


점점 기력이 쇠하여 가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때였다.


신검을 손에 쥔 피에르가 달려와 진혈사를 향하여 칼로 날카롭게 맹공격을 가했다.


빠르고 정확한 솜씨였다.


서너 차례 그의 칼을 막아내던 진혈사는 두려움을 느꼈다.


가슴에 난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온 탓이었다.


“오늘은 내가 졌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는 너희들의 목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진혈사가 힘에 겨운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하곤, 판타지아 월드의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진혈사를 따라 판타지아 월드의 문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라나가 말렸다.


“안 돼! 놈을 쫓아가지 마!”


“왜?”


“우린 인간 세상에서 30일을 버텨야 바벨론 궁전 앞으로 소환될 수 있는 거야! 만약 놈을 따라 들어가면 지금까지 한 일들이 모두 헛수고가 될 거야!”

그녀가 큰 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


“그래? 그렇다면 아쉬워도 놈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


“만약 진혈사가 수하들을 끌고 이곳으로 오면 막을 길이 없는데, 큰일이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죽을 각오로 흡혈 요괴들과 맞서야 해! 달리 방법이 없잖아!”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한 불안과 공포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졌다.


“무슨 묘책이 없을까? 놈들을 막을 수 있는...”

그가 중얼거렸다.


“나를 구해줘서 진짜 고맙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해몽이 그들을 보고 밝은 얼굴로 웃었다.


“그래! 네가 다치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어서 고맙다.”

그녀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어냈다.


“야아! 넌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냐? 우리가 산속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찾아도 없었는데.”

그가 해몽의 얼굴을 쳐다봤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아무리 헤매어도 나갈 길이 안 보여서.”


“그런데 진혈사가 어떻게 너를 데리고 있었던 거지?”

그녀가 호기심을 갖고 해몽을 바라봤다.


“이 동굴에서 며칠 동안 잠을 자고 있었는데, 진혈사가 나타나서 나를 협박하고 밧줄로 묶었어요.”


“아! 그랬었구나! 그래도 진혈사에게 끌려가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너무 배고파요, 아무거라도 그냥 먹을 음식이 있으면 좋겠는데.”

해몽이 그라나를 쳐다보면서 귀엽게 응석을 부렸다.


“그래! 마을로 내려가자.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게!”

그라나가 해몽의 손을 잡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녀가 해몽이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자, 그는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잃어버린 동생을 찾은 듯이 기뻐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도 마음이 흐뭇했다.


그들은 마을로 내려가 빈집들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봤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꺼내어, 그녀가 능숙한 솜씨로 요리를 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하자 해몽의 얼굴에서 생기가 돌았다.


“넌 요정인데 어디서 그런 걸 배운 거냐? 사람보다도 음식을 잘 만드는데.”

그가 그녀를 노골적으로 칭찬했다.


“내가 도서관에 다니면서 온갖 책들을 다 읽어봤다고 했잖아. 한식, 중식뿐만 아니라 스테이크 요리 같은 양식까지도 다 가능해! 내 머릿속에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다 들어있걸랑.”


“호오! 날개 달린 요정님이 아니라, 전문적인 출장 요리사이시네. 덕분에 포식하게 생겼잖아! 하하하!”

그가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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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1 24.06.25 7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2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19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15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4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20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0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19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2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3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3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5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3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2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2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9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1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2 1 12쪽
» 제14화 동굴 속의 해몽 24.05.21 12 1 18쪽
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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