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5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27 19:47
조회
230
추천
6
글자
12쪽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DUMMY

“처음 몇 달은 퇴직금을 씨드머니로 해서 그럭저럭 잘 버텼어요.”


그래서 전에 벌어다 준 월급만큼을 아내에게 줄 수 있었고. 한동안 아내의 시끄러운 잔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전업 투자자의 길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에게도 곧 위기가 찾아왔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니까, 매달 월급만큼은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더군요.”


주식이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매달 일정한 돈을 빼야 했다.

아내에게는 주식으로 번 돈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의 주식은 오르는 날보다 떨어지는 날이 더 많았단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원금은 줄어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도박 같은 주식이 시작되었죠.”


어느 순간, 본인이 확실하다고 믿은 종목에 너무 크게 욕심을 낸 것이다.

그 결과 큰 손실을 보게 되었고, 그는 또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를 시도했다.


결국 이게 악순환이 되면서 생활비는 물론 주식 담보대출과 미수금까지 사용하여 빚까지 지고 말았다.


“당시엔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참 환장하겠더군요.”


와우개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에게 말 못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성적이고 자존심 강한 성격이라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조차 한 명 없었다.


“비오는 날 바람 쐰다고 나갔다가, 외진 곳에 차를 바쳐놓고는 하루 종일 호가창만 바라본 적도 많아요. 초조해서 담배만 수없이 피워대면서. 아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목이 메인 와우개미. 어느새 눈까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당시 그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을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뒤라선지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결국 나중에는 그의 아내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부싸움 끝에 이혼까지 하게 된 상황.


“그냥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밤에도 잠도 오지 않고. 그러다 결국······.”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는 아무도 없는 새벽녘에 12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하지만, 운명은 그의 죽음조차 맘대로 허락지 않았다.


옥상에서 몸을 던졌지만, 다행히 나무에 걸렸다 떨어지면서 목숨을 건진 것.

비록 다리가 부러져 지금처럼 평생 절룩거리고 살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먹고살려고 지금처럼 노가다를 하는 겁니다.”

“···네?”


그가 따로 막노동이라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말이 아니었다.


“스캘핑 말입니다. 사실 이건 노가다에요. 주식판의 노가다!”

“······?”

“제가 멋있어 보인다는 분들도 있는데, 솔직히 이건 먹고살려고 하루종일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에요. 눈코 뜰 새 없이.”

“아, 네.”

“나는 주식을 믿지 않아요. 그래서 사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고상한 장기투자를 못 합니다.”

“······.”

“스캘핑은 힘든 대신 종목이 왜 오르는지, 왜 내리는 지도 신경 쓸 필요가 없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그날그날 내 몫만 챙기면 되니까.”

“······.”

“그게 딱 1%에요. 거기까지가 내 그릇인 거고···.”


뛰어난 스캘퍼에게도 보이지 않는 애환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결국 그가 왜 스캘핑을 하게 됐는지도.

그건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다시 과거처럼 종목을 믿고 사놨다가 고통스럽게 당하지 않겠다는······.


“누군가에게 과거 얘기를 털어놓는 게 오랜만이라 좀 주책맞았네요. 허허.”


멋쩍게 웃는 그에게 나도 문득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저도 답례로 뭐라도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요.”

“······?”


그러자, 와우개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 휴대폰에 떠 있는 종목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솔수바이오]


그 이상한 문자로 받은 6번째 종목이다.


와우개미에게 단타를 배우러 오가던 동안에도 나는 사실 수시로 모바일 어플을 통해 이 종목을 확인하고 있었다.


“제가 감히 추천하긴 외람되지만, 이 종목도 단타로 괜찮을 거 같아서요.”


와우개미가 차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르락내리락 변동이 심하면서도 꾸준히 올라 주는 차트.

그가 봐도 이 종목은 단타로 최상의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못 보던 종목인데,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사실 요즘 장이 안 좋아서 먹을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더니 난데없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동병상련끼리 가깝게 지냅시다. 형 동생 하면서···”

“당연히 저야...”


땡큐였다.


그러자, 그가 주방 팬트리 쪽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검정색 천에 쌓인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이게 뭔가요?”

“아주 귀한 겁니다.”


그의 손에서 검정색 천이 벗겨졌다.


“앗!···”


눈앞에 보이는 건 유리병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


와우개미는 내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아이처럼 신이 나서 말했다.


“내가 이걸 먹고, 다리가 무척 좋아졌어요. 허허.”

“아, 네···”

“주식 하는 사람들이 원래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잖아요. 이걸 마시면 몇 년 동안 허리가 안 아플 겁니다.”

“······.”


어느새, 트레이딩 할 때의 냉혈한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는 와우개미.


그날 전혀 다른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난생 처음 20년 묵은 뱀술까지 맛보게 되었다.


“와우개미 형님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하겠습니다.”

“그래요. 우진 동생 담에 또 봅시다!”



***



와우개미와 헤어진 뒤 집에 돌아온 나는 단타의 장, 단점을 분석했다.


스캘핑같은 단타는 그의 말처럼 이것저것 볼 필요도 없이 파도타기만 잘하면 된다.

당일 매수, 당일 매도가 원칙이라 다음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한꺼번에 많은 돈을 넣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랬다가는 시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바로 매도하고 빠져나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거래량에 묻힐 정도의 적당한 금액만 넣었다 뺐다 하며 박리다매로 매매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량이 큰 종목은 좀 더 많은 돈을 넣어도 되지만,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더 적게 넣어야 한다.

그리고 단타는 다음날 있을 갭 상승을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세력이 건드는 종목은 가끔 시초가부터 큰 갭 상승이 존재한다.


그러면, 솔수바이오로란 종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단타를 하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 종목이 확실히 갈 거라면 굳이 매도할 필요는 없다. 그게 더 크게 먹을 수 있는 길이다.


와우개미의 말을 떠올렸다.


“보는 거와 실전은 달라요. 중요한 건 경험입니다.”


그래서 바로 단타 연습을 시작했다.


위험성을 고려하여 10만 원으로만 거래하기로 했다.


종목은 와우개미가 알려준 대로 그날 거래량 순위를 보고 거래량이 높은 놈들로 결정했다.


나만의 원칙도 세웠다.


오직 승률과 수익률만 체크하자!

수익이 늘어나도 더 많은 돈을 넣지 말고 연습하자!

나중에 승률이 90%가 넘고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 더 크게 넣자!


그렇게 시작한 단타 연습.


첫 한 달간. 하루 수십 차례 단타 연습을 하면서 깨지기도 참 많이 깨졌다.


"그헉, ······컥, ······아아아악!"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짜며 비명을 지르는 날이 많았다.


아침에 본 10만 원이 장이 끝나기도 전에 1만 원만 남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은 너무 허무했다. 그나마 적은 돈으로 했길 망정이지, 더 큰돈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나는 생각했다.


‘단타는 손실을 안 보는 게 핵심이다. 손실만 보지 않는다면 수익은 자연히 뒤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강해졌다.



***



두 달 후.


아침 10시부터 솔수바이오의 호가창이 심상치 않았다.


1단계 파동치고는 꽤 크게 오르고 있다.


[솔수바이오 ↑ 9% 상승중]

[솔수바이오 ↑ 10% 상승중]

[솔수바이오 ↑ 11% 상승중]


나는 지금 이 종목에 올인 중이다.


내 씨드머니가 커진 만큼 다른 종목으로 분산투자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나는 이 종목에 확신이 들었다. 세력들의 성향도 파악했고, 호가창 암호도 알아냈다.


11%에서 매물대에 막혀 상승이 지연되는 중.

3%에서 시작된 상승이 11%에서 멈춰서 매물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 팔고 아래서 다시 살까?’


그동안 이놈을 연구해본 결과 1단계 파동이 여기서 종료된다면 주가는 다시 5% 이상 급락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무려 30만 주나 되는 매물대를 엄청난 속도로 소화하는 중이다.


긴박한 순간이다.


이 결정에 따라 수익이 5%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돈으로 따지면 100만 원 남짓. 이 돈이면 내 두 달 치 월세를 내고도 남는 돈이다.


‘팔아? 말아?’


고민하는 사이 발견된 호가창 암호


12

153

12

153

12

153

···

···


‘아, 이건······’


나는 얼른 15%에 매도를 걸어놓았다.


[솔수바이오 ↑ 12% 상승중]

[솔수바이오 ↑ 13% 상승중]

[솔수바이오 ↑ 14% 상승중]

[솔수바이오 ↑ 15% 상승중]


- 매도되었습니다.


15%에서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 주가.


[솔수바이오 ↑ 15%]

[솔수바이오 ↑ 12%]

[솔수바이오 ↑ 10%]


역시 예상대로 10%까지 다시 떨어졌고, 나는 다시 그 10%에서 매수했다. 실은 9%까지 터치하고 올랐지만,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나는 며칠 전 이상한 호가창 암호를 알아냈다.


12 다음에 나오는 153은 15%까지 올리고 떨군다는 뜻이었다. 만약 숫자가 163이면 16%까지 올렸다가 떨궜을 것이다.


한 달간 하루종일 호가창을 들여다본 보람이 있었다.

낮에는 단타 연습을 하고 밤에는 이 종목이 거래한 시간별 체결 내역을 꼼꼼히 분석하여 호가창 암호를 알아냈다.

암호가 전에 비해 복잡해져서 해독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알아낸 뒤엔 쾌재를 불렀었다.

내가 남대문 세력들에게 당한 경험이 이렇게 소중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세력들이 호가창에 암호를 만든다는 것은 이들이 금융감독원의 추적을 피해 창구를 여러 개 두고 서로 교신한다는 증거였다.


주기는 다시 2차 파동을 그리며 상승 중이었다.


[솔수바이오 ↑ 12% 상승중]

[솔수바이오 ↑ 13% 상승중]

[솔수바이오 ↑ 14% 상승중]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이 안정적이라 중간에 세력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락할 일은 없는 듯하다.


세력들은 그동안 이 종목을 꾸준히 매집했기 때문에 그들의 통제권 아래 들어가 계획대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매집이 덜 된 경우라면 이처럼 세력이 주가를 마음대로 통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가파르게 오르는 주가.


[솔수바이오 ↑ 15% 상승중]

[솔수바이오 ↑ 16% 상승중]

[솔수바이오 ↑ 17% 상승중]

[솔수바이오 ↑ 18% 상승중]


2차 파동은 어디까지일까?


내가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나온다면 매물대를 봐야 한다.

놈들이 가짜 매물대를 형성해서 주가를 떨군 뒤 아래서 받아먹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니면 횡보하다가 바로 상승할 수도 있고.


[솔수바이오 ↑ 20% 상승중]

[솔수바이오 ↑ 22% 상승중]

[솔수바이오 ↑ 25% 상승중]


‘어라?’


[솔수바이오 ↑ 29% 상승중]

[솔수바이오 ↑ 30% 상한가]


내 단타 실력을 채 써먹기도 전에 상한가를 갔다.


25%에서 잠시 VI에 걸렸던 주가가 순식간에 말아 올려 상한가를 간 것.


그렇다면 이유가 있겠지?

검색창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세력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이른바 슈퍼세력을 만났던 때 23.06.17 209 5 11쪽
42 놈들의 최후 +1 23.06.17 211 6 10쪽
41 드디어 터졌군! 23.06.17 209 5 10쪽
40 아부지 저 약속 지켰어요 23.06.16 213 4 10쪽
39 세력 잡는 세력 +1 23.06.16 214 4 9쪽
38 형제의 난 +2 23.06.15 217 4 9쪽
37 오랜만에 온 문자 23.06.14 215 5 10쪽
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19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19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31 이게 대체 얼마야? 23.06.08 221 5 11쪽
30 이게 바로 개미와 세력이 다른 점이야 23.06.06 220 5 11쪽
29 세력의 습성 23.06.05 221 5 10쪽
28 너 야동 봤냐? +1 23.06.04 223 5 10쪽
27 세력과의 한판 승부! 23.06.03 221 5 11쪽
26 이번에는 내가 세력이 되는 건가? +1 23.06.03 224 5 11쪽
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7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5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8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0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0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1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0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29 6 11쪽
»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5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14 누가 보내는 문자일까? +2 23.05.25 235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