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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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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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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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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놈들의 최후

DUMMY

-딸깍 딸깍


오랜만에 듣는 마우스 클릭 소리.


엄마 아파트엔 방이 3개였는데, 나는 그중 하나를 침실로, 하나를 트레이딩실로 사용했다.


트레이딩실이라고 해봐야 안에는 서울에서부터 사용하던 노트북 한 대와 스마트폰이 전부였다.


전에 일하던 개인 트레이딩실처럼 그럴싸하게 꾸며놓을까도 생각했지만, 하다 보니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아무리 집이라도 마음만은 직장이라 생각하고자 침실과 분리했을 뿐이다.

그리고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거처럼 나태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급적 문을 걸어 잠근 채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만 움직였다. 물론 그게 엄마에게 주식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나름의 목적도 있었지만···.


내가 다시 트레이딩을 시작한 건 나의 무뎌진 감각 때문이다.


“주식은 실전이 중요하고, 실전은 감각이 중요합니다.”


외우개미가 한 그 말은 특히 단타에 대한 감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쉬면서 그 감각이 무뎌진 걸 느꼈다.


***


딸칵, 딸칵, 딸칵···


방에서는 여느 때처럼 마우스 클릭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렸다.


-틱

-딸칵


원하는 순간, 원하는 위치를 정확히 클릭하여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서핑 보트를 타는 기분.

때론 고요하게, 때론 아슬아슬 스릴 있게, 때론 오금이 저리도록 무섭게······.


-띵동


그사이 알림 신호가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떠 있는 건 HM건설 관련 기사 하나.


[펀드매니저 및 다수의 투자 전문가들은···]


클릭해 보니 또 광고였다.

해당 종목에 대한 관련 기사가 뜰 때마다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놓았더니 뉴스 기사인지 짜리시인지 모를 내용까지 함께 딸려오고 있는 것.


-띵동


또 별 볼 일 없는 찌라시겠거니 생각하고 기대 없이 클릭했다. 그런데 이번엔 공시였다.


[HM건설 지분변동 공시]


김막수의 지분이 늘었다는 내용의 공시.

김막수는 어차피 자신의 의도가 밝혀진 마당인지라, 이제는 대놓고 자신의 이름으로도 주식을 매수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지분을 추가로 늘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놈 돈이 이젠 바닥일 텐데···?’


그의 형 김한수가 자신의 의도를 몰랐다면, 그래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뉴스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김막수가 의도한 대로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경영권 분쟁이란 재료가 주가를 갑자기 상승시켜 놓았다. 그러니 김막수가 준비해 놓았을 자금력으로는 이제 힘들게 된 것이다. 바로 내가 바라던 그림이었다.


그동안 봐왔던 HM건설 관련 뉴스들이 생각났다.


[수천억을 횡령하고 스위스로 잠적한 직원]

[HM건설이 당장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 3천억]

[500%가 넘는 부채비율]

..


김막수는 오래전 이 모든 걸 다 계산했을 것이다. 일부는 자기가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집할 요량으로 직접 개입했을 수도 있고.

이러한 뉴스만 보면 주가는 지금 바닥을 기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란 뉴스가 이 모든 악재를 누르고 주가를 올려놓았다.


*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를 확인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난번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주가가 더욱 급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HM건설]

[현재가: 39,500원 ↑5% 상승중]


등락이 심하긴 했어도 역시 꾸준히 올라 주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5% 올라서 전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위이이이잉


다시 손에 든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우진아, 나여 동철이.


녀석이 웬일일까? 너무 좋아서 감사 인사라도 하려는 걸까?


“왜? 고맙다고?”

-그게 아니구. 흑흑···

“······?”


갑자기 흐느끼는 녀석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냐?”

-실은······

“뭐라구?······”


어이없었다.


알고 보니 녀석은 그날 내가 추천한 이 종목을 사지 않은 거였다.

녀석이 가지고 있던 종목을 팔고 HM건설로 갈아타라고 했지만, 차마 천만 원이란 돈을 손해 보고 팔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후, HM건설이 오르는 걸 보고 부럽기도 했지만,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단다. 자신이 전에 샀던 종목도 그랬으니.


-미안하다, 우진아. 이렇게 계속 오를 줄 알았으면······


녀석은 방금 전 오성택에게 전화를 받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진작에 내 말대로 했으면 전에 손실 본 걸 만회하고도 남았을 텐데 하며.

하지만, 현실은 들고 있던 종목이 더 크게 떨어져서 손실만 키우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사면 안 되냐?

“안돼, 지금은 위험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보유자들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사태가 일단락되는 순간 주가가 급속도로 빠져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언제 터질지 모를 뉴스에 대비해야 하고, 언제라도 매도를 준비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

결국, 나는 속상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띵동


나는 의미 있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내용은 김막수 형제 둘 사이의 지분이 이제 박빙 양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두 달 후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친인척 특별관계자 및 외국인의 지분이 어떻고, 그들의 표심이 어떻고 하는 내용들···.


더불어 주가는 어느덧 4만5천 원이 되어있었고.


[HM건설]

[현재가: 45,000원]


하지만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안전하게 파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성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제 주식 다 팔아!”


그러자 우습게도 이번에는 오히려 본인이 더 아쉬워했다.


“잘 올라가던데 왜 갑자기?···”


어느새 오르는 데만 익숙해진 오성택이었다.

잠시 떨어지다가도 결국 내 말대로 기다리면 오르더란 걸 수없이 경험했던 것.


“때가 됐으니까, 잔말 말고 팔라면 팔아!”


결국 녀석은 내가 시키는 대로 HM건설을 모두 매도했고, 잠시 후 다시 전화해서 자신의 감격스런 수익을 공개했다.


2천 2백만 원을 투자해서 9천만 원이 되었으니 6천 8백만 원을 번 거라고 했다.

애초에 녀석이 내게 빌리려던 돈 800만 원의 무려 8배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번 거니까 내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고.


-고맙다, 친구야. 네 말대로 하길 정말 잘했어. 덕분에 아버지가 부도나서 진 빚은 이걸로도 충분히 갚을 수 있겠어.


녀석이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 건 동철이 녀석 때문이었다.

녀석도 내 말대로 했었으면, 손실 난 걸 만회하고도 꽤 괜찮게 벌었을 텐데······.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이제 내 계좌를 확인했다.

나는 드디어 100억을 돌파했다.


[HM건설]

[현재가: 45,000원]

[총매수금액: 20억 원]

[총평가금액: 101억 1천2백만 원]

[평가손익: 81억 1천1백만 원]

[수익률: 505%]


처음 1억을 넘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억이라니······


내 인생에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김막수 밑에서 일하며 잠시 다뤄본 적이 있었던 돈 100억. 그런데 이게 진짜 내 돈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이 돈의 무게는 시시각각 변하는 계좌 변화에서도 줄곧 확인되었다.

HM건설 주가가 1% 오를 때마다 무려 1억이란 돈이 불어났고, 반대로 1% 하락할 때마다 1억씩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 1% 돈마저 누군가에게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었다.

그 돈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생겼다가 다시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도 단 몇 초 사이에······.


‘이러니 섣불리 매도하기가······ 쉽지 않군!’


남대문을 상대로 싸울 때는 이와 비슷한 물량을 한꺼번에 매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놈들이 아래에 걸어둔 막대한 허매수 물량을 보고 던진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걸 받아줄 만한 세력도 없었다.


‘그래도 매도는 해야 하는데······.’


일단 오늘 10억을 매도하고,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나누어 매도할 생각을 했다.


[HM건설]

[현재가: 45,000원]

[매도금액: 10억 원]


매도 버튼을 눌렀다.


-매도되었습니다.


10억도 당연히 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두세 호가 아래에서 체결될 걸 각오하고 누른 거였다.

그리고 앞으로 더 오르든 떨어지든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이 많은 물량을 털긴 털어야 하는데, 덜 손해 보고 터는 길은 하나였다.

오르면 많이 매도하고, 떨어지면 적게 매도하는 것.


내 이 결정이 있고 나서,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느 날 장중 5만 원까지 급하게 오른 주가가 다시 급하게 떨어지더니, 그 후로는 오르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더 많았다.

또 오르는 날은 적게 오르고, 내리는 날은 더 크게 내렸다.

이러다 한순간에 주가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하는 긴장감이 고조될 무렵. 나는 결국 나머지 물량을 모두 털어버렸다.


*


그로부터 1주일 후.


결국 5개월간 이어진 주가 상승 흐름이 큰 폭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HM건설]

[현재가: 32,000원 ↓11%]


4~5만 원을 넘던 HM건설 주가가 한순간 무너진 것이다.

그 배경을 쫓다 보면 수개월 동안 이어진 형제 경영권 다툼의 무게 추가 김한수 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행이다. 예상대로 되어서···”


그리고 이로부터 얼마 후, 또 하나의 기다리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건 바로 내가 일하던 라스트인베스트가 금감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게 된 것.


HM건설 김한수 회장은 언론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몇 달 전 익명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사회정의를 위해 제보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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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8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0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19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19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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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7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5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0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0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0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29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0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5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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