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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희 님의 서재입니다.

퇴물 살수는 이능으로 살아남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사바희
작품등록일 :
2024.08.17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5 12:1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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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814

작성
24.09.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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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2화-하늘을 죽인다

DUMMY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인가?

왕충이 마지막에 살짝 말을 바꾸긴 했지만, 그는 분명 나를 구도문의 차기 문주로 앉히고 싶다고 말하려 했다.

아무리 이 몸이 천상 살수의 외모를 가졌다고는 해도, 얼마나 봤다고 차기 문주 운운하는 걸까?

살짝 다단계 업체에 끌려온 것 같기도 하고, 문득 모종의 사기극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사기는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게 있어야 하는데, 내게는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았다.

물론 야명주를 줬지만, 이들에게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내 쪽이 남아도 아주 많이 남는 장사였다. 설마 야명주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들의 진의를 완벽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정황 상,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애당초 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나는 이미 구천을 떠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문주? 확인?”


나는 왕충이 했던 말을 중얼거리며 곱씹었다.

한참이나 멍하게 있던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오자, 왕충이 반색하며 말했다.


“맞네. 우리는 자네가 천-.”


점로대가 손을 들어 왕충의 말을 잘랐다.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왕충에게 고개를 저은 점로대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네.”


또 다른 면접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난세를 평정한 군주가 폭군이 되었다면 그는 죽어 마땅한 자인가?”


음. 처음부터 철학적인 난해한 질문이었다.

그가 얻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번 면접 또한 나는 그저 내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폭군이 되었다 함은, 난세를 평정한 것도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위한 것이라 하겠으니, 죽어 마땅하겠지요.”

“음.”


내 대답에 점로대가 낮은 침음을 흘리더니, 이현을 바라보았다.

다음 질문은 그녀에게서 나왔다.


“영달을 위해 자신의 뜻과 동료를 저버리고 권력과 타협한 자는 죽어 마땅한가요?”

“그자가 추구한 영달로 인해 동료들이나 타인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면 죽어 마땅하다 할 수 있겠지.”


면접보다는 선문답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왠지 실제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사람에 대해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 번째 질문을 던진 것은 왕충이었다.


“어린 조카의 제위를 찬탈한 숙부는 죽어 마땅한 자인가요?”


이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부합하는 인물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세조. 정난을 일으켜 조카였던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물려 받은 자.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중국의 명나라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

영락제.

다른 질문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질문 만큼은 영락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또한 백성들의 삶이 어찌 되었는지 살피는 것이 먼저야. 권력 욕심에 눈이 멀어 성군인 조카의 제위를 빼앗은 것이라면, 백 번 죽어 마땅한 자겠지. 하지만 만약 조카가 실정(失政)하여 도탄에 빠진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숙부가 나선 거라면. 제위를 빼앗은 후에 백성들을 위한 정사를 펼쳤다면, 이를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나?”


내 대답은 탄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살았던 내 사상이 반영된 것이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다분히 파격적일 수도 있었다.

내게 질문을 던진 세 사람과 점로대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나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만약 자네에게 방금 말한 자들을 단죄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어찌 하겠나?”


나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 점로대와 눈을 마주친 채,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물음은 간단하면서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가 거론한 세 인물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건 바로 그들 모두가 막강한 권력자라는 것.

왕충은 묻고 있었다.

어쩌면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을 지도 모를 자를 상대로 오로지 백성의 행복과 공익만을 위해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나는 왕충과 점로대, 이현과 장태보를 차례로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내게 그런 힘이 생긴다면······ 기꺼이 나서서 그들을 처단할 것입니다.”

“그것이 자네와 자네 주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린다 할 지라도?”

“물론입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혁명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회사에서 내가 정 상무와 박 부장 같은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받았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업무와는 상관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할 때마다 속된 말로 들이 받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참 미웠을 것 같기도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들의 행위에 장단을 맞춰 주는 일은 죽어도 못했을 것 같다.

그건 뼛속까지 박혀 있는 내 본성인 것 같다.


내 얼굴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점로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도문은 시황제(始皇帝)의 진(秦) 나라 때, 시작되었네.”


갑자기 진 나라가 여기서 왜 나와?

진 나라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기를 종식시키고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나라다.

현대에도 웬만한 사람은 점로대가 말한 시황제, 즉, 진시황과 분서갱유, 병마용 같은 진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

다만,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진 나라는 꽤 오래 전에 존재했던 국가다. 비단 현대 뿐만 아니라, 명 나라 초기에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천 년도 훌쩍 넘는 과거의 일이라는 소리였다.

구도문이 그렇게나 오래된 문파라고?


“자네 혹시 형가(荊軻)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나?”


형가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고개를 젓자, 점로대가 물었다.


“사기(史記)의 자객열전(刺客列傳)은 읽어본 적 있나?”

“없습니다.”

“음.”


점로대가 짧은 침음을 흘렸다.

읽어본 적이 없는 걸 읽어 봤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형가는 전국 시대 말기 사람으로 시황제를 암살하려 했던 협객일세.”


아. 이제 생각났다.

진시황을 암살하려 했던 협객이 나오는 영화를 케이블 채널에서 본 기억이 났다.

쿵후 전문 유명 배우의 화려한 액션과 유려한 영상미가 꽤 봐줄 만한 영화였다.


“시황제는 평생을 암살 위협에 시달렸지만, 결국은 자신의 천수를 살다가 갔다고 하지. 형공(荊公)의 암살 시도도 실패했다는 말일세.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건 그의 영웅적인 기개와 용기 때문일세.”

“구도문이 형가의 유지를 이어받은 겁니까?”


내 물음에 점로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그러면······?”

“형공이 야인이던 시절,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

“······?”

“하나는 축(筑)을 다루는 악인(樂人) 고점리(高漸離)였고, 다른 하나는 개백정이었네.”

“개백정······은 이름이 없습니까?”

“이름은 전해지지 않네.”


쓰게 웃은 점로대가 말을 이었다.


“형공의 암살이 실패한 후, 고점리도 친구의 복수를 위해 시황제를 암살하려 했네. 하지만 그 또한 실패했지.”

“개백정 혼자 남겨졌군요.”

“맞네. 처음에는 그도 형공과 고점리를 따라서 시황제를 죽일 계획을 짰지. 하지만 두 번이나 죽을 뻔한 시황제는 더 이상 외부인에게 가까운 거리를 허용하는 일이 없었네.”


두 번이나 암살 시도를 당했으니 경계를 강화한 것은 당연한 처사이리라.


“아무리 궁리를 해도 시황제를 죽일 방법을 찾을 수 없자, 개백정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친구들을 따라가려 했지. 그때, 누군가 그를 찾아왔네.”

“누가요?”

“개섭(蓋聶)과 노구천(魯句踐)이 바로 그들이었네. 과거에 형공과 결코 좋지 않은 인연이 있었던 자들이었지.”

“그런 자들이 왜 개백정을 찾아 온 겁니까?”

“왜였을 것 같은가?”

“형가와 고점리의 용기에 감복했다거나 뭐 그런 이유입니까?”

“맞네.”


점로대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그들은 원래 형공이 젊은 시절에 다툼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형공이 시황제를 죽이려다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형공의 용기와 기백에 크게 감복했다고 하지. 형공과 사소한 다툼을 나눌 것이 아니라, 막역한 우정을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하네. 하지만 형공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만시지탄일 뿐이었지. 그러던 중, 그들은 형공의 친우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그게 개백정이었군요.”

“결과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먼저 찾아갔던 것은 원래 고점리였네.”

“음.”


예상이 빗나간 나는 머쓱하게 뒷통수를 긁었다.


“그들은 고점리에게 무공을 전수하려고 했네. 그들의 절기를 배우기에는 고점리의 무재가 따라올 수 없었다더군. 어쨌든 고점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황제를 죽이려 했고, 결국 실패했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형공에 이어 고점리마저 시황제에게 죽임을 당한 후, 개섭과 노구천은 다시 한번 실의에 빠지게 되었지.”

“그들이 직접 시황제를 죽일 생각은 하지 못한 겁니까?”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네. 그들만의 사정이나 이유가 있었겠지.”


천년도 넘는 과거의 일을 어제 있었던 일처럼 속속들이 알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낙담해 있던 개섭과 노구천은 우연한 기회에 형공과 고점리의 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소문 끝에 개백정을 찾아 가게 된 것이지.”

“그들이 개백정에게 무공을 전수한 겁니까?”

“맞네.”

“개백정이 구도문의 개파조사셨군요.”

“그런 셈이지.”


긴 이야기에 목이 탔는지 찻물을 들이켠 점로대가 말을 이었다.


“결국, 시황제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구도문은 대대로 명맥을 유지하며, 천하에 해를 끼치는 악인들을 죽이는 일을 맡게 되었지.”

“어르신이 구도문의 문주십니까?”


점로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나머지 분들은 문도들이고요?”

“문도인 건 맞지만, 구도문의 문도는 아닐세. 구도문은 일인전승이거든.”

“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황당한 표정으로 묻는 내게 대꾸한 것은 왕충이었다.


“나와 현이, 태보는 칠정살문의 문도일세.”

“문주는 왕숙이고?”


내 물음에 왕충이 고개를 저었다.


“칠정살문에 문주는 없네.”

“문주가 없는 문파도 있나?”


왕충이 대답했다.


“칠정살문은 구도문의 문주와 함께 움직이네.”

“칠정살문이 구도문의 하청 같은 건가?”


왕충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두 문파에 위 아래는 없다네. 그저 서로 뜻을 같이하니 힘을 합친 것이지.”


왕충의 말은 이해가 갈 듯하면서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칠정살문도 구도문처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나?”

“구도문 정도는 아니지만, 남송(南宋) 대에 여진의 오랑캐들과 그들에게 협조한 매국노를 처단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니 역사가 짧다고는 할 수 없겠지.”


칠정살문은 비록 무협 세계의 엑스트라인 살문일지언정,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 강점기의 의열단(義烈團)처럼 빼앗긴 나라와 영토를 되찾기 위해 만들어진 무장투쟁단체라 할 수 있었다.


“구도문과 칠정살문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원나라가 가장 크게 세력을 떨칠 때였네. 구도문은 천하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인물들을 처단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파. 우리 칠정살문과 궤를 같이하는 곳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걸세.”


두 문파 모두 창립 철학은 원대한 것이었지만, 이들이 천하제일을 논할 정도로 강한 고수가 아닌 다음에야 이 정도 인원으로 그들의 뜻을 이루는 일은 솔직히 요원해 보였다.

두 문파가 하나의 문파처럼 움직이게 된 상황은 얼추 이해가 갔다.

명부동처럼 조직적인 체계는커녕, 거의 일인 문파라 할 수 있는 두 문파가 서로 힘을 합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쉽게 말하면 거대 자본을 앞세운 백화점이나 마트에 맞서기 위해 만든 영세 상인 조합 같은 거라고나 할까?

안개 속처럼 모호했던 상황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지만, 내가 가진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이들은 왜 나를 영세 상인 조합의 조합장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을까?


“저를 차기 문주 후보로 검증해 보고자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점로대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살수가 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네.”

“네? 제가요?”

“자네 혹시······”


잠시 뜸을 들인 점로대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끔씩 눈 앞에 붉은 점이 보일 때가 있지 않은가?”

“······!!!”


붉은 점에 관한 건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 명부동의 총관에게도 상대의 약점이 보인다는 정도로 언급한 것이 다였다.

점로대는 대체 어떻게 붉은 점에 관한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충격을 받은 얼굴로 대답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점로대가 말했다.


“천하에는 하늘이 내려준 체질과 재능을 가진 몸이 있다네. 이를 천부지체(天付之體)라고 부른다네.”

“천부지체······.”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몸을 천무지체(天武之體)라고 하네. 고금을 통틀어 강호 제일의 고수 중에는 이 천무지체를 타고난 인물들이 많았지.”

“음.”

“마도(魔道)의 하늘이 내려준 몸을 천마지체(天魔之體)라고 부르지. 마교의 교주가 천마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네. 역대 마교 교주 중에 천마지체가 아닌 자들은 있을지언정, 천마지체를 타고났으면서도 마교 교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자는 없다고 알려져 있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후 처음으로 마교와 천마라는 단어를 직접 들었다.

아무리 실제로 역사에 존재하는 시기라 할지라도, 역시나 강호 무림과 마교, 그리고 천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인가?


“살수로써 하늘이 내려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몸이 바로 천살지체(天殺之體)인데, 천살지체는 천무지체나 천마지체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네.”

“그게 뭡니까?”

“천무지체와 천마지체는 무와 마라는 궁극적인 힘을 완성하기 위한 최적의 신체를 말하지. 하지만 천살지체는 그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하늘마저 죽일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말이라네.”

“하늘을 죽인다······.”


‘천살’이라는 말을 나직이 되뇌이던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진시황을 죽이려고 검을 찔러가는 형가의 모습이었다.


“천자마저 죽일 수 있다는 뜻입니까?”


내 물음에 점로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게 바로 천살지체의 숨은 뜻이라네.”

“그 붉은 점은 천살지체에게만 보이는 겁니까?”

“그렇네.”

“음······.”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르신은 어떻게 제가 붉은 점을 볼 수 있는지를 아셨습니까?”


납처럼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한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한테도 보인다네. 그 붉은 점이.”

“음······.”


이 영감님도 천살지체였다는 소리군.

잠시 할 말을 잃은 와중에 점로대가 왕충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 친구의 증상이 발작하려면 얼마나 남았나?”

“이틀 정도 남았습니다.”

“함께 춘양현(春楊縣)에 다녀 오겠네.”

“네? 음. 알겠습니다.”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던 왕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을 몰라 물었다.


“춘양현이 어딥니까?”

“우리 향곡현의 옆옆 마을일세.”

“거기는 갑자기 왜?”


내 물음에 점로대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네 녹두활어(綠豆活魚) 먹어 봤나?”


어느 무협지에선가 본 적이 있는 요리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뇨. 못 먹어 봤습니다.”

“못 먹어 봤으면 말을 말게.”

“네?”


점로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가세. 내가 자네에게 녹두활어 맛을 보게 해 줌세.”


기승전 녹두활어라니.

갑자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전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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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네요 24.09.05 379 15 17쪽
» 22화-하늘을 죽인다 24.09.04 412 15 16쪽
22 21화-호의를 베풀어 주신 이유 24.09.03 414 14 16쪽
21 20화-뭐라고요? 24.09.02 447 15 13쪽
20 19화-삼계탕 24.09.01 492 13 14쪽
19 18화-점로대 24.08.31 536 16 20쪽
18 17화-개고기 잘하는 집 24.08.30 589 16 14쪽
17 16화-믿어라. 염라대왕 24.08.29 623 17 18쪽
16 15화-강해질 거다 24.08.28 672 19 14쪽
15 14화-비싼 거로 사 주십시오 24.08.27 695 19 14쪽
14 13화-코끝이 시큰해졌다 24.08.26 715 17 17쪽
13 12화-혼란의 도가니탕 +1 24.08.25 729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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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구했다. 나도. +2 24.08.21 1,118 19 16쪽
7 6화-귀동(歸洞) +1 24.08.20 1,149 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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