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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6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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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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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편의점 안.


-딸랑딸랑···


출입문에 달린 딸랑이 종이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


“안녕하세요!”


혹시나 해서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지만, 내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물건만 고르고 있다.

또 그냥 일반손님인 것이다.


그동안 나도모르게 신경이 자주 출입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몇 시에 올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내가 일하는 저녁 6시 이후에나 볼 수 있다고 했고, 그도 그럼 그때 오겠다고 한 상태였으니.


그를 기다리며 핸드폰 위에 떠 있던 뉴스를 다시 확인했다.


[솔수바이오 2차 임상 결과 긍정적 기대]


내일 갭 상승이 예상되는 핫한 뉴스다.

이 뉴스대로라면 앞으로 더 상승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정말 팔아야 할 때가 왔다. 내일이면 나는 이 효자 종목과 4개월 만에 이별을 고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뉴스를 믿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니까. 이 회사에서 그게 통과될 리 없다.


그리고 더 확실한 건 요 며칠 사이 세력들의 수급과 호가창 매매 조짐도 이상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불쌍한 개미들.


개미들은 분명 내일 시초부터 엄청나게 따라붙을 것이다.


평소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종토방 게시글 역시 그걸 말해주었다.


- 상한가 가즈아!~

-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 나는 임상 결과 나올 때까지 무조건 고~

- 아무리 흔들어도 물량 뺏기지 마세요.

- 안티놈들 꼴 좋다.

- 내일 막차 떠납니다.

- 정말 내일 들어가도 될까요?

···

..


1분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글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었다.

내일 장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푼 자들과 이들을 선동하는 자들의 글들.

그리고 뒤이어 이들을 구조하겠다고 오지랖 떠는 한 편의점 알바생의글.


[시초가에 무조건 파세요!! 따라가면 큰일 납니다.]


이 글에 달리는 댓글 역시 다른 때보다 빨랐다.


- geul**** 또 너구나? 라면값은 버냐?

- 개 백수임? 할 짓거리 없으신가요? ㅋㅋㅋㅋㅋ

- 간간이 눈팅하러 오는데 맨날 지 혼자 개뻘짓하고 있네.

- 대체 얼마에 손절을 쳤길래 종토방에서 저 지랄인겨···.

- 정신병 있는 듯.

- geul**** 새꺄 재수 없다. 고마해라!

..

.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맹랑한 소리.


“찌질 오빠!”

“앗 깜짝이야!”


때마침 월요일이라 혜림이가 찾아온 것이다.


“오빠 뭘 그리 열심히 써?”


혜림이는 내가 쓰던 글을 흘끔 넘겨다보며 궁금해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그동안의 자초지종과 잠시 후면 오게 될 낯선 사람에 대해서 대강 이야기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녀석이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거야?”

“응.”

“그리고, 이제 남까지 신경을 쓴다는 거고?”

“뭐, 그런 셈이지.”

“호호, 그럼 혹시 내가 준 정보가 도움이 된 건가?”


사실 그동안 혜림이는 유망 종목이라며 내게 가끔 정보를 보내왔었다.


가령 앞으로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 거라던 지, 그러니 친환경 테마나, 전기차가 유망할 거라던 지, 하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현재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 확실한 효자 종목이 있었고, 이를 아직 정리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녀가 보내는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확인했지. 근데 그런 종목은 아니야.”

“그럼 어떤 종목이야?”

“그게···.”


내가 미적거리자, 그녀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다.


“혹시, 밥 사기 싫어서 벌고도 모른 체 하는 거 아냐? 계좌 좀 열어봐!”


혜림이가 내 핸드폰을 낚아채려 하자, 하는 수 없이 내 계좌를 열고 보여줬다.


[보유종목: 솔수바이오]

[총평가금액: 1억 5백만 원]


“어머나! 이게 얼마야? ···1억?”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좌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찌질이 오빠가 이렇게나 많이 벌었다고?”

“응. 그렇게 됐다.”

“······?”


그동안 내게 돈을 벌어다 준 그 이상한 문자들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그럼, 예전에 내가 보냈냐고 물어본 그 문자 말야? 발신 번호 없는?”

“그래. 하지만 꼭 그거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

“나도 그동안 공부 많이 했다고. 트레이딩도 많이 늘고.”

“호호, 그래?”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인정받고 싶었나 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아무튼 우리 오빠 그럼 이젠 찌질이가 아닌 거네.”

“우리 오빠?··· 요거 봐라. 내가 돈 좀 버니까 전보다 좀 더 살갑게 구는 건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녀석을 보니 문득 궁금했다.

녀석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남들이 보면 친남매인지 연인인지 모를 이상한 사이.


의중을 떠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가 괜히 서먹한 관계가 되는 게 더 싫었으니까.


-찰칵!


녀석이 핸드폰 카메라로 내 계좌를 찍는 소리였다.


“그걸 뭐하러 찍니?”

“기념이잖아. 오빠가 억대 자산가가 된 기념.”

“하, 뭐? 누가 들으면 진짜 부자가 된 줄 알겠다.”

“그러지 말고 오빠 얼굴도 찍어, 나랑 같이.”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미는 혜림.


“야, 나는 사진 찍는 거 딱 질색이다.”

“왜? 기록이잖아. 남는 건 사진이라고.”

“왜 남는 게 사진뿐이니···.”

“그럼 뭐?”

“마음도 있잖아.”

“마음이 어떻게 남아.”

“나는 일기를 써. 사진은 겉모습을 남기는 기록이고 일기는 마음을 남기는 기록이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일기를 ‘마음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걸 꺼내볼 때면 오래된 사진첩을 여는 것만큼 진한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리고 주식을 시작하게 된 지금은 매일매일의 주식거래 내역과 생각을 일기장처럼 적고 있다. 남들은 그게 매매일지라고 하던데 아무튼.


“와, 오빠. 멋진 말이긴 한데··· 암튼 겉모습도 중요해. 빨리 사진 찍어. 빨리···”


내 어깨를 끌어당기는 혜림이의 제법 억센 손이 느껴졌다.


-찰칵!

-찰칵!


어쩔 수 없이 핸드폰에 뜬 계좌를 배경으로 혜림이와 사진을 남겼다.

녀석 말대로 내 인생 최초로 달성한 억대 계좌였다.


그리고 잠시 후.


-딸랑딸랑···


누군가 문을 빼꼼히 열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말없이 모자를 푹 눌러쓴 낯선 남자.


‘혹시 그 사람인가?’


오늘 온다고 했던 사람인가 하고 봤지만, 아무 말 없이 물건만 이것저것 뒤적거렸다.


그러다 간혹 곁눈질로 나와 혜림이 쪽을 번갈아 보는 남자의 시선. 구석 천장에 매달린 CCTV 쪽도 의식한다.


뭐지?


“혹시 찾으시는 물건 있나요?”

“······.”


그래도 대답 없이 음료수 한 병을 들고는 남자가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삑~


“1,200원입니다.”


그러자 남자가 카드를 내밀며 나에게 물었다.


“···혹시 언제 퇴근하세요?”

“네? 그건 왜요?”

“여기 알바 교대 시간이 궁금해서요.”

“아, 그럼 혹시 알바 하시게요?”


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몇시냐구요.”

“···저는 12시 퇴근인데요.”


계산을 끝내고 말없이 휑 나가버리는 남자의 뒷모습. 나는 거기에 대고 습관적인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남자가 나간 뒤 혜림이는 기분 나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사람이네!”

“뭐가?”

“아니, 그렇잖아. 인사도 안 받고, 예의 없이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거도 그렇고···.”

“저건 약과야. 이 시간에 일하다 보면, 별의별 손님 오는데 뭘.”


사실, 밤에 일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 물건이나 계산 없이 그냥 들고 나가려는 손버릇 나쁜 학생 손님,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물건값을 깎아달라는 진상손님.

그리고 굳이 편의점에까지 와서 근처 술집에서 마신 술과 안주를 바닥에다 꺼내어 확인하는 손님까지···.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자정.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왜 오기로 한 사람은 안 오는 거야?”

“글쎄···.”


아까부터 몇 번이나 연락을 해왔던 번호로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왔으면 벌써 왔어야 하는 시간. 그냥 편의점을 나오려는데 문자가 왔다. 그런데,


‘앗, 이건······’


- 발신번호 표시없음


[천둥]


오랜만에 보는 문자였다.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발신 번호 없는 이상한 문자.

게다가 이번에도 내가 다녔던 회사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런데 왜 이 시간에?······’


이젠 더 이상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면 전에 보낸 종목을 내가 아직 팔지 않아서이거나···. 물론 둘 다 내 추측에 불과하긴 하지만 말이다.


“왜? 온다고 한 사람이야?”

“아냐. 그냥 광고 문자.”


내가 대수롭지 않게 밖으로 나오자, 이혜림도 같이 따라 나왔다.


밤에는 제법 늦가을의 한기가 느껴지는 계절.

항상 이 시간에 퇴근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늘 얇은 코트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가끔 오는 혜림이는 아직도 가벼운 옷차림이다.


나는 얼른 코트를 벗어 녀석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위에 슬쩍 올려주었다.


“땡큐!”


녀석도 싫지 않은지 찡긋 미소로 화답했다.


밖은 늘 그렇듯 불 켜진 편의점만 빼고는 어두웠다.

평소 외진 동네라서 그런지 가로등도 별로 없고 치안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어떨 땐 남자 혼자 다니기도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문득 혜림이가 걱정되어 물었다.


“혜림아, 근데 넌 왜 꼭 밤에 오냐?”

“그야 밤이 되면 출출하니까···”

“이상하네. 여자들은 다이어트하느라 밤에는 잘 안 먹지 않나?”

“나는 뭐 그딴 거 필요 없잖아. 보면 몰라?”


그러고는 자신의 몸매를 뽐내듯 휙 한번 돌아 보였다. 그러다 문득 자신도 무안했던지 멋쩍게 웃는 녀석.


그런 녀석을 놀리고 싶어져서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똥배는 나오잖나?”

“뭐야?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그러더니 녀석이 나에게 달려드는 찰나.


갑자기 어두운 골목에서 봉고차 한 대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안에서 내리는 한 무리의 낯선 사내들.


“으읍!”

“뭐, 뭐 하는 거에요?”


나와 혜림이는 사내들의 억센 손에 이끌려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내가 반항하자 누군가 둔기로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퍽 쾅!


반항할수록 조여드는 무언가를 느끼며 내 의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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