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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희 님의 서재입니다.

퇴물 살수는 이능으로 살아남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사바희
작품등록일 :
2024.08.17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5 12:1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3,818
추천수 :
537
글자수 :
235,814

작성
24.08.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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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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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3화-코끝이 시큰해졌다

DUMMY



내공의 힘을 빌어 제비처럼 뛰어 오른 나는 있는 힘껏 협봉검을 뻗어냈다.

순간, 오른발로 뻗어 나갔다가 번개같이 다시 단전으로 갈무리 됐던 기운이 오른손을 향해 달려 나갔다.

오른손에 움켜쥔 협봉검 주변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맺히고.

협봉검의 검봉(검의 끝)이 일직선으로 백무상의 왼쪽 옆구리를 찔러갔다.

줄곧 비웃음을 담고 있던 백무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는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그래. 이 개새끼야. 검기다.

내가 지난 닷새 동안 불굴의 의지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란 말이다!


원래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던 백무상의 협봉검이 내 미간을 찌르는 것이 빨라야 할 상황. 하지만 나 또한 내공을 써서 도약했기에, 내 협봉검 또한 백무상의 옆구리를 향해 번개같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누가 먼저 상대의 몸에 검을 꽂을 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까앙!


검을 휘둘러 내 검을 쳐낸 것은 백무상이었다.

검기를 상대하기 위해 백무상도 검에 내공을 실어 휘둘렀는지, 작지 않은 충격이 전신에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 상태로 볼품 없이 바닥에 내리 꽂힐 수는 없는 일. 나는 어금니를 악물고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다.


-탁.


다행히도 천지신명이 도왔는지, 나는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에 내려섰다.

십 점 만점에 구 점은 나올 착지였다.


“거, 검기다!”

“우와! 십일장생이 검기를 썼어!”

“내공을 잃었던 게 아니었나?”


등 뒤의 평살수들과 일꾼들이 만들어내는 웅성거림을 배경 음악으로 깐 나는 협봉검을 들어 백무상을 가리켰다.

백무상이 불신을 가득 담은 얼굴로 소리쳤다.


“네, 네놈이 어떻게 검기를! 설마 내공도 숨겼던 것이냐!”

“숨긴 게 아니라, 회복된 거다.”

“개소리!”

“하긴.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네가 믿겠냐?”


나는 재빨리 우두와 총관에게 시선을 보냈다.

판은 이제 완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백무상과 싸우는 동안, 우두와 마면이 동주를 제압하고 고독의 해약을 얻어내는 것.

두 사람이 보일 듯 말듯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한 나는 백무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팍!


내공을 실어 땅을 박찬 나는 백무상의 왼쪽 옆구리를 향해 협봉검을 찔러갔다.

지난 닷새 간, 정확하게는 나흘하고 반나절 동안, 나는 아침 저녁으로 각각 한 번 씩, 여덟 번의 운기조식을 진행했다. 거기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우두와의 비무가 세 번. 백무상을 상대로 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쉐도우 생사결은 셀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실제로 백무상의 허연 면상을 바라보고 있자 하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금이 저려왔다.

우두와의 비무가 아무리 실전 만큼 위험했다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우두가 날 죽이지는 않을 거라는 일말의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백무상과의 생사결은 십일 호의 몸으로 눈을 뜬 후, 갈대밭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악전고투 이래로 처음으로 목숨을 건 싸움이었으니, 긴장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검을 뻗었다.

결국 이 승부는 내게 주어진 능력, 이능(異能)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은 예의 그 감각과 붉은 점을 얼마나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를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먼저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닷새 동안 내린 결론이었다.


“흥!”


내가 전력을 다해 달려들고 있음에도, 백무상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빈정거렸다.


“고작 그 정도 검기를 일으켰다고 내게 비벼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


그래. 이 새끼야.

목구멍에서 욕지거리가 올라왔지만, 나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며 백무상을 찔러갔다.

내 이능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발현된다. 당장에라도 목이 잘릴 것 같은 그 느낌을 몇만 분의 일 초라도 빨리 감지하는 만큼 승산이 높아진다는 말이었다.


“네놈의 만용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씹어 뱉듯 위협한 백무상이 곧장 내게로 협봉검을 찔러왔다.


목덜미에서 시작해 등골을 타고 퍼져 가는 찌릿한 느낌과 함께 나는 바닥을 박차며 뒤로 몸을 날렸다.

반쯤은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의도한 동작이었다. 예의 그 유체이탈 방법으로 운기조식을 할 수 있게 된 후에 나타난 변화였다.

이능이 움직임의 길을 터 주면 내 의지로 단전에서 쏘아낸 기운으로 몸을 움직인다.

이 방법을 사용해 우두와의 마지막 비무에서 처음으로 기절하지 않고 우두의 어깨에 내공이 실린 손가락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그래봤자 우두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찌른 순간, 솥뚜껑에 스쳐 쌍코피를 흘려야 했지만. 어쨌든 지금 우두의 오른쪽 어깨가 불편하다는 것은 나와 총관만 아는 사실이었다.


-촤학!


백무상의 협봉검이 코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협봉검을 어지럽게 휘두르며 다급하게 뒷걸음질 쳤다.

백무상은 검을 맞부딪히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볼품없는 방어와 회피 동작이었지만, 어쩌라고. 누차 말하지만 나는 이런 꼬챙이 같은 검을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무공이란 건 초딩 때 배웠던 태권도가 전부였다.

어쨌든, 거리를 벌리자 다시 한 번 백무상의 왼쪽 옆구리에 찍힌 붉은 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저걸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오늘 승부의 열쇠였다.


“언제까지 도망만 칠 건가?”


백무상이 혓바닥으로 붉은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갓 내공을 회복한 나도 못 잡을 정도라니. 생각보다 실력이 별로군. 백무상.”


내 빈정거림에 백무상의 허연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오르고.


“죽여주마”


-슉!


순간, 백무상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눈이 크게 떠졌지만, 놈의 모습은 내 시야가 닿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놈도 살수이니 분명 판초우의 사내가 보여줬던 것 같은 은신술류의 무공을 익혔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왼쪽 귀 뒤쪽에서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쪽으로 협봉검을 휘둘렀다.


-카앙!


검을 튕겨내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검을 쥔 오른손이 얼얼했지만, 적시에 단전에서 달려나간 기운 덕분에 검을 놓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날 백무상의 공격이 아니었다.


-슛!


이번에는 왼쪽 아래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까앙!


가까스로 검격을 쳐냈을 때.

왼쪽 옆구리에서 찌릿한 전기가 지나갔다.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려 했을 때였다.


-서걱!


허공에서 나타난 검이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몸을 비트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내장이 나올 만큼 깊이 잘렸겠지만, 다행히도 상처는 깊지 않았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백무상의 공격이 끝날 기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카앙!

-까앙!

-서걱!


두 번 공격을 막으면 한 번 피륙에 상처가 나는 상황.

무엇보다도 은신술을 쓰는 놈의 위치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래서야 놈의 옆구리에 찍힌 붉은 점을 공략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얼마 못 가 온몸이 난자당한 채 쓰러질 것이다.


-서걱!

-서걱!

-서걱!


허둥대는 사이, 등과 왼쪽 허벅지, 오른쪽 어깨에도 긴 상처가 생겨났다.


“헉! 헉! 헉!”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시야는 뿌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수많은 쉐도우 생사결에서도 이렇게 빨리 궁지에 몰리는 경우는 없었다. 놈은 내 예상을 상회하는 고수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도 없는 노릇.


-부웅! 부웅!


협봉검을 사방팔방으로 휘저으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을 때.

세 자루로 늘어난 백무상의 검이 내 얼굴을 찔러 왔다.

우와. 시벌.

이건 어리바리하게 검을 휘젓는 것으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당황한 나는 두 다리에 번갈아 내공을 쏘아내며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촤학!


왼쪽 어깨가 화끈해지더니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래도 나는 연신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뒤로 몸을 빼냈다.

검기고 뭐고 뽑아낼 여유 따위는 없었다.


-슈슈슈슈슛!


순간, 백무상의 검이 허공에서 다섯 자루로 늘어나더니 내 상체를 뒤덮어 왔다.

평살수들과 일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안타까운 한숨을 들으며, 그제서야 나는 이 분검(分劍)인지 쾌검(快劍)인지 모를 검술이 백무상의 절기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절기는 한번 수세에 몰리면 판세를 뒤집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뒷걸음질치는 와중에 오른쪽 팔과 왼쪽 뺨에서도 피가 튀었다.

어차피 흉터로 가득한 얼굴과 몸이라 안타까울 것은 없었으나, 문제는 잘못하면 심장에 흉터가 생길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에라이. 시펄!”


답답한 마음에 욕지거리를 내뱉었을 때.

허공에 몸을 띄운 백무상의 모습이 보였다. 승리가 확실하다고 여겼는지, 은신술을 푼 놈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쐐쇄쇄쇄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의 검초가 다섯 갈래로 뻗어왔다. 결판을 내겠다는 회심의 살초.


나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기려 할 때였다.


“적습이다! 적들이 쳐들어 왔다!”


동굴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오고.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바닥을 구르며 백무상의 공격권에서 몸을 빼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야? 적습이라니?

자세를 바로 잡을 겨를도 없이 나는 정면에 서 있는 백무상의 황당함과 짜증으로 뒤범벅된 얼굴을 쳐다본 후, 시선을 돌려 우두와 마면을 찾았다.

작전대로 라면, 지금쯤 우두는 동주를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어야 했고, 마면은 흑무상과 대치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일 층에 있어야 할 흑무상과 마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 층으로 갔어야 할 우두는 아직 일 층에 남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때, 또 다시 동굴 입구 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적이다! 적들이 기습, 크헉!”


단말마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평살수들과 일꾼들 사이에도 혼란이 일어났다.


“적이다!”

“적습이다!”

“빨리 나가!”

“막아야 한다!”


평살수와 일꾼들이 동굴 입구 쪽으로 우르르 달려 나가는 와중에, 이 층에서 마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흑무상! 무슨 짓이냐!”


-카앙!


이 층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검을 들고 대치 중인 마면과 흑무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면의 등 뒤에는 바닥에 쓰러진 동주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동굴 입구 쪽과 이 층을 바쁘게 돌아보다가 백무상과 눈이 마주쳤다.

분노한 얼굴로 푸르딩딩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던 놈이 이층 쪽으로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흑무상! 네놈 짓이더냐!”


응?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둘이 같은 편 아니었나?

마면과 대치 중이던 흑무상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꾸했다.


“누구 짓이면 어떻다더냐?”

“내가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더냐!”


분노한 백무상의 목소리에서 배신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흑무상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은 접수해 봤자 딱히 쓸모가 없을 게 뻔하다. 그냥 이번 기회에 싸그리 밀어버리는 게 낫다는 게 내가 받은 명령이다. 그러니 너도 헛수고 하지 말고 본대가 들어오기 전에 그놈들이나 어서 정리해라.”

“네놈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 하니, 아무래도 진짜 외부의 첩자는 흑백무상인 것 같았다.


“네놈들이 진짜 첩자였구나!”


내 외침에 백무상이 짜증을 담은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뒈져라!”


다섯 갈래로 나뉜 협봉검이 가공할 검기를 뿜으며 날아왔다.

와. 진짜 죽겠네.

이제는 다리가 후들거려 피할 힘도 없는 상태.

이번 만큼은 꼼짝 없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눈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까가가강!


“일어나라! 십일 호!”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친 우두가 검을 휘두르며 백무상을 향해 달려갔다.


-까앙! 까강!


두 사람의 격돌을 지켜보는 와중에 가까이 다가온 총관이 나를 부축했다.


“일어나십시오!”


총관의 늙은 손에 부축당해 몸을 일으켰을 때.


“크아악!”

“막아라!”

“커헉!”


등 뒤에서 비명과 다급한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평살수와 일꾼들이 달려나갔음에도 적들이 이미 지척까지 밀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이래서는 명부동의 봄이고 뭐고 여기 있는 모두가 죽게 생겼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 층의 상황을 확인했다.

동주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고, 흑무상과 마면은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나는 총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총관은 예상 외로 침착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우 사자와 합공해서 먼저 백무상을 치십시오. 적들이 들어오기 전에 저자를 제압해야 도망칠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강한 놈들이 쳐들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흑백무상이라도 제압해야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협봉검으로 몸을 지탱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백무상의 현란한 환검을 우두는 우직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우두가 따라가지 못할 속도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우두는 협봉검을 적재적소에 갖다 대는 것으로 공격을 막고 있었다.

저게 바로 경험에 기반한 임기응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는 우두 또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팔뚝에 차고 있던 비도를 움켜쥐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내가 어설프게 끼어 들었다가는 오히려 방해만 될 터. 나는 갈대밭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도를 날려 우두를 도울 생각이다.


-슉!


내가 왼쪽 옆구리를 향해 비도를 날리자, 백무상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까앙!


협봉검을 휘둘러 비도를 튕겨내긴 했지만, 백무상의 중심이 흐트러진 게 확연하게 보였다. 우두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슈슈슉!

-카가강!


수세를 이어가던 우두가 공세로 전환하자, 강력한 힘에 기반한 공격이 짓쳐들어갔다.

공격을 막아내는 백무상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나는 두 번째 비도를 날렸다.


-까강!


이번에도 비도는 튕겨났지만, 백무상은 한참을 뒤로 물러 나서야 우두의 공격을 피해 낼 수 있었다.


“이놈! 무슨 개수작이냐!”

“개수작 같은 소리 하네. 이게 바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작전이라고.”

“이런 개 같은······.”


내 대답이 얄미웠는지 백무상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순간.


“크아아악!”

“후퇴! 후퇴해!”

“고수가 섞여 있다!”

“으아악!”


찢어지는 비명과 고함소리와 함께 평살수와 일꾼들이 안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피를 뒤집어 쓴 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악전고투를 거듭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백무상이 검을 휘둘러 몇 명을 베어 버렸다. 우두와 내가 막기 위해 달려 나가려 했지만, 파도처럼 밀려온 인파가 백무상을 뒤덮어 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어쩔 줄을 몰라 멍하니 있는데,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피하세요! 여기 있다가는 개죽음을 당합니다!”


그는 주점에 있던 의족 사내였는데, 손에는 협봉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총관 어른! 우 사자님! 어서 십일 호 선배를 데리고 피하십시오! 놈들 중에 감당할 수 없는 고수가 섞여 있습니다.”


우두가 말 없이 나를 돌아봤다.

우두와 내가 여기 남는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저들을 이대로 두고 간다면 모두 죽을 것이 뻔했다.

갈등이 찾아온 순간. 의족 사내가 소리쳤다.


“십일 호 선배! 우리에게도 목숨 빚을 갚을 기회를 주시오!”


그의 외침에 옆에 있던 다른 일꾼들과 평살수들도 소리쳤다.


“맞소!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시오!”

“그래야지 지옥에서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거요!”

“어서 가시오!”


그들은 모두 십일 호에게 목숨을 빚졌던 이들이었다.


“꼭 살아 남으십시오!”


마지막에 소리친 것은 백만돌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때, 우두가 나와 총관을 양쪽 허리에 끼고는 이 층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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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협객과 자객 +2 24.09.10 270 13 16쪽
28 27화-협객도 아니고 대협도 아니다 +1 24.09.09 287 14 16쪽
27 26화-밤새도록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1 24.09.08 308 11 14쪽
26 25화-그 잡놈이 대체 누굽니까? 24.09.07 351 12 17쪽
25 24화-당황과 분노, 그리고 공포 24.09.06 359 15 14쪽
24 23화-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네요 24.09.05 379 15 17쪽
23 22화-하늘을 죽인다 24.09.04 412 15 16쪽
22 21화-호의를 베풀어 주신 이유 24.09.03 414 14 16쪽
21 20화-뭐라고요? 24.09.02 447 15 13쪽
20 19화-삼계탕 24.09.01 493 13 14쪽
19 18화-점로대 24.08.31 536 16 20쪽
18 17화-개고기 잘하는 집 24.08.30 589 16 14쪽
17 16화-믿어라. 염라대왕 24.08.29 623 17 18쪽
16 15화-강해질 거다 24.08.28 672 19 14쪽
15 14화-비싼 거로 사 주십시오 24.08.27 695 19 14쪽
» 13화-코끝이 시큰해졌다 24.08.26 716 17 17쪽
13 12화-혼란의 도가니탕 +1 24.08.25 729 17 15쪽
12 11화-운기조식 +1 24.08.24 760 18 16쪽
11 10화-이번 작전명은 +1 24.08.24 812 15 18쪽
10 9화-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아 +1 24.08.23 909 17 20쪽
9 8화-과거의 기억 +1 24.08.22 1,000 17 17쪽
8 7화-구했다. 나도. +2 24.08.21 1,119 19 16쪽
7 6화-귀동(歸洞) +1 24.08.20 1,149 20 16쪽
6 5화-빨리 죽어 +2 24.08.19 1,184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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