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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79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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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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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드디어 터졌군!

DUMMY

다음 날이었다.


[HM건설]

[현재가: 11,550원↑5% 상승 중]


8,900원대에서 산 주식이 11,550원이 되어있었다.


[총매수금액: 20억 원]

[총평가금액: 25억 9천 300만 원]

[평가손익: + 5억 9천 300만 원]


한 달 만에 30% 가까운 수익 중인 것.

아직 이렇다 할 뉴스 없이 꾸준히 오르는 걸 보면 김막수가 아직도 물밑에서 꾸준히 매집하는 모양이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이 종목을 추천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보지는 않았을 거였다.

녀석들에게 추천한 이상 다른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


···어?


최근 1주일 사이 거래량이 눈에 띄게 커진 걸 확인했다.

거래량과 주가 상승 폭 모두 거의 두 배 이상 커져 있다.


“알아 본 걸까?”


김한수도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 매집하는 거라면······


최근 막대한 물량의 HM건설 주식을 매집하는 세력이 있고, 그게 실은 동생 김막수의 짓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왠지 폭풍전야 같군!”


예상대로 주식이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더 오를 일만 남았다.

그런데 한편 씁쓸하다.


한때 한국식 재벌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한국 재벌이 족벌 경영을 탈피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관리하는 것이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돈이 거기 들어가 있고, 대기업 지원 형식으로 들어간 국민의 세금도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남의 돈으로 경영하면서 마치 자기 것인 양 족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



한 달 후.


아버지 제사 다음 날이자, 내 생일.

매년 그렇듯 전날 제사 음식과 함께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낯선 게 하나 더 보였다.

그건 바로 식탁 한가운데 보이는 예쁘장한 케익 하나.


[축 ♡ 오빠 생일 축하해.]


서울에 있는 혜림이가 직접 만들어서 보내준 거였다.


“누구여?”

“있어. 아는 동생.”


방금 음정 박자 이상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신 엄마가 의아한 눈으로 보고 계셨다.

내가 케익 위에 올려진 3개의 촛불을 끄는 동안 흐뭇하게 지켜보시다 말없이 수저를 드셨다.


그리고 얼마 후.


밥을 먹다 문득 핸드폰을 보던 나는 미역국이 든 수저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드디어 터졌군!’


핸드폰 화면 위로 떠 있는 건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하나.


[HM건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 급등!]


손가락으로 뉴스를 터치하고 들어갔다.


[한명그룹 김한명 총수의 첫째 아들 김한수 회장과 셋째 아들 김막수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HM건설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지난 5월부터 시작된 ‘기타법인’의 HM건설 주식 순매수가 45거래일째 이어졌다. 이 기간 기타법인은 HM건설 주식 120만 주를 순매수하여 지분 약 10.5%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말한 기타법인은 내가 일했던 라스트인베스트가 틀림없었다.

결국 HM건설 주가가 상한가를 친 기쁨도 크지만, 내 생각대로 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컸다.


“아들 뭐햐? 왜 밥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엄마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일하는 거예요. 일.”

“아니, 밥 먹다 말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게 일여?”

“원래 이 일이 그러네요. 시도 때도 없이 확인할 게 많아서···.”


다시 수저를 들었다.

놈의 의도가 들통났으니 다음 행보가 자못 궁금해졌다.


‘김한수가 이겨야 할 텐데···.’


김막수가 차지하도록 놔두면 회사가 피해를 볼 게 뻔한 사실.

망하든 말든 내버려 둘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손해 보는 주주들도 있을 거고, 우리나라 중견 기업 하나가 눈앞에서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양심상 그냥 방관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후,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여보세요?”

-나 성택인데. 이거 언제 파냐? 많이 올랐던데.

“좀 더 기다리랬잖아. 혹시 급한 거면 지금 팔아도 되고.”

-아냐. 그건 아니고. 그럼 오케이.


그러고는 다시 전화를 끊는 오성택.

이번 달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HM건설 차트를 보면 어떤 날은 크게 오르고 어떤 날은 또 하락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부를 단타로 먹었으면 좋았을 걸 하며 입맛만 다셨지만, 오성택의 마음은 롤러코스트를 탔나보다.

주식을 처음 해서 그런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분봉 차트처럼 그의 마음 또한 요동쳤다.


많이 오른 날은 전화해서,


“우진아, 많이 올랐으니까 이제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더니, 또 떨어진 날은 조바심이 났는지,


“더 떨어지기 전에 이제 팔아야 하는 거 아닐까?”


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팔 때 되면 알려준다고 했는데도, 못 참고 전화를 했다.

그만큼 간절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녀석이 필요한 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할 수 없이 내가 그 돈을 빌려줄 마음으로 추천한 거였다.


그런데 동철이는 왜 연락이 없을까?


오늘의 주가를 확인했다.


[HM건설]

[현재가: 25,700원 ↑30% 상한가.]


내가 친구들에게 이걸 추천했을 때 가격이 11,500원대였으니까, 현재는 두 배 이상 수익 중일 것이다.


그럼 2,200만 원어치를 매수한 성택이는 이미 내게 빌리려던 돈 800만 원의 3배 가까이를 벌었을 테고,

동철이는 반 토막 난 종목을 손절하고 남은 돈 천만 원을 넣었을 테니 지금쯤 2천만 원이 되어있을 터.

그렇다면 녀석 또한 그전에 손해 본 원금을 건졌을 거였다.


전화를 끊은 뒤 보니 카톡이 와있었다.


-오빠, 뉴스 봤어?


혜림이에게서 온 거였다.

나는 아까 본 뉴스를 떠올리며 답장을 보냈다.


-HM건설, 경영권 분쟁 뉴스?

-아니, 남대문 조폭 뉴스

-???

-ㅋㅋㅋ 걔네들 난리도 아니던데···


나는 바로 혜림이가 말한 뉴스를 검색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조폭 간 전쟁!]


뉴스 타이틀을 클릭하고 들어갔다.


[심야 시간대 주택가 골목에서 남대문파 폭력조직 이 다른 조직 조직원을 집단폭행하는 등 잇단 세력 이권 다툼을 벌이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남대문 강희성 세력의 배후 조직과 김막수 세력의 배후 조직간 싸움인 듯 보였다.

나머지는 혜림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녀석 또한 자신이 일하던 와인바 동료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였는데, 종합해 보면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남대문파 조직 우두머리로부터 책임을 추궁받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된 강희성.

그는 결국 자신들에게 처음 약을 친 남파간첩을 잡아다가 족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남파간첩은 애초 남대문에 작업을 걸도록 만든 범인으로 나를 지목했다.


“대 대표님. 거 있잖아요. 정우진이라고··· 여기 첨에 왔을 때 제가 트레이딩하는 법 갈켜줬던 놈. 이게 전부 다 그놈이 벌인 짓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강희성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어리버리한 놈에다, 전문가 친구와 달리 시키는 대로만 트레이딩하던 순박한 놈 정우진.


그리고 그건 강희성뿐만 아니라, 그의 오른팔 짱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랄하네. 거짓말을 할라믄 그럴듯하게 해라, 이 개새꺄! 그 어리버리한 놈이 어떻게 1년도 안 돼서 세력의 설계자가 되냐?”


결국 그들은 손가락을 절단할 때 사용하는 도끼칼을 꺼내 들고 남파간첩을 위협했다.


“이번 일은 손가락 하나 갖고는 안뎌. 그러니께 뒤지기 싫으면 바른 대로 대라! 이 작업 꾸민 새끼가 누구여?”


할 수 없이 놈이 댄 건 김막수의 회사 이름과 설계자였다.


“그, 그건 라스트······”


그 뒤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강희성 주식 세력의 최대 고객이었던 남대문파 조직과 김막수 배후 조직 간의 전쟁이었다.


처음에는 남대문파 조폭들에게 라스트인베스트의 바지사장이 잡혀갔고, 그다음은 김막수의 설계자가 잡혀가 손가락이 잘렸다.


그러자 당연히 김막수 쪽의 배후 조직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한밤중 유흥가 근처에서 남대문파 조직에게 반격을 가했다.


그게 ‘조폭 간의 전쟁!’, ‘한밤중에 벌어진 조폭 간의 유혈 난투극!’이라는 타이틀로 오늘 아침 조간 뉴스에 나온 것.


그 뒤 기사에서는 경찰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2개 파 조직원 52명을 붙잡아 구속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경찰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조폭들이 결국 세력 확장과 유흥가의 이권을 놓고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피식!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중들은 그 누구도 이 조폭들이 주식 세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리라.


김막수란 이름 또한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당연하다.

주식 세력이든, 조폭 세력이든 어차피 그들을 조종하는 물주는 앞에 나서지 않는 법이니······.


게다가 지금은 물밑에서 거사를 진행 중인 그가 아닌가!

그가 라스트인베스트의 실소유주라는 게 밝혀지지 않는 한 한동안 화를 면할 것이다.


문제는 라스트인베스트라는 법인.


이 사건으로 조폭들을 파헤치다 보면, 그리고 HM건설 김한수 회장이 이 회사를 조사했다면······.


나는 앞으로 있을 어떤 변화를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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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 서버가 되어줘 +1 23.06.09 22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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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23.06.02 238 5 10쪽
24 두 번째 세력으로 살아가기 23.06.02 226 5 11쪽
23 재벌 망나니가 세력이라 23.06.01 229 6 9쪽
22 너 마술사야 뭐야? 23.05.31 231 6 11쪽
21 불가능한 미션 +2 23.05.30 231 6 11쪽
20 댓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2 23.05.29 232 6 11쪽
19 개미들을 구하라! +2 23.05.28 231 5 10쪽
18 오늘 들어간 놈들 다 호구다 23.05.28 230 6 11쪽
17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23.05.27 231 6 12쪽
16 스캘퍼의 현란한 손놀림 +2 23.05.27 236 6 11쪽
15 세력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 23.05.26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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