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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희 님의 서재입니다.

퇴물 살수는 이능으로 살아남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사바희
작품등록일 :
2024.08.17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5 12:1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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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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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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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8화-협객과 자객

DUMMY




춘양현 관아를 나온 후, 점로대와 나는 뿌옇게 밝아 오는 여명 속에서 강둑을 따라 걸었다.


“멋진 탄지신통이었습니다.”


내 칭찬에도 점로대는 말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등 뒤를 따라 붙으며 물었다.


“일부러 되돌려 주신 거죠?”


점로대가 짧은 한숨과 함께 되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땠나?”

“정확하게 놈의 명치에 꽂힌 걸로 봐서, 우연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쓰게 웃는 점로대에게 물었다.


“그 공부는 무슨 탈골신통(脱骨神通) 같은 이름입니까?”

“아닐세. 추혈지(抽血脂)의 공부를 응용한 것일세.”

“그건 또 무슨 무공입니까?”

“지법이네.”

“음.”


추혈이라면 피를 뽑는다는 뜻. 탈골권이나 이거나 참 무공 이름 참 살벌하게 지었네.


걸음을 멈춘 점로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


“뭐때문에 그러나?”

“네? 제가 뭐요?”

“자네 말투가 지금 정상인 것 같나?”

“제 말투가 어때서요.”


나도 모르게 대답이 퉁명스럽게 튀어 나갔다.

음. 점로대의 지적처럼 내 말투가 살짝 이상한 것 같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새벽에 관아에서 나온 이후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흑갈방주는 결과적으로 자기가 쏜 암기에 맞아 저 세상으로 갔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흑갈방주였지만, 지현 또한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

백성들의 삶을 보살펴야 할 관리가 흑도 무리의 악행을 방조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부추기까지 했다. 모두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한 짓이었다.

내가 보기에 흑갈방주보다 더 나쁜 놈이 춘양현의 지현이었다.

이런 놈을 살려뒀다가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내 손으로 직접 지현을 죽였다.


“그를 죽인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겐가?”


점로대가 물었다.

나는 피곤이 담긴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항하지 못하는 자의 목에 칼을 박아 넣는 느낌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정당방위가 아닌,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를 죽인 것 또한 처음이었다.

첫 살인을 한 주인공의 고뇌는 무협의 단골 클리셰였지만, 정말 티끌만 한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할 정도였다.

백 번 죽어 마땅한 쓰레기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건가?”

“저놈들 지금까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을까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했겠지.”

“그만큼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았겠죠.”

“그랬겠지.”

“하루라도 빨리 놈들을 죽였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책망하는 겐가?”


점로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르신께 화가 난 게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나쁜 놈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화가 납니다. 저런 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떵떵거리며 사는 게 화가 납니다. 힘이 없다는 이유 만으로 저런 놈들에게 착취 당해야 하는 민초들의 삶이 화가 납니다.”


내 대답에 점로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도 한 때 분노에 매몰된 적이 있었네. 하루하루가 분노의 연속이었지. 그 분노의 대상은 사람의 탈을 쓴 개새끼들이었어.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놈들,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개새끼들, 무공 수련을 위해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던 마두들, 어린 아이들을 노리개로 삼던 변태들. 이런 놈들을 죽이고 다니다 보니, 내 몸 구석구석까지 불 같은 분노로 가득 찬 상태였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머릿속도 분노로 가득 차는 것 같았다.


“많이 죽였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지. 그래도 죽여야 할 놈들은 셀 수 없이 많았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렇게 끝없는 분노에 매몰된 채 살다 보면 내가 먼저 미쳐버릴 것 같다고. 실제로 당시의 나는 살귀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네.”


쓴웃음을 지은 채, 먼산을 바라보던 점로대가 불쑥 물었다.


“협객이 아니라 자객이라 했던 말의 의미는 뭐였나?”


나는 제대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그냥······ 제가 협객은 아닌 것 같아서요. 살수 주제에 무슨 협객입니까?”


내가 이해하는 협객은 어려움에 빠진 타인을 돕는 일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사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든 자신의 안위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그만큼 고민해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것이 협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의를 위해 악과 타협해야 할 수도 있는 게 협객이라는 소리였다.

나라는 인간은 타인을 위해 나의 행복을 버릴 만큼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대의를 위한답시고 나쁜 놈들과 타협해야하는 복잡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끝까지 뒤틀린 세상에 분노하고 나쁜 놈들을 때려 죽이며 살고 싶다.

협객이 아닌 자객으로 살고 싶다.

시시각각 복잡하게 변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던 점로대가 물었다.


“자네의 분노가 무엇에 기인한 건지 고민해 본 적이 있나?”

“더러운 세상과 나쁜 놈들에 대한 증오 아니겠습니까?”

“그 증오의 근원은 무엇인 것 같은가?”

“음······. 글쎄요.”


나쁜 놈들을 미워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었던가? 솔직히 그 증오의 근원이 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맹자를 아는가?”


저번에는 사기를 읽어 본 적이 있냐고 그러더니, 이 영감님, 은근히 가방끈을 강조할 때가 있다.


“대충 누구인지는 압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들어 봤나?”

“들어 봤습니다.”

“자네에게 생긴 증오와 분노는 측은지심에 그 근원을 두고 있을 걸세.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걸 가엾이 여기기에 악인들을 증오하고 그들의 악행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지.”

“음······.”


점로대의 말에는 무시하지 못할 철학적 고찰이 담겨 있었다.

그 또한 수많은 살행을 겪으며 깨닫게 된 것이리라.


“ 분노의 불길이 나를 모두 태워버리기 직전에, 나는 측은지심과 증오는 결국 손바닥과 손등과 같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그때부터 분노를 제어할 수 있었네. 나는 그것을 차가운 분노라고 부른다네.”


차가운 분노.

가슴은 뜨겁게 분노하더라도 머리는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고로 협객과 자객은 그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뜻이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일세.”

“협객과 자객······.”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지만, 앞으로의 내 삶을 관통할 철학이 될 것임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굳은 자세로 서서 한참이나 사색에 빠져들었다.


*


칠정객잔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중천에 뜬 오후였다.


“녹두활어 맛은 어땠습니까?”


장태보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별 맛 없더라. 왕숙의 개고기 죽이 더 맛나더라고.”

“오.”


장태보가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탄성을 터트리자, 주방 앞에 있던 왕충이 팔로 알통을 만들며 싱긋 웃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구육탕에 밥이라도 좀 말아 드릴까요?”

“그거 좋지.”


점로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충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점로대와 함께 탁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이현이 이 층에서 내려왔다.


“어딜 싸돌아 다니다가 이제야 오는 거에요? 장사는 안 할 거에요? 아침 손님이 꽤 많이 왔었다고요.”


이현의 잔소리에 점로대가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애꿎은 뒤통수만 벅벅 긁었다.


“앗! 이거 피잖아요!”


가까이 다가온 이현이 내 몸에 묻은 피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


“이거 빨려면 또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데! 피 잘 안 지워지는 거 알죠? 내가 웬만하면 검은 옷을 입으라고 했잖아요.”


음.

그 걱정이 나에 관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 구육국밥 나왔습니다!”


왕충이 국밥을 들고 나오자, 귀가 따갑던 이현의 잔소리도 멎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죠. 일단 요기들부터 하시고.”


왕충의 너스레에 이현은 내게 눈을 흘기더니 후원으로 사라졌다.

나는 왕충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한 후, 숟가락을 들었다.


“음······.”


그래. 국밥이 이래야지.

무슨 양념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구수하면서도 얼큰했다.

역시. 개고기 마스터.

점로대와 나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구육국밥을 먹어 치웠다.


“잘 먹었네.”

“맛있었다. 역시 요리는 자네가 최고야.”


점로대와 내가 칭찬을 늘어놓는 사이, 이현이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주판이 들려 있었다.


“태보야. 정산하자.”

“네. 누나.”


이현이 점로대의 옆에 의자를 놓고 앉자, 장태보가 탁자 위에 지필묵을 늘어 놓았다.


“결과는요?”


결과? 무슨 결과를 묻는 거지?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이현을 쳐다봤다.

대답은 점로대에게서 나왔다.


“흑갈방주 사망. 춘양현 지현 사망. 흑갈방도 다수 중경상. 혈삼독귀 회복 불가능한 중상. 이상일세.”


점로대의 말을 장태보가 종이에 받아 쓰는 동안, 이현은 주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나는 점로대와 장태보, 이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흑갈방은 어떻게 됐죠?”

“해체하기로 약조를 받았네. 어깨가 부러진 행동대장은 평소에 막 대했던 수하들에게 조만간 칼을 맞을 것 같더군.”

“약조 정도로 되겠어요?”

“한 달 뒤에 다시 찾아가겠다고 했네. 그때도 흑갈방이 남아 있으면 다 죽일 거라고 엄포를 놓았으니 별 일 없을 걸세.”


점로대는 마치 회계부서에 실적을 보고하는 영업사원 같아 보였다.

물론 이현은 회계부서의 깐깐한 임원 같았고.


“사용한 비용은요?”

“명경루에서 식사한 비용이 좀 비싸네······.”

“얼만데요?”

“은자 두 냥이네.”


고개를 숙인 채, 주판알을 튕기던 이현이 점로대를 노려보며 말했다.


“점로대.”

“······말하게.”

“이번 건은 의뢰비가 적다고 말했잖아요.”

“그랬지.”

“잔금을 다 받아도 은자 닷 냥이 채 될까 말까 한데, 식사에 두 냥을 썼다고요? 제 정신이에요?”

“어쩔 수 없었네······.”


점로대는 턱으로 슬쩍 나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신입사원 사외 면접에 비용을 썼다는 뜻 같았다.

이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나를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지현은 왜 죽었어요? 이번 의뢰 대상도 아니었는데.”


점로대는 이번에도 턱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쪽이 지현을 죽였어요?”

“······네.”

“왜요?”


나는 차가운 분노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대꾸했다.


“아주 개새끼더라고요. 흑갈방주와 붙어 먹은 것도 모자라 흑갈방의 악행을 사주하고 부추기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놈이 지현으로써 맡은 일만 제대로 했어도 흑갈방이 그렇게까지 버젓이 날뛰지는 못했을 겁니다. 춘양현의 악의 근원이라고나 할까요? 끝까지 뉘우치기는커녕 살려 두면 더 나쁜 짓을 일삼을 것 같아서 제가 처리했습니다.”


경험 상, 회계부서에 보고할 때는 언제나 상세한 배경과 인과 관계를 설명해 줘야 쉽게 넘어가는 법이다.

점로대와 왕충, 장태보가 감탄을 담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보던 이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현이 죽었으니, 그의 부재 동안 춘양현에 일어날 혼란은요?”


이 여자, 생각보다 날카로운 면이 있네.

이현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장태보였다.


“제가 듣기로는 원래 춘양현은 지현이 바뀔 때가 지났다고 하더군요. 다만 원래 있던 지현이 상부에 뇌물을 써서 임기를 늘이고 있는 바람에 후임자가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요.”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점로대가 맞장구를 쳐 주자, 그제서야 이현의 고개가 다시 주판으로 옮겨 갔다.

생각보다 심계도 깊고 대단한 처자였다.


“여하튼 이번 의뢰는 적자에요.”

“적자까지는 아니지 않나?”

“아무튼 적자에요.”

“음.”


점로대가 입을 다물자, 장태보가 끼어들었다.


“그 혈삼적귀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꽤 높았다던데, 그자는 어떻게 된 거죠?”

“흑갈방에 두고 왔네.”

“왜요?”


이현이 눈을 흘기며 묻자, 점로대가 뺨을 긁으며 대꾸했다.


“그 녀석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 부러져서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야. 뭔놈이 그렇게 허약한지.”

“들쳐 업고서라도 관아에 넘겼어야죠. 현상금이 얼만데.”


이어진 잔소리에 점로대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현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다음 의뢰를 못 받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죠?”

“······.”


세 남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다음 의뢰가 들어올 때까지는 다들 객잔 일에 충실하자고요.”

“그, 그래야지.”

“열심히 요리하겠네.”

“성심성의껏 손님을 모시도록 합죠.”


살수들의 정산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


“어땠어요?”


이현의 물음에 점로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나쁘지 않았네.”

“어르신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주 괜찮았다는 거잖아요?”


장태보가 끼어들었다.

점로대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에게 말했던 그의 생각보다 행동은 오히려 조금 더 과격했네······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네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 같았네.”

“그 정도였습니까?”


왕충의 물음에 점로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을 그가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였을 걸세. 지현을 죽인 건 모두 그 스스로의 판단이었네. 누가 진짜 나쁜 놈인지, 누가 죽어 마땅한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네. 다만, 극도의 분노에 휩싸였음에도 사람을 쉽게 죽이지는 않았네.”

“합격이네요.”


장태보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몸은 어떤 것 같습니까?”


왕충이 물었다.

점로대가 턱을 괴며 대답했다.


“예상대로 내공은 형편 없었어. 단전의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도 모르겠더군. 다만 타고난 감각이 있었네. 특히나 분노에 차서 흑갈방도들을 상대할 때는 저 친구가 정말 내공을 잃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

“역시 천살지체.”


점로대가 끼어든 장태보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말을 이었다.


“신기한 건, 그 친구에게는 홍점이 생문과 사문, 두 가지로 보인다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떨 때는 자신이 살 수 있는 생문, 어떨 때는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사문.”

“원래 생문이 보이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 게 가능한 거에요?”


이현의 물음에 점로대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네. 다만, 그 친구가 내공을 잃은 상태로 살았던 세월이 얼추 십오 년이라고 하더군. 그 시간 동안 그의 몸에 일어난 변화 위에 미약하나마 다시 내공을 찾게 되는 과정에서 누구도 생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흠. 연구대상이네요.”

“앞으로 자네가 꼼꼼히 들여다봐 주게.”

“······네.”


점로대의 말에 왕충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려 하자, 점로대가 이현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현이가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 같구나.”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점로대가 손으로 얼굴을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


“죽립은 필수고, 예비로 복면도 꼭 준비해서 다녀야 할 것 같았어. 여유가 되면 인피면구 같은 거라도 만들어도 좋고.”

“그 정도나요?”

“지현이 얼굴을 보자마자 오줌을 지리더라고. 잘못하면 마두나 살귀로 소문날 수도 있어.”

“흠······.”


이현이 심각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그날 밤, 칠정객잔의 후원에서 그렇게 구도문의 후계자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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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영약이 있다면 24.09.11 240 10 18쪽
» 28화-협객과 자객 +2 24.09.10 272 13 16쪽
28 27화-협객도 아니고 대협도 아니다 +1 24.09.09 288 14 16쪽
27 26화-밤새도록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1 24.09.08 310 11 14쪽
26 25화-그 잡놈이 대체 누굽니까? 24.09.07 352 12 17쪽
25 24화-당황과 분노, 그리고 공포 24.09.06 360 15 14쪽
24 23화-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네요 24.09.05 380 15 17쪽
23 22화-하늘을 죽인다 24.09.04 412 15 16쪽
22 21화-호의를 베풀어 주신 이유 24.09.03 415 14 16쪽
21 20화-뭐라고요? 24.09.02 448 15 13쪽
20 19화-삼계탕 24.09.01 493 13 14쪽
19 18화-점로대 24.08.31 537 16 20쪽
18 17화-개고기 잘하는 집 24.08.30 590 16 14쪽
17 16화-믿어라. 염라대왕 24.08.29 624 17 18쪽
16 15화-강해질 거다 24.08.28 672 19 14쪽
15 14화-비싼 거로 사 주십시오 24.08.27 695 19 14쪽
14 13화-코끝이 시큰해졌다 24.08.26 716 17 17쪽
13 12화-혼란의 도가니탕 +1 24.08.25 730 17 15쪽
12 11화-운기조식 +1 24.08.24 761 18 16쪽
11 10화-이번 작전명은 +1 24.08.24 813 15 18쪽
10 9화-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아 +1 24.08.23 909 17 20쪽
9 8화-과거의 기억 +1 24.08.22 1,001 17 17쪽
8 7화-구했다. 나도. +2 24.08.21 1,120 19 16쪽
7 6화-귀동(歸洞) +1 24.08.20 1,150 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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