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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4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1 12:40
조회
220
추천
6
글자
9쪽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DUMMY

사실 추 대표라는 여자도 이것이 불법적인 주가조작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설계자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데려온 자 중에 미꾸라지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거 따위는 상관없다는 사람이 더 많아보였다.


“민주 엄마.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맞아,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들의 눈에는 아까 밀어 올린 상한가가 아직 잔상에 남아있던 것.


“아까 봤잖아. 이렇게 능력 있는 분들 찾아보기 드물어.”

“그래요. 눈 딱 감고 다섯 달만 기다리면 두 배는 거저 먹겠구만 그래.”

“아니, 이런 거 하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난 못해요!”


지켜보는 설계자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반대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추후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기관 투자자와 개미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리자, 잠시 뜸을 들이더니 힘주어 말을 내뱉는 설계자.


“돈. 돈입니다. 기관 투자자는 돈이 많고, 개미는 없다는 차이뿐입니다.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주가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지금 보시는 거처럼 수익률이 말해줄 겁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그러자 이번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쪽을 향했다.


“바로 두 달 전 편의점 알바하던 친구였습니다.”


대체 이자가 무슨 얘기를...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뻘쭘하게 서 있을 뿐이었지만, 설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아십니까? 바로 제네시스 G80이에요. 남대문인가 하는 양아치들한테 투자했다가 쪽박 신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말씀 안 드려도 다들 가늠이 되실 겁니다.”


“오~!”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이젠 놈이 나까지 이용하는구나!

그 차는 내가 김막수의 1차 미션을 달성해서 번 돈으로 김막수가 사준 거처럼 생색낸 차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다시 누군가 구석에서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사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50대 중반의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 유명한 스카이브릿지 펜트하우스입니다. 자동차도 벤츠 500이고요. 이 모든 게 여기 윤 사장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엔 추 대표까지 끼어들며 바람을 집어넣었다.


“나는 여기 계신 우리 윤 사장님을 잘 알아요. 이분은 우리 개인 투자가들의 권익을 위해 다년간 헌신하신 분이에요. 여러분이 조금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분께 믿고 맡기시면 분명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옳소!”

“저는 투자하겠습니다.”

“저도요!”


어느덧 의심하던 자들의 얼굴도 바뀌어 있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


역시 설계자는 경험이 많은 능구렁이였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여 바람잡이까지 심어놓았던 것.

그날 사람들이 돌아가고 난 뒤 낯선 50대 남자는 설계자로부터 흰 봉투를 전달받았다.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모아 주가조작에 활용했으리라.


투자자 유치는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한번은 지방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홍보팀이 섭외해 논 어느 상가 건물 지하실.

100여 평 남짓한 공간에는 50여 명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설계자는 최면을 걸듯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었다.

중저음의 안정된 목소리에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끌어냈다.


설계자의 말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논리는 단순 명료했다. 기관 투자가가 개미보다 우세한 것은 자금력. 주가는 유동성의 힘으로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말은 허황된 말도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못 믿으시겠습니까? 그럼 직접 보여드리죠.”


그는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 옆에 있던 홍보팀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홍보팀장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지금부터 10분 내에 펀드매니저들이 주가를 5% 정도 올릴 겁니다.”


설계자의 말에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합에 머물던 비*산업의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5분 만에 5% 급등했다.


“와!”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과거 주가조작으로 감방까지 다녀온 뒤라 조심성이 많은 설계자였다.

외부 계좌는 수백 개의 계좌로 며칠간 거래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조짐이 이상하면 갑자기 계좌를 폐쇄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경고 종목 지정을 피하려고 주가 상승 폭도 조절해 가며 올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



자동차 안.


투덜대던 김한결은 나를 보자마자 지난번 혜림이를 통해 전해 들은 소식을 궁금해했다.


“그래서 요즘은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잠시 후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사이 차 안 유리창은 희뿌연 성애가 맺히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듣던 한결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거 폰지사기 아니냐?”

“······폰지사기?”


녀석이 그런 내게 폰지사기에 대해 설명했다.


“폰지사기는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주는 방식인데, 지금 그거랑 걔네들 방식이랑 원리가 같아 보인다 이거야.”

“···그럼 처음에 투자했던 사람들만 유리한 거란 얘기네.”

“맞아. 그런데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처음인지 나중인지, 처음이라면 얼마나 처음인지 알 수 없을 껄.”


한결이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걸 떠올리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지난번 그 새끼한테 속아서 남대문에 들어갔을 때 말야. 솔직히 그놈들과 같은 작전세력이 되는 줄 알고 들어갔던 거였어.”

“알아. 근데 너도 결국 작전을 당했던 거잖아.”

“그래, 내가 머리는 아니어도 최소한 몸통은 될 줄 알았다고···. 근데 이놈들을 겪고 보니까 그렇더라. 결국 머리가 아닌 이상 놈들 전략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란 힘들어.”


녀석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 있을 투자자 모집이 더욱 걱정이었다. 그들은 지금 이 대규모 주가조작의 꼬리가 될 게 분명했다.


“결국 앞으로는 투자자 모집이 아니라 설거지꾼 모집이 되겠군!”


내가 구상한 대로 놈들이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한결아. 내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그걸 실행할 힘이 없다. 전에는 내가 피해자였다면 이번에는 나도 왠지 가해자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나도 이 세력의 몸통이란 느낌 말야.”

“네 팔자도 참 거시기하다. 어떻게 가는 곳마다 세력 놈들이냐. 근데 그 아이디어가 뭔데?”

“그건 나중에··· 지금은 다 쓸모없는 일이라···.”

“너만 거기 안 끼어 있다면 내가 놈들을 그냥···.”


녀석이 오른손을 잔뜩 움켜쥐었다. 하지만 네 개의 손가락으로 만든 주먹은 작고 왜소해 보였다.


“근데 정우진, 오늘은 왜 보자고 한 거냐? 그것도 차 안에서.”

“별거 아니고 부탁 좀 하려고.”


나는 차 밖으로 나와서 트렁크에 들어있던 선물을 꺼냈다.

고급 한우 세트 두 개와 녀석의 두 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었다.


“한우 세트 하나는 네 꺼고, 하나는 우리 엄마 전해줘라. 내가 이번에 시골 못 내려가니까. 아, 그리고 이건 애들 주고.”

“짜식, 우리는 괜찮은데 뭘 이런 걸 다···.”


녀석은 고마워하면서도 한편 안쓰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바깥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



두 달 후. 김막수의 설계자는 시세조종을 통해 비*산업의 주가를 7,000원에서 2만 2,000원까지 밀어 올렸다.

호재성 공시나 그럴싸한 뉴스를 퍼트려 주가를 올린 게 아니었다. 비법은 바로 유동성.

작년 12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석 달 동안 돈을 쏟아부으면서 개미들의 추격 매수를 자극한 것.


첫 한 달은 김막수의 돈이었고, 나머지 두 달은 투자자들의 돈이었다.

하지만 시세조종 석 달여가 지나자 돈은 바닥이 났고, 결국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투자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제기랄, 예전 같지 않군!”


그는 한창 날렸던 10년 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에 당황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데다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


초조함에 줄담배를 피우는 설계자. 그의 얼굴에는 희뿌옇게 퍼지는 담배 연기만큼이나 진한 긴장감과 다급함이 묻어나왔다.

기껏 힘들게 올려놓은 주가도 방어하지 못하고 떨어질 판이었다.


그러다 다시 며칠 후.

더 큰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다행스러운 건 그게 오히려 내게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끝낼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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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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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8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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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1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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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세력과의 한판 승부! 23.06.03 22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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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7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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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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