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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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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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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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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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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세력 잡는 세력

DUMMY

혜림이 와인바를 나오기 하루 전이었다.

와인바에 들른 남대문 패거리들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고 했다.


“씨발 개새끼들 다 죽었어!”


놈들은 그동안 비*산업을 대규모로 사들이기 위해 이번에도 주 고객층인 조직폭력배들의 자금을 동원했었다.


하지만, 재료가 터질 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상승은커녕 엄청난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만 거듭하자, 결국 속았다는 걸 알고는 멘붕에 빠지고 만 것이다.


“어떤 새끼야? 그런 말 만든 놈이.”

“그야 김막수 회장님이 직접···”


남파간첩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혜림이를 비롯한 와인바 종업원들이야 김막수가 술김에 한 말을 주워듣고 자기들끼리 떠든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 말을 믿고 강희성에게 전달한 부하들만 바보가 된 꼴이었다.


“강 대표,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기한이 다 된 걸로 아는데.”


며칠 후 우락부락한 고객 앞에서 강희성은 사색이 된 얼굴로 머리만 조아렸다.


“형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밀실 밖으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처량한 울음소리까지 흘러나왔단다.


“흑흑흑······”


나는 곧 있으면 펼쳐질 그림을 그려봤다.

그건 애초에 두 세력에게 작업을 걸 때부터 그려온 그림이었다.


조만간 두 세력간에 혈투가 벌어질 것이다.

그럼 남대문 강희성 세력과 라스트인베스트의 김막수 세력 둘 중 하나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말을 끝낸 혜림이 이제는 김막수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럼 이제 김막수는? 형이 가진 HM건설을 차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야?”

“그야 이대로라면···.”


그러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다시 물었다.


“김한수 회장은 이 사실을 모르나? 동생이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는 걸.”

“아마 동생이 5%밖에 되지 않는 지분으로 자신의 대표이사 자리를 넘볼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거야.”


김한수는 동생 김막수에게 관심을 끊은 지 오래였다.

기껏해야 최근에 들려온 이야기는 독립한다고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가더니 이것저것 일을 벌리고 실패만 하고 있다는 내용 뿐이다.

물론 그것도 다 김막수가 나이 든 아버지에게 지어낸 말이었지만.


“그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거야?”

“그렇지. 라스트인베스트란 투자사가 김막수의 우호지분이 되어줄 회사란 걸 모르는 한.”


그러나 놈이 이대로 HM건설을 차지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회사가 잘 되고 못 되고는 안중에도 없는 자. 단지, 형에 대한 복수와 사리사욕으로 가득한 자다.


결국 HM건설은 놈의 배만 불리는 제2의 라스트인베스트가 될지 모른다.


“내 정신 좀 봐!”


혜림이 케익 위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오빠 배고플 텐데 케익 먼저 먹을까?”

“짜식, 생일도 아닌데 무슨 케익···”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한 녀석에게 고마웠다. 그런데···


“맞아, 생일.”

“···누, 누구?”

“나.”

“뭐?”


어느새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이혜림.


“내 정신 좀 봐! 그러고 보니 오늘이··· 5월 30일. 맞아, 네 생일이었구나! 미안해서 어쩌냐?”

“어? 오빤 내 생일 물어본 적 없는데.”

“······.”


더욱 무안해진 꼴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실 나는 녀석의 생일을 물어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녀석은 앞에 놓인 와인 병을 기울여 나의 잔에 따라주었다.


“와, 맛있다! 이거 비싼 거지?”

“만원도 안돼. 요 앞 마트에서 사 온 거야.”

“···그래?”


와인에 조예가 깊은 녀석. 게다가 자신이 일하던 곳의 그 값비싼 고급 와인들에 익숙해졌을 녀석이다.

이런 싸구려 와인은 나 같은 사람이나 마시는 줄 알았는데···.


“생일이니까 좋은 걸로 살까도 했는데, 그냥 이거 샀어. 오빠가 준 선물은 아껴 쓰려고···. 그리고 이젠 난 돈도 못 벌잖아.”


선물은 내가 크리스마스 때 계좌로 쏴준 돈을 말하는 거였다.


“오빠 덕분에 그 지긋지긋한 와인바도 그만두고 공부만 할 수 있어서 지금 너무 행복해.”

“······.”

“엄마도 요양원에서 당뇨 관리 잘 받아서 괜찮다고 하셨고. 가끔 나를 못 알아봐서 서운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다 오빠 덕분이야. 너무 고마워 오빠.”

“고맙긴···”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을 의식하며, 앞에 놓인 케익만 떠먹었다.

그 사이, 녀석이 다시 진지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오빠. 지난번에 나보고 와인바 서버 말고 오빠 서버 되어달라고 했잖아.”

“···응. 근데?”

“근데······”


잠시 쭈뼛대더니 말을 잇는 혜림.


“그게 무슨 뜻이야? 오빠 서버 말이야. 그때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


고개를 들어보니 복사꽃처럼 발그레한 얼굴이 보였다.


“난 또··· 무슨 뜻이긴, 그냥 말 그대로지.”

“······?”

“너 경제부 기자 돼서 오빠 주식 하는 거 좀 도와달라고 임마.”

“단지 그거야?”

“왜? 그럼 무슨 뜻인 줄···”


사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바보일 것이다.


“그럼 오빠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앞으로 계획 있어?”


녀석의 난데없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글쎄, 계획이라···”


수없이 계획을 세웠지만, 오히려 그대로 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혜림아.”

“응?”

“네가 아까 말했지. 오빠는 세력이 적성에 맞는 거 같다고.”


무슨 말을 하려나?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혜림.


“그래서 말인데 오빤 세력이 되고 싶어.”

“······뭐?”

“그냥 세력이 아니라, 세력 잡는 세력!”

“···세력 잡는 세력?”


녀석은 피식 웃으려다 말았다.


“이왕 주식으로 돈 버는 거 세력 돈을 벌고 싶다는 거야.”

“세력 돈을? 개인이 세력이 될 수 있어?”

“못 할 거 뭐 있니? 세력이 뭐 별거야? 돈만 많으면 세력이 되는 거지.”


사실 이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김한결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녀석도 지금은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네가 세력을 잡겠다고? 헐··· 세력 밑에서 몇 번 일하더니 이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돈은 주식 전쟁터에서 무기와도 같다.

누군가 총칼로 덤빌 때 누군가는 대포나 폭탄을 들고 싸우는 행위.


그러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김막수의 무기로 내가 남대문과 싸워 승리할 수 있었다는 걸.

현재 내가 가진 무기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냥 말이 그렇다고··· 그러니 오빠가 앞으로 무기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놈들에 대해 연구도 좀 더 할게.”

“엥···?”


멍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


더 이상의 설명 대신 나는 또 하나의 계획을 던졌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었다.


“오빠 시골 내려갈 거야.”

“···갑자기 시골은 왜?”

“우리 엄마 집 사드리고 가보지도 못했거든. 지난 설날에도 못 찾아뵀었고.”

“···언제? 언제 가는데?”

“그동안 밀린 일 끝내면 곧.”

“그럼 한 동안 못 보는 거야?”


나는 더 이상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응. 아마도···.”


그러니 사실, 한동안이 아닐지도 모른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다시 직장을 얻을 생각도 없었다.



***



1주일 후.


헉··· 헉···


가쁜 숨을 내쉬며 산소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휴우~ 한숨이 나왔다.

등에 지고 온 예초기를 산소 옆에 내려놓았다.

날이 선선했음에도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올 때부터 등 뒤로 흐른 땀은 내 웃옷을 다 적셔놓았다.


나는 그동안 몇 가지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일단 김막수 무리로부터 나오면서 받은 돈 10억.

나는 이돈을 어떻게 할지 한동안 고민했었다.


그냥 엄마에게 드릴까도 고민했지만, 엄마 성격상 받지도 않을뿐더러, 그건 내가 앞으로 벌어다 드려도 충분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 큰돈을 드렸다가는 괜한 오해만 살 수도 있고.


그러던 와중에 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 30년간 모은 전 재산 10억 기부!]


알고 보니, 이 동네에서 가끔 마주칠 때마다 내가 손수레를 밀어드리곤 했던 바로 그 할머니였다.


‘30년간이나 모은 돈도 기부하는데 까짓 운 좋게 7개월 동안 번 돈을 기부 못 하겠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결국 그 돈 10억을 보육원에 기부했다. 산책할 때 오다가다 본 적 있던 인근의 한 보육원이었다.


그리고 시골로 내려가기 하루 전.

짐을 정리함과 동시에 마지막 남은 중요한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건 바로 워드로 작성한 짧은 메시지를 HM건설 김한수 회장에게 보내는 거였다.


돈 좀 들여서 비밀리에 그의 손까지 퀵서비스로 전달했다.


[’라스트인베스트‘라는 법인에 대해서 알아보시오. 당신 회사의 명운이 걸렸소!]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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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형제의 난 +2 23.06.15 2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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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력이 세력에게 작업을 걸다 +1 23.06.13 219 5 11쪽
35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3 23.06.12 220 5 11쪽
34 저 친구가 누군지 아십니까? 23.06.11 221 6 9쪽
33 설계자의 투자자 유치 23.06.10 220 5 11쪽
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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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세력과의 한판 승부! 23.06.03 22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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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8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6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9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1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6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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