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52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5 21:54
조회
221
추천
5
글자
10쪽

세력의 습성

DUMMY

-꺼억!


한결이 자기 술잔을 비우고 나서 물었다.


“근데 너 정말 그걸 할 수 있겠어?”

“글쎄···.”


그러자 어느새 눈이 벌게진 혜림.


“오빠, 만약 그거 달성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


사실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만약 이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야!”


한결이 자신이 비운 술잔을 내게 건네고 있었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


-또르르르


건넨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올리는 김한결.

검지 없이도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걸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녀석이 대뜸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갑자기 오른손을 쫙 펼쳐 들었다.


“시팔! 이 손가락이 잘리고 나서 세상이 다 끝난 거 같더라. 근데···”


입안으로 들어간 김치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말을 이었다.


“봐라! 사람은 결국 적응하게 돼 있어. 꺼억~”


생활력이 강해진 걸까? 소심해진 걸까? 손가락이 잘린 이후 전과 한결 달라진 한결이 녀석.


“그런데 우진아, 들어보니까 운이 많이 작용한 거 같은데 그냥 잘못했다고 하고 싹싹 빌고 나오는 게 낫지 않겠냐?”

“······.”

“왜, 혹시 돈 많이 줘서 그래?”


내가 말이 없자, 혜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신 말했다.


“한결 오빠, 김막수가 어떤 인간인지 몰라서 그래? 강희성은 손가락만 잘랐지. 김막수는 우진 오빨 죽이려고까지 했다고···.”


내가 라스트인베스트라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할 때 김막수는 내게 돈은 원하는 만큼 준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급여는 주식팀이 얻은 수익금의 일정분을 동료들과 1/n 하는 거였다. 물론 설계자와 팀장급은 수당을 더 받을 것이다.


내게 다른 수당 이야기는 없었다.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건 내가 이들에게 낯선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손해를 끼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나를 대하는 그들의 눈빛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실패하면 나를 다시 악마의 재물로 바치기라도 할 눈빛이었다.

그리고 놈들은 그들이 모시는 악마에게 말할 것이다.


“회장님! 회장님이 데려온 놈이 능력이 뛰어난 줄 알고 일을 맡겼더니 영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그래서 나는 돈보다는 복수를 택했다.

김막수 패거리들을 이용해서 남대문에게 복수를 하고, 그다음은 다시 놈들에게 복수를 하고···.


술자리를 끝내고 헤어질 무렵, 한결이에게 말했다.


“내가 나올 때 나오더라도 네 잘린 손가락 복수는 하고 나올 게!”

“······?”



***




라스트인베스트 개인 트레이딩룸.


‘역시 큰돈으로 단타는 힘들어!’


최근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거래량이 여간 많지 않고서는 들어가기도 힘들뿐더러 단 1, 2초 차이로 큰돈이 그냥 날아갔다.

그러다 보니 기껏 벌어놓은 수익까지 한순간에 까먹을 게 걱정이 돼서 쉽게 들어가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돈 많은 자들이 장기투자를 하는 건가?'


남의 돈도 이럴진대, 내 돈으로 하면 얼마나 긴장될까?


예전에 와우개미가 한 말이 생각났다.


“단타는 주식판의 노가다에요. 노가다!”


역시 맞는 말이었다.

요즘은 장이 끝나면 막노동할 때처럼 진짜로 온몸의 결리고 진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어떤 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속옷이 땀에 흠뻑 젖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남은 2주 안에 미션을 달성하려면 단타 이외에는 답이 없지 않은가!


그게 내가 지금 남대문이 들어간 종목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내가 경험한 놈들이라 그나마 자신이 있기도 하고.


*


지난 1주일간 나는 1, 2번 종목이 떨어질 때마다 꾸준히 추가 매수했다.

그러나 기한까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오늘, 계좌를 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1) [**모터스]

[총매수금액: 40억 원]

[평가손익: – 1억 5천만 원]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40억 원]

[평가손익: - 1억 8천만 원]


그동안 수익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그러자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내 판단이 옳았을까?’


하지만, 그날 강희성의 허탈한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놈은 지난번 상한가에 들어간 물량을 적어도 20~30% 수익을 내고 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 내가 던진 매도 폭탄 때문에 놈들의 물량은 오히려 현재 20% 마이너스가 난 상태.

그러니 앞으로 놈들이 물량을 털기 위해서는 주가를 지금보다 적어도 40% 이상은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왜 자꾸 떨어지는 걸까? 내가 혹시 잘못 짚은 건 아닐까?


그렇게 점점 의구심이 커질 무렵,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


다음날 오전 9시

라스트인베스트 개인 트레이딩룸.


헉!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다시 올라갈 거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10% 넘게 더 하락하고 있는 게 아닌가!


[**모터스 ↓10% 하락중]

[**시큐리티 ↓12% 하락중]


그래서 두 종목에서만 무려 10억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


아, 이런······!


남대문 세력은 분명 나보다 평단이 높기 때문에 더욱 크게 손실을 보고 있을 터.

정녕 이들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이렇게 팔아 재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럴 리 없어!’


나는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뉴스와 종토방을 확인했다.


대부분 오늘 올라온 부정적인 뉴스와 찌라시들!

하지만 어느 하나 확인된 건 아니었다.


‘이걸 믿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에도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


[**모터스 ↓12% 하락중]

[**시큐리티 ↓13% 하락중]

..


죽을 맛이다.

하지만 차분해져야 한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짚이는 게 있었다.


‘그럼 혹시?······’


황급히 두 개의 종목을 검색해 들어갔다.


[**게임] [**미디어]


이 종목들은 지난주 남대문 리딩 방송에서 놈들이 팔려고 했다가 팔지 못했던 추천종목들이었다.

바로 그 3, 4번 종목.


(3) [**게임 ↑20% 상승중]

(4) [**미디어 ↑22% 상승중]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역시 놈들이 이걸 올리려는 거였어!’


그 종목들은 이미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급등해 있었다.


세력이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1, 2번 종목을 매도한다는 건 그 대신 얻을 수 있는 게 더 크기 때문이었다.


그게 바로 이 3, 4번 종목이었다니···.


사실 며칠 전 놈들의 VIP 방에서 이 종목들을 다시 추천하길래 나는 여전히 팔아먹기 위한 트릭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그 생각이 맞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것이다.


지난번 놈들의 공개 방송이 죽을 쑤는 바람에 이 이 종목들을 팔지 못했던 것.

그래서 먼저 작업에 들어간 거였다. 개미들을 유인하기 위한 작업에.


물론 놈들이 자금력이 풍부하다면 1, 2번 종목을 매도하면서까지 그 돈으로 3, 4번을 올리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날 나 때문에 1, 2번 종목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갔던 것이다.


‘바보 같았어!’


3, 4번부터 먼저 매수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지난 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억 원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아직도 1, 2번은 내려가고, 3, 4번은 오르고 있다.

1, 2번을 살까? 3, 4번을 살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지고 있는 1, 2번을 팔아야 할까?


잠시 후,


- 매수하였습니다.

- 매수하였습니다.

- 매수하였습니다.

..


내가 매수한 건 다시 1, 2번 종목이었다.

그 종목들을 아래에서 분할 매수한 것.

이번 매수금액은 각각 5억씩 총 10억.


(1) [**모터스]

[신규매수: 5억 원]

(2) [**시큐리티]

[신규매수: 5억 원]


현재 개미들 눈에 띄는 종목은 분명 오르고 있는 3, 4번 종목이었다. 그러니 일반 개미라면 당연히 이곳을 더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역으로 생각했다.

놈들이 3, 4번을 팔기 위해 올리는 거라면 조만간 결국 그걸 판 돈으로 다시 1, 2번을 들어 올리겠다는 계획.


그래서 떨어지는 1, 2번 종목을 더 매수해서 평균단가를 낮추기로 했다. 한마디로 물타기를 한 셈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잠시 후, 오히려 더 떨어지는 1, 2번 주가.


(1) [**모터스 ↓12% 하락중]

[**모터스 ↓13% 하락중]

[**모터스 ↓14% 하락중]

..

(2) [**시큐리티 ↓14% 하락중]

[**시큐리티 ↓15% 하락중]

[**시큐리티 ↓16% 하락중]

..


반면에 내가 사지 않은 3, 4번은 다시 오르고 있었다.


(3) [**게임 ↑25% 상승중]

[**게임 ↑26% 상승중]

[**게임 ↑27% 상승중]

..


(4) [**미디어 ↑26% 상승중]

[**미디어 ↑27% 상승중]

[**미디어 ↑28% 상승중]

..


그러더니 눈앞에서 어느새 상한가까지 도달한 3, 4번 종목.


(3) [**게임 ↑29.98% 상한가]

(4) [**미디어 ↑30% 상한가]


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나는 개의치 않고 떨어지는 1, 2번 종목을 더 많이 매수했다.


- 매수하였습니다.

- 매수하였습니다.

- 매수하였습니다.

..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다시 분할매수로 대응한 것.

그래서 지금까지 두 종목에 들어간 총매수금액은,


(1) [**모터스]

[총매수금액: 60억]


(2) [**시큐리티]

[총매수금액: 60억]


이전까지 들어가 있던 40억에 오늘 매수한 20억씩을 포함하면 두 종목을 각각 60억씩 매수한 것.

그래서 두 종목을 합하면 결국, 무려 총 120억 원이나 매수되어 있었다.


‘간댕이가 부었군!’


아마 내 돈이었으면 못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김막수 돈이라도 이걸 잃으면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리라.


심장이 떨려왔다.

이번에는 내 예상이 맞아야 할 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세력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이른바 슈퍼세력을 만났던 때 23.06.17 209 5 11쪽
42 놈들의 최후 +1 23.06.17 211 6 10쪽
41 드디어 터졌군! 23.06.17 209 5 10쪽
40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23.06.16 213 4 10쪽
39 세력 잡는 세력 +1 23.06.16 214 4 9쪽
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19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1 5 11쪽
30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23.06.06 220 5 11쪽
» 세력의 습성 23.06.05 222 5 10쪽
28 너 야동 봤냐? +1 23.06.04 223 5 10쪽
27 세력과의 한판 승부! 23.06.03 221 5 11쪽
26 이번에는 내가 세력이 되는 건가? +1 23.06.03 224 5 11쪽
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7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5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0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0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29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5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14 누가 보내는 문자일까? +2 23.05.25 235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