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71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02 21:50
조회
225
추천
5
글자
11쪽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DUMMY

문득 궁금했다.


한명그룹 총수의 망나니 아들 김막수가 왜 이 ‘라스트인베스트’라는 투자법인을 세웠을까?


놈은 배후에만 있을 뿐 회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부분 그가 고용한 사람들이 알아서 운영했으니까.


멀쩡한 투자회사답게 펀드팀도 운영하며 외부투자금도 유치했지만, 대부분은 위장술 내지는 세탁용.


놈은 어디선가 꾸준히 돈을 끌어왔는데,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보다도 많은 돈이다.


놈이 고용한 주가조작 설계자는 철저한 분업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하는 자였다.


왜일까?


돈이라면 경영권 대신 물려받은 현금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만 해도 천억이 넘는 놈이다.

평소 그의 캐릭터라면 그 돈으로 인생이나 맘껏 즐기다가 쫑날 놈 같은데···.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다.


“네가 나를 잘만 도와주면 나중에 HM건설 이사 자리 하나 줄 수도 있어!”


가끔 들러 일부 부하직원들에게 자주 하던 놈의 말.

그러면 그 말을 들은 놈의 충성스런 신하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저희의 영원한 회장님은 앞에 계신 단 한 분뿐이십니다.”


*


라스트인베스트 사이버트레이딩 룸.


-딸칵


모니터로 ‘비*산업’이라는 회사를 유심히 보고 있는 주가조작 설계자.


놈의 휘하에는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매매팀과 주가 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홍보팀, 그리고 투자자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교육팀으로 나뉘었다.


설계자도 직접 주식거래를 하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기술자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방금 전 그는 새로 작전할 만한 업체를 물색했다.

조건은 적은 유통물량. 발행 주식 수가 1,000만 주 이하면서 대주주의 물량이 많으면 금상첨화였다.


그런 면에서 비*산업은 안성맞춤.

발행 주식 수가 850만 주인데다가 최대 주주의 지분율은 60%에 달했다.

유통 주식이 씨가 마른 만큼 적은 돈으로도 주가조작이 쉬운 구조였다.


잠시 후, 설계자가 팀장들을 그의 자리로 불렀다.


“이거 두 달 동안 집중 매집 해!”

“얼마나 넣을까요?”

“솔수에서 번 거 100억만 빼고 전부 다.”

“네?”


매매팀장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다시 확인했다.


“···그럼, 여기에 그걸 다 넣으라고요?”

“그래.”


설계자가 모험을 거는 이유가 있었다.


모든 팀을 한눈에 다 볼 수 있게 만든 뻥 뚫린 공간의 사무실. 나는 여기서 일하며 그의 초조한 모습을 자주 목격해 왔다.


그는 김막수로부터 하루빨리 결과를 보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자금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6개월 안에 5배로 늘리라는 것.


다른 곳에 투자하고 남은 김막수의 유동자금은 현재 대략 500억이었으니, 그것을 6개월 만에 2천 5백억을 만들라는 얘기다.


김막수다운 지시였다. 하지만, 달성하면 보상 또한 크다는 걸 설계자는 알고 있다.


그가 바로 옆 홍보팀장에게 말했다.


“홍보팀은 다음 달부터 주가 설명회로 투자자들 모집할 준비 하고.”

“네.”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는 나중에 자신들의 물량을 받아줄 매집자들이 필요하다는 것.

하기야 수익을 내려면 어마어마한 물량을 일반 개미들의 힘만으로 떠받치기는 힘들 것이다.


“교육팀이랑 협업해서 종토방과 주식 카페 등에 미리 작업해 놓는 것도 잊지 말아.”


분명 지난번 솔수바이오 종목처럼 초반에는 부정적인 댓글과 찌라시들을 많이 유포할 것이다.

그래야 낮은 가격에서 매집할 수 있고, 또 매집하는 동안에 개미들이 달라붙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아, 그리고 요즘 개미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거 같더라. 그러니까, 교육팀은 그쪽으로 좀 더 신경 쓰고······”

“네 알겠습니다.”


설계자가 뿔테 안경을 밀어 올리더니, 그의 시선이 이번엔 문득 10미터쯤 떨어진 내 쪽을 향했다.


“어이, 편의점!”


아직도 편의점인가? 기분이 나빴지만, 얼마 전 그 일이 임팩트가 강했던 걸로 이해해주는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앉아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고개를 들어 넌지시 나를 올려다보는 설계자.


“자네는 지금처럼 시키는 거만 트레이딩 하기엔 아까워.”

“······?”

“그러니까 자네가 100억을 맡아서 따블로 만들어줘.”

“네?···”


이놈은 정말로 나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소리일까? 아니면 물 먹이려고 하는 수작일까?


“······기간은요?”

“기간은 한 달 줄게.”

“네? 한 달 만에 어떻게···”

“한 시간에 두 배를 버는 사람이 그걸 못해?”

“그건···”


그건 순전히 운이었다. 게다가 100억을 두 배로 만드는 것과 1억을 두 배로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주식이란 게 파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받아줄 사람도 필요한 법. 그래서 큰돈을 운용해서 수익을 내기가 훨씬 어려운 이유다.

당연히 이자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말이 없자,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을 위로 치켜뜨는 설계자.


“가 봐!”


어리둥절한 나를 차갑게 외면하는 목소리였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이놈도 자신의 보스를 닮아가는군!

김막수 만큼이나 미친놈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모니터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내가 거래해야 할 계좌로 100억이란 돈이 들어와 있다.


“야, 편의점. 잘해봐라!”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번개였다. 얼마 전 나와 겨뤘던 자.

그는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쌩하고 지나쳤다.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 설계자가 데려온 인물들이었다.


그중 내가 속한 매매팀은 팀장을 중심으로 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안에 번개는 물론 남대문에서 일하다 온 트레이더도 끼어 있었다.

하지만 그자도 마찬가지로 설계자가 영입한 인물이다.

그러니까 나만이 유일하게 김막수가 데려온 인물.

그래서인지 그들은 줄곧 나를 고깝게 보지 않았다. 번개와 팀원들 모두 내가 어쩌다 운이 좋아서 그를 이겼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설계자가 그럼에도 이런 큰돈을 나에게 맡겼다는 건 능글맞고 노련한 설계자다운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는 김막수가 데려온 나를 자신의 짐을 덜어줄 대안이라 생각했다.

내가 실수로 손실을 봐도 그건 애초에 나를 데려온 김막수 잘못이 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내 잘못이라고 잡아떼도 그만이고.


한편, 나는 이런 큰돈을 다뤄본 적이 없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남대문에서도 많아 봐야 10억이었으니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김한결이었다.

녀석은 증권사에서 큰돈을 다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시 바람을 쐴 겸 밖으로 나와서 한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한결아, 너 요즘도 트레이딩하니?”

-트레이딩은 무슨. 난 그냥 애널리스트 일에나 충실하려고··· 리포트나 내고 분석만 해준다. 너도 알다시피 그쪽에 트라우마가 있는 거.”

“그럼 보통 펀드매니저는 얼마나 관리하니?”

-그건 왜 갑자기?

“그냥.”

-여기는 명당 천억 정도 운용하고 있어.

“뭐 천억?”

-놀라긴. 여기는 작은 회사라 그렇고 더 큰 곳은 3천억이 넘어. 팀별로는 조 단위고.”


녀석의 말을 들으니 내 돈이 작아 보였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운용하니?”

-당연히 분산 투자하지. 유망한 섹터와 종목별로 나눠서···.”


쉽게 말해 장기투자였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나 목표수익률이 도달하면 매도하는.


“그럼 수익은 어느 정도 되니?”

-그야, 천차만별이지. 몇십 프로 되는 놈들도 있고 마이너스 나는 놈도 있고.”

“하기야···”


문득 전화한 김에 펀드매니저가 받는 페이도 궁금해서 물었다.


“그럼 보수는?”

-보수는 총 운용자금의 0.15% 정도. 수익이 크면 인센티브도 있고.”

“그럼 많은 건가?”

-많기는, 회사 전체가 받는 돈인데. 임원들하고 나눠 가져야지 펀드매니저 혼자 다 먹는 건 아냐.”


그러더니 내가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걸 감지한 녀석이 물었다.


-···근데 정우진, 너 왜 갑자기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거냐? 너 이 짜식 또···?”


나는 할 수 없이 내가 처한 상황을 약간은 흘려야 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녀석의 흥분한 목소리.


-야, 미쳤니? 완전 날강도 놈들이네. 어떻게 한 달 만에 100억을 200억으로 만드냐?”

“쉿, 조용히 말해!”

-···거기가 어딘데?”


녀석에게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럼 가벼운 놈의 행동 때문에 혜림이도 나도 위험해질 수 있다.


“아니, 내 얘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물어봐 달래서···.”

-보통 그렇게 벌려면 시세조종밖에 없어. 일반투자운용사라면 절대 불가능한 목표야.”


예상은 했지만 역시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희는 단타는 안 하니?”

-기관도 단타를 하긴 하지. 하지만 특수한 경우고. 지금 개인이 그 큰돈으로 단타 친다는 건 말도 안 돼.”


역시 그렇군!

녀석과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내게 다시 위기가 닥친 건가?’


생각해보니 지난번 위기가 닥쳤을 때 나를 도와줬던 건 그 이상한 문자였다.

하지만, 그때 천둥이란 종목 이후 그 문자도 한동안 오지 않고 있다.

그게 7번째 문자였다. 그런데 왜 그 후로는 안 오는 걸까?


그러다 문득,


‘그래 내 돈은 일단 여기에 박아놓자!’


서둘러 핸드폰 주식 어플을 열고 그 종목을 확인했다.


[종목명: 비*산업]

[현재가: 5,480원]


놈들이 이걸 얼마까지 올려놓을까?


보아하니 시총이 410억에 유동주식 또한 적어서 세력이 제대로 작업하면 크게 오를 놈이다.


나는 현재가에 총 1억 원 매수할 생각으로 호가창을 확인했다. 그런데 1억 원을 한 호가에 사기에는 부족한 거래량.


누군가 보기 전에 빨리 매수해야 했으므로 할 수 없이 시장가를 눌렀다.

위의 세 호가에 걸린 물량을 잡아먹으며 매수되었다.


- 매수되었습니다.


[비*산업]

[평균단가: 5,500원]

[총매수금액: 1억 원]


황급히 휴대폰을 닫고 사무실로 향했다.


*


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앞으로 한 달 안에 100억을 따블로 만드는 일.

그러려면 하루하루가 시간 싸움이다.


모니터를 켜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검색했다. 요즘 핫한 종목이 뭔지, 어디에 수급이 몰리는지···.


그렇게 한참을 검색하는데 문자가 왔다.


- 위이이이잉


[한 달 만에 100% 수익 보장]


어?


100%라면 따블이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기간과 수익률이 정확히 일치하는 문자다.


‘정말 이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이게 또 행운의 문자가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 아래 전화번호가 있었다.


과연 이 전화가 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세력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이른바 슈퍼세력을 만났던 때 23.06.17 210 5 11쪽
42 놈들의 최후 +1 23.06.17 211 6 10쪽
41 드디어 터졌군! 23.06.17 209 5 10쪽
40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23.06.16 213 4 10쪽
39 세력 잡는 세력 +1 23.06.16 214 4 9쪽
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20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2 5 11쪽
30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23.06.06 221 5 11쪽
29 세력의 습성 23.06.05 222 5 10쪽
28 너 야동 봤냐? +1 23.06.04 223 5 10쪽
27 세력과의 한판 승부! 23.06.03 222 5 11쪽
26 이번에는 내가 세력이 되는 건가? +1 23.06.03 224 5 11쪽
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8 5 10쪽
»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6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1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6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14 누가 보내는 문자일까? +2 23.05.25 236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