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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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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6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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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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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DUMMY

다음 날.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시골에 계신 엄마를 위한 거였다.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몇 개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직접 발품을 팔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현재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골에 있는 친구 성택이를 통해 나 대신 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다.


“엄마!”

-그려 우진아, 웬일여. 아침부터 전화꺼정 다하구.

“미안해요. 연락 자주 못 드려서···.”

-무소식이 희소식여. 바쁘니께 그렇지. 바쁘면 좋은 거여.

“몸은 건강하세요?”

-건강하다마다. 내 걱정은 말고 네 몸이나 신경써. 밥 잘 먹고 다니구···.


혜림이가 녀석의 어머니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걸 보니, 그나마 정정하신 우리 엄마가 고마울 뿐이었다.


잠시 후, 호들갑스럽게 놀라시는 엄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여? 네가 돈이 어딨다고 그려."


오랜만이다. 엄마의 기분좋은 놀람과 걱정.


"나는 됐으니께, 얼른 돈 모아 가지고 네 장가 밑천이나 혀!”

“오래전에 엄마랑 약속한 거잖아. 그러니 제발 이사 가요. 나는 돈 잘 벌고 있으니까, 내 걱정은 마시고···.”


시골집은 너무 낡아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았다.

특히 겨울이면 보일러가 자주 고장 나서 엄마가 관리하기에 이젠 힘에 부칠 테고.


“당분간 엄마 혼자 살기엔 아파트가 훨씬 편할 거야. 혹시 모르잖아. 나중에 나랑 같이 살 수도 있고.”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내 말을 들으셨다.

다만, 한 달 후인 설날에도 내가 내려가지 못한다는 얘기에는 실망하셨다.


“아, 회사가 아무리 바뻐두 설날에는 쉬어야 하는 거 아녀?”

“죄송해요. 이번만 참으셔요. 아버지 제사 전에는 꼭 내려갈 수 있을 테니.”


이렇게 해서 10억 중 절반을 사용했다.


남은 돈 5억은 다시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종목은 이미 들어가 있던 종목. 비*산업.


며칠 후 확인한 계좌의 총매수금액은 6억 원이 되었다.


[비*산업]

[총매수금액: 6억 원]

[총평가금액: 6억 8천 5백만 원]


엄마 집까지 사드리고도 돈이 이렇게 많이 남다니······.


‘정말 부자가 된 건가?’


그러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며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김막수에게 100억이란 돈을 벌어다 주었다. 개미들 피나 빨아먹는 세력의 수장에게 말이다.

기분은 나빠도 남대문 세력에게 복수를 해서 번 돈이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내가 벌어다 준 돈은 다시 이들의 주가조작에 쓰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개미들을 죽이는 작업에 보탬이 될 것이고.


그럼에도, 나는 이들이 하던 작업에 마저 동참해서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내가 살자고 세력들과 결탁해서 세력 노릇을 해야 한다니······.


“누군가는 나 때문에 엄청난 돈을 잃겠지?”

“그런 말 마! 오빠가 아니었다면 놈들에게 더 많은 개미들이 당했을 거야. 그리고 주식이란 원래 그런 거잖아. 누군가 벌면 누군가는 잃는 거.”


나를 위로하는 혜림.

하지만, 문제는 돈을 버는 자들은 대부분 돈 많은 세력이고, 잃는 자들은 대부분 돈 없는 개미들이란 얘기다.



***



다음 날 아침.


남파간첩이 보이길래 평소처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서둘러 가던 길을 가는 남파간첩.


‘귀엽군!’


내가 미션을 달성하면 자기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게 생각난 것일까?

지난 월요일부터 그가 순한 양처럼 행동했다. 아니 그보다는 지금처럼 나를 피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남파간첩뿐이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많이 달라졌다.

존경의 눈빛까지는 아니어도 그들은 나를 이제 더 이상 운 좋은 편의점 핫바리로는 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남파간첩······


‘아, 그래 그거야!’


나는 전날에 개미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놈들 작업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그런데 남파간첩을 본 순간, 그 해결책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것에 대해 설계자에게 말할 기회가 찾아왔다.


“정우진씨!”


나를 먼저 부른 건 설계자였다.

근데 뭔가 낯설다 싶더니 이곳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들어보는 내 이름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태연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네 설계자님.”

“매매팀장한테도 말해 놓을 테니까, 오늘부터는 개인트레이딩실 들어가지 말고 매매팀이랑 같이 작업하도록 해.”

“네, 알고 있습니다.”

“됐어. 가봐!”


내 아이디어에 대해 말해 볼 기회였다.


“근데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뭔데?”

“지금 작업하는 거 관련해서 사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서요. 잠시 제안 좀 드리자면···”

“야, 편의점!”


갑자기 돌변한 설계자의 표정.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가는 이미 실룩이고 있었다.


“자네 위치가 뭔 줄 알고 제안이야?”

“······.”

“매매팀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설계해 준 대로만 하면 끝인 거야. 알아?”

“···네.”


다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진 말투였다.

자존심이 센 자라 그런가?


사실 그는 얼마 후 있을 투자자 유치 때문에 잔뜩 예민해져 있었다.

현재 지휘하고 있는 이 작업의 승패를 좌우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



1주일 후.


라스트인베스트 접견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설계자와 50대 중년 여자가 장시간 앉아있는 게 보였다.

설계자는 그녀를 대표님이라 불렀다.


“대표님, 이건 주가조작이 아닙니다. 대표님 회원들에게 자금 모집해서 회원들이 직접 투자하게 하는 겁니다. 펀드하고 다를 게 없어요.”


설계자가 애써 외면하는 여자에게 서류까지 들이밀면서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는 여자의 시선이 어느덧 서류에 집중됐다.


“그렇긴 하네요.”

“이제 좀 말이 통하네요. 추 대표님 밑에 있는 조직만 붙이면 이건 노나는 장사에요.”


여자는 그제야 앞에 놓은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있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여자가 나직이 물었다.

그러자 설계자가 대답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우리가 하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설계자가 가방에서 코스닥 업체 비*산업에 대한 설명이 담긴 서류를 꺼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여자가 서류를 넘겨받아 설계자의 주가 차트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매매팀이 사들이면서 주가 오르는 거 보여주면 다들 믿지 않겠어요?”


설계자는 여자에게 입 무겁고 믿을 만한 회원을 라스트인베스트 사이버트레이딩 룸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여자는 모 다단계회사 대표였다.

설계자와는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라스트인베스트 사이버트레이딩 룸.


설계자를 따라 방에 들어선 여자와 그의 회원들로 보이는 여남은 명의 사람들은 신기한 듯 트레이딩 룸을 두리번거렸다.


“추 대표님, 오셨어요?”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다름 아닌 매매팀장이었다.

여자가 들어서자마자 HTS로 주식거래에 한창이던 매매팀장이 일어나 인사를 건네자, 설계자가 그에게 말했다.


“그래. 준비는 다 됐지?”


그러자 매매팀장은 다짜고짜 HTS 앞으로 향했다.


“딱히 준비할 게 있나요. 항상 하던 건데요.”


사실 매매팀장은 과거 설계자가 가장 총애하는 기술자 중 하나였다.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주식판에서도 소문난 기술자였다.


매매팀장은 이들에게 잠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으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매매팀장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분부만 내리십시오.”


그러자 설계자가 안경테를 만지작거렸다.


“그럼 오늘도 상한가로 말아 올려보자고.”


설계자의 이야기가 떨어지자마자 매매팀장은 각자의 책상에서 주식거래를 하던 4명의 다른 트레이더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안에는 이곳에서 손이 가장 빠르기로 소문난 번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기에 그저 멀찍이서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체결가보다 10원 높은 8,510원에 10만 주 걸어.”


설계자의 지시대로 한 트레이더가 수량을 입력하자마자 8,500원에서 8,550원까지 가격에 걸려있던 물량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주가는 8,600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100만 주로 10,000원까지 올려. 눈치채지 못하게 4명이 잘 쪼개서 사고······.”


앉아있던 4명의 트레이더는 잠시 쑥덕이더니 재빠르게 수량과 가격을 입력한 후 버튼을 눌렀고, 주가는 여지없이 10,00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치솟자 추격 매수세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주가는 상한가에서 공방을 벌였다.


설계자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매매 창을 쳐다보면서 상한가에 매수 잔량이 10만 주 정도 남게 하라고 트레이더에게 지시했다.


주가 창은 어느새 상한가를 찍었다.


“와!”


지켜보고 있던 다단계회원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지르면서 설계자에게 달라붙었다.


“진정들 하세요. 보시다시피 주식 매매팀이 매일 주가를 관리해줍니다.”

“투자를 어떻게 하죠?”

“일단 한 계좌당 천만 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익률은 월 20%에서 30% 정도 날 겁니다. 수익 나면 일정 수수료 떼고 분배해 드릴 겁니다.”


설계자는 일목요연하게 기대 수익률까지 설명했다.

다단계회원들은 수첩에다 투자 요령을 적다가 펜을 멈추고 물었다.


“그 정도만 하면 되나요?”

“아, 깜빡했네요. 증권사 계좌 터서 아이디랑 비밀번호, 공인 인증서 넘겨주시면 됩니다. 매매팀이 여러분 계좌로 거래해야 하니까요. 제반 사항은 여기 추 대표님께서 총괄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회원들 중 한명이 잽싸게 추 대표라는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가요?”


의외의 질문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일부 다른 회원들도 마음 한쪽에 담아둔 의심이 얼굴로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그냥, 펀드 같은 거라면서··· 이상하긴 하네요.”

“불법··· 뭐 그런 거 아닌가?”


당황한 추 대표가 위기를 모면하려는 듯 설계자를 향해 말했다.


“윤 사장님. 그런가요?”


그 말을 들은 설계자의 얼굴에도 물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자못 궁금했다.

설계자가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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