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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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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6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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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DUMMY

[솔수바이오]


‘뭐지? 이 회사는 별로였는데······.’


방금 만든 리스트에는 없지만, 이 회사 역시 내가 다니던 회사 중 하나였다. 그것도 가장 최근에 다녔던 그 바이오 회사.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다녔던 회사들이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긴가?


내가 3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21개나 되는 회사를 옮겨 다닌 거는 지금 생각해도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그 회사들이 모두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였고, 지금 와서 그때의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 거도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이번엔 솔수바이오란 얘긴데···.


그 회사 김 대리가 한 말이 기억났다.


“너 같으면 이 좃같은 회사 주식을 사고 싶겠냐?”


내부자도 사고 싶지 않은 회사라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 주식을 보내왔을까? 이번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단 ‘솔수바이오’의 주가를 확인했다.


[솔수바이오]

[현재가: 850원]


역시 예상대로 주가는 형편없었다. 회사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3년 연속 적자.


뉴스도 특별한 게 없어서 회사 홈페이지까지 들어갔다.

소나무 진액을 이용한 건강기능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회사라는 설명이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솔잎 추출물로 항암물질 연구를 진행 중이고.


그럴싸한데..


한결이에게 전화를 걸어 전문가 소견도 들어야했다.


“그 회사 시총 5백억도 안되는 회사라 기관은 잘 안 건드는 종목이야. 당연히 컨센서스나 리포트도 따로 없고···. 재무 정보도 좀 훑어봤더니 개판이더라. 물론 바이오기업이라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쫌 느낌이 그래. 그냥 건들지 않는 게 좋겠어. 세력들이 장난치기 딱 좋은 놈이라···.”


시총이 작다, 회사는 별로고, 세력들이 건들기 딱 좋다고···?


문득 전에 당했던 병진물산이 기억났다. 그 회사의 시총도 400억으로 작았었다. 보통 시총이 작으면 세력들의 먹잇감이 되기가 쉬워진다.


비전 있고 잘나가는 회사라면 오너가 그리 쉽게 상장폐지의 위험을 감수하고까지 주가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곧 망해가는 회사라면 다르다.


나는 지금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게 아니다. 당장 주식으로 돈 벌 종목을 고르는 거지.


좋은 회사라고 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회사는 좋은데 주가가 못 오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대로 안 좋은 회사가 더 큰 수익을 주는 경우도 많다. 기관과 일반투자가로부터 소외받는 회사. 세력들은 그런 회사를 저점에서 야금야금 매집한다.


그렇다면······.


고민에 빠졌다. 이게 만약 세력이 매집을 끝낸 종목이라면 오를 일만 남은 거고,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런데 매집이 끝난 놈인지, 이제 매집을 시작하는 놈인지 어떻게 알지?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차트를 통해 그걸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차트를 확인했다.


군데군데 뾰족하게 생긴 피뢰침과 잔파동.

세력이 들어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확신은 금물. 다른 영향일 수도 있다.


공부하면서 느낀 거지만, 차트 분석은 마치 점쟁이가 관상을 보는 것과 같다.

다들 지나간 과거는 잘 맞추는데 미래까지 잘 맞추는 건 아니었다.

차트는 그저 지나간 흔적일 뿐이다. 하지만, 어쩌다 맞추면 신기 있는 점쟁이처럼 떠드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면 나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 놈들이 매집을 끝냈다면··· 일이 쉬워진다.


세력도 이런 종목이 여간 올라서는 시장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는 걸 안다. 자칭 똑똑한 개미들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고 두려워서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목이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서, 오르는 게 관성처럼 느껴질 때가 되면 다르다.


누군가 이 종목으로 엄청난 수익이 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로소 지켜만 보던 개미들이 후회하고 왕창 꼬이기 시작한다. 때맞춰 우호적인 뉴스와 찌라시도 등장한다.


그때가 바로 매도할 타이밍인 것이다.


두 번째, 놈들이 매집 중이라면··· 일이 어려워진다.


분명 큰 파동을 주며 위아래로 흔들 것이다. 기존에 개미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빼앗기 위함이다.


위로 올리는 척하다가 냅다 아래로 내리꽂으면 대부분의 개미는 공포심에 던져버린다. 게다가 이 종목처럼 실적이 개판인 종목이라면 그 효과가 더욱 크다.


그러면 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위에서 팔고 아래에서 다시 사야 한다. 물론 이럴 경우 수익은 내 단타 실력에 달렸다.


잘만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오랫동안 돈이 묶일 수도 있다.


자 어떻게 할까?


마치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듯 논리정연한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


“에쎄 체인지 하나 주세요.”

“네?”


내가 주식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언제 들어왔는지 눈앞에 40대 남자 손님이 보였다.


“담배 말이에요.”

“아, 네.”


편의점 알바 2주차. 나는 아직도 담배 이름을 헛갈렸다.


그동안 집과 편의점을 오가며 낮에는 매매를 하고, 밤에는 일을 하고 있었다.

편의점 일을 하는 동안은 틈틈이 책과 유튜브로 주식을 공부했다.

그러면서 주식에서 중요한 건 역시 실전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내 머릿속에 문득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몇 달 전 남대문투자클럽이란 양아치 세력의 충성스런 하수인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그 아픈 기억이 지금 와서 주식을 하기에 좋은 경험이 될 줄이야.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



다음날 오전 9시.


종목은 어젯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솔수바이오.

매수단가는 전일 종가인 850원.

주문 수량은 1,764주. 총 매수금액은 150만 원.

이번에도 내 전 재산이다.


[솔수바이오]

[시장가: 850원]

[보유주식 수 : 1,764주]

[총매수금액: 150만 원]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문 후 1시간째. 나는 종이와 볼펜을 옆에 두고 열심히 호가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피로했다.

그 피로한 눈에 들어오는 메모지 위의 숫자들.


1111···, 2222···, 1818···


그동안 호가창 위에 반복되는 일련의 숫자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것을 받아 적었다. 전에 그 남대문 양아치 세력들이 써먹던 수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종목에 놈들과 같은 세력이 존재한다면 호가창 암호가 보일 것이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면 손쉽게 수익을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세력의 암호인지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 숫자들이 발견된 이후 거래량이나 주가의 흐름이 어떤지를 계속 확인하는 거였다.


의미가 있는 숫자라면, 일회성이 아닌 수차례 일정한 규칙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물론 호가창에 반복되는 숫자가 기관의 의미 없는 프로그램 매매일 수도 있지만, 이런 별 볼 일 없는 종목에는 기관이 아닐 확률이 높다.


‘내 예감이 맞다면 분명 세력들의 호가창 암호가 보일 텐데······.’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숫자들과 주가와의 연관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냥 누군가의 장난질이거나 개인 프로그램 매수이거나.


게다가 며칠을 지켜본 결과 특별한 거래량 변화 없이 오히려 주가만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뭐지? 이번엔 낚인 건가?’


아버지 산소에서부터 그동안 내게 온 이상한 문자들.

그 문자들 덕분에 한 달 만에 내 씨드머니가 5배로 커졌다.

그래서 내가 잠시 흥분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자책하고 있는 사이 호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게다가 갑자기 큰 거래량이 실리는 듯싶더니 주가가 5% 이상 급등.


[솔수바이오 ↑ 0%]

[솔수바이오 ↑ 2%]

[솔수바이오 ↑ 5%]


그리고는 채 1분이 지나지 않아서 주가는 도로 제자리로 떨어졌다.


[솔수바이오 ↑ 5%]

[솔수바이오 ↑ 2%]

[솔수바이오 ↑ 0%]


···세력이 매집 중인 게 맞았군!


하지만, 호가창 암호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워낙 다양한 숫자들이 반복되면서 다 적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전에 남대문에서 내게 보낸 암호는 하나였지만, 호가창에 암호로 보이는 숫자들은 여러 개가 나타났다.

당연했다. 그들이 가진 창구와 계좌 역시 여러 개 존재했으니.


그러니까 거래 창구나 계좌의 특성, 그리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 암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구분해 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


그럼 시간이 좀 걸린다는 얘긴데··· 이제 어떡하지?


‘그래 단타!’


한 달간의 매매를 복기해보았다. 어떤 건 일찍 팔았고 어떤 건 늦게 팔았다. 문제는 타이밍.


실력이 좋았거나, 손이라도 빨랐다면 더 크게 먹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방금도 먹을 수 있는 걸 놓쳤다. 그리고 이놈을 크게 먹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격한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얼마 전 본 유튜브 영상을 떠올렸다.

초단타 스캘퍼 ‘와우개미’.


그의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았다.


HTS 창에 몇 개의 종목을 띄워놓고, 그 위를 종횡무진 움직이는 마우스 포인터.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무언가를 매수했다가 어느 순간 보면 벌써 수익을 내고 매도 되어있는 종목들.


‘정말 저렇게 빨리 거래를 한다고?’


혹시 녹화해 놓은 영상을 몇 배속으로 빨리 돌리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중간중간 들리는 목소리는 빠른 손놀림과는 정반대로 매우 차분했다.


“여러분 절대 함부로 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매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해를 안 보는 겁니다. 돈 버는 매매보다 어려운 게 바로 손해 안 보는 매매입니다. 그럼 돈은 자연히 벌게 돼 있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투에 왠지 모를 신뢰감이 느껴졌다. 진짜 대부분의 개인 투자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거 같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다리가 쑤시는군요.”


몇 살일까? 목소리는 젊은 거 같은데···


“저는 비가 오는 날이면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그런 기억 없나요?”


비오는 날 아픈 기억?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비오는 날이면 죽은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놈의 주식 때문에 비오는 날 도로 위에서 자살한 아버지 기억이···.



***



주말 오후.


나는 주말을 이용해서 와우개미를 직접 만날 계획을 세웠다.

그의 단타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냥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할까도 생각했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남들보다 더 간절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만나자고 한다고 만나줄 거 같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머리를 굴렸다.


일단, 그의 유튜브에 나온 SNS 주소를 보고 그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저, 와우개미님 왕팬인데 선물을 보내고 싶어서요. 주소 좀 알 수 있을까요? 제 메일 주소는······.]


다행히 그는 내가 남긴 이메일로 그의 집 주소를 보내줬고 나는 무작정 그를 찾아갔다.


띵동~


“택배 왔습니다.”

“놓고 가세요.”

“직접 전달해야 해서요.”

“···잠시만요.”


잠시 후, 편한 복장을 입은 30대 후반의 남자가 다소 불편한 자세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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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5 6 11쪽
»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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