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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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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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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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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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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DUMMY

유튜브 영상 속에는 목소리와 손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와우개미인지 몰랐다.


“혹시 와우개미님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저는 실은 와우개미님 팬 정우진이라고 합니다. 선물 보내드리겠다고 연락했던.”


하지만 내가 택배를 보낼 줄 알았지, 선물을 들고 직접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와우개미.


“어? 저는 택배로 보내주시는 줄 알았는데···. 그럼 그게 직접 주신다는 거였어요?”

“네, 제가 직접 뵙고 싶어서요.”


와우개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눈앞에 선물까지 들고 나타난 열혈 팬을 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

그가 잠시 고민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내가 다시 말했다.


“선생님. 저도 비오는 날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자 문득 웃음이 터진 와우개미.


“그럼. 잠시 커피나 한잔 하고 가시죠.”


그렇게 그가 결국 나를 집 안으로 허락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듯 그 외에는 다른 동거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보는 남자 둘 사이에서 감도는 어색한 기운.

과연 이 남자에게서 스캘핑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까?


나는 그에게 최대한 격식을 갖춰 내가 온 이유를 설명했고, 그러자 그 역시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듯 보였다.


“지금껏 님같은 분은 처음 봅니다. 그렇게 먼 곳에서 저를 직접 찾아올 생각을 다 하시다니요.”


더불어 내 가정사와 그동안 겪었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주었다.


“그럼 아까 비오는 날 아픈 기억이란 게···.”

“네. 사실은 저희 어머니 기억인 셈이죠. 제가 태어나기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니···.”

“참 안됐군요!”


그는 그렇게 내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남 일이 아닌 듯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고, 남대문 세력 이야기를 할 때는 무척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놀라워했다.


“참 놀랍군요. 세력을 직접 경험하시다니···”


그런 그에게 나의 간절함을 전하는 거 또한 잊지 않았다.


“선생님 저는 정말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자, 와우개미는 나의 간절함에 어느 정도 감동을 받은 거처럼 보였다.

내게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좀 더 물어본 뒤 단타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을 깊이 있게 말해주었다.


“스캘핑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머리 가죽을 벗긴다는 뜻입니다.”

“···네?”

“사람의 피부 중 가장 얇은 피부층으로 이루어진 곳이어서 아주 적은 이윤을 챙긴다는 의미에서 스캘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겁니다.”

“아, 네···.”

“저는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1%의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왜죠?”


사실 유튜브를 통해 그렇게 먹는 거는 봐왔지만, 그 이유를 들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궁금했다.


- 삐이이이이


주방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가 벌떡 일어나더니, 다리가 불편한 듯 절룩거리며 그쪽으로 향했다.


- 또르르르


드립커피의 진한 향이 거실을 가득 메웠다.

예쁜 잔에 커피를 담아 내놓는 모습이 총각이 아닌 경험 많은 주부처럼 보였다.


그는 아까 나누던 얘기를 마저 했다.


“물론 때에 따라 더 많이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진정한 스캘핑이 아닙니다.”

“그래도 많이 먹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사람 욕심이란 게 한도 끝도 없지요. 만약 그게 습관이 된다면 원칙을 깨는 일이 많아질 테고, 그러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는 겁니다.”

“······.”

“1% 목표로 들어가면 어떨 땐 소수점 이하 수익을 얻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2%대의 수익을 얻기도 하지요. 하지만 절대 마이너스는 가지 않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신 거죠?”

“타이밍과 민첩성이죠.”

“······?”

“일단 제가 원하는 타이밍이 있어요. 이때 들어가면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타이밍.”


그 타이밍이라는 게 너무 추상적으로 들렸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저도 뭐라고 설명드릴 수는 없습니다. 워낙 감으로 하는 거라서.”


혹시 이 사람도 내가 경험한 세력들의 호가창 암호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물었다.


“혹시 호가창 암호 같은 건 안 보시나요?”

“그런 게 있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머리 아파서 안 봐요. 잘 맞지도 않고.”


와우개미가 잠시 뭔가 생각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파도타기와 같은 겁니다.”

“파도타기요?”

“네. 순간적으로 출렁이는 파도가 어느 순간, 위로 올라갈 거 같을 때 올라타고 내려갈 거 같을 때는 바로 팔고 나오는 거죠. 그 순간이 워낙 순식간이라서 보통 민첩성 가지고는 힘들어요.”

“그러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처음엔 적은 금액으로 해보는 게 좋습니다.”

“저도 어차피 그럴려구요.”


그가 앞에 놓인 커피를 한잔 입에 적시고 나서 말했다.


“우진씨,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몇 개의 종목이 있는지 아십니까?”


나는 생각해보는 척을 했지만, 사실 부끄럽게도 알지 못했다.


“HTS를 검색해 보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 2,500여 개의 종목이 있어요.”

“아, 네···”

“그리고 그중에서 하루에만 수십 개의 상한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요?”

“시장이 아무리 안 좋아도 상한가를 가는 종목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장이 안 좋아도 매일 누군가는 수익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였다.


“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스캘핑같은 초단타는 거래량이 크고 파도가 커야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한가를 가는 종목들은 대부분 거래량이 실린 종목들이구요.”

“그럼 상한가를 가는 종목들을 어떻게 알고 접근하죠?”

“당연히 그걸 알 수는 없죠. 단지 거래량이 붙은 종목에 들어간다면 단타하기 좋다는 겁니다. 상을 먹으라는 말씀이 아니라.”

“그래도 이왕이면 기다렸다가 상을 먹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스캘핑은 1% 내외를 먹는 거지 그 이상 먹는 건 아닙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고지식하게 원칙대로만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의 다음 말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식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상한가 간 종목이 내일 하한가 갈 수도 있어요. 마음 급한 사람이 들고 있다면 늘 불안하죠. 하지만, 단타는 그날 사서 그날 중으로 매도하는 거니 내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 사람의 매매에도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그의 장점을 잘 취해야 한다.


문득 이 남자의 매매를 직접 보고 싶었다.


“저, 죄송한데, 제가 직접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매매하는 거를.”


그러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정말 쥐 죽은 듯 구경만 할게요. 제발요, 선생님!”


내 간절한 말투가 가상한지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중에 다시 오시게요? 이 먼 곳을?”

“허락만 해주신다면야 저는 무조건 오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내가 참관하는 걸 허락해주었다.

나는 어차피 오후 늦은 출근이라, 낮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



딸칵, 딸칵, 딸칵······.


고요한 거실에서 들려오는 마우스 클릭 소리.


PC방의 게이머나 혜림이 와인바에서 보던 바텐더의 화려한 손동작이 연상됐다.


그의 매서운 집중력과 손가락의 민첩성은 스캘핑을 처음 보는 나로 하여금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냉혈한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HTS 창의 어딘가를 정확한 타점으로 클릭하고 있는 와우개미.

그는 내가 본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수십, 수백 번. 분 초 단위로 거래하고 있었다.


한 종목에 꽂혀서 수십 번 거래하기도 하고, 여러 종목을 바꿔가며 거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큰 욕심 없이 1% 내외의 수익만 먹고 나오는 철두철미한 원칙과 침착성을 보였다.


과연 얼마를 벌었을까?


거래가 끝났을 무렵 그의 총수익을 확인하면 좋으련만, 그가 거기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거래하는 동안 가끔 짓던 실망스런 표정으로 짐작건대, 그도 매번 수익을 보는 건 아닌 걸로 보였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그의 눈빛과 표정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수확이었다.


그 후로도 몇 주 더 나는 먹을 걸 싸 들고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약속대로 정말 쥐 죽은 듯 조용히 그의 트레이딩을 참관했다.


와우개미는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내게 몇 가지 몰랐던 매매 팁들과 HTS 기능들도 가르쳐주었다.


그와 헤어질 무렵이 되자, 아쉬울 정도로 제법 친해진 사이.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궁금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질 수 있었다.


“저··· 선생님은 얼마나 버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자, 이번엔 의외로 덤덤한 표정의 와우개미.

보통 구독자들이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 같았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궁금한 게 당연하죠.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하시는 거처럼 많이 벌진 못합니다.”

“······.”

“뭐 대기업 임원급 정도?”

“아, 네···”


사실 나는 대기업 임원이 얼마를 버는지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했다.


“사실, 뭐 내 나이치고는 많이 버는 셈이죠. 제 주제에 어디 가서 그런 돈을 벌겠어요.”


그는 돈에 욕심이 큰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보다는 안전한 수익이 우선이지 않을까?


그가 주식을 하게 된 사연도 알고 싶어졌다.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다가 주식을 하시게 되셨나요?”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긴 와우개미.


“그것보다 제가 왜 스캘퍼가 됐는지 이야기해줘야겠군요.”


그렇게 해서 그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나만큼이나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저는 사실 총각이 아닙니다.”

“···네?”


그가 총각이 아니라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서른두 살에 결혼해서 2년간 아내와 함께 살다가 이혼했습니다. 그 뒤로 지금껏 이렇게 혼자 살고 있어요.”

“······.”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뭐죠?”

“바로 주식 때문이에요. 직장 동료로부터 알게 된 주식.”


처음엔 박봉에 소소한 재테크 차원에서 시작한 거라고 했다. 다행히 운 좋게 들어간 종목마다 올라 줘서 생각지 못한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그러다가 주식에 꽂히셨나 보네요”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 후부터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마다 문득 회사를 관두고 싶어졌다고 했다. 전업 투자자로 전환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아내는 그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당신 그럼 나랑 이혼할 줄 알아!”


그때마다 그는 주식으로 불어난 계좌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안심을 시켰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회사 월급만큼 벌어다 주면 되잖아. 운 좋으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그러다 직장 상사와 심하게 다툰 어느 날,


그는 결국 그의 바람대로 회사를 박차고 나와버렸다. 물론 그게 주식을 전업으로 하기 위한 핑계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어요.”


그의 눈에 회한의 빛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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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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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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