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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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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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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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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불가능한 미션

DUMMY

버려진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안.


깨어나 보니 눈앞에 10여 명의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보였다.


“네가 그렇게 주식을 잘 아냐?”

“······.”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내게 묻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멍한 머리를 움켜쥐며 갓 깨어난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내가 말이 없자, 낯 익은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이놈 그냥 핫바린데요. HTS도 모르는 거 내가 다 갈켜줬던 놈인데···.”


자세히 보니 남대문투자클럽에서 내게 HTS 사용법을 알려줬던 그 트레이더였다.

우두머리가 다가왔다.


“근데 네가 세력을 들먹이며 아는 체한 거였어? 디지고 싶어?”


영문을 몰라서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린지 잘···.”


쾅!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목재로 된 의자 등받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시치미 떼지 말어 새꺄. 네가 글 자꾸 싸질러서 방 분위기 흐려놓는 놈 아녀. 맞제?”

“······.”

“우리가 죽겄다고 작업해놨더니 어디서 다 된 밥에 초를 치고 지랄여, 지랄이···.”


아, 그 말이었구나. 씨발 게시판 글...


그때 멀리서 은색 고급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재벌 2세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


그를 보고 우두머리를 비롯한 나머지 덩치들이 허리를 굽히며 예를 갖췄다.


“회장님 나오셨습니까?”


양복 입은 남자는 인사를 받는 대신, 동물원 원숭이 보듯 나와 혜림이를 먼저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내 옆에 있는 혜림이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는 남자.


“어라? 낯이 많이 익은데···”


혜림이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남자를 흘끔 보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간사한 웃음을 던지며 혜림에게 다가온 남자.


“맞다 그 빠걸! 근데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여기서 다 보고···.”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자는 한명그룹의 막내아들이었다.

혜림이 다니는 와인바에서도 마약과 성희롱등 싸이코 짓을 많이 하는 걸로 유명한 재벌 2세 김막수.


“오호라, 그럼 저눔 애인?”

“······.”

“야, 끼리끼리 논다. 증말로··· 너 나한테 그렇게 비싸게 굴더니 기껏 저딴 거지 같은 새끼랑 어울리는 거였어?”


나를 바라보는 김막수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이 처먹고 편의점 알바가 뭐냐? 쯧쯧···.”

“······.”

“요즘은 도나 개나 다 주식을 해요. 너 같은 놈들이 아무리 그래 봐야 거지꼴 면할 거 같냐? 조용히 알바나 할 것이지, 왜 우리가 작업하는 데 와서 주제넘게 그러고 있는 거야?”

“······.”


옆에 있던 덩치가 김막수에게 말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저놈, 주식 좀 하는 놈이야?”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에 강희성 밑에서 몇 달 트레이딩 한 게 다랍니다.”

“강희성이? 그 남대문 양아치 새끼 말야?”

“네.”


그러자, 김막수가 다시 나를 향했다.


“너 편의점 알바 맞아? 남대문 알바 아니고?”

“아닙니다. 저도 거기는 속아서 들어간 겁니다.”


다행히 덩치도 그건 아는 모양이었다.


“저놈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우리가 그쪽에 심어놨던 놈 말로는 작업계좌 때문에 잠시 이용해 먹고 버렸다고···.”

“알았어. 뭐, 그렇다고 하지. 근데 왜 깝쭉 댄 거야? 재수 없게···”


그러더니 뭔가 재미난 생각이 떠오른 듯한 김막수.


“그럼 우리 한 번 해볼까?”

“······?”

“앞으로 1시간 안에 돈 좀 벌어봐!”


그러더니 덩치를 향해 말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기술 젤로 좋은 놈으로 하나 데리고 와 봐!”

“네. 회장님!”


덩치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곧 부하들을 시켜서 잠시 뒤 어디선가 한 사내를 데려왔다. 경험 많은 꾼처럼 보이는 놈의 손에는 노트북 두 대가 들려있었다.


사내는 그들 무리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단타 꾼 트레이더.

손가락이 번개처럼 빠르다고 해서 ‘번개’라는 별명이 붙여진 자였다.


“번개야, 1억씩 넣어라!”

“넵!”


그는 두 개의 계좌에 각각 1억씩을 넣고, 두 대의 노트북으로 트레이딩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그 사이 김막수는 내가 앉은 의자 뒤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야, 편의점. 난 너를 지금 당장 없앨 수도 있어.”

“······.”

“하지만, 난 내기를 좋아하거든.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주려는 거야.”

“······?”

“네가 여기 있는 애를 이기면 풀어줄게.”

“······.”


마치 큰 아량을 베푸는 거처럼 말하는 그의 나긋나긋한 말투가 더욱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근데 단, 조건이 있어.”

“······?”

“너는 답례로 돈을 얼마 이상 벌어야 해.”

“···네?”

“혹시 모르잖아, 둘 다 실력이 좃같아서 계좌가 마이너스 날지. 근데 나는 손해 보는 거는 못 참거든.”


그들이 데려온 상대는 분명 기술이 제일 좋다는 자였다. 그런 자를 내가 이기기도 힘든데, 대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한다는 얘기일까?


“그럼···돈을 얼마 이상 못 벌면 이겨도 소용없다는 말입니까?”

“그래. 내가 1억이 든 계좌를 줄 테니, 너는 그걸로 한 시간 안에 적어도 50% 이상은 수익을 내야 해.”

“네?······한 시간에 50%나요?”

“만약 그 이하로 벌면, 이겨도 네 손모가지를 자를 거야. 다시는 글 못 싸지르게.”

“······.”

“네가 만일 얘한테 지거나, 내 돈을 조금이라도 까먹잖아? 그러면 너는 바로 죽는 거고. 알겠니?”


내가 50% 이상 수익을 못 내면, 져도 죽고 이겨도 불구가 된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50%라면 운 좋게 고른 종목이 상한가를 간다고 하더라도 먹기 힘든 수익률이다.

더군다나 단타로 그 수익을 1시간 만에 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이 이번엔 혜림이 쪽을 보고 있었다.


“근데, 이 여자는 그걸로도 부족해.”

“그게 무슨···”

“여자까지 데려가고 싶으면, 넌 따블로 벌어야 해.”

“네?”


그 얘기는 1시간 만에 1억을 2억으로 만들라는 얘기였다.

100% 수익을 내고 원금을 두 배로 불리라는 얘기.


“그 큰돈을 어떻게 한 시간 만에···”


지난번 내가 만난, 최고의 스캘핑을 자랑하는 와우개미조차 하루종일 해도 그렇게 벌진 못했다.


“후후···”


음흉한 놈의 미소. 놈은 역시 싸이코였다.

그게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저 나를 죽이기 전에 잠시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그때 혜림이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으, 으음···”


옆을 보자, 잔뜩 긴장한 탓인지 몸이 경직된 혜림이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김막수가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싸이코같은 놈의 행적을 봤을 때, 그냥 겁만 줄 놈이 아니었다.


“···제발 여자만은 보내주십쇼!”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러게, 진작에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지 그랬냐? 오지랖 좀 떨지 말고···.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키득키득 실실 웃는 김막수. 그가 눈짓하자 우두머리 덩치가 이제는 부하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야, 니들은 돈 걸어라! 번개야? 편의점이야?”

“당연히 번개죠 형님. 그걸 말씀이라고···”


남대문에서 봤었던 그 트레이더가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재미없겠네요. 이 새끼 그냥 호구라서 상대도 안 될 텐데. 중간에 오줌이나 지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후헤헤···”

“잔말 말고 걸어! 회장님이 기다리신다.”


멀찍이 앉아 손목시계를 보는 김막수.

잠시 후, 덩치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모두 번개 쪽에 걸었는데요.”

“···그럼 나는 편의점에 걸께.”

“네?”

“재미없잖아. 한쪽에 다 걸면.”

“아, 예.”

“애들이 이기면, 어느 쪽 계좌든 수익 난 거에서 빼줘라.”

“네 회장님.”

“자 그럼 시작해!”


놈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노트북이 올려진 작은 책상 앞으로 데려갔다.


눈앞에는 HTS 화면이 켜져 있는 노트북 한 대.

시간을 보니 오전 9시 50분.


그러고 보니, 이들에게 납치된 뒤 하룻밤이 지난 거였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나는 내 계좌에 있는 솔수바이오란 종목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내 목숨이 걸린 트레이딩을 해야 했다.


꿈을 꾸는 듯했다.

하루아침에 목숨을 건 트레이딩을 하게 될 줄이야!


내가 여기서 멀쩡히 살아나가려면 무조건 상대를 이기고 50% 수익. 즉, 5천만 원 이상을 벌어야 했다.

그리고 혜림이까지 구해서 나가려면 100% 수익. 즉 1억 이상을 벌어야 하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오전 10시.


“땡!”


누군가의 신호와 함께 시작된 트레이딩.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떨리고 오금이 저려 왔다.

애써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단타 연습을 하던 때를 떠올렸다. 실시간 거래량이 높은 종목을 검색해서 신중히 하나를 골라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 싸움이다. 등락 폭이 심한 종목 중 느낌이 오는 대로 일단 빨리 매수하는 수밖에.


빠르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호가창.

와우개미가 한 말을 떠올렸다.


‘파도를 타야한다. 파도를······’



*



- 번개 100만 원.


잠시 후, 누군가 중계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누적된 총수익금을 큰 소리로 말해 주고 있는 것.


번개라는 상대는 시작한 지 3분 만에 1%를 먹고 나오더니, 그 이후로 1~5분 간격으로 돈을 불려 나갔다.


- 번개 150만 원.

- 번개 180만 원.

- 번개 250만 원.

- 번개 360만 원.


그러나 나는 10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처음 수익을 냈다.


- 편의점 110만 원.


확실히 번개라는 자는 나보다 빠르고 민첩했다.


- 번개 420만 원.

- 번개 550만 원.

- 번개 600만 원


- 편의점 250만 원


내가 한 번 먹을 때 놈은 3번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간격.


- 번개 680만 원.

- 번개 750만 원.

- 번개 820만 원


- 편의점 380만 원

···

..


- 30분 경과.


30분 동안 이어지는 각축전 끝에.


- 번개 총수익 1,100만 원, 11% 수익 중.

- 편의점 총수익 520만 원, 5% 수익 중.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이래서는 혜림이를 구하기는커녕 내 목숨마저 잃게 될 운명.


문득 옆에서 자책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씨바···”


상대가 실수했는지 전보다 줄어든 수익.


- 번개 920만 원!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 편의점 580만 원!


아무리 놈을 이겨봐야 이렇게 작은 수익으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천만 원을 못 벌면 내 손목이 잘리고 1억을 못 벌면 혜림이가 위험해지는데.


‘집중하자, 더 집중······.’


이후로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신들린 듯 치고 빠지기를 반복할 뿐.


손이 아프고 오금이 저리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그렇게 난생처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머리보다는 손의 감각과 감만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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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놈들의 최후 +1 23.06.17 211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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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23.06.16 213 4 10쪽
39 세력 잡는 세력 +1 23.06.16 214 4 9쪽
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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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1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5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14 누가 보내는 문자일까? +2 23.05.25 23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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